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2041 - Bab 2050

2070 Bab

제2041화

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진서연에게 바로 연락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돌아서자마자 갑자기 들어오는 유남준과 정면으로 부딪혔다.유남준은 급하게 움직이는 박민정의 모습에 눈길을 멈추고 물었다.“왜 그래? 방금 누구랑 통화했는데 그렇게 급해 보여?”“별일 아니에요. 서연이한테 급하게 볼 일이 있어서요.”박민정은 그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재빠르게 진서연 집으로 향했다.지금 진서연은 혼자서 정민기 일 때문에 많이 걱정하고 있을 테니, 빨리 가서 위로해주고 싶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남준은 박민정이 핸드폰도 안 들고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둔 걸 보고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띵!”알림음과 함께 화면에 연지석의 메시지가 떴다.[민정아, 몸 꼭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알려. 유남준 씨가 너한테 잘못하는 일 있으면 바로 말해. 난 항상 네 든든한 버팀목이니까.]유남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핸드폰을 열려 했지만 박민정이 비밀번호를 바꿔둔 걸 알아차렸다.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그는 망설임 끝에 핸드폰을 껐고 그 상태로 박민정을 찾으러 나섰다. 박민정은 진서연을 다독이고 돌아오는 길에 유남준과 마주쳤다.“왜 여기 있어요?”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가 핸드폰 깜빡하고 두고 가서 내가 가져왔어.”유남준은 핸드폰을 내밀었다.박민정도 그제야 핸드폰을 아무 데나 내려놓았던 걸 떠올렸다.그녀가 막 핸드폰을 받으려던 찰나, 유남준이 덧붙였다.“아, 방금 연지석 씨한테서 메시지 왔던데 내가 실수로 봐버렸어.”“뭐라고 왔는데요?” 박민정이 핸드폰을 받으며 물었다.“네가 직접 봐.” 유남준은 약간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박민정은 그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핸드폰을 켜서 메시지를 확인했다.그리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난 괜찮아. 남준 씨가 나한테 잘해줘. 걱정해줘서 고마워.]문자를 보내고 고개를 들자 유남준은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박민정은 장난기 어린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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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 그 사람이 너한테 또 연락하면 무슨 일이든 나한테 꼭 말해. 숨기지 말고.”“네. 알겠어요.”박민정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러고는 유남준이 자신의 얼굴에 얹었던 손을 조용히 내려놓았다.“이제 집에 가요.”서로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그 순간, 유남준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안도감을 느꼈다.지금은 예전과 다르다.예전의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는 박민정이 자신을 떠날까 봐, 또다시 누군가에게 끌려가 버릴까 봐 두려웠다.유남준은 걷다가 불쑥 물었다. “민정아, 너 나 사랑해?”박민정은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빛과 말투가 평소와 너무 달랐다. 너무도 진지해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우리 부부 된 지가 언젠데. 애도 넷이나 있는데 지금 와서 사랑이니 뭐니, 그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유치하게...”억지로 웃어보려 했지만 유남준은 미동도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치 놓치기 싫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더 꽉 쥐었다. “그래서 사랑하긴 해?”이번엔 눈빛까지 단단했다. 그가 너무 세게 손을 잡아서 손끝까지 저릿할 정도였다. 박민정은 입술을 달싹였다.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순간, 박윤우가 두 사람 쪽으로 달려왔다.“엄마! 어디 갔다 왔어요?”박민정은 급히 몸을 숙이며 아이를 반겼다.“서연이 이모 찾으러 갔다 왔지. 왜?”“연서 이모 왔어요.”‘연서 씨...?’박민정은 그 말에 유남준의 손을 놓고 박윤우의 손을 잡아 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소파엔 손연서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박민정을 보자 바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민정 씨.”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박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박민정은 요즘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누굴 만나든 다 똑같은 위로를 건넸고 그 말들이 그녀를 자꾸만 현실로 되돌려놨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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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어둠이 짙게 깔린 개인 별장 안, 단 한 줄기 빛조차 없었다.술병 더미 사이에 앉아 있던 남자는 벽에 기대 눈을 감은 채, 마치 잠든 사람처럼 미동도 없었다.그러던 중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밖에서 밀리며 천천히 열렸다.문틈으로 조심스럽게 빛이 스며들자 남자는 즉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빛에 익숙해지는 데 한참이 걸렸고 그제야 그는 손을 내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문 앞에는 한 남자가 역광을 등지고 서 있었다.번쩍이는 가죽 구두를 신은 채, 그 남자는 말없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유남준이었다.그는 방 안으로 들어와 조명을 켰고 술병 더미 속에 파묻힌 유남우의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덥수룩한 수염, 엉망이 된 옷차림, 초췌하고 지쳐 보이는 얼굴.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갔다.“이렇게 살다가 죽을 생각이냐?”그 말에 유남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비웃으러 온 거야?”유남준은 근처 의자에 앉으며 냉소적인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봤다.“지금 네 꼴이 비웃을 만한 수준은 되냐?”유남우는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거칠게 두어 번 기침을 하고 물었다.“그래서 뭘 하려고 왔는데? 설마 날 보러 온 건 아닐 테고.”“할 말이 있어.”“뭔데.”“다혜 양육권, 손연서 씨에게 넘겨. 그래야 그 아이 제대로 자랄 수 있어.”‘다혜’라는 이름이 나오자 유남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동의도 거절도 없었다.유남준은 더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날 미워하는 거야 이해해. 하지만 진짜 능력 있으면 나한테 정면으로 붙어야지, 왜 애를 들먹여.”정적이 길게 흘렀고 유남우가 결국 입을 열었다.“좋아. 넘기지. 하지만...”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유남준을 정면으로 바라봤다.“나한테 빌어.”어릴 적부터 유남우는 유남준의 그림자였다.집안에서도 세상에서도 모든 면에서 그는 비교의 대상에 불과했다.한 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고 유남준은 그에게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유남준은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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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박민정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조금 놀란 표정으로 유남준에게 물었다.“어떻게 남우 씨를 설득했어요? 그 사람 전에는 아무리 말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요.”유남준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자신이 직접 유남우에게 찾아가 머리를 숙이며 부탁했다는 건 끝까지 숨겼다.“아마 양심에 찔렸나 봐. 난 그냥 손연서 씨가 다혜를 정말 잘 돌보고 있다고만 했어.”박민정은 그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남우 씨가 정말 좀 달라졌으면 좋겠네요.”“응.”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걱정이 가득했다.유남우는 쉽게 변할 사람이 아니었다.특히나 지금처럼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이 자신을 철저히 고립시킨 상태라면 더더욱.유남우의 개인 별장 안,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이 몇 차례 진동했지만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누가 전화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고 그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전화한 사람은 바로 홍주영이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끝없는 무응답뿐이었다.“왜 이렇게 계속 안 받는 거지...?”홍주영은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유남우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하지만 며칠 전, 전 동료들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유남우가 며칠째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것.회사의 업무까지 마비될 정도로 그 누구도 그와 닿을 수 없다는 소문이었다.옆에 앉아 있던 하민재도 얼굴을 찌푸렸다.“도대체 유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설마 자기 회사를 포기한 건 아니겠죠?”“저도 잘 모르겠어요...”홍주영의 눈빛엔 깊은 걱정이 어려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결국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민재 씨, 저 그 사람... 찾아가 봐야겠어요.”유남우는 분명 잘못한 점도 많고 상처도 많이 준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따뜻한 면이 있었다.해외에서 치료받을 때, 그녀는 그의 곁을 지켰고 그는 그런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큰돈을 건넸다.그 후에도 회복한 유남우는 홍주영에게 많은 걸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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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홍주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꼭 그 사람을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요.”그녀의 마음이 며칠째 딴 데 가 있는 게 눈에 보이던 차였다.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보자 하민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조용히 물었다.“주영 씨, 아직도 그 사람 좋아해요?”홍주영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하민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눈꺼풀을 살짝 떨며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 하나로도 하민재는 전부 알아챘다.사귀기로 할 때, 그녀는 분명히 마음의 정리가 다 끝났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그 약속과는 다르게, 하민재의 마음속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었다.홍주영이 입술을 떼려던 찰나, 하민재가 먼저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화내지 말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거예요. 대답 안 해도 돼요.”그녀의 대답이 두려워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선을 그었다. 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조여왔지만 감정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홍주영은 그런 하민재의 기분을 어렴풋이 느꼈다.그녀는 감정을 자세히 살피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민재 씨, 미안해요.”하민재는 쓴웃음을 지었다.“왜요. 주영 씨가 뭘 잘못했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요.”홍주영은 말문이 막혔다. 꼭 솜뭉치가 목에 걸린 것처럼 목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자 하민재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가요.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요.”하지만 홍주영은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괜찮아요. 전 택시 타고 갈게요. 민재 씨도 바쁘잖아요.”이번에는 단호했다.자신의 약혼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함께 찾아다니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요.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꼭 전화해요.”하민재도 더는 붙잡지 않았다.“네.”홍주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택시를 잡아탔다.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가 돌아보며 말했다.“고마워요.”하민재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켜봤다.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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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친구도 자기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대. 근데 그러더라고. 지금 이 결혼을 포기하면 분명 후회할 거고 많이 아플 거라고.”하민재는 알고 있었다.자신이 홍주영처럼 특별한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영원한 사랑 같은 걸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녀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그래서였을 것이다.조금 전, 주영이 무언가 말하려던 그 순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는지도 몰랐다.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사람은 어느 순간 초라해지기 마련이다.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연지석이 입을 열었다.“그럼 그냥 계속 같이 있어. 어차피 함께 있는 게 못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자신처럼 박민정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하민재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래. 계속 함께 있다가 나중에 지겨워지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면 되지 뭐.”그는 확신하고 있었다.자신이 홍주영을 영원히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언젠가는 지겨워질 거라고.예전에도 사랑을 해본 적 있다.특히 첫사랑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그런 추억일 뿐이었다.하민재는 전화를 끊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목적지는 정민기의 집이었다.그 시각, 유남우의 별장 앞.홍주영은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다시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문을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도련님, 거기 계세요?”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외침에 유남우는 천천히 피곤한 눈을 떴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계속해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유남우는 비로소 그것이 홍주영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몸을 일으킨 그는 벽을 짚으며 비틀거리다 인터폰을 눌렀다.“무슨 일이야.”그의 목소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고 예전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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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전 잘 지내요. 민재 씨가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 원래는 오늘 여기까지 같이 오기로 했는데 처음에 도련님 안 계셔서 그냥 출근했어요.”홍주영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유남우와 하민재 사이의 묵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하지만 유남우는 그 말이 달갑지 않았다. 마음 한켠이 불편하게 일렁였고 그저 형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잘해준다니 다행이네.”“네.”대화가 뚝 끊기자 홍주영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하민재에게도 들려야 했기에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참이었다.하지만 유남우는 그녀가 그렇게 가버리는 게 싫었다.“우리 오랜만에 얼굴 봤는데 잠깐 얘기 좀 할까?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가.”“괜찮아요. 민재 씨가 기다리고 있어서...”“아까 출근했다고 하지 않았어?”유남우는 그녀의 거짓말을 단박에 꿰뚫었다.“걱정하지 마. 그냥 밥 한 끼야. 다른 뜻 없고 정말로 대화 좀 하고 싶을 뿐이야.”그 말에 홍주영은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살짝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의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홍주영은 일부러 창가 부근의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자리를 골랐다. 혹시나 생길 오해가 걱정됐기 때문이다.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유남우는 한참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눈빛을 가라앉혔다.그리고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골라 봐.”홍주영은 익숙하게 메뉴판을 받아 들었지만 주문한 음식은 전부 유남우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오랜 시간 그의 비서로 일하면서 이미 그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없어?”유남우의 물음에 홍주영은 잠시 말을 잊었다가 이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뭐든 잘 먹어요.”유남우는 길고 매끈한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천천히 훑더니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시그니처 메뉴 전부 주세요.”그 순간, 그는 자신이 홍주영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네. 알겠습니다.”직원이 주문을 받아 떠나자 홍주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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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가지고 있어.”유남우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단호했고 거절은 용납되지 않는 목소리였다.하지만 홍주영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그대로 앉아 움직일 생각조차 없었다.유남우는 이마를 살짝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홍주영은 고개를 떨구며 조심스레 말했다.“도련님, 제가 도와드린 것도 별로 없어요. 예전에 퇴사할 때도 도련님이 회계팀에 말해서 더 챙겨주시게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 돈은 받을 수 없어요.”그 말에 두 사람 사이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유남우는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그리고 불쑥 스스로도 뜻밖인 말을 꺼냈다.“...만약 내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네...?”홍주영의 눈이 커졌다.“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걱정하지 마. 그냥 가정하는 거야. 만약... 정말 만약에 내가 무슨 일이 생기고 세상에 남은 친구가 너 하나뿐이라면. 내 돈 일부를 너한테 주는 건 안 돼?”유남우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홍주영은 이유 없이 가슴이 서늘해졌다.“도련님, 제발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멀쩡히 잘 계실 거예요. 그리고 도련님에겐 부모님도 형제도 분명 앞으로 좋은 친구도 생길 거예요.”“아니야. 난 그냥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는 거야. 사람들이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는 거 다 알아.”그의 낮은 목소리에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홍주영은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설고 또 걱정스러웠다.“...도련님.”무거운 분위기를 깨달았는지, 유남우는 곧 표정을 풀며 말했다.“장난이야. 그냥 예를 든 거야. 이 돈은 너한테 맡기는 거야. 잘 보관만 해줘. 알겠지?”이번엔 홍주영도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음식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차려졌다.“자, 이제 먹자.”유남우가 말하며 그녀의 앞접시에 반찬을 덜어줬다.“너 뭐 좋아하는지 모르겠네.”홍주영은 조금 놀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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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9화

홍주영은 차에서 내려 하민재와 함께 이사 온 새집 안으로 들어섰다.문을 열자 휑한 실내가 그녀를 맞이했다. 불도 꺼진 채 조용하기만 했다.‘진짜 출근했나 보네.’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았다.소파에 앉은 홍주영은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어 유남우가 건넨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끝에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그 후, 하민재에게 문자를 보냈다.[도련님 만났어요. 괜찮대요. 저도 집에 왔어요.]자신의 안부를 전한 뒤엔 더 할 일이 없었다.그녀는 집안을 둘러보며 청소를 시작했고 한참 정리를 마친 뒤에는 조금 쉬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 무렵이 되자 직접 요리를 시작했다.한 상 가득 차려낸 음식.그녀는 식탁에 앉아 하민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렀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음식이 점점 식어가자 걱정이 밀려온 홍주영은 결국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하민재는 막 도착한 참이었다.이미 홍주영의 문자를 봤지만 괜히 마음이 복잡해져 답장을 하지 않았다.그때 전화가 울렸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주영 씨.”“민재 씨, 왜 아직도 안 와요? 회사에서 야근해요?”홍주영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다급히 물었다.하민재는 흐릿한 하늘 아래, 눈 덮인 길을 천천히 걸으며 대답했다.“네. 갑자기 출장이 생겨서요. 당분간은 못 돌아갈 것 같아요.”“...그래요.”홍주영은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미소 띤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거기서 조심히 잘 지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걱정 가득한 그녀의 말에 하민재의 마음이 순간 뒤흔들렸다.그는 이유 없이 눈앞의 잡초를 뽑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럼 별일 없으면 끊을게요. 일하는데 방해 안 할게요.”홍주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요.”그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그렇게 바쁘진 않아요.”그 말은 더 얘기하고 싶다는 뜻이었다.그리고는 화제를 돌렸다.“유 대표님은 무슨 일이래요?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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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0화

박씨 가문 옛 저택.손연서는 오늘 유다혜를 데리고 박민정의 집을 찾았다. 두 사람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유다혜는 이제 겨우 한 살이 조금 넘었지만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의젓했다.어른들의 표정을 살피는 데 능했고, 박민정에게 과일을 건네며 자연스레 분위기를 맞췄다.손연서는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직 이렇게 어린데도 속이 깊어요. 괜히 마음이 아프네요.”“그러게요.”박민정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아이의 친엄마인 윤소현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냉담할 수 있었을까.한참 놀던 유다혜는 금세 피곤한 기색을 보이더니 조용히 소파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가정부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자 유다혜는 순간 눈을 번쩍 뜨며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리고 곧 손연서를 발견하고 그 눈빛이 그녀에게로 멈췄다.손연서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가정부의 품에서 아이를 안았다.“괜찮아. 여기 민정 이모네 집이야. 엄마도 같이 있고.”그녀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유다혜는 손연서의 품속에 파고들어 겨우 안심한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손연서는 아이를 다시 재운 뒤에도 품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민정이 말했다.“침대에 눕히는 게 어때요? 계속 안고 있으면 너무 힘들잖아요.”손연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이 아이는 아직도 불안이 커요. 제가 곁에 없으면 금방 깨요.”그리고 박민정을 향해 조용히 털어놓았다.“그거 알아요? 제가 데려간 뒤로 다혜는 자주 혼자 앉아 멍하니 먼 곳만 바라봐요. 아직도 절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어요.”박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손연서는 애틋한 눈빛으로 아이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이제 늦었네요. 민정 씨, 저희 먼저 가볼게요.”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배웅했다.현관 앞까지 따라나온 박윤우가 말했다.“이모, 다혜 자주 데리고 놀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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