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개인 별장 안, 단 한 줄기 빛조차 없었다.술병 더미 사이에 앉아 있던 남자는 벽에 기대 눈을 감은 채, 마치 잠든 사람처럼 미동도 없었다.그러던 중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밖에서 밀리며 천천히 열렸다.문틈으로 조심스럽게 빛이 스며들자 남자는 즉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빛에 익숙해지는 데 한참이 걸렸고 그제야 그는 손을 내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문 앞에는 한 남자가 역광을 등지고 서 있었다.번쩍이는 가죽 구두를 신은 채, 그 남자는 말없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유남준이었다.그는 방 안으로 들어와 조명을 켰고 술병 더미 속에 파묻힌 유남우의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덥수룩한 수염, 엉망이 된 옷차림, 초췌하고 지쳐 보이는 얼굴.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갔다.“이렇게 살다가 죽을 생각이냐?”그 말에 유남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비웃으러 온 거야?”유남준은 근처 의자에 앉으며 냉소적인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봤다.“지금 네 꼴이 비웃을 만한 수준은 되냐?”유남우는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거칠게 두어 번 기침을 하고 물었다.“그래서 뭘 하려고 왔는데? 설마 날 보러 온 건 아닐 테고.”“할 말이 있어.”“뭔데.”“다혜 양육권, 손연서 씨에게 넘겨. 그래야 그 아이 제대로 자랄 수 있어.”‘다혜’라는 이름이 나오자 유남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동의도 거절도 없었다.유남준은 더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날 미워하는 거야 이해해. 하지만 진짜 능력 있으면 나한테 정면으로 붙어야지, 왜 애를 들먹여.”정적이 길게 흘렀고 유남우가 결국 입을 열었다.“좋아. 넘기지. 하지만...”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유남준을 정면으로 바라봤다.“나한테 빌어.”어릴 적부터 유남우는 유남준의 그림자였다.집안에서도 세상에서도 모든 면에서 그는 비교의 대상에 불과했다.한 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고 유남준은 그에게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유남준은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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