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동 펜트하우스 거실.구승훈은 하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빤히 바라보았고 강하리는 주방에 가서 우유 한 잔을 데워 왔다.“너무 늦었는데 일단 우유라도 마시고 자.”그러자 하지훈은 빠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고작 일곱, 여덟 살에 불과하지만 강하리는 하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만 그가 어린애라고 느꼈다.그리고 나중에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줬을 때나,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복사해 줄 때나, 아니면 리조트에서 하영준과 다시 마주쳤을 때는 분명 아주 말을 잘 듣고 철이 일찍 든 아이로 보였다.하여 하지훈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더 컸기에 강하리는 그의 얼굴을 살짝 주무르며 말했다.“고맙긴, 네가 이모를 여러 번이나 도와줬는데 내가 더 고맙지.”그러자 하지훈은 활짝 웃었는데 맑은 눈빛이 하영준과 똑 닮아 있었다.“당연히 도와드려야죠.”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구승훈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비록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강하리는 지금 그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는데 대체 왜 어린아이랑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를 한껏 노려보며 말했다.“승훈 씨는 가서 일 봐. 지훈이는 내가 맡을게.”그러나 구승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하지훈에게 물었다.“아빠한테서 쫓겨났으면 심씨 가문에 갈 것이지 왜 우리 집에 왔는데?”그러자 하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었는데 강하리는 이상하게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승훈 씨, 그만 가서 일 보라니까?”구승훈을 밀어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끄떡도하지 않았다.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구승훈 때문에 머리가 아파져 오던 이때, 하지훈이 갑자기 가방에서 문서 하나를 꺼냈다.“삼촌, 이건 제가 이 집에 잠시 머무는 동안 드는 숙식비입니다. 혹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말씀 주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이번에는 웬 상자 하나를 꺼냈다.“그리고 이건 우리 아빠가 가져다주라고 하셨던 물건인데 이전에 삼촌이 저희 쪽으로 주문했던 거라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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