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야.”“하리 씨!”거의 동시에 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노민우는 손연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손연지는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수천 리 떨어진 곳에서 손연지는 노민우의 목소리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듣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휴대폰을 잡은 손에 무심코 힘이 더 들어가고 끼익 소리까지 났다.아무런 동요도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광풍이 다시 휘몰아쳤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유일한 생각은 도망치는 것이었다.전화를 끊으려던 움직임은 강하리의 한마디에 멈추고 말았다.“왜 피투성이가 됐어요?”노민우는 응급실 방향을 보며 대답했다.“지현미 씨가, 사모님이 위층에서 떨어졌어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돌아보았다. 한편 그는 응급실 방향을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병원 로비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방금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은 이미 거의 흩어진 후였다.구승훈은 마치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듯 거리낌 없이 물었다.“여재천 씨가 개발한 약물이 너희 계명 제약에 진출할 거라고 얘기했어?”노민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능구렁이 영감님은 다른 속셈이 있을 테지만 그렇게 쉽게는 안 될걸.”구승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가 여재천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여재천이 순순히 말을 잘 들어주면 구승훈도 모질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여재천이 말을 잘 듣든 안 듣든 구승훈에게 원하는 정보만 제공해주면 된다.그가 원하는 것은 도구였기에 여재천이 양쪽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곧 진행될 테니 준비 잘하고 있어. 여재천 씨가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그 기술들을 받아들여.”노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려던 찰나, 여명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우 오빠.”그녀가 다가와 노민우의 팔짱을 끼더니 강하리를 향해 대놓고 불만과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강하리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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