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1451 - Bab 1460

1503 Bab

제1451화

그러자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아니면? 네 손에 쥐여주기까지 했는데 그럼 누구겠어??”강하리는 멍한 얼굴로 그 물건을 내려다보더니 한참 후에야 집어 들었다.작고 정교한 권총이었는데 보고도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사실 총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고 구승훈이 예전에 줬던 총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다만 지금 보고 있는 총은 한눈에 봐도 여성 전용이었고 스타일이나 무게나 모두 여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맞춤 제작이 된 것이었다.강하리는 너무 기쁜 나머지 활짝 웃었다.사실 진작에 호신용 무기를 갖고 싶었는데 칼보다도 총이 더 낫다는 생각했었다.“좋아?”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총을 집어 들었다.“이건 특별히 널 위해 맞춤 제작한 거야. 내가 쓰던 건 너무 커 보이더라고.”“사실 진작에 너한테 만들어주고 싶었어.”강하리는 순간 뒤돌아 그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마치 마음속에 누군가가 돌멩이 하나를 던진 것처럼 기쁨의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리고 총보다도 구승훈의 그 마음이 너무 기특했다.“고마워.”강하리는 그에게 다가가 볼에 살짝 입을 맞췄는데 역시나 구승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입술을 살짝 물었다.그러다가 총을 다시 가져가면서 말했다.“내일 사격장에 같이 가자.”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구승훈은 들고 있던 상자의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그러자 안에는 몇 가지 장신구가 들어있었는데 팔찌, 목걸이, 시계 그리고 한 쌍의 금팔찌를 본 순간 강하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물었다.“오늘 무슨 날이야?”“정월 대보름이잖아.”그의 대답에 강하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서 이건 보름 선물이라고?”구승훈이 팔찌 하나를 꺼내더니 그녀의 손목에 달아줬다.그리고 목걸이와 시계도 그녀에게 걸어줬다.“사실 이것들도 내가 예전에 맞춤 제작했는데 마침 지훈이가 오늘 가져왔네.”강하리는 팔찌의 펜던트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리시안셔스란 걸 발견했고 목걸이도 마찬가지였다.“대체 언제 준비했던 거야?”구승훈이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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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이튿날 아침.강하리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거실에서 구연정의 한껏 흥분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리고 안방에서 문을 열자 하지훈이 바닥에 앉아 웬 사모예드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고 구연정은 맞은편에 앉아 큰 눈을 반짝거리며 강아지를 만지고 싶어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조심스러운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하지훈이 결국에는 강아지를 구연정 앞까지 데려가 털을 만져보게 해주자 그녀는 또다시 감격스러워 소리를 질렀다.그 모습에 강하리는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때, 하지훈이 고개를 돌리고 강하리에게 인사를 건넸다.“이모, 좋은 아침입니다.”그러자 강하리가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이 강아지도 네가 어제 데리고 온 거야?”분명 어제저녁에 왔을 때는 책가방 하나만 갖고 왔는데 말이다.“내가 오늘 아침에 데려오라고 했어요. 연정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강하리는 그제야 구연정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지금 두 눈을 반짝거리며 신경이 온통 강아지한테 쏠려있었다.“엄마, 훈이.”구연정이 사모예드를 가리키며 말하자 강하리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뭐라고?”그러자 하지훈이 냉큼 답했다.“연정이가 저 강아지 이름은 훈이라고 한다는 데요?”순간 강하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그, 좀 이상하지 않아?”그러자 하지훈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연정이만 좋아하면 됐어요.”자기 이름을 따서 부르는데도 괜찮다는 그의 무덤덤한 태도에 강하리는 어이가 없는 나머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하여 구연정을 품에 안고 강아지 이름을 다시 짓자고 하려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구승훈이 서재에서 나오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기 발 주변을 맴도는 강아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굳이 다른 이름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그는 셔츠 단추를 매다가 한 손으로 강하리를 일으켜 세우더니 손에 들고 있던 넥타이를 그녀에게 건네줬다.그러자 강하리는 자연스레 그의 목에 넥타이를 매주면서 물었다.“밥 안 먹어?”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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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백아영의 말에 강하리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만나서 뭐 하라고?자신이 임명우의 입을 열게 할 능력도 없고, 문제는 이 남자는 대체 자신의 어떤 점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위에서 이미 그렇게 말했다고 했으니 반드시 만나러 가야 한다.강하리가 집에서 나와 구승훈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심준호가 방 안에서 나왔다.“삼촌, 데려다 줄 수 있어요?”그러자 심준호가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타.”그렇게 두 사람이 가고 있는 도중에 구승훈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임명우 만나러 간다고?”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실려있었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답했다.“응.”곧바로 구승훈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쪽에는 그렇게도 보낼 사람이 없대? 고작 임명우를 심문하는데 널 보낸다고?”순간 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리고 그가 지금 뭘 걱정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임명우는 처음부터 불순한 마음 먹고 불분명한 목적으로 강하리에게 접근해 왔다. 그러면서 그녀를 상처 주는 일도 서슴없이 해왔다.게다가 아직 임명우가 남기고 간 상처가 채 나은 것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녀가 만나러 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말들은 대놓고 말하기가 참 어려웠다.하여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말조심해.”그러자 구승훈이 다시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내 말이 틀려? 사람을 진작에 잡았으면서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것도 심문해 내지 못해서 지금 너더러 심문해달라고? 또다시 여자를 앞세워서 일을 처리하려는 게 부끄럽지도 않대?”구승훈은 결국 못 참고 모든 화를 울컥 토해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심준호도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단번에 강하리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갔다.“하리 전화는 지금 감시받고 있으니까 구승훈, 말조심해. 그리고 지금 나랑 같이 있어.”구승훈은 전화를 끊자마자 가장 안쪽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 사람들은 모두 어제 산에서 데려온 여초연의 부하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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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여재천은 구승훈한테 목이 졸리자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구 대표님, 구 대표님, 제발 살려주세요!”구승훈이 가볍게 코웃음 쳤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같이 중요한 사람을 제가 어떻게 감히 다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기껏해야 다시 잡아 와서 며칠 밤낮을 여기에 가둬두겠죠.”여재천의 원래 탁했던 눈동자가 구승훈의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커지면서 몸을 잔뜩 움츠렸다.“아, 아니야, 안 돼요...”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이런 고통은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았다.“안 돼요, 안 돼요...”여재천은 온몸을 떨면서 뒷걸음질 치더니 고개를 계속 흔들었다.그 모습을 하영준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다가 물었다.“며칠 물을 맞더니 뇌세포가 어떻게 된 건가?”그의 말을 듣자마자 여재천은 또다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구승훈은 그를 침대에 내팽개치더니 다시 휴지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좀 씻겨요. 이따 데리고 나갑시다.”어두운 얼굴로 서 있던 구슨훈은 서서히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그 말에 하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들은 재빨리 여재천을 끌고 나갔다가 옷을 갈아 입혀준 뒤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방 안에서 하영준이 여유롭게 차를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승훈이 찻잔을 들고 물을 똑똑 떨어뜨렸다.순간 여재천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뛰쳐나갔으나 금세 사람들에게 붙잡혀왔고 곧이어 몇 자루의 총이 그의 머리를 겨누게 했다.그 모습에 하영준이 웃으며 물었다.“그냥 순순히 우리 말을 따르면 이런 고생도 할 필요가 없었잖아요. 이게 뭐예요, 사서 고생하고.”그러자 여재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애원했다.“구 대표님, 하 대표님,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제가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구승훈은 이미 눈에 초점이 없는 여재천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부장관님께서 저희랑 거래하기를 거부했다고 하던데, 맞나요?”그의 물음에 여재천은 온몸을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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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섭섭한 게 아니라 단지 믿어지지 않아서였다.그는 한참 구승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구승훈과 하영훈이 진짜로 그를 막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나서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가 리조트를 빠져나온 뒤 자신이 마침내 두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느낀 순간 여재천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사실 그 안에 갇혀 있으면서 이번 생은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했었다.구승훈 같은 사람은 일단 한번 잡으면 쉽게 풀어줄 사람이 아닌데 진짜 말한 대로 풀어주다니.문득 이건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구승훈이 아직 생각이 깊지 못하다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랐다.고작 영상 하나로 여재천을 어쩌지 못할 테고 그가 살아있는 한 그 영상을 없애는 방법은 수백 가지인데 말이다.그리고 아까 마셨던 차에 대해서도 이젠 전혀 무섭지 않았다.만약 여초연의 제약 회사가 국내에 들어오기만 하면 구승훈이 방금 약을 타 먹였다고 해도 분명 해독 방법이 있을 것이다!여재천은 그 생각에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싸우자, 어디 한번 싸워보자!구승훈이랑 싸워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여재천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더욱 큰 소리로 웃다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갑자기 손에 붉은빛이 하나 보이더니 금세 사라졌다. 목을 빼 들고 백미러로 바라보니 아까 손에 비쳤던 붉은빛이 이마로 옮겨져 있었다.순간 물방울이 한 방울씩 얼굴에 떨어지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오른 여재천은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사무실 건물의 옥상에서 저격 총을 들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했다.온몸에 소름이 확 돋은 여재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를 몰고 나아갔는데 차를 세우자마자 또다시 빨간 불빛이 따라오더니 그의 이마 위에 떨어지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뒤로도 차를 몰고 아무리 도망쳐봤자 그가 어디로 가든지 계속 저격수가 그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몇 번이나 그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슬슬 열이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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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임명우 그 자식이랑 말 섞을 거 없어. 보자마자 귀싸대기 두 대 날리고 그대로 돌아서면 돼.]강하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렇게 해서 임무 완수 못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구승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응, 내가 책임져.]강하리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 짙어졌다.임명우가 그녀 앞에 앉기 전까지 입꼬리가 줄곧 희미한 곡선을 그렸다.“오랜만이에요, 강 대표. 꽤... 보고 싶더라고요.”강하리는 태연하게 임명우와 시선을 마주했다.“그래요? 나도 마침 임 대표가 그리웠는데.”임명우의 눈가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하, 진심이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하리 씨는 왜 이렇게 사람 애태우는 거죠?”강하리는 리시안셔스 팔찌를 살랑거리며 의미심장하게 답했다.“미안하지만 아무리 애태워봤자 임 대표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명우의 얼굴에 띈 웃음기가 옅어졌다.“보아하니 내게서 뭘 얻어낼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요.”강하리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띠었다.“꼭 마치 처음부터 유용한 정보를 줄 생각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네요.”임명우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그는 웃으면서 강하리를 향해 박수를 쳤다.“언제부터 날 이렇게 잘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확실히 강 대표한테 정보 같은 거 줄 생각 없어요. 여기까지 부른 것도 그냥 한번 묻고 싶어서예요. 우리 엄마 나간 뒤로 다들 요즘 잘 지냈나요?”강하리의 얼굴에 띈 미소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임명우를 똑바로 응시하더니 오히려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뭘 웃어요?”임명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좀 더 와봐요. 내가 알려줄게요.”임명우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정말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바로 그때, 강하리가 갑자기 임명우의 뺨을 때렸다.이어 손목시계를 가볍게 두드리자 얇은 칼날이 그녀의 힘을 따라 임명우의 얼굴을 그었다.임명우는 얼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고 강하리는 어느새 손을 거두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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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접견실 안에서는 아직도 임명우의 분노 어린 고함이 희미하게 들려왔다.구승훈은 뒤를 힐끗 돌아보더니 강하리를 데리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강하리가 그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들어가서 얼굴 한번 봐야지?”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을 잡고 깨끗이 닦아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그는 잘 안다. 어떤 비밀은 임명우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는 것을.그렇다면 만나거나 말거나 별다른 의미가 없다.물론 여재천을 설득하기 전이였다면 임명우를 만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임명우가 여초연을 묶어두는 역할 외에는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나는 또 네가 들어가서 임명우한테 그런 식으로 구치소 들어간 걸 후회하는지 물어볼 줄 알았어.”강하리가 장난스럽게 구승훈을 쳐다보며 말했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솔직히 말해 강하리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구승훈 역시 정말 묻고 싶었다.특히 강하리가 임명우에게 그들이 여초연을 다시 잡아들였다는 사실을 전한 후에는 더욱 그랬다.임명우가 피를 토할 듯 분노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모습을 정말 보고 싶었다.그때 여초연을 빼내 간 혐의를 벗기 위해 스스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임명우는 이미 피를 토할 정도로 후회했을 터였다. 하물며 강하리가 그런 소식까지 전해주었으니 말이다.구승훈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실소를 터트렸다.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로써 보답한다는 그 말을 이번에 여초연을 통해 제대로 실감하게 됐다.안타깝겠지만 이번에는 이들 모자를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해버릴 것이다.구치소를 나온 후, 강하리는 구승훈이 곧바로 자신을 데리고 떠날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곳에서 나온 뒤, 구승훈이 그녀를 데리고 이리저리 돌다가 또 다른 접견실로 들어섰다.“여긴?”눈앞에 굳게 닫힌 접견실 문을 보며 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구승훈을 돌아보았다.이에 구승훈은 턱을 살짝 치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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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노민우는 이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현미를 데리고 떠나려 했다.하지만 지현미는 강하리를 보자마자 억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딸이 사고를 당하든, 남편이 실종되든, 이 못된 계집애와 무관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노민우를 뿌리치고 이쪽으로 달려들려 했다.이에 노민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아줌마, 지금 뭐 하시려고요?”지현미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뭐하긴? 민우야, 강하리 저 계집애가 저기 서 있는 거 안 보여? 명희가 여기에 들어온 것도 쟤 때문이고, 내 남편 실종도 분명 쟤랑 관련이 있을 거야!”노민우가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가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지만 애써 억눌렀다.“아줌마, 명희 씨가 여기 들어온 이유는 저희 모두 잘 알잖아요. 사람을 매수해서 약을 탔고 강간까지 시도하게 했어요. 여재천 아저씨는...”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코웃음을 치듯 은근히 야유를 날렸다.“아저씨는 장관이신데 아줌마가 강하리 씨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아저씨랑 여초연 씨가 비밀리에 무언가를 상의하러 가셨을 텐데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다가 일이 커져서 아저씨까지 연루될까 두렵지 않으세요?”지현미는 원래 기분이 별로인데 노민우의 말을 듣고 나니 속이 더욱 뒤틀렸다.“민우 넌 대체 누구 편이니? 설마 아직도 강하리 옆에 있는 그 계집애를 못 잊은 거야?”노민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저는 다만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뿐이니 기어코 여기서 무례하게 구신다면 저 또한 아줌마네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했다. 이때 지현미가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민우야, 어디 가?”노민우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저를 못 믿으시겠다면 다른 믿음직한 사람으로 찾아보세요.”지현미는 황급히 그를 잡아 세웠다. 그녀가 어디 가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내겠는가.여재천이 실종된 후 지현미는 외교부 사람들조차 의지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최소한 오늘 아침 외교부에 갔을 때, 아무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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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지현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고통스러운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온몸이 아프고 특히 머리와 사지 관절 부위가 심했다. 얼굴도 얼얼하게 아팠고 귀까지 윙윙거렸다.멍하니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여재천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감히 날 때려?”말을 마친 지현미가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몸에 받은 충격으로 겨우 일어나다가 다시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미 다친 다리가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었다.그럼에도 지현미는 비명을 지르며 기어올라 위층으로 향했다.지현미의 손이 여재천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려는 찰나, 노민우가 불길함을 감지하며 재빨리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몸을 피하자마자 여재천이 또다시 지현미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다행히 이번에는 그녀도 대비하고 있다가 손으로 계단 난간을 꽉 잡고 있어서 떨어지지는 않았다.하지만 두 번 귀싸대기를 맞으니 그녀는 더욱 광적으로 변했다.두 손으로 여재천의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려 드는 지현미.“감히 나를 때려? 오늘 너 죽고 나 죽고 끝장 본다!”한편 여재천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요즘 하는 일마다 순탄치 않았다.딸이 잡혀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임명우조차 구출하지 못했다. 이제 여초연이 풀려나와 그를 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구승훈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상황이었다.마음에 쌓였던 울분이 이 순간 마침내 터져 나왔다.그는 지현미를 붙잡고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그녀의 뺨을 때렸다.“지금 나한테 덤벼? 나 실종되고 나서 네가 뭐 하고 다녔는지 모를 줄 알아? 감히 외교부까지 찾아가서 소란을 피워? 내 체면을 완전히 짓밟아버릴 셈이야? 그것도 아니면 내가 아직 윗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니?”지현미는 순간 움찔하며 가슴이 찔렸다.하지만 뺨을 맞은 걸 생각하니 찔리는 마음도 금세 사라졌다.“내가 뭘 어쨌는데? 나야말로 묻고 싶어. 종일 뭐 하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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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여씨 가문 사람들이 지현미를 병원으로 보내는 동안, 강하리와 구승훈 역시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진강석의 상태가 갑자기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실로 실려 갔고 이미 위독하다는 통보가 내려온 상태였다.사실 강하리는 진강석의 상태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진태형 때문에라도 병문안을 가야만 했다.둘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한순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응급실 문 앞에 서 있었다.언제나 거만하고 무례하며 막무가내였던 그 얼굴에 지금은 의외로 진심 어린 공포와 슬픔이 묻어나 있었다.그토록 활기차게 서산 퍼스트 빌리지까지 찾아와 자신을 욕하던 노인네는 이 기간에 살이 엄청 빠지고 혈색 좋던 얼굴도 어느덧 창백하고 야위었다.강하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이에 구승훈이 고개를 숙여 물었다.“왜 그래?”그는 질문을 마치고는 다시 한번 웃었다.“우리 하리 또 마음 약해졌어?”강하리는 사실 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한순자의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진씨 가문의 노부부는 그녀에게 그다지 잘해준 편은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노부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는 것이었다.구승훈이 한순자를 찾아가 더 이상 강하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협박한 방법은 바로 진강석을 납치하는 것이었다.한순자 또한 진강석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강하리를 귀찮게 굴지 않았다.마치 지금처럼 진강석이 병상에 누워있자 한순자는 넋이 나간 것만 같았다.한 사람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이때만큼은 참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이었다.강하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마음이 약해진 건 아니야. 그냥 문득 든 생각이 저들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네?”구승훈은 눈썹을 치키다가 곧장 표정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강하리가 미소를 짓자 맑은 눈동자에 부드러운 웃음기가 어렸다. 구승훈은 아마도 그녀가 진강석에게 골수 기증을 하려고 마음을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강하리는 문득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것이 있는 법. 구승훈에게 가장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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