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결국 돈의 무게로 기울어지고 있었다.담임은 조동민 옆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평범한 집안 형편을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지훈이가 오늘 막 우리 반에 왔잖니. 그러니까 자리를 조금 양보해 줄 수 있겠어?”선생님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의 눈가는 금세 붉어졌다. 차마 거절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조동민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선생님, 교실에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굳이 진주 자리여야만 하나요?”선생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색하게 굳어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동민아, 진주가 괜찮다고 하는데...”조동민이 고개를 돌려 진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주야, 너 나랑 계속 같이 앉기로 했잖아.”여자아이는 그의 말을 듣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하지만...”말끝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짝꿍의 앞을 조동민이 막아섰다.“선생님도 보셨잖아요. 진주도 자리 바꾸기 싫어해요.”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윤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진주의 손을 꼭 잡았다.“진주야, 네 생각을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 담임 선생님은 누구보다 합리적인 분이라 네가 싫다고 하면 절대 강요하지 않으실 거야.”박윤우가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그렇죠, 선생님?”담임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 나이에 벌써 어른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 아이가 놀랍고도 귀여웠다.“그래, 맞아.”담임의 말에 안심한 진주가 용기를 내어 분명히 말했다.“선생님, 저 자리 바꾸고 싶지 않아요. 동민이랑 계속 짝꿍 할래요.”담임은 결국 체념한 듯 유지훈을 돌아봤다.“지훈아, 다른 자리도 많으니 다른 곳에 앉자.”유지훈은 차갑게 조동민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날카로운 경고가 담겨 있었고 아이는 일부러 세 사람과 가까운 자리를 골라 당당히 앉았다. 굳은 얼굴의 조동민과 박윤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훈은 큰 목소리로 박예찬에게 말했다.“우리 또 같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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