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2021 - Bab 2030

2030 Bab

제2021화

“내 시간을 전부 다 써가며 준비한 건 아니야.”유남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어딨어, 바보야.”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고, 오랜 시간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그 순간, 유남준의 목울대가 불쑥 올라오더니, 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 침실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박민정은 유남준의 팔에 안긴 채 눈을 떴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곁에 누운 그의 잘생긴 얼굴이었다.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세월이 흐른 만큼 유남준도 예전 그대로는 아니었다.이제 그의 얼굴에는 더 깊어진 침착함이 있었고, 예전에는 없던 따뜻한 부드러움도 스며 있었다.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유남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잠결에도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박민정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자, 유남준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먼저 입을 맞췄다.그리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박민정은 그의 품에 파묻혀 대답했다.“잠이 안 와서요.”요즘 그녀는 자주 꿈을 꾸곤 했다.그 꿈이 불안해서인지, 새벽마다 쉽게 잠에서 깨곤 했다.유남준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럼 그냥 누워서 얘기 좀 하자. 괜찮지?”“그래요.”박민정은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했다.유남준은 말없이,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그리고 그녀가 다 털어놓은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흠... 민호가 정말 변하긴 했나 보네.”“응, 계속 그렇게만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박민정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사실... 난 아직도 걔가 너무 싫어요. 예전에 나 팔아넘긴 거,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 돼요. 그래도... 아빠한테 진 빚이 있으니까.”그녀가 박민호를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박형식 때문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박민호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든,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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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2화

“뭐라고? 네 아빠가 걔한테 부탁을 했다고?”김말숙이 벌컥 소리쳤다.“네 아빠는 걔 외삼촌이야! 엄연한 어른이라고! 그걸 놔두고 부탁을 해?”한서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하... 요즘 세상에 어른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할머니는 걔 외할머니잖아요. 근데 걔가 할머니를 사람 취급이나 하긴 해요?”그 한마디에 김말숙은 말문이 턱 막혔다.한서진은 혹시 할머니가 박민정에게 또 무슨 일을 벌이려나 싶어 눈치를 살폈지만, 의외로 김말숙은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할머니, 설마 민정이 그냥 놔둘 생각은 아니죠?”겉으론 박민정에게 고개 숙였지만, 한서진은 여전히 속으론 그녀가 밉고, 잘되지 않았으면 싶었다.오랜 침묵 끝에 김말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 됐다. 지금 박민정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 말에 한서진은 멍해졌다.“할머니... 예전엔 안 이러셨잖아요.”“너희 아빠가 그러더라. 더는 문제 만들지 말라고. 그리고... 민호도 전화 와서, 박민정한테 사과하라고 했다.”김말숙은 아들들과 박민호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한서진은 김말숙이 아들과 손자를 편애한느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편들 줄은 몰랐다.“네...”그녀는 결국 더는 말하지 않고 물러났다.그런데 김말숙이 한마디 더 보탰다.“너도 민정이랑 잘 지내봐. 지금 걔는 예전 그 애가 아니야. 너처럼 시댁에서 쫓겨나 친정살이하는 처지랑은 급이 다르다고.”한서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예상한 그대로였다. 김말숙과는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냈다.예상대로, 새로 만든 부계정도 박민정에게 거절당한 상태였다.“하... 이걸 어쩌지.”박민정에게 다시 붙지 못하면, 시댁으로 돌아가는 건 영영 물 건너간 셈이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전화도 걸어봤지만, 차단당해 아예 연결이 되지 않았다.이제 정말 손쓸 방법이 없었다.고민 끝에 그녀는 사촌 동생 한유리를 떠올렸다.박민정과 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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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화

“이제 대학 졸업했지?”박민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얼마 전에 졸업했어요.”한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럼 지금은 어디 다녀?”잠깐의 정적. 한유리가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아직은요... 못 구했어요. 근데 엄마 아빠가, 저보고... 시집가래요.”“저... 결혼하기 싫어요, 민정 언니.”그녀 부모가 정해놓은 상대는 재혼남에다 나이도 많고, 외모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묻지 않아도, 박민정은 대충 감이 왔다.“유리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그러니까 더더욱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억지로 하지 마.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뭐라 해도, 결국 네 인생은 네 거야.”“그... 그런데... 그게, 부모님이잖아요...”한유리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떨렸다.그 모습이 꼭,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짊어져야 했던 무게.그걸 벗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박민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유리야. 부모가 우릴 낳은 건 그들 선택이지, 우리가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잖아. 그리고 부모라고 해서 항상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고. 틀린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해. 안 그러면 너 인생, 진짜 네 거 아니게 돼.”박민정은 잠깐 말을 고르더니, 한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만약 진심으로 원한다면, 우리 회사로 와. 나랑 같이 일해보자.”지엔 그룹. 말만 해도 사람들 부러움 사는 회사였다.한유리는 손에 쥔 핸드폰이 미세하게 떨릴 만큼 긴장한 채 물었다.“진, 진짜요...?”“그럼. 내가 괜히 말하겠어?”박민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그리고 한서진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정말 감사합니다, 민정 언니! 저, 진짜 일하고 싶어요. 저 이제 부모님한테도 말할 거예요. 저 시집 안 간다고요!”흥분한 한유리는 거짓말처럼 말이 술술 나왔다. 평소의 더듬는 말투도 사라졌다.그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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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화

한서진은 어릴 적부터 한유리를 틈만 나면 괴롭혀왔다.한유리는 늘 순응하며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달랐다.그녀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그럼 말씀하세요. 이젠, 안 무서우니까요.”그 순간, 한서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언제나 찍소리도 못하던 그 애가 감히 자기에게 이렇게 대들다니... 상상도 못 했다.“유리 너, 이제 말대답까지 하네? 너 진짜, 내가 직접 가서 정신 좀 차리게 해줘야 알겠어?”사실, 한유리는 여전히 두려웠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박민정의 말이 떠올랐다.‘이대로 평생 눈치만 보며 살 순 없어.’그녀는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오세요. 근데 이제 예전처럼은 안 당해요. 마음대로 혼내시든지요. 전, 더 이상 가만있지 않아요.”뚝.전화가 끊겼다.말문이 막힌 건 오히려 한서진이었다.한서진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한유리... 그 조용하고 착하기만 했던 애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화를 억누르며 핸드폰을 쥐어짜던 그녀는 순간 한유리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고자질하고 싶었지만, 이내 손가락을 멈췄다.그래 봐야 본인은 조카고, 유리는 친딸이다. 말해봤자 자신만 더 추해질 뿐이었다....한유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혹시 한서진이 정말 부모님께 뭐라고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늘 자신을 미워했으니까.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부모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다.그제야 한유리는 안도했다.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한서진은 결국 고자질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요즘 부모님은 박민정의 배경을 알고부터는 오히려 박민정과 잘 지내라며 등을 떠밀고 있었다.“박민정이랑은 계속 잘 지내. 앞으로 도움 될 사람 같으니까.”세상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그리고 그 바뀐 세상 속에서, 한유리는 박민정의 소개로 지엔 그룹에 정식 입사하게 됐다.박민정은 사적인 감정 없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한유리의 경력에 맞는 부서를 추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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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5화

박민정은 늘 정민기가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까?“내가 좀 알아봐 줄까?”박민정이 조심스럽게 묻자, 진서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 사람 알면 화낼 거예요. 제가 몰래 캐묻는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진서연은 정민기를 정말 좋아했다.둘의 관계가 어딘가 불안정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걸 들춰내고 싶진 않았다.그저, 이대로라도 좋았다.박민정도 그 마음을 느꼈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날 오후, 정민기는 예상보다 일찍 돌아왔다.하지만 진서연을 먼저 찾은 게 아니라, 박민정의 사무실을 찾았다.정민기는 문을 닫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집안에 일이 생겨서요. 더는 민정 씨의 보디가드를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대체 인원은 준비해 뒀고, 앞으로 그 사람이 민정 씨의 안전을 책임질 겁니다.”박민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갑자기 왜요? 무슨 일이 생긴 건데요?”그저 걱정에서 나온 말이었다.사적인 걸 캐묻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하지만 정민기는 짧게 잘라 말했다.“집안일입니다. 별일 아니에요.”그렇게 선을 긋자, 박민정도 더 묻지 않았다.여태껏 함께한 시간들, 자신을 지켜줬던 정민기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네요.”박민정은 조심스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여기 제 마음이에요. 꼭 받아줘요.”정민기의 월급은 적지 않았지만, 박민정에게는 그가 지켜준 지난 시간들이 훨씬 소중했다.그에 비하면 돈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하지만 정민기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전 정당한 급여 받고 일한 거고, 지금은 제 뜻으로 그만두는 거니까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박민정은 내밀었던 손을 머쓱하게 거뒀다.“그럼, 내가 빚 진 거네요. 언젠가 도움 필요하시면 꼭 말해 주요.”이번에는 정민기도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그는 늘 그렇듯, 돌려 말하지 않는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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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6화

방 안은 숨이 막힐 듯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창밖으로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고, 굵은 눈발이 하늘에서 쉼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한참을 그렇게 침묵만 흐르던 끝에, 정민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서연 씨가 원한다면... 우리, 그만해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진서연은 손을 꽉 움켜쥐며 차오르는 씁쓸함을 꾹 눌렀다.“내가 원한다면...? 그럼 내가 원하지 않으면요? 그땐 어쩔 건데요?”그녀의 되묻는 말에, 정민기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 조용한 침묵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진서연은 코끝이 시큰해졌지만, 끝끝내 눈물을 참았다. 이대로 울어버리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아서...“정말 헤어지고 싶으면, 적어도 이유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집안일이 있어서 잠깐 다녀온다고 해놓고는, 그걸로 내가 순순히 헤어지길 바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에요? 내 그렇게 쉬워 보여요?”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와 상처가 고스란히 흘러나왔다.하지만 정민기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그 태도는 오히려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진서연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그리고 매섭게 눈을 치켜올렸다.“말 좀 해봐요, 민기 씨. 왜 아무 말도 안 해요?”그제야 정민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만약 헤어지기 싫다면, 날 조금만 기다려줘야 해요...”진서연의 눈빛이 흔들렸다.“기다리라고요? 왜요? 민기 씨, 대체 뭘 하러 가는 건데요? 그리고 ‘조금’이라는 게... 얼마나요? 하루예요? 한 달이에요? 아니면 1년?”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속이 뒤엉켜 견딜 수가 없었다.정민기는 차분히 설명했다.“집안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쉽게 끝나지 않아요. 언제가 될진 나도 몰라요... 그래서 정확한 시간을 약속할 수 없어요. 그게 미안해서 그래요. 서연 씨가 기다리기 싫다면, 그냥 여기서 그만두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괜히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진심이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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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7화

박민호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전보다 훨씬 철이 들었고,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이젠 안다.박민정이 돈이 없어서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이제 더는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감싸줄 마음이 없다는걸.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였고, 자신은 이미 박민정에게 너무 많은 걸 빚지고 있었다.그런 입장에서 또 뭘 달라며 들이민다는 건, 뻔뻔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그날 저녁, 박민호는 퇴근 길에 고기 꼬치 두 봉지를 포장해 들고 집에 들어왔었다.최민아는 오늘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다녀왔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그녀는 늘 그랬듯, 물에 대충 끓인 국수 한 그릇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기름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맨 국수였다.박민호는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고기 사놨잖아요.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왜 그걸로 볶아서 먹지 그랬어요? 맨날 이런 면만 먹으면 몸 상해요.”최민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늦게 들어왔는데 언제 또 볶아요. 그냥 면 좀 끓여서 배만 채우면 되죠, 뭐.”하지만 박민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자기가 사 온 음식엔 손도 안 대고 있다는걸.그는 말없이 꼬치 포장 하나를 들고 와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이거요. 같이 먹죠.”최민아는 눈앞에 놓인 꼬치를 한참 바라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저 배불러요.”“두 봉지나 샀어요. 민아 씨가 안 먹으면 나 혼자 다 못 먹어요. 남기면 그냥 버려질 텐데요. 배부르면 조금만 먹어요.”박민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리에 앉아 꼬치 한 봉지를 먹기 시작했다.최민아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다른 봉지를 집어 들었다.“고마워요...”그녀는 알고 있었다. 박민호가 그렇게까지 말한 건, 결국 자기를 걱정해서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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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8화

박민호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이제야 비로소, 스스로가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제대로 직시하게 된 것이다.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던 최민아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좀 정신 차린 것 같네요. 앞으로는 누나한테 잘해야죠?”“그럼요.”박민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다 내 곁에 있을 줄 알았고, 영원할 거라 믿었죠.근데 이제야 알아요. 두 번 다시 누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깨달음은 너무 늦어버렸다.박민호는 문득 최민아를 바라봤다.그 눈빛엔 미처 자각하지 못한 따뜻한 감정이 고여 있었다.“민아 씨 덕분이에요. 정말 많은 걸 깨달았어요.”최민아는 그 말에 살짝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아이, 내가 뭘요. 결국엔 민호 씨가 스스로 느낀 거잖아요.”그녀의 말에 박민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언제부터인지,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걸 느끼고 있었다.“내가... 좀 더 일찍 민아 씨를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요.”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게 뭐예요?”최민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묻자,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한번 열어봐요.”그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은 그녀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그 안엔 아담하고 예쁜 귀걸이 한 쌍이 담겨 있었다.“이건...?”“제가 샀어요. 귀 뚫은 거 봤는데 귀걸이는 안 하길래요. 오다가 예쁜 게 보여서요.”사실 박민호는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누군가 수공예 귀걸이를 파는 모습을 보고,딱 그녀가 떠올라 아무 생각 없이 사버렸던 것이었다.하지만 최민아는 바로 귀걸이를 돌려주며 단호히 말했다.“이건 받을 수 없어요.”“왜요?”박민호는 당황한 듯 말했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급히 덧붙였다.“비싼 것도 아니에요. 그냥 길가에서 샀어요. 20만 원밖에 안 해요.”그 말에 최민아는 그대로 멍해졌다.‘겨우 20만 원? 길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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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9화

“어쩔 수 없었어요.”최민아는 박민호의 말을 들은 뒤,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우리 부모님, 저 하나뿐이거든요. 내가 안 돌보면 누가 해요?”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밴 지친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사실, 그녀도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불효자 소리 듣더라도, 부모님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만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무엇보다, 부모님 없는 삶이란 그녀에겐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만약 그분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녀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았다.“그렇네요...”박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그녀를 바라봤다.최민아는 문 안으로 들어가려다, 그제야 박민호가 여전히 자기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조금 민망해하며 슬쩍 손을 뿌리쳤고, 곧장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근데 민호 씨, 갑자기 선물은 왜 준 거예요? 설마... 저 좋아하게 된 건 아니죠?”그 말에 박민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마치 난로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무, 무슨 소리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그는 손을 휘저으며 허둥지둥 부정했다.“나는... 나는 부드럽고, 조용한 스타일이 좋아요. 민아 씨 같은 성격은 내 타입 아니에요. 그리고, 친구끼리 선물 하나 못 해요?”“아, 그래요?”최민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니 다행이네요.”그녀는 싱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이내 물 두 컵을 받아와 하나는 자신이 들고, 하나는 박민호 앞에 내밀었다.박민호는 조심스럽게 컵을 받아들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망설이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근데... 왜 안 좋아해서 다행이라는 거예요?”최민아는 여느 때처럼 웃었지만, 그 미소 뒤에 감춰진 쓸쓸함은 가시지 않았다.“왜긴요. 우리 집안 형편 보셨잖아요. 민호 씨는 재벌가 아들이고, 나는 그냥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배경을 가진 여자예요. 서로 너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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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0화

고영란은 회사를 직접 경영하진 않았지만, 유씨 가문의 친척들이나 각종 인맥 관리, 사소한 인간관계 처리까지도 손수 사람을 시켜 다 챙겨왔다.심지어 거래처 사모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억지로 웃고 구애하며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이 모든 걸 지켜본 가정부는 속이 상해 유씨욱에게 조심스레 말했다.“회장님, 지금 회장님이 하시는 일, 예전엔 다 사모님이 하시던 거예요.”쇼파에 축 늘어져 있던 유지욱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그를 바라보던 가정부는 그의 눈빛에 깜짝 놀라 한 발 물러섰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유지욱은 성격이 포악한 편은 아니라 다행히 화를 내진 않았다.“유씨 가문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었어?”그가 무심히 말하자, 가정부는 곧장 받아쳤다.“하지만 지금은, 사모님이랑 회장님... 이혼하셨잖아요.”유지욱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잠시 침묵하던 그는 화제를 돌렸다.“곧 새해잖아. 가족끼리 모여서 좀 북적북적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가서 고영란한테 준비 좀 하라고 해.”하지만 가정부는 제자리에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회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대신 가봤자, 고영란이 들은 체도 하지 않으리라는걸.요즘 두 사람은 며칠째 말 한마디 섞지 않았고, 마주쳐도 그저 흘겨보고 지나칠 뿐이었다.유지욱은 이마를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물었다.“내가 뭘 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지금 누가 고용주야? 내가 사장이야, 네가 사장이야?”고개를 숙인 가정부는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만은 뚜렷했다.“회장님, 제 월급은 사모님이 주십니다.”가정부는 도무지 유지욱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유지욱은 한쪽 입꼬리를 실룩이며 중얼거렸다.“좋아. 아주 잘들 하네.”그는 벌떡 일어나 직접 나섰다. 고영란을 직접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이혼 이후, 고영란은 그야말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더 이상 누구에게도 맞추거나 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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