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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461 - Chapter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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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1화

“하리야.”“하리 씨!”거의 동시에 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노민우는 손연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손연지는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수천 리 떨어진 곳에서 손연지는 노민우의 목소리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듣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휴대폰을 잡은 손에 무심코 힘이 더 들어가고 끼익 소리까지 났다.아무런 동요도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광풍이 다시 휘몰아쳤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유일한 생각은 도망치는 것이었다.전화를 끊으려던 움직임은 강하리의 한마디에 멈추고 말았다.“왜 피투성이가 됐어요?”노민우는 응급실 방향을 보며 대답했다.“지현미 씨가, 사모님이 위층에서 떨어졌어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돌아보았다. 한편 그는 응급실 방향을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병원 로비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방금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은 이미 거의 흩어진 후였다.구승훈은 마치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듯 거리낌 없이 물었다.“여재천 씨가 개발한 약물이 너희 계명 제약에 진출할 거라고 얘기했어?”노민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능구렁이 영감님은 다른 속셈이 있을 테지만 그렇게 쉽게는 안 될걸.”구승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가 여재천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여재천이 순순히 말을 잘 들어주면 구승훈도 모질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여재천이 말을 잘 듣든 안 듣든 구승훈에게 원하는 정보만 제공해주면 된다.그가 원하는 것은 도구였기에 여재천이 양쪽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곧 진행될 테니 준비 잘하고 있어. 여재천 씨가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그 기술들을 받아들여.”노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려던 찰나, 여명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우 오빠.”그녀가 다가와 노민우의 팔짱을 끼더니 강하리를 향해 대놓고 불만과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강하리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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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강하리의 질문은 맥락 없이 뜬금포였지만 한순자의 얼굴에 순간의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비록 찰나였지만 강하리와 구승훈은 똑똑히 보았다.한순자는 강하리를 노려보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여기 병원이야. 할아버지를 살리지도 못할지언정 감히 난동을 부려?”한순자가 크게 외쳤지만 은근히 가슴 찔린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는 원래 짐작만 하고 있다가 한순자의 태도가 너무 갑작스럽고 납득이 가지 않더라니 누군가가 분명 그녀 앞에서 또 험담했으리라 여겼을 뿐이다.하지만 뜻밖에도 추측이 맞아떨어졌다.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한순자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누가 찾아왔냐고요?”한순자는 여전히 같은 말만 반복하며 대답은커녕 오히려 그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강하리는 구승훈을 힐끗 보았다.“이틀간의 외부 CCTV 영상을 전부 가져와. 끝까지 입 안 열면 우리가 직접 조사할 수밖에.”한순자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급해졌다.“강하리, 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네 할아버지를 살리지도 못하면서 내 방법대로 해결하려는 것까지 막는 거야?”이 말을 들은 강하리와 구승훈은 모두 그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강하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이 할아버지 살릴 수 있대요? 무슨 방법인데요? 골수 이식? 아니면 무슨 약이라도 줬나요?”한순자의 눈빛이 더 세게 흔들렸고 심지어 두리번거리며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강하리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구승훈에게 CCTV 영상을 요구하고는 진강석 주치의의 사무실로 향했다.“강 대표님.”의사는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할아버지 병세가 궁금해서요. 이전에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갑자기 왜 위독해지신 거죠?”의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사무실 문을 닫고 나서야 다소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이건 정말 저희 잘못이 아니에요. 다 한순자 씨 때문입니다. 환자분께 대체 무슨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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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문자를 본 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응어리가 질 것 같았다.여초연을 의심하는 것과 상대가 여초연임을 확인하고 그와 동시에 협박까지 받고 있다는 건 아예 별개의 문제였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구승훈을 올려다보았다.눈앞의 남자는 침울한 감정을 꾹 억누른 채 잔혹함과 폭력성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을 듯했다.강하리는 사실 그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이해하고 있었다.과거 여초연이 도망쳤을 때,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짧은 문자 하나에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여초연은 분명 또다시 강하리에게 몹쓸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직접적으로 그녀를 해치지는 않아도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기에 구승훈은 이토록 격분하고 심지어 자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했다.강하리는 침묵하며 한숨을 쉬었다. 구승훈이 자신을 이토록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니 기뻐해야 마땅하겠지만 지금 그녀는 오롯이 이 남자가 안쓰러웠다.그녀는 손을 들어 구승훈의 얼굴을 감쌌다.“그러니까 여초연이 살아있다는 거지?”구승훈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줄 알았어. 화근은 천 년을 간다더니 여초연 정말 보통 화근이 아니네.”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웃으며 구승훈의 손가락을 잡았다.“됐어. 속상해할 필요 없어. 하늘이 무너질 것도 아니잖아.”강하리는 그렇게 말하며 구승훈을 끌고 병실로 들어섰다.메시지를 본 순간, 강하리는 잠시 망설였으나 구승훈의 죄책감과 고뇌를 본 후에는 마음의 저울이 완전히 기울어졌다.“조금만 더 기다리자.”그녀가 들어가 한순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예측이라도 한 듯 구승훈은 그녀가 문 앞에 서 있는 순간, 허리를 잡고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이 일은 서두를 필요 없어. 노민우 쪽에서 곧 소식이 올 거야.”그는 강하리의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눈가에 드리운 감정이 더욱 깊어졌다.“설령 노민우 쪽에서 늦어진다 해도 내가 최대한 빨리 어르신께 해독제를 찾아드리도록 할게.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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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진강석은 강하리의 손을 잡고 연신 그 세 글자를 반복하며 중얼거렸다.강하리는 묵묵히 그의 침대 곁에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순자 역시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듯 진강석의 손을 낚아채며 콧방귀를 뀌었다.“당신이 뭐가 미안해요? 얘는 그냥 양심 없고 배은망덕한 년이라고요. 당신이 이렇게 중병에 걸린 걸 뻔히 알면서도 골수 기증조차 마다했어요. 그런 애한테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요?”진강석은 황급히 손을 뻗어 강하리의 손을 다시 잡으려 했지만 그 순간 강하리가 이미 손을 거두었다.그뿐만 아니라 표정까지도 정상으로 돌아왔다.완벽하게 아름다운 얼굴에 일말의 냉담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침대 곁에 앉은 한순자를 내려다보며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한순자 씨, 잠시 나와주시겠어요? 여쭤볼 게 있어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눈과 코는 여전히 조금 붉었지만 눈가에 담겼던 조금 전의 복잡하고 비통한 감정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구승훈은 그녀를 막지 않고 그저 나지막이 말했다.“난 여기서 할아버지 지킬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한순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강하리의 뒷모습을 쏘아보았다. 마치 그녀의 등 뒤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였다.“네가 나오라면 나가야 해? 뭐라도 된 줄 아나 봐?”하지만 강하리는 그대로 문밖으로 나섰다. 마치 그녀가 지금 아무리 시치미를 떼더라도 결국 따라 나올 것을 예상한 듯 밖에서 기다렸다.한편 한순자는 강하리와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다.진강석이 힘겹게 밖을 가리키며 나가라고 해도 한사코 고집을 피웠다.“안 가요! 새파랗게 어린 것이 어딜 감히 어른에게 명령하려고 들어요? 뭘 그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난...”“어르신이 왜 갑자기 위독해지셨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덥석 가로챘다.한순자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훤칠한 체구의 남자가 불쾌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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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병원에서 나오자 강하리는 그제야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연지는 금방 교수님의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극히 드문 수술이라 다섯 시간을 꼬박했더니 어느새 녹초가 되었다.전화를 받은 그녀는 쉴 새 없이 불평을 쏟아냈다.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왜? 벌써 힘들어? 나갈 때 가슴 두드리면서 나중에 돌아와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한 게 누군데?”손연지는 혀를 찼다.“그냥 해본 말이야. 게다가 내 처지에 본때는 무슨?”강하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녀는 손연지 말속의 실망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몇 마디 위로하려던 찰나, 손연지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하리야, 나 사실 예전 생활이 정말 너무 지루했어. 종일 사랑 이야기 아니면 암투뿐이라 정말 재미없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배울 지식이 끝이 없고 연구할 것들이 산더미야. 오늘 내가 따라붙은 수술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평생 접할 기회가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난 지금 그걸 접했고 심지어 직접 했어. 이제 하루하루가 너무 만족스러워. 본때를 보여주든 말든 난 오직 나만 잘 해내면 돼. 딴 사람들은 신경 쓰고 싶지가 않아.”강하리는 손연지의 말을 들으며 저도 몰래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녀는 손연지가 행복하길 바랐다. 사람이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을 다할 때, 그 모습은 언제나 행복 그 자체였다.원래는 그 전화 때문에 손연지가 불행해질까 봐 걱정했었는데 지금 보니 모두 기우였다.“너 잘 지내는 거 보니까 나도 안심이 되네. 그건 그렇고 오늘 전화한 용건은 뭘까?”손연지가 배시시 웃었다.“나 내일 저녁 무렵에 보경시 도착하는데 데리러 와줄래?”강하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이렇게 빨리? 당연히 가야지.”“우리 딸 데리고 오는 거 잊지 마!”“오케이.”전화를 끊었지만 강하리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구승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연지 씨 돌아온대?”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곤 그에게 말했다.“노민우 씨한텐 일단 알리지 마.”구승훈이 알겠다고 답했다.그녀를 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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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강하리는 하지훈이 계속 이곳에 머무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구연정에게 친구가 적었으니 하지훈이 함께 놀아준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구연정에게 이토록 많은 선물을 사주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습관을 고치도록 방법을 찾아야 했다.강하리는 잠시 생각하다 방 안에 있던 옷과 장신구를 사진 찍어 구승훈에게 보냈다.구승훈은 곧바로 물음표를 보냈다.[지훈이가 연정이한테 사준 거래. 너 돌아오거든 지훈이랑 잘 얘기해봐. 더는 연정이한테 돈을 쓰지 말라고 말해줘.]그녀의 문자에 구승훈이 답장을 보냈다.[참나, 고작 이게 다야? 거지한테 구걸해도 이것보단 낫겠네.]이번에는 강하리가 물음표를 보냈다.[숙식비로 퉁쳤네. 지훈이만 싼값에 이득 본 거잖아.]강하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더 이상 그에게 답장하지 않았다.한편 구승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옆에 앉은 하영준을 바라보았다.하영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그래요?”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 댁 아드님더러 더 이상 초라하게 돈 쓰지 말라고 해요. 꼭 마치 누가 그까짓 돈이 부족한 것처럼 굴잖아요.”하영준은 그 말을 듣고 겸연쩍게 웃었다.“그럼 승훈 씨 능력으로 그 녀석 내쫓아 보던가요. 내가 모를 것 같아요? 구승훈 씨도 지금 얹혀사는 신세잖아요. 지훈이랑 별반 다를 것 없으면서.”구승훈은 느긋하게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적어도 내가 정말 반대한다면 지훈이도 진짜 그곳에 머물 수 없을 거예요.”하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마음대로 하시던가요. 어차피 승훈 씨가 쫓아낸 건 하지훈이지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요.”구승훈은 헛웃음을 지었다.“역시 하씨 가문의 처리 방식답군요. 그렇다면 왜 굳이 지훈이를 이곳으로 보냈어요? 자생 자멸하게 놔둘 것이지.”하영준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와이프한테 맞아 죽고 싶진 않거든요.”구승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영준은 혀를 차며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이때 밖에서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대표님, 구 대표님, 노현철 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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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조시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긴 해요?”구승훈은 몇 초간 말없이 그를 바라보더니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알다마다요.”“구승훈 씨!”조시욱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알고 있다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요구는 하지 말아야죠!”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조시욱의 눈빛이 한없이 짙어졌지만 구승훈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두 사람은 기 싸움을 벌일 기세였고 우울해 있던 노민우마저도 감정을 추스르고 그들을 말리려 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하영준이 눈짓으로 그를 제지했다.노민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구승훈을 보았다가 다시 조시욱을 보았다.솔직히 말해 그는 구승훈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구승훈이 강하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게다가 협력을 이야기하는 이상 목표가 일치한다면 당연히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인력 배치 역시 어느 한쪽만 희생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노민우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였다.하영준의 눈치를 살핀 그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구승훈은 태연하게 술을 마셨다. 마치 조시욱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말 협력을 거부할 것처럼 보였다. 이에 조시욱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승훈 씨도 알다시피 방금 제기한 요구사항 중 일부는 원칙에 어긋나요. 제가 편의를 봐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안을 하더라도 윗선에서 승인하지 않는다니까요.”구승훈이 꿈쩍도 하지 않자 조시욱은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구승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는 듯했다.그는 옷을 정리하며 냉소를 지었다.“원칙이 뭔데요? 충성이 원칙이면 효도도 원칙이지 않을까요? 시욱 씨 말대로라면 나랑 하리는 아무런 심적 부담 없이 임명우의 목숨으로 진강석 어르신의 목숨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단 뜻이겠네요? 이 일에 있어서 우리가 효를 선택하는 것도 원칙을 어긴 거라고 볼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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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구승훈이 집에 돌아왔을 때 구연정은 이미 잠들었고 하지훈과 강하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강하리는 한창 서류를 뒤적이는 중이고 하지훈은 책을 읽고 있었다.구승훈이 들어오자 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왔어? 밥은?”말하면서 그녀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구승훈은 옷깃을 잡아당기며 다소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마 안 마셨어. 연정이는?”강하리가 다가가 그의 넥타이를 풀어주었다.“잠들었어. 오늘 지훈이랑 너무 신나게 놀았나 봐. 애가 지훈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넌 모를 거야. 이제 밥 먹고 물 마시고 게임하는 것까지 다 지훈이가 함께 해야 해. 나 거의 실업자 된 기분이야.”구승훈은 하지훈이를 돌아보았는데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손에 책을 든 하지훈이 소파 옆에 서서 공손하게 인사했다.“삼촌, 오셨어요.”구승훈은 코웃음을 쳤다.“함부로 부르지 마라. 난 너랑 엮이고 싶지 않거든.”이에 강하리가 그의 가슴을 가볍게 툭 쳤다.“좀 상냥하게 말하면 안 돼?”구승훈은 속으로 야유를 날렸다.심씨 가문에서 아직 인정도 못 받았는데 뭣 하러 이 어린 녀석에게 상냥하게 굴어야 할까?그는 강하리의 손을 잡더니 가볍게 한 입 깨물었다.“왜 이렇게 감싸는 거야?”강하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넥타이로 구승훈의 손목을 감았다.“얼른 가서 씻어. 냄새나.”구승훈은 손목에 감긴 넥타이를 보더니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그는 몸을 숙여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우리 하리, 지금 나한테 신호 보내는 거야?”강하리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구승훈의 시선을 따라 넥타이를 내려다보았다.그제야 말뜻을 이해하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인간 밤에 나가서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머릿속에 온통 그런 생각뿐이지?’심지어 이곳엔 미성년자가, 그것도 지나치게 조숙한 미성년자가 있는데 말이다.“닥치고 가서 씻어.”강하리는 얼굴을 붉히며 구승훈을 밀쳤다.한편 구승훈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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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강하리는 하지훈을 위해 근처의 유명한 귀족 학교와 연락을 취했다.학교와 연락을 마친 후, 그녀는 하지훈을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다만 집을 나서기 전에 하지훈이 한사코 구연정을 안고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다.구연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하리에게 말했다.“오빠가 말하면 연정이가 고를게요.”강하리는 구연정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그래? 연정이가 오빠를 위해서 학교 골라줄 거야? 우리 연정이는 오빠한테 어떤 학교를 골라주고 싶어?”구연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연정이도 데려갈 수 있는 학교요.”강하리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어떤 학교든 오빠가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거야?”구연정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하지훈의 목을 꽉 껴안았다.“그럼 오빠 학교 가지 마요.”하지훈은 황급히 구연정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더니 다소 불만스러운 눈길로 강하리를 쳐다보았다.“이모, 사실 저는 학교 안 가도...”“그만해. 학교 안 갈 거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내보낼 거야.”강하리는 구연정을 품에 안고 나지막이 달랬다.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구연정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됐다.차에서 내릴 때, 아이는 서운한 목소리로 하지훈에게 말했다.“오빠 학교 가도 연정이 생각해야 해요.”하지훈은 내내 굳어 있던 얼굴에 마침내 미소를 띠었다.학교 측과의 상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강하리가 심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학교 측은 즉시 명액을 주었다.마침 개학 시즌이라 선생님은 하지훈이 오늘부터 바로 학교에 남아 적응하기를 바랐다.강하리도 당연히 동의했다. 선생님과 상담을 마친 후 그녀는 구연정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훈이 함께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자 구연정은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이는 강하리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하지훈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하지훈은 선생님을 따라 교실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잠시 후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선생님께 무언가를 말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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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하리는 줄곧 구승훈의 전화를 기다렸다.하지만 거의 도착할 때까지도 휴대폰이 울리지 않았다.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강하리는 입술을 깨물었다.“승훈 씨가 준봉 씨한테 뭐 전달하라고 한 거 없나요?”준봉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대표님은 오직 사모님과 연정 씨 안전만 잘 지키라고 하셨어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심씨 저택으로 돌아가요.”준봉은 재빨리 차를 돌려 심씨 저택으로 향했다.그녀가 심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다른 차 한 대도 저택 문 앞에 멈춰 섰다.한쪽으로 통화하면서 차에서 내리는 구승훈을 보자 강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구승훈에게 다가가 그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구승훈은 상대에게 무언가 지시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강하리는 그를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문연진이 탈옥했어?”구승훈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노가 담겨 있었다.“아마 또 여초연이 일을 꾸민 것 같아. 지금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려는 속셈인가 봐.”“여초연 이미 연성으로 도망쳤어?”질문을 마친 그녀는 구승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너 연성으로 돌아갈 거야?”강하리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지만 시선을 마주하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여 그의 손목에 난 흉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 흉터는 구승훈이 이성을 잃었던 기간에 생긴 것이 분명했다.구승훈이 또다시 홀로 여초연과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강하리는 마냥 답답할 따름이었다.연성은 보경과 다르다. 그곳이 비록 구승훈의 구역이라 해도 동시에 여초연의 구역이다.게다가 구승훈의 세력은 지난 2년간 거의 전부 보경으로 옮겨졌다. 그러니 지금 연성으로 돌아가 여초연과 맞선다면 구승훈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을 터였다.강하리가 걱정하자 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가볍게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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