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훈은 속으로 이미 모든 걸 눈치챘다.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했던 사람이었고 이제는 이토록 비참하게 무릎을 꿇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예훈은 그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으로조차 상상하기 싫었다.예관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예훈은 자신의 손주였고 누구보다 아끼던 아이였다. 게다가 예훈은 아직 모든 걸 망가뜨릴 만큼 악독한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예관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천우야...”예천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더 이상 말씀 안 하셔도 돼요. 할아버지의 부탁을 생각해서라도 예훈이만큼은 건드리지 않을게요. 예훈이가 앞으로 조용히 지낸다면 저는 더 이상 그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예훈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요.”“뭐라고?”그 말이 떨어지자 예웅남의 이미 늙어버린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예천우, 그게 무슨 말이냐!”예훈 역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그는 단전이 복구된 뒤 비록 예전만큼의 힘을 되찾지 못했어도 앞으로는 충분히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별 뜻 없어요. 삼촌이 무리해서 예훈이의 단전을 복구시킨 그날부터 예훈이의 목숨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던 거예요.”“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예웅남은 옆에 있던 정우찬을 바라봤다.예전에 정우찬과 절정 노조가 직접 나서서 예훈의 단전을 고쳤기 때문이다.정우찬이 나서서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주인님 말씀대로입니다. 예로부터 단전이 완전히 부서진 사람을 되돌리는 법은 없었어요. 예훈이가 저희의 권고대로 조심스럽게 수련했다면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었겠지만 너무 무리하게 진기를 운용하는 바람에 이제는 기껏해야 사흘, 길어야 며칠 내에 반드시 죽게 됩니다.”“뭐라고! 어쩌다 이런 일이...”“잠깐, 잠깐만...”예웅남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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