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재민은 당황한 듯 말까지 더듬었다.그제야 정신이 든 듯, 유주아는 자신이 너무 나간 걸 깨닫고 황급히 손을 거뒀다.“아, 저기... 신경 쓰지 마요. 그런 뜻 아니었어요.”당황한 얼굴로 얼버무린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그러는 사이, 강재민의 눈빛엔 알 수 없는 열기가 번져갔다.그녀는 그것도 모른 채, 점점 더 수줍게 시선을 피했다.“유주아 씨, 정말... 저 기억 안 나요?”강재민이 갑작스레 물었다.“네?”유주아는 멍하니 되물었다.“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어요?”그녀의 순수한 반응에, 강재민은 헛웃음을 지었다.아무리 봐도 그녀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면, 애초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었을지도.“아니에요. 그냥 내가 착각했나 봐요.”강재민은 짧게 말을 남기곤, 허겁지겁 버스 정류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유주아는 멀어져가는 강재민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하아... 됐어, 됐어. 괜히 또 남자랑 엮이면 골치 아프지.”한 번 크게 상처받고 나면,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이 겁이 나기 마련이다.몇 번이고 다치고 나면, 믿음도, 감정도, 다 닳아버리는 법이니까.유주아는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집에 도착한 뒤에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강재민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다.“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나지?”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못해, 결국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거실엔 불이 켜져 있었고, 소파에 최영선이 앉아 있었다.“주아야, 아직도 안 잤니?”“잠이 안 와서요. 엄마는요?”“나도. 네 걱정 때문에 말이야. 도대체 이 많은 진주시 남자 중에, 왜 너한텐 괜찮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니... 너, 박민호라는 애 기억하지?”“당연히 기억하죠.”유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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