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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제1961화

“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갑자기 쓰러지신 거죠?”응급실 앞에서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동초아가 서둘러 의사에게 물었다.멀쩡하던 사람이 말도 없이 그냥 픽 쓰러져 버렸다.“아가씨, 너무 걱정 마세요. 지금 환자분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곧 정확한 진단 결과를 알려드릴게요.”의사는 차분히 말한 뒤 다시 응급실로 들어갔다.20분쯤 지나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경호원 몇 명을 대동하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왔다.“초아야, 네 엄마 괜찮으셔?”남자가 급히 달려오며 물었다.“몰라요. 의사 선생님이 들어가신 지 꽤 됐는데 아직도 응급처치 중이에요.”동초아는 눈가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왜 갑자기 쓰러진 거야? 혹시 이상한 거라도 먹은 거 아니야?”남자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아뇨, 아무것도 안 드셨어요. 그냥 친구 만나러 병원에 왔다가... 병실에서 나가자마자 쓰러지신 거예요.”동초아는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바로 그때, 응급실 문이 열렸다.“의사 선생님, 제 아내 상황이 어떤가요?”남자가 곧장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환자 상태가 좋지 않네요. 이건 병세가 위독하다는 통보서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뭐라고요? 제 아내가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데요?”남자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부인이 갑작스레 뇌혈전이 발작했습니다. 살릴 수 있을지는 장담 못 드려요.”의사의 말이 이어졌다.“설령 목숨을 건져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뭐라고요? 뇌혈전이요? 말도 안 돼...”남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아내는 평소 건강에 아무 문제도 없었고 큰 병도 걸린 적이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뇌혈전 발작이라니... 이건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이었다.“뇌혈전이요?”동초아 역시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동초아는 조금 전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어머니를 보자마자 뇌혈전이라고 단언했던 그 청년을 당시엔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이 전부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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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2화

여기 있는 전문가는 누구나 다 시립병원 원장급 실력을 갖춘 인물이기도 했다.“동정혁 씨!”한 전문의가 몸을 숙여 인사했다.“한 전문의, 제 아내가 뇌혈전으로 위중한 상태입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동정혁은 진지한 얼굴로 부탁했다.“뇌혈전이라고요?”한 전문의는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제 의술을 걸고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한 전문의는 전문가 팀을 이끌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환자의 치료를 병원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계받은 셈이었다.시립 병원 의사들이 수준이 낮은 건 아니었지만 군부의 최고 전문가팀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밤이 깊어질 무렵, 한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나왔다.복도 벤치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던 동정혁 부녀는 곧장 일어났다.“한 전문의, 상태는 어떤가요? 제 아내 의식은 돌아왔습니까?”동정혁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목숨은 건졌지만 깨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한 전문의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뭐라고요?”동정혁은 충격을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군부 최고의 전문가도 살리지 못하다니, 이건 전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한 전문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동정혁이 다급하게 물었다.“부인께선 뇌내출혈이 심각하고 혈전이 신경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개두 수술을 시도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습니다.”한 전문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하 전문의는 최대한 돌려 말한 것이었다.지금 상태로 식물인간이 된 것도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개두 수술을 한다면 살아날 가능성조차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동정혁 씨, 정말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게 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한 전문의는 유감의 뜻을 전했다.이 말을 들은 동초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멀쩡하게 웃고 있었던 어머니가 이제는 의식조차 없고 깨어날 가능성도 희박하게 되었다.“아빠. 차라리 그 청년을 불러보는 게 어때요?”동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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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3화

“아빠, 진서준 씨를 모셔 왔어요.”병실에 들어서자 동초아가 나서서 아버지에게 진서준을 소개했다.“응?”동정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서른도 되어 보이지 않는 진서준은 아무리 봐도 너무 젊은 것 같았다.이 나이에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진짜 명의는 타고난 재능은 물론 수십 년 병을 보고 쌓은 내공이 있는 게 정상이었다.지금 눈앞에 선 이 청년은 태어나자마자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쳐도 고작 20년 남짓일 것이다.“아빠, 진서준 씨는 병실에서 한눈에 엄마 병을 알아맞혔어요.”동초아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동초아 씨, 혹시 그냥 찍어서 운 좋게 맞춘 건 아닐까요?”한 전문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저는 40년 넘게 진료를 해왔습니다. 저조차 맨눈으로는 동정혁 씨 부인의 병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저 청년이 어떻게 해낼 수 있겠습니까?”그 말투에는 한 전문의가 진서준에 대한 의심이 가득 묻어났다.진서준이 나이가 너무 어린 건 사실이었다.군부 병원에서도 이런 젊은 의사는 보조나 겨우 하는 정도였다.하지만 이미 모셔 온 상황에서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이봐요, 자신은 있나요?”동정혁이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자신 없었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죠.”진서준은 담담하게 받아쳤다.한 전문의가 의심하는 거야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다.이런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려면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동정혁 씨, 정말 이 청년에게 치료를 맡기시겠습니까?”한 전문의가 다시 한번 옆에서 귀띔했다.“부인 상태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치료 중 작은 변수라도 생기면 나중에 후회막급일 겁니다.”동정혁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이 청년의 치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그건...”한 전문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한 전문의도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바로 그때, 한 전문의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본 순간, 한 전문의는 곧장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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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4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무슨 낯짝으로 감히 귀면 신의를 평가해?”“웃기지 마, 귀면 신의도 안 되는 걸 네가 할 수 있다고? 설마 네 의술이 귀면 신의보다 더 뛰어나다는 거야?”전문가 팀 전원이 일제히 빈정거리며 진서준을 비웃었다.다들 하나같이 진서준이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믿기 싫으면 말고.”진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더 이상 해명하려 들지 않았다.진서준이 입을 닫자 그가 겁먹고 물러난 줄 알고 사람들 사이에 조롱 섞인 웃음이 퍼졌다.“이봐요, 이렇게 합시다. 일단 여기서 잠깐 기다려 봐요. 귀면 신의도 치료를 포기하면 그때 청년이 시도해 보는 건 어때요?”동정혁은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한밤중에 불러놓고 바로 쫓아내면 딸 체면도 안 서는 일이었다.“진서준, 우리 조금만 기다려보자.”도지아가 살짝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동초아는 그녀의 소중한 친구였기에 친구의 어머니가 이렇게 떠나가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괜찮아요. 그럼 잠깐 기다릴게요.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진서준은 병실을 나서며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내가 보기엔 저 녀석이 일부러 내 친구를 피하는 거야.”한 전문의가 코웃음을 쳤다.“곧 내 친구 서재운이 도착할 거야.”몇 분 뒤, 서재운이 병실에 도착했다.“동정혁 씨, 이분이 제 친구 서재운입니다.”한 전문의는 이내 앞으로 나서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재운아, 이쪽은 동정혁 씨야.”“서 신의님, 제 아내가 뇌혈전으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제발 구해주십시오.”동정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뇌혈전이요? 그 병은 쉽지 않죠.”서재운이 약간의 난색을 보이며 이마를 찌푸렸다.“우선 환자 상태부터 보겠습니다.”서재운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귀부인을 진맥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서재운은 손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환자 상태가 심각합니다. 뇌 부위에 응혈이 신경을 압박하고 있어요. 저라고 해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서 신의님, 확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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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5화

“뭐라고? 그럼 지금 어쩌란 말입니까?”동정혁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졌다.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렸다.이제는 서재운이 아내의 상태만이라도 안정시켜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설령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더라도 일단 살아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죄송합니다, 동정혁 씨. 저로선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젠 기적이 나타나길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서재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엄마.”동초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멘탈이 무너지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병실 안의 분위기는 숨 막히는 절망에 빠졌다.귀에 들리는 건 동정혁의 아내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소리뿐이었다.동정혁도 차마 서재운을 원망할 수 없었다.애초에 동정혁은 아내를 살릴 확률이 40퍼센트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어쩌면 그 40퍼센트조차 부풀려진 숫자였을지도 모른다.“서 신의님, 제 아내가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편히 가게 해주십시오.”동정혁은 더 이상 신음을 듣기 힘들어 고개를 떨궜다.“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침을 빼겠습니다.”서재운이 다가가 침을 뽑으려는 순간, 문 쪽에서 천둥 같은 외침이 터졌다.“그만해!”모두가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그 사람은 방금 화장실에서 돌아온 진서준이었다.“왜 제가 돌아오기도 전에 치료를 시작했습니까?”진서준은 병실에 들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왜 기다려야 하냐고? 서 신의도 두 손 들었는데 네가 뭘 할 수 있단 말이야?”한 전문의가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내가 왜 치료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거야?”진서준이 되물었다.“쓸데없는 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근데 너희는 끝까지 내가 치료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구나. 오만하긴 짝이 없네.”“너 내 친구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나 해?”한 전문의가 언성을 높였다.“서 신의, 본인이 직접 말해 보세요. 누구 실력이 더 대단한가요?”진서준은 서재운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사실 이런 식으로 나오고 싶진 않았지만 한 전문의가 너무 물고 늘어지니 어쩔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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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6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재운이 희망이 없다고 했는데 불과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환자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안정한 상태에 들어갔다.“진서준 씨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명의입니다. 저는 부끄러울 따름이죠.”서재운은 얼굴에 수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감탄했다.“대박이야, 이게 가능하다고?”한 전문의는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한 전문의는 서재운이 한의계의 끝판왕이라 생각했는데 진서준이 보여준 실력은 그 착각을 산산조각 냈다.진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됐습니다.”진서준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은침들이 동시에 빠져나왔다.모두가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는 사이, 귀부인이 가늘게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벌써 깨어났다고?”귀부인이 눈을 뜬 순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말문이 턱 막혔다.다들 귀부인이 오랜 시간 요양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불과 몇 분 만에 멀쩡해진 것이다.이건 공포를 넘어 기적의 수준에 가까웠다.진서준은 일반 사람이 아닌 신선과 가까운 존재인 것 같았다.“이건 뇌혈전이란 말이야...”한 전문의는 충격에 입을 닫지 못했다.의사들이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고작 은침 몇 개로 건강을 되찾았다.이건 드라마 작가도 감히 쓸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엄마, 깨어났어? 이젠 진짜 괜찮아졌어!”동초아는 너무 기뻐 펄쩍펄쩍 뛰었다.동초아는 롤르코스터를 탄 것만 같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망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여보,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동정혁이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요. 이게 무슨 일이죠?”귀부인은 고개를 살짝 흔들더니 자기가 병상에 누워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리고 자기 주변엔 사람들이 가득했다.귀부인의 기억은 병원을 막 나선 지점에서 멈춰 있었고 본인이 몇 시간이나 기절했고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괜찮다니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동정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서준에게 두 손 모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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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7화

“진서준, 이번엔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없었다면 초아 어머니가 큰일 날 뻔했어.”병실을 나서며 도지아가 감탄하듯 말했다.“사람이 평생을 멀쩡히 사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야.”자연재해든 인재든 인간이 피하긴 참 힘든 법이다.과학이 발전하고 의료 기술도 나날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이 많았다.“다른 건 장담하지 못해도 내가 옆에 있는 한 넌 병마에 안 시달릴 거야.”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고마워, 진서준.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좀 쉬어.”도지아는 병원 앞에서 진서준을 배웅했다....별일 없이 하룻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황현호와 허사연을 데리고 안씨 가문으로 향했다.방문 목적을 밝히자 안국성이 흔쾌히 수락했다.“거기 누구 없어? 황 도련님을 뒷마당으로 모시고 대련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붙여라.”안국성은 바로 사람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그리고 세린도 불러. 그 계집애도 할 일을 좀 해야지.”얼마 지나지 않아 안세린도 도착했다.“안세린, 이쪽은 내 여자친구 허사연이야. 무도 쪽으로 좀 지도 부탁할게.”진서준이 소개했다.허사연의 압도적인 미모에 안세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너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데 왜 나한테 여자친구 수련을 맡겨?”안세린은 진서준의 부탁을 이해할 수 없었다.“사연이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실력은 제법 있지만 상황 대처 능력이 좀 떨어져. 그래서 너랑 대련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진서준이 상황을 설명했다.“그렇구나.”안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허사연 씨, 이쪽으로 오세요.”“부탁드릴게요, 안세린 씨.”허사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별말씀을요. 저도 진서준한테 신세 진 게 있으니 이번에 갚는 셈이죠.”일행이 자리를 떠난 후, 진서준이 슬쩍 물었다.“어르신, 이번 하씨 가문과의 혼인 건에 관해 집안 사람들 생각은 어떻습니까?”“어휴...”안국성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대다수 식구가 세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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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8화

“세린이 시집가면 우리 집안에도 큰 이득이 따를 거예요.”여자의 이름은 안정음이었고 안진아의 딸이었다.안정음은 안세린이 하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었다.“아버지, 정음 말이 맞아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하씨 가문과 한 식구가 될 수 있다면 우리 안씨 가문 입장에선 엄청난 이익이죠.”안직각도 안정음을 거들었다.“지금 용왕이라는 놈이 우리 안씨 가문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는 사실도 다들 잘 알죠? 우리 안씨 가문이 위기에 빠지면 용왕 일당이 과연 가만있을까요?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우릴 죽도록 물어뜯을 겁니다.”“맞습니다, 아버지. 하씨 가문도 만만한 집안이 아니에요. 들리는 말로는 군부 쪽에 고위 장교까지 있다던데요? 하씨 가문이 군대까지 동원한다면 우리 안씨 가문은 완전히 외나무다리 신세가 될 겁니다.”안진아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다른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자기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체로 안세린의 혼인을 찬성하고 안세린을 설득하려는 분위기였다.“너희가 말하는 건 다 이해해.”안국성이 천천히 입을 열어 냉정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가 혼인을 빌미로 물러난다면 다음번에 하씨 가문이 또 괴롭히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또 다른 걸 핑계로 물러날 거야? 이번 양보는 잠깐의 평화일 뿐이야. 결국 하씨 가문 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더 날뛸 거야. 아직 내가 살아있고 천기 위대 대원도 다 건재해. 지금 너희 몸에서 아직도 뜨거운 피가 끓는다면 차라리 하씨 가문이랑 정면으로 붙는 게 낫지 않겠어?”그 말에 안진아의 얼굴이 확 변했다.“아버지, 설마 천기 위대를 동원하시려는 겁니까?”“그래. 하씨 가문이 진짜 전쟁을 선포한다면 나도 그놈들에게 뼈에 사무치는 교훈을 줄 거야.”안국성의 얼굴엔 미동 하나 없었다.“할아버지,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결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전쟁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잖아요?”안정음은 여전히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그럼 네가 안세린 대신 시집가는 건 어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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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어때, 둘째야? 하씨 가문에서 허락했어?”안진천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허락은 개뿔!”안진아는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그 하인학이라는 놈은 진짜 똥통 속 돌멩이야. 성격은 더럽고 고집은 누구보다 더 세. 내가 이득이랑 조건 다 내밀었는데도 절대 안 된다고 했어. 꼭 자기 아들 하경준이랑 안세린이 결혼해야 한대.”안정음도 얼굴과 몸매가 다 빠지지 않는 미녀였다.하지만 하인학은 콧방귀도 안 뀌고 무조건 안세린 타령만 했다.안정음도 표정이 썩었고 속으론 분해서 죽을 지경이었다.‘대체 왜 안세린이냐고? 내가 뭐가 모자라서?’“그리고 하인학 그 자식이 이런 소리도 했어. 우리가 결혼을 안 받아들이면 결혼식 당일에 자기 셋째 동생이 군대 끌고 와서 우리 안씨 가문을 쓸어버리겠대.”안진아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을 이었다.“그 셋째 동생이란 사람은 뭐 하는 인간인데?”안진천이 물었다.“듣자 하니 르벨 군부 부사령관이래. 사실상 사령관만 제외하면 모든 사람의 사령관이지.”안진아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그 말에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르벨은 아주 특별한 지역이라 독자적인 통치 체계를 갖고 있었다.국내 최상층 몇 명 말고는 르벨 사령관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게다가 르벨의 부사령관은 르벨 군부의 세 번째 인물로 군대 지휘권까지 갖고 있었다.하씨 가문에서 진짜 군대를 동원하면 안씨 가문은 손 쓸 틈도 없이 밀릴 수도 있었다.“하씨 가문이 미친 거 아니야? 군대까지 동원하겠다고?”안진아의 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다들 하씨 가문이 어느 정도 눈치껏 제안을 받아줄 줄 알았다.하씨 가문은 안씨 가문이 자세를 낮추고 대화하려는 태도만 보이면 양보할 줄 알았는데 하인학은 끝까지 고개를 안 끄덕였다.‘정말 이해할 수 없네. 하인학은 왜 그렇게 고집이야? 내가 안세린보다 못한 게 뭐라고?’안정음은 분을 못 이겨 이를 깨물었다.여자로서 자세를 낮춰 주동적으로 찾아갔는데 상대는 체면을 하나도 안 세워주고 온갖 험한 말만 퍼부었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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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0화

안세린이나 안정음이나 하경준에겐 별 차이가 없었다.그냥 예쁜 여자이기만 하면 하경준은 만족했다.“안세린은 내가 직접 고른 거야.”하인학이 차갑게 말했다.“근데 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바꾸면 우리 하씨 가문의 체면이 설 것 같아? 오늘 새 제안을 허락해 주면 내일 안씨 가문에서 더 무리한 요구를 할 거야. 우리 하씨 가문에서도 딸을 시집보내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 너희 형을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지금까지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 안씨 가문에서 시체는 보냈지만 난 그 자식들이 자작극을 벌인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하경준은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아빠, 안씨 가문에서 결혼을 거부하면 어쩌죠?”하경준은 사실 이 문제에 관한 관심이 가장 컸다.“그놈들이 그럴 배짱은 없을 거야.”하인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네 셋째 삼촌은 르벨 군부 부사령관이야, 무시무시한 권한을 쥐고 있는 인물이야. 안씨 가문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고집을 부리면 네 삼촌이 군대를 이끌고 안씨 가문을 쓸어버릴 거야.”“네? 르벨 군부 부사령관이라고요? 진짜 대단하네요.”하경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게다가 네 사촌 동생은 대한민국 전신전에 소속한 사람이야. 비록 보통 병사지만 이미 장관급 병사야.”하인학이 자랑스럽게 말했다.“전신전에서 나와서 일반 부대에 가면 적어도 중대급 장교는 될 거야.”“네?”하경준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이제까지 집안의 모든 일을 네 형이 맡았지. 그런데 이제 네 형이 없잖아.”하인학이 하경준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 네가 이제 그 책임을 져야 해. 내가 이 기간에 네게 사업에 관한 걸 배워 줄 거야. 네가 장사하는 데 소질이 없다면 이 중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거야.”이 말을 들은 하경준은 즉시 다짐했다.“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잘 배울게요. 하씨 가문의 앞날을 위해 모든 힘을 다 바칠 겁니다.”“좋아, 날 실망하게 하지 마. 이제 가보렴.”하경준이 나가자 하인학은 전화를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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