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 졸업했지?”박민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얼마 전에 졸업했어요.”한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럼 지금은 어디 다녀?”잠깐의 정적. 한유리가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아직은요... 못 구했어요. 근데 엄마 아빠가, 저보고... 시집가래요.”“저... 결혼하기 싫어요, 민정 언니.”그녀 부모가 정해놓은 상대는 재혼남에다 나이도 많고, 외모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묻지 않아도, 박민정은 대충 감이 왔다.“유리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그러니까 더더욱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억지로 하지 마.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뭐라 해도, 결국 네 인생은 네 거야.”“그... 그런데... 그게, 부모님이잖아요...”한유리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떨렸다.그 모습이 꼭,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짊어져야 했던 무게.그걸 벗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박민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유리야. 부모가 우릴 낳은 건 그들 선택이지, 우리가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잖아. 그리고 부모라고 해서 항상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고. 틀린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해. 안 그러면 너 인생, 진짜 네 거 아니게 돼.”박민정은 잠깐 말을 고르더니, 한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만약 진심으로 원한다면, 우리 회사로 와. 나랑 같이 일해보자.”지엔 그룹. 말만 해도 사람들 부러움 사는 회사였다.한유리는 손에 쥔 핸드폰이 미세하게 떨릴 만큼 긴장한 채 물었다.“진, 진짜요...?”“그럼. 내가 괜히 말하겠어?”박민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그리고 한서진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정말 감사합니다, 민정 언니! 저, 진짜 일하고 싶어요. 저 이제 부모님한테도 말할 거예요. 저 시집 안 간다고요!”흥분한 한유리는 거짓말처럼 말이 술술 나왔다. 평소의 더듬는 말투도 사라졌다.그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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