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2141 - Bab 2150

2202 Bab

제2141화

유남우는 미처 피하지 못한 채 하민재의 주먹을 그대로 맞고 말았다.그의 입가에서 피가 번지며 붙잡고 있던 홍주영의 손을 놓친 채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하민재는 굳게 쥔 주먹을 내리지 않은 채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으며 섰다. 그의 눈빛엔 얼음 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친절하게 병원까지 데려다줬더니 고작 여기서 이런 추잡한 짓이나 벌이고 있었나 보군요.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인데 내가 확실히 정신 차리게 해줄까요?”하민재는 홍주영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이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분노 어린 눈길을 홍주영에게 돌리며 그는 다급히 물었다.“괜찮아요?”홍주영은 당황한 얼굴로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아요.”하민재는 그제서야 시선을 돌려 천천히 유남우에게 다가갔다.유남우는 뒤늦게 상대가 하민재임을 깨닫고는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쓸어내며 비웃듯 말했다.“당신이 뭔데 끼어들어? 어차피 주영이는 널 사랑하지 않아.”하민재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홍주영은 놀라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만류했다.“민재 씨, 제발 이러지 마요!”하민재는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요? 이 상황에서도 저놈을 감싸는 거예요? 아직도 저 사람을 사랑하는 거예요?”하민재의 눈빛엔 깊은 상처와 괴로움이 배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홍주영이 자신의 사랑을 부정한다면 차라리 그녀를 놓아주고 모든 걸 포기할 결심까지 되어 있었다.홍주영은 결연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그리고 더욱 확신을 담아 말했다.“민재 씨, 저 사람이랑 저 사이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로 그럴 일 없어요. 믿어줘요.”하민재의 분노가 조금씩 잦아들었다.하지만 맞은편에 있던 유남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절박하게 외쳤다.“주영아, 솔직히 네 마음을 말해! 저 남자가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닥쳐!”하민재는 유남우를 매섭게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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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2화

홍주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하니 하민재를 바라보았다.하민재는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주영 씨를 힘들게 할 생각은 없어요. 주영 씨가 원한다면 언제든 보내줄게요.”그의 말은 진심이었다.예전엔 하민재는 연지석이 박민정을 위해 무모하게 굴 때마다 그는 그런 행동을 어리석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왜 그렇게 애써 잡으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직접 겪어보니 세상에는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홍주영의 마음속에도 작은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그녀는 긴 생각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방금 내가 한 말 전부 진심이에요. 민재 씨, 우리는 이미 결혼한 부부예요.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민재 씨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요.”“아까 그건 유 대표가 멋대로 찾아와서 한 말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정말 그 사람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한 말, 한마디도 믿지 않고요.”홍주영은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고 그 말을 듣자 하민재는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다행이에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홍주영이 유남우 때문에 자신을 떠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이제 우리 집으로 가요.”홍주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네.”하민재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차가 회사 정문을 지나치는 순간, 홍주영의 시야 한편에 유남우의 모습이 스치듯 들어왔고 그녀의 목구멍은 마치 솜뭉치가 걸린 듯 답답했다.홍주영은 저도 모르게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모든 일들이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만약 유남우가 조금만 더 빨리 자신을 찾아왔더라면 자신은 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유남우를 따라가겠다고 말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홍주영은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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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3화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문을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남준과 박민정이었다.둘을 병원으로 부른 건 고영란이었다. 그녀는 유남우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이라면 당연히 병문안을 오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던 것이다.유남준은 곧바로 침대로 다가가 수척하고 창백한 유남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몸을 어떻게 이 지경까지 만들었어? 뭐 자업자득이지.”유남우는 형의 날카로운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내 일엔 신경 끄라고.”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듯 유남준은 어깨를 무심히 으쓱했다.“걱정 마. 나랑 민정이는 그냥 네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뿐이니까. 다른 뜻은 없어. 네 일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유남준의 차갑고 냉정한 말투에 놀란 고영란이 급히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만 말하라고 눈짓했다. 그제서야 유남준은 입을 다물었다.박민정도 유남우의 곁으로 다가섰지만 예전과 너무 달라진 그의 모습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좀 쉬고 싶으니까 모두 나가줬으면 좋겠어.”유남우는 보기 좋은 한 쌍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영란이 부드럽게 타일렀다.“남우야, 그래도 형이랑 형수가 너 보러 왔는데 이렇게 바로 보내는 건 좀 그렇지 않니?”고영란의 태도가 자신을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하는 것 같아 유남우의 기분은 더 나빠졌다.“두 분도 나가주세요.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요.”그 말에 더 이상 붙일 말이 없어진 고영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네 사람 모두 병실을 나섰다.병원을 나오며 박민정은 고영란 곁에 서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쩌다가 저렇게 된 거예요?”고영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의사가 술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태어날 때부터 약해서 우리가 각별히 신경 썼었는데... 겨우 회복된 몸을 저렇게 망치다니.”그녀는 무겁게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자식 걱정엔 끝이 없다더니, 정말 내 얘기 같구나.”“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남우 씨도 이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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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4화

병원에 머무는 며칠 동안, 유남우는 끝내 홍주영으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도, 단 한 줄의 메시지조차 받지 못했다.유남우는 휴대폰을 열고 홍주영의 번호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깊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이 조용히 열리며 유지욱이 병실로 들어서자 그는 서둘러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아버지, 또 오셨어요?”부모님과 마주하는 것이 요즘 따라 더욱 버겁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유지욱은 아들의 곁으로 다가와 의자에 천천히 앉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오늘은 좀 어떠냐?”유남우는 시선을 떨구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늘 똑같죠 뭐.”“그래도 의사 처방대로 약을 먹으니 얼굴색이 조금 나아진 것 같구나.”유지욱의 목소리에 걱정과 애정이 묻어나 있었지만 유남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별일 없으면 돌아가세요.”“오랜만에 아들과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벌써 내쫓는구나. 나랑 대화하는 게 그렇게 싫으냐?”유지욱은 애써 담담한 척하려 했지만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유남우는 지친 듯 눈을 질끈 감으며 씁쓸히 대답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얘기를 더 하겠어요?”“대체 왜 그렇게 술을 마셨는지 이유라도 말해줘라.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유지욱의 진심 어린 말을 듣고 유남우는 비웃듯 차갑게 웃었다.“아버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앞으로 그렇게 쉽게 장담하지 마세요.”유남우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는 듯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유지욱은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실 밖으로 나온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들과 기본적인 대화조차 나눌 수 없다는 현실이 참담했다.그때 의사와 상담을 끝낸 고영란이 남편의 어두운 표정을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얘기는 잘 됐어요?”유지욱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대화 자체를 거부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그럴 수밖에 없죠. 당신은 아이가 어릴 때 세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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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5화

만약 손연서와 유다혜 때문이 아니었다면 박민정은 평생 다시는 윤소현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윤소현은 눈앞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극도의 질투와 증오를 느꼈다. 그녀는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그렇게까지 알고 싶어?”“당연하지. 아니면 내가 굳이 너를 찾아왔겠어?”박민정의 날 선 대꾸에 윤소현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이렇게까지 직접 왔으면 이제는 말해줄 때도 됐잖아. 돌려 말하지 말고 확실히 해. 나도 바쁜 몸이야.”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박민정, 너는 그저 나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그녀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말할게. 나도 유다혜 친아빠가 누군지 몰라. 하지만 아마 알고 있을 사람이 있긴 해.”“누구?”“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그러면 알려줄게.”윤소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박민정의 미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만약 널 봐달라는 부탁이라면 입도 뻥긋하지 마.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때문에 너를 용서할 생각은 없으니까.”단호한 박민정의 말에 윤소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내 부탁은 여기서 조금만 편하게 살게 해달라는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누구한테 맞지 않게만 해줘.”처음에는 잠시 견디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폭력에 윤소현은 점점 지쳐갔다. 그런 와중에 손연서가 유다혜의 출생에 관해 묻기 위해 찾아왔고 윤소현은 이 기회를 잡기로 했다.손연서에게 빌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윤소현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 정윤아와 박민정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그게 다야?”박민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자 윤소현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내 인생은 이미 망가졌어. 하지만 매일같이 맞으면서 사는 건 도저히 못 참겠어. 너만 약속해 주면 다혜에 대해 전부 알려줄게.”박민정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엔 한수민이 가장 잔인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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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6화

박민정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와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윤소현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녀의 생각과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애초부터 그녀는 유남우가 충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가 과거에 보였던 모든 행동과 모습은 그의 광기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박민정은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 사실을 손연서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곧이어 손연서에게서 전화가 왔고 박민정은 신중하게 말을 골라 천천히 사실을 전했다.손연서 역시 그 말을 다 듣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겨우 입을 열었다.“유남우 씨 참 젠틀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요?”“그러게요... 어쨌든 앞으로 더 이상 유다혜의 친아빠를 찾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혜만 잘 키우면 되죠. 연서 씨만 곁에 있으면 다혜는 충분히 행복할 거예요.”손연서도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라면, 유다혜의 친부 역시 분명 좋은 사람일 리 없었다.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보단 차라리 모르는 채 지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유남우는 그 후로도 오랜 시간 병원에서 지냈고 의사들이 그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확인한 후에야 고영란은 경호원들을 시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주말이 되자 모두 옛 저택에 모였고 박민정과 유남준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민정은 유남우를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유남우의 눈은 전과 달리 텅 빈 듯 공허했다. 박민정을 마주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홍주영을 떠올렸다.홀로 마당에 서 있는 박민정에게 유남우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민정아.”유남우를 발견한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유남우는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고 더는 가까이 가지 않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잠깐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미안해요, 아이들이 저를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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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7화

유남우는 천천히, 한 걸음씩 박민정에게 다가갔다.“민정아, 설마 윤소현이 사람을 시켜 예찬이를 해치려 했던 일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나는 그저 그 여자가 했던 방식 그대로 되돌려준 것뿐이야. 자기 아이가 다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직접 느끼게 해 준 거라고. 그런데 말이야...”유남우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그 여자는 자기 자식조차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줄은 몰랐어. 정말 무서운 여자야.”그의 말을 듣는 순간 박민정은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남우 씨, 당신 정말 끔찍한 사람이에요.”더 이상 그와 마주 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녀는 서둘러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도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다.유남우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유난히 마르고 초췌한 그의 몸은 약간의 바람에도 쉽게 무너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얼마 뒤 그는 느린 걸음으로 다시 집 안으로 향했다.거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장난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고영란이 아이들과 어울리며 장난치고 있었고 박민정은 소파 한쪽에 앉아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영란은 막 들어온 아들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남우야, 몸도 안 좋은데 왜 자꾸 밖으로 나가니? 바깥 날씨가 얼마나 추운데.”유남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소파에 앉아 조용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침묵 속에 묘한 서늘함이 감돌았고 박민정의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고영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애들이 참 귀엽지? 너도 얼른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필요 없어, 한두 명이면 충분해.”유남우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고영란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결혼이 그렇게 싫으면 입양을 해도 괜찮아. 아니면 남준이 아이들한테 잘해주면 되잖아. 나중에 그 아이들이 너에게 효도할지도 모르니까.”이 말은 박민정에게도 유남우에게도 결코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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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8화

마침내 별장에 도착한 유남준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민정과 아이들의 모습이었다.“민정아.”유남준을 보자 불안에 떨던 박민정의 마음이 빠르게 안정되었다.곁에 앉아 있던 고영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늘 회사 일이 많아서 늦게 온다고 하지 않았니? 어쩐 일이야, 평소보다 일찍 오고.”“잠깐 시간이 났어요.”유남준은 대충 둘러대고 곧장 박민정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고영란은 내심 질투가 났다. 언제부턴가 아들이 영락없는 사랑꾼이 된 듯싶었다.유남준은 박민정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박민정은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글자를 적어 그에게 보여주었다.[집에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요.]그 순간 근처에서 유남우의 존재를 알아챈 유남준은 간단한 답장과 함께 포옹하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 본래 그의 휴대폰에 없던 것이었지만 박민정이 자주 쓰는 것을 보다 보니 어느새 그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 것이었다.유남준이 보낸 귀여운 이모티콘에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보던 유남우의 눈에는 시샘이 담겨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어머니, 저 피곤해서 방에 올라갈게요.”“그래, 올라가서 푹 쉬어라.”유남우가 아이들 곁을 지나갈 때, 박윤우는 불길한 기운에 몸을 움츠렸다.“왜 그래?”형 박예찬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박윤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 사람...너무 무서워.”그러나 박예찬은 별것 아니라는 듯 동생의 말을 가볍게 넘겼다.“넌 왜 저 사람만 보면 그래?”“형은 몰라. 저 사람 몸에는 검은 기운이 가득해.”박윤우는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려 했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박예찬은 그런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집에 돌아가서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박윤우는 형이 자신의 말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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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9화

겨울이 지나가고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새 학기가 찾아왔다.박윤우와 박예찬은 이제 초등학생이었고 다행히 이번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이미 한 학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박윤우는 등굣길 내내 들떠 있었다.“형, 왜 표정이 그렇게 굳었어? 학교 가면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는데 안 기뻐?”박윤우가 의아한 눈빛으로 형을 쳐다보자 곧게 허리를 펴고 앉아 있던 박예찬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기뻐할 일이 뭐가 있어?”박예찬에게 초등학교 생활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어떤 도전도 자극도 없었기에 그에게 학교란 그저 따분한 곳이었다. 다만 엄마가 또래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중요하다고 신신당부했기에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학교 입구에 도착하자 운전기사가 두 사람을 정중히 배웅했다.“큰 도련님, 작은 도련님, 잘 다녀오세요.”형제가 나란히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주변의 여학생들이 두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바로 그때, 익숙한 작은 그림자가 두 형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윤우야! 예찬아!”목소리의 주인공은 조하랑의 조카인 조동민이었다. 겨울 방학 동안 또 살이 올랐는지 더욱 동그래진 얼굴이 밝게 웃고 있었다.조동민은 재빠르게 다가와 형제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너희들 왜 이제 와?”박윤우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너도 방금 온 거잖아?”조동민은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그게... 내가 아침잠이 좀 많잖아.”말을 마친 조동민은 기대에 찬 눈으로 박예찬을 바라보았다.“너 방학 숙제 다 했지?”박예찬은 그의 속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없이 가방에서 숙제를 꺼내 건넸다.“여기.”“역시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고마워, 진짜 고마워!”조동민은 숙제를 받아 들고 감격한 듯 어쩔 줄 몰라 했다.그 모습을 보던 박윤우가 궁금해졌다.“너 아직 숙제 다 못 했어?”조동민은 태연하게 말했다.“넌 몰라서 그래. 요즘 다들 공부 부담 줄이자고 난린데 우리 엄마 아빠는 들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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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세상은 결국 돈의 무게로 기울어지고 있었다.담임은 조동민 옆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평범한 집안 형편을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지훈이가 오늘 막 우리 반에 왔잖니. 그러니까 자리를 조금 양보해 줄 수 있겠어?”선생님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의 눈가는 금세 붉어졌다. 차마 거절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조동민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선생님, 교실에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굳이 진주 자리여야만 하나요?”선생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색하게 굳어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동민아, 진주가 괜찮다고 하는데...”조동민이 고개를 돌려 진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주야, 너 나랑 계속 같이 앉기로 했잖아.”여자아이는 그의 말을 듣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하지만...”말끝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짝꿍의 앞을 조동민이 막아섰다.“선생님도 보셨잖아요. 진주도 자리 바꾸기 싫어해요.”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윤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진주의 손을 꼭 잡았다.“진주야, 네 생각을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 담임 선생님은 누구보다 합리적인 분이라 네가 싫다고 하면 절대 강요하지 않으실 거야.”박윤우가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그렇죠, 선생님?”담임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 나이에 벌써 어른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 아이가 놀랍고도 귀여웠다.“그래, 맞아.”담임의 말에 안심한 진주가 용기를 내어 분명히 말했다.“선생님, 저 자리 바꾸고 싶지 않아요. 동민이랑 계속 짝꿍 할래요.”담임은 결국 체념한 듯 유지훈을 돌아봤다.“지훈아, 다른 자리도 많으니 다른 곳에 앉자.”유지훈은 차갑게 조동민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날카로운 경고가 담겨 있었고 아이는 일부러 세 사람과 가까운 자리를 골라 당당히 앉았다. 굳은 얼굴의 조동민과 박윤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훈은 큰 목소리로 박예찬에게 말했다.“우리 또 같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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