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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6 Chapters

제1471화

독룡이 상대방 편에 두 명이나 되는 육지 신선 경지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누가 봐도 겁에 질려 달아난 게 분명했다.이 광경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예관희 역시 멍하게 서 있었다. 적어도 마지막 한 판은 벌어질 줄 알았는데 설마 독룡이 이렇게 허무하게 등을 돌리고 사라질 줄이야.‘분명 두려웠을 거야.’예웅남을 따르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망연자실했고 예웅남은 다급히 소리쳤다.“독룡님, 잠깐만요. 독룡님이 가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 그럽니까!”그러나 독룡은 돌아보지도 않고 어느새 문밖으로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이 순간 예웅남 편에 선 자들은 모두 낯빛이 창백해졌고 누구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뒤집힐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독룡이야말로 그들이 믿고 의지하던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그마저 등을 돌리고 떠나버리니 남은 것은 공포와 절망뿐이었다.반면 예관희 쪽에 선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에 사로잡혔다.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하지만 예관희 본인은 무표정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힘의 균형이 자신들에게 기울었다는 사실엔 안도했지만 예웅남이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결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독룡이 사라진 뒤 예웅남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완전히 힘이 빠진 채 절망에 빠졌다.하지만 그 시선이 예천우를 향할 때만큼은 분노와 증오가 가득했다.모든 것이 예천우 때문이었다.예천우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자신이 예씨 가문의 가주가 되어 있었을 것이고 예씨 가문도 자신의 손에서 전성기를 맞았을 것이다.예천우는 예웅남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조용해졌으니 다시 처음 문제로 돌아가죠. 예웅남 씨, 네가 처음 물어본 질문부터 해결하죠.”예관희가 순간 긴장하며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는 예천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세 눈치챘다.이 문제만큼은 더는 눈감아 줄 수 없었다.예웅남 역시 상황을 눈치채고 얼굴이 확 굳어졌고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설마 네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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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저는 누굴 모함한 적 없다고요!”예웅남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맞섰다.“너희는 우리 예씨 가문의 백호 전신이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죽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냐? 분명 이 모자가 꾸민 짓일 거야! 그리고 예훈도 마찬가지야. 예훈이 청룡 전신의 딸인 용수아를 괴롭힌 게 드러난 것도 그 사건 이후 바로였지. 그 때문에 우리 예씨 가문이 용씨 가문의 제압을 받게 됐잖아. 이 모든 게... 다 너무 기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해?”예웅남은 말을 마치고 예천우를 노려봤다.“예천우, 넌 정말 네 자신이 이런 일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그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아무도 대놓고 예천우를 의심하지는 못했지만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예천우는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답했다.“그래요. 예훈의 일은 제가 청룡 전신에게 알리라고 시켰어요. 하지만 그건 예훈이 자초한 일이죠. 백호 전신의 죽음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예웅남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봐봐. 결국 다 네가 한 짓이었어! 그래 놓고 뭐라고? 청룡 전신의 협박이 없었다고 해도 단전이 망가긴 예훈이 예씨 가문에 남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들이 지금 겪는 일들은 모두 스스로 자초한 결과죠.”예천우는 냉정하게 말했고 예관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예웅남, 예훈의 일만 두고 봐도 그래... 만약 네가 예천우 입장이었더라도 더 잔인하게 굴었을 거야. 게다가 네 큰형이 정말 너만 생각해서 온갖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너도 알아야 해. 네가 체질이 약해 고생하는 걸 알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지. 바로 그 방법을 찾다가 결국 마도와 깊이 엮이게 된 거야.”“그만! 그만하라고요.”예웅남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아버지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결국 가주 쟁탈에서 이겼으니 그러면 됐잖아요. 더 얘기해서 뭐 합니까?”예관희는 한숨을 내쉬며 담담히 말했다.“그래. 더 말해봤자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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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예훈은 예웅남의 전화를 받고 한껏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자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예씨 가문으로 돌아올 날이 올 줄이야!게다가 이제는 아버지가 직접 가주가 되어 집안을 이끌고 있으니 앞으로는 자신도 더 큰 대접을 받게 될 거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그는 일부러 단정하게 옷매무새를 다듬고 예씨 가문 대문 앞에 도착하자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호탕하게 웃어버렸다.“하하. 나 예훈이 돌아왔어. 예전에 나를 비웃던 놈들아, 이제 두고 보자!”그의 입가엔 자만과 오만이 묻어났고 당당한 목소리로 집안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하지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예훈의 등장을 듣고 하나같이 어리둥절하고 복잡한 표정이 됐다.‘예훈이 정말로 이렇게 감히 공개적으로 돌아오다니!’만약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예웅남과 그 패거리의 선택이 옳았는지 그른지 두고두고 논쟁했을 것이다.그러나 이 순간 모두의 마음은 더없이 미묘하고 착잡했다.게다가 예훈은 들어서자마자 복수부터 다짐하는 말만 내뱉자 예씨 집안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저렇게 앙심을 품다니... 가주가 예웅남이 아닌 게 정말 천만다행이야.’이제 막 단전이 파괴된 예웅남은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 듯 절망에 젖어 있었다.당장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모든 희망이 사라진 순간 설상가상으로 아들까지 돌아와 또다시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그제야 예웅남은 이 모든 게 결국 자신이 아들을 불러들인 탓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원래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주려 했건만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이제 어쩌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예웅남은 마지막 희망을 담아 예관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애원했다.“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동안 저지른 죄가 너무 크고 죽어 마땅합니다. 저 하나 잘못한 거지 제 아들 예훈은 아무 죄가 없어요.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손주를 얼마나 아끼셨습니까. 저를 벌하실 거라면 뭐든 받겠으니 부디 예훈이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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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예훈은 속으로 이미 모든 걸 눈치챘다.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했던 사람이었고 이제는 이토록 비참하게 무릎을 꿇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예훈은 그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으로조차 상상하기 싫었다.예관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예훈은 자신의 손주였고 누구보다 아끼던 아이였다. 게다가 예훈은 아직 모든 걸 망가뜨릴 만큼 악독한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예관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천우야...”예천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더 이상 말씀 안 하셔도 돼요. 할아버지의 부탁을 생각해서라도 예훈이만큼은 건드리지 않을게요. 예훈이가 앞으로 조용히 지낸다면 저는 더 이상 그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예훈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요.”“뭐라고?”그 말이 떨어지자 예웅남의 이미 늙어버린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예천우, 그게 무슨 말이냐!”예훈 역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그는 단전이 복구된 뒤 비록 예전만큼의 힘을 되찾지 못했어도 앞으로는 충분히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별 뜻 없어요. 삼촌이 무리해서 예훈이의 단전을 복구시킨 그날부터 예훈이의 목숨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던 거예요.”“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예웅남은 옆에 있던 정우찬을 바라봤다.예전에 정우찬과 절정 노조가 직접 나서서 예훈의 단전을 고쳤기 때문이다.정우찬이 나서서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주인님 말씀대로입니다. 예로부터 단전이 완전히 부서진 사람을 되돌리는 법은 없었어요. 예훈이가 저희의 권고대로 조심스럽게 수련했다면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었겠지만 너무 무리하게 진기를 운용하는 바람에 이제는 기껏해야 사흘, 길어야 며칠 내에 반드시 죽게 됩니다.”“뭐라고! 어쩌다 이런 일이...”“잠깐, 잠깐만...”예웅남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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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예관희는 잠시 멍하니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의 마음에도 의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예천우의 마음에 또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무엇보다 설령 모든 일이 사실이라 해도 예웅남이 그동안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예천우가 복수를 꿈꿨다 한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게다가 만약 예천우가 정말로 그렇게 치밀한 마음과 기개를 가졌다면 적이 되면 무서울지 몰라도 우리 편이라면 오히려 예씨 가문을 더 높이 이끌 인물임이 틀림없었다.예관희는 단호하게 말했다.“웅남이가 한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한 짓들과 죄는 모두 분명한 사실이야. 그리고 나는 천우 말을 믿어. 내가 널 어떤 아이로 키웠는지는 몰라도 너라면 굳이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았으리란 걸 난 알아. 지금 네 힘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충분히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 굳이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겠지.”예천우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고마워요, 할아버지.”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아까 들으셨던 말 중에는 사실이 섞인 것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어요. 예훈이 처음 나를 건드렸을 땐 예훈의 정체를 알아챘지만 그땐 별생각 없이 그냥 단전을 파괴했을 뿐이에요. 이후에 예훈이가 용수아를 해친 일을 청룡 전신에게 알린 건 계속 저를 괴롭히지 못하게 확실하게 끊어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웅남과 절정종이 손을 잡았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사실 절정 노조와 정우찬 두 분을 처음 만난 건 얼마 전 성종 대회에서였고 자리에서야 예훈의 존재를 눈치챘죠. 그래서 예웅남이 절정종과 손을 잡고 예관희 할아버지를 공격하려는 걸 알게 됐지만 도리어 그 일들을 터뜨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막지는 않았어요. 대신 할아버지께만 미리 경고는 드렸죠.”예관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천우가 며칠 전 내게 경고를 해준 건 사실이야. 나도 그에 맞춰 준비했지만 상대가 이토록 강력할 줄은 몰랐어.”예천우는 조용히 말했다.“믿든 안 믿든 이게 전부입니다.”그러자 주변에서는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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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하지만... 전 정말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천우가 결혼하고 자리 잡으면 저도 곧 그쪽으로 가서 곁을 지킬게요.”그 생각이 떠오르자 그녀의 눈가엔 어쩔 수 없이 한 줄기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예천우는 그런 어머니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에 곧장 다가가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아니야. 엄마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기뻐서 그래. 네 아버지도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 많이 기뻐했을 거야.”남궁은서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어머니가 분명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이제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이었다.그때 예관희가 모두를 둘러보며 차분하게 선언했다.“보아하니 모두가 천우의 지혜와 능력을 인정하는 것 같구나. 마침 오늘이 이런 자리에 가장 알맞는 때가 된 것 같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가주 자리를 예천우에게 넘기겠어. 앞으로 예씨 가문의 새 가주는 천우가 책임지고 우리 가문을 이끌 것이야. 모두 내 말에 다른 이의 없지?”“찬성입니다.”“저도 찬성입니다.”집안의 장로며 자제들 심지어 예웅남을 따르던 이들까지도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이제 예씨 가문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모두의 얼굴에 가득했다.비록 예천우의 무술이 압도적이지 않다고 해도 절정종의 든든한 지지가 뒤따라주는 이상 어떤 위기도 두렵지 않았다.‘예천우가 무슨 방법을 썼든 절정종을 이토록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게다가 절정종 사람들이 저토록 충성스럽게 따르고 있잖아.’지금 예씨 가문이 남궁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반드시 누군가가 이 판도를 바꿔줄 강한 지도자가 필요했다.이제 예천우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예천우는 모두의 시선을 받은 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좋습니다. 여러분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이 자리를 맡겠습니다. 오늘부터 제가 예씨 가문의 새 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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