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욱은 유주아가 박민호 편을 그렇게 들어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금껏 공들여 유주아 앞에서 쌓아온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심홍욱은 더는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그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유주아 씨, 그런 말씀까지야... 그냥 물어본 거예요. 행사도 끝났고, 저도 일이 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밖으로 나서자, 최현아가 급히 따라 나왔다.“홍욱아! 어떻게 됐어?”“망했지 뭐... 박민호가 다 망쳐놨어.”심홍욱은 한숨과 함께 씁쓸하게 대답했다.최현아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이젠 누나도 더 애쓸 필요 없어. 유주아가 내가 유부남이란 걸 알아버렸어. 지금쯤 나를 사기 결혼하려던 놈쯤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제 가능성은 없어.”그 말을 내뱉고는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최현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 있다가, 분노에 치를 떨며 발을 굴렀다.“진짜, 그 죽일 놈의 박민호...!”한편, 차 안에서, 심홍욱의 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을 보니, 아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홍욱 씨, 오늘 언제 들어와요?]말풍선 끝엔, 눈망울이 동그랗고 간절한 고양이 이모티콘 하나가 따라붙어 있었다.그 순간, 아내의 다정하고 포근한 얼굴이 떠올랐다.심홍욱은 손에 쥐고 있던 경매 낙찰 목걸이를 무심코 꼭 쥐었다.그는 잠시 눈을 감고 망설인 끝에, 그는 답장을 보냈다.[곧 들어갈게.]문자를 보내고 나서도,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무거워졌다.오늘에서야 그는 처음으로,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어두운 마음을 똑바로 마주한 것이었다.그는 분명 아내를 사랑했다. 평범한 집안의 딸이었지만, 그 많은 반대를 뚫고 결국 자신이 선택해 함께한 여자였다.결혼 후 첫 3년은 정말 행복했다. 아이가 없어도, 둘이 함께하는 삶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새 8년이 지났다. 그 시절의 설렘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그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었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