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1951 - Chapter 1960

1986 Chapters

제1951화

별장 밖에 여자 하나, 남자 둘이 서 있었다.그중 한 명은 예전에 황예은을 암살하려 했던 그 여전갈이었다.지난번엔 운 좋게 도망쳤지만 이번엔 두 조력자를 더 데리고 돌아왔다.세 사람 주변엔 시체가 수두룩했는데 현장은 피바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죽은 자들은 전부 황예은이 데려온 경호원이었다.“황예은 씨, 그만 숨지 그래? 순순히 나와주면 좋잖아.”여전갈이 별장을 향해 소리쳤다.“예은아, 절대 나가면 안 돼. 난 이미 진서준한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허사연이 황예은의 팔을 잡고 막아섰다.“내가 안 나가면 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올 거야. 그땐 너도 무사하지 못해.”이런 식의 암살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황예은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침착했다.“괜찮아, 지금 난 거의 대종사급 실력이야.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어.”허사연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사연아, 넌 꼭 살아남아야 해. 날 신경 쓰지 마.”황예은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안 돼. 널 혼자 보낼 순 없어.”허사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완강히 거절했다.그때, 바깥에서 다시 여전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안 나올 거야? 그럼 우리가 직접 들어간다? 우리가 들어가면 쉽게는 안 죽일 거야. 내 두 동료는 미녀를 참 좋아하거든.”여전갈이 비아냥거리며 협박했다.“사연아, 날 놔줘. 부탁할게.”황예은이 간절하게 설득했다.“하지만...”허사연은 고민에 빠진 채 망설였다.그 짧은 틈을 타 황예은은 허사연의 손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예은아!”허사연이 정신을 차리고 뒤따르려 했지만 황예은은 문을 잠그고 그녀를 안에 가둬버렸다.“여기서 진서준을 기다려. 내 복수는 진서준이 해줄 거야.”그 한마디를 남기고 황예은은 망설임 없이 여전갈 일행 세 명을 향해 걸어갔다.“쯧쯧, 이거야 원, 이렇게 예쁜 여자를 죽이라니... 아깝네 진짜.”팔자수염을 기른 남자가 음흉한 눈빛으로 황예은을 훑어봤다.“이 여자는 무조건 죽어야 해. 하지만 그 전에 실컷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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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2화

순간 얼굴에서 피가 튀고 살이 벌어졌다.황예은은 짧게 신음을 내뱉고 식은땀이 옷을 흠뻑 적셨다.“이년아, 우리 오빠를 죽인 네년한텐 무덤도 없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주마. 널 천 명, 만 명이 마음껏 짓밟을 수 있는 암캐로 만들어주겠어.”여전갈은 이를 악물고 쌍욕을 퍼붓고는 칼을 들고 황예은의 얼굴을 마구 그어댔다.연이어 휘두르는 칼질에 자비 따위는 없었다.“아악!”황예은은 비명을 지르며 극심한 고통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이봐, 너 그렇게 망가뜨리면 우리가 어떻게 즐길 수 있어?”각진 얼굴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나라를 뒤흔드는 미모였던 황예은의 얼굴은 이제 피투성이가 되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해졌다.“얼굴 가리면 그만이지. 몸매는 여전히 최상급이잖아.”여전갈이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머리만 가리면 똑같지 뭐.”팔자수염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씩 웃었다.“그래도 죽이지는 말라고. 난 시체 가지고 노는 건 취향이 아니거든.”각진 얼굴의 남자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여전갈이 다시 손을 들려는 순간, 갑자기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그만둬, 이 미친놈들아!”허사연이 창문을 깨고 뛰쳐나왔다.황예은의 피투성이 얼굴을 본 순간, 허사연은 거대한 분노에 휩싸였다.황예은에게 이토록 가혹한 짓을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어라? 또 여자가 하나 더 있었네?”여전갈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허사연을 쳐다봤다.“이쪽도 끝내주는데?”팔자수염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맛을 다셨다.“그럼 저 여자는 너한테 맡길게. 이 황씨 여자는 내가 즐길게.”각진 얼굴의 남자가 말했다.“그러자.”두 사람의 대화에 허사연은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너희 같은 인간쓰레기는 이따가 진서준이 와서 전부 죽여버릴 거야.”“진서준? 그게 이 여자 남자야?”여전갈이 묻자 허사연은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네가 알 자격 없어. 마지막 경고야. 당장 예은을 놓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후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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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3화

현빙의 체질은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체질이었다.이런 체질을 갖춘 사람은 수련을 통해 체내의 한기를 내공으로 전환할 수 있고 전투 중에도 체내의 한기를 외부로 방출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한기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본인 몸에 엄청난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지금 허사연은 이미 물러설 길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너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내 전투력이 또 한 단계 올라가겠는데?”팔자수염 남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변태 같은 자식... 가까이 오지 마!”허사연은 이를 악물고 남자에게 욕설을 날렸다.“내가 쓰레기고 변태인 거 알면서 멀어지길 기대한 거야?”팔자수염 남자는 음침하게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아가씨, 오늘 넌 내 거야. 아무도 널 못 구해줘.”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자수염 남자는 번개처럼 허사연에게 달려들었다.남자가 주먹을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로 수많은 강철 바늘이 드러났고 바늘 끝에는 강력한 독이 묻어 있었다.이건 아주 작은 만으로도 종사급 고수가 그대로 뻗어버릴 정도의 맹렬한 독이었다.허사연은 남자의 주먹 끝에 번쩍이는 한기를 보자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암기까지 쓰다니 정말 양심도 없네.”허사연은 정면충돌을 피하며 연신 뒤로 물러났다.“결과만 좋으면 되지 과정이 뭐가 중요해?”팔자수염 남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남자는 전투 경험이 풍부했고 매번 날리는 공격 하나하나가 방어하기 어려운 각도로 들어왔다.허사연은 연속으로 공격을 피했지만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갑자기 우렁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이 미친놈들아, 감히 우리 누나를 건드려? 죽고 싶어?”여전갈과 각진 얼굴의 남자가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자 명품으로 치장한 잘생긴 청년 하나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어라? 넌 뭐야?”여전갈이 싸늘하게 물었다.“잘 들어, 내 이름은 황현호야.”황현호가 여전갈을 가리키며 외쳤다.“당장 우리 누나 놔줘. 안 그러면 너 뼛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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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4화

“말했잖아. 기술 하나 없는 네가 내 앞에선 그냥 장난감일 뿐이라고.”각진 얼굴의 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표범아, 그만 놀고 얼른 끝내.”여전갈이 성가신 듯 지시했다.“알았어.”남자의 몸이 스윽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황현호의 등 뒤에 나타났다.황현호가 반사적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남자는 손쉽게 피했다.황현호가 다시 공격하려는 순간, 남자는 강철 바늘 하나를 꺼내 그의 목덜미에 꽂았다.독이 몸 안으로 쫙 퍼지자 황현호의 몸에서 힘이 쫙 빠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 개자식이 내 몸에 뭐 한 거야?”황현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별거 아냐. 그냥 무식하게 힘만 많다고 다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거야.”각진 얼굴의 남자가 무심하게 말했다.그 사이, 팔자수염 남자와 허사연의 전투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허사연 역시 독침을 맞고 쓰러졌고 팔자수염 남자가 그녀를 들쳐업고 왔다.두 사람 모두 제압된 걸 본 여전갈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더니 황예은에게 찬물을 한 양동이 퍼부었다.기절해 있던 황예은이 순간 움찔하더니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이년아, 네 눈으로 봐. 저게 누군지 알겠어?”여전갈이 쓰러진 황현호를 가리켰다.“너 왜 여기에 있어?”갑작스레 나타난 동생을 본 황예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그동안 황현호는 집 지하에 틀어박혀 부귀전승을 수련하고 있었고 단 한 번도 밖에 나간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뜬금없이 여기 르벨에 온 것이다.“누나가 위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달려왔어.”황현호는 누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말도 안 돼, 내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황예은은 억장이 무너졌다.본래 죽청 노인에게 부탁했던 건데 결국 동생이 대신 와버렸다.그런데 문제는 사람을 구하긴커녕, 동생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됐고, 너희 남매의 감상 타임은 여기까지야.”여전갈은 그대로 단검을 황현호의 목에 들이댔다.“네 남자가 내 오빠를 죽였어. 그러니 오늘은 네 동생을 죽여서 네가 가족을 잃는 게 어떤 느낌인지 직접 느끼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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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5화

“동작 그만!”천둥 같은 고함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홱 돌렸다.그곳엔 살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한여름 뙤약볕 아래인데도 여전갈 일행은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진서준, 드디어 왔구나.”진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허사연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쳤다.마치 구세주라도 나타난 듯한 얼굴이었다.“드디어 이 개자식이 나타났네.”여전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노려봤다.여전갈의 오빠 남전갈은 바로 이 남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지금 이 순간, 원수가 눈앞에 서 있으니 복수의 시간이 온 것이다.“너희 전부 시체조차 못 찾게 가루로 만들어주마.”황예은의 온몸에 난 상처와 상의가 벗겨진 허사연의 모습을 본 진서준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폭발했고 얼굴엔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그 모습을 본 여전갈은 오히려 히죽 웃었다.“꼴값 떨긴? 많이 화났어? 나 죽이고 싶지? 근데 어쩌지? 넌 아무것도 못 해. 네 여자는 내 손아귀에 있어. 내가 어떻게 괴롭히든 넌 그냥 구경만 해야 해. 네 여자가 어떻게 처참하게 당하는지 똑똑히 봐두라고. 독수리, 멍때리지 말고 얼른 움직여. 이 여자 즐기고 싶다며? 지금 당장 이 여자의 남자 앞에서 실컷 놀아줘. 누가 더 잘하는지 비교 좀 하게.”여전갈의 말에 팔자수염 남자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이런 짓은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는 남자는 이게 일반 능욕보다 수백 배는 짜릿하다는 걸 잘 알았다.“아가씨, 걱정 마. 네 남편보다 내가 백 배는 잘해. 기분 끝내주게 해줄게. 평생 나한테서 못 떠날걸?”팔자수염 남자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그 여자한테 손 하나라도 대면 살아서 생지옥을 체험하게 해주마.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할 거야.”진서준은 분노로 목소리를 떨었다.“그 말 들으니까 더 하고 싶어지잖아.”팔자수염 남자는 혀를 날름 내밀며 허사연의 가슴 쪽으로 다가갔다.“죽고 싶어?”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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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6화

각진 얼굴 남자는 바닥에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다.그 옆의 여전갈도 마찬가지로 단전이 깨져 바닥에 널브러진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진서준은 바로 상의를 벗어 황예은의 몸에 덮어줬다.칼자국으로 가득한 황예은의 얼굴을 보자 진서준의 심장은 찢어질 듯 아팠다.“네가 황예은 얼굴에 칼을 그었지? 네 얼굴에 열 배로 그어줄게. 살아있는 게 고통이라는 걸 똑똑히 알려주마.”분노에 눈이 돌아간 진서준은 여전갈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다른 손으론 칼을 꺼내 들었다.“안 돼, 하지 마. 우리 스승님이 알면 넌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여전갈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맞아, 너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처참하게 죽게 될 거야. 이 여자의 스승은 킬러 랭킹의 에이스야.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최고 수준의 킬러라고.”각진 얼굴 남자도 고통을 참으며 진서준을 협박했다.킬러 랭킹의 에이스는 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는데 그 실력은 국안부의 호국 장군과 맞먹었다.아무도 그런 괴물을 쉽게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외의 톱급 조직조차 킬러 랭킹의 에이스와 엮이기를 꺼릴 정도였다.“그래서 어쩌라고? 그놈이 대한민국 땅을 밟는 순간, 내가 반드시 저세상에 보내주지.”진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 말을 마치자마자 진서준은 여전갈의 얼굴에 칼을 그었다.순간, 핏줄기가 분수처럼 튀어나왔다.“아악!”여전갈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한 번, 두 번, 세 번... 칼이 여전갈의 얼굴 위를 거듭해서 긋고 지나갔고 그녀의 얼굴은 금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가 되었다.얼굴은 이미 두 눈만 빼고 전부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되었다.“널 죽여버릴 거야. 우리 스승님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여전갈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발악했다.“이제 네 차례야.”진서준은 여전갈을 바닥에 던지고 각진 얼굴 남자를 바라봤다.“가까이 오지 마. 난 네 여자한테 손 안 댔어. 다 저 여자가 혼자 한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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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7화

“우리 본부는 해외에 있어. 근데 대한민국에도 지부가 하나 있어. 강지 쪽의 구룡 가든에 있어.”각진 얼굴 남자는 바로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조금 전, 여전갈이 뼈만 남을 때까지 도륙당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그런 고통은 진짜 겪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죽을 거면 그냥 시원하게 죽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이제 죽어도 돼.”정보를 알아낸 진서준은 표정 하나 없이 손바닥 한 방으로 각진 얼굴 남자를 보내버렸다.그 후, 진서준은 안세린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 정리를 부탁했다.“진서준, 그 세 킬러가 다 죽은 거야?”진서준이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허사연이 물었다.“응, 다 죽었어. 걱정 마. 이제 더는 여기 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진서준이 차분한 말투로 안심시켰다.그러고는 황예은 앞으로 다가가 옥으로 된 작은 약병을 꺼냈다.“먼저 상처를 깨끗이 씻고 이 안에 든 약을 바르면 네 얼굴엔 흉터 하나도 안 남을 거야.”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황예은의 얼굴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이대로 흉터라도 남는다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것이다.“진짜 그렇게 신기해?”황예은은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물었다.“내가 언제 널 속인 적 있어?”진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전에 속인 적이 있잖아.”그러자 황예은이 정색하며 받아쳤다.“그건 좀 상황이 달랐지.”진서준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됐고, 위로 올라가자. 내가 네 얼굴 치료해 줄게.”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진서준은 황예은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약을 발라준 뒤 붕대로 단단히 감쌌다.모든 치료가 끝난 뒤, 황예은은 거울을 들고 본인의 얼굴을 확인했다.지금의 얼굴은 예쁜 눈만 빼고 전부 하얀 붕대에 가려져 있었다.“이제 좀 누워서 쉬어. 오늘 밤엔 보양식 좀 만들어줄게. 기운을 얼른 회복해야지.”진서준은 황예은을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진서준.”황예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 얼굴에 흉터 남으면 넌 날 싫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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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8화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둘이 붙는 건 실전 연습에 하나도 도움 안 돼.”어떻게 싸우든 황현호가 진서준의 한 방에 쓰러지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해봤자 황현호는 전투 경험을 쌓을 수가 없었기에 차라리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찾는 게 훨씬 나았다.바로 그때, 옷을 갈아입은 허사연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진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허사연을 가리켰다.“너희 둘이 한번 붙어 봐. 허사연의 지금 실력은 거의 대종사급이야. 게다가 실전 경험도 제법 있어. 너희 둘이 붙으면 서로에게 다 좋은 경험이 될 거야.”“뭐? 나보고 여자랑 싸우라고?”황현호는 좀 망설이는 눈치였다.“뭐야, 여자라고 무시해?”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좀 그래...”황현호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한번 붙어보자고.”허사연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아까 여전갈 일당한테 당한 수모가 아직 안 가셔 속이 부글부글 끓는 와중에 황현호가 기름을 제대로 부은 셈이었다.“좋아, 주먹엔 눈이 없으니까 꼭 조심해.”황현호도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조심할 사람은 네가 아닐까?”허사연이 싸늘하게 받아쳤다.두 사람은 뒷마당으로 나갔고 진서준은 그 옆에서 조용히 관전하기로 했다.“윽!”허사연은 가볍게 기합을 내지르며 재빠르게 달려들었다.기세가 만만치 않은 허사연을 보자 황현호도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전력을 다하진 않았다.허사연은 페이크 동작을 보이더니 등 뒤에 숨긴 손을 꺼내 황현호의 얼굴을 쳐버렸다.순간 황현호의 코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아악! 왜 이렇게 아프게 때려?”고통이 밀려오자 황현호는 순간 당황했다.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 맞으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그만 말하고 공격이나 해.”허사연은 공격을 멈출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였고 연속 주먹을 날렸다.황현호는 겨우겨우 막아냈지만 얼굴이며 머리며 몸 여기저기 잔뜩 맞았다.“그만, 그만! 진짜 아파 죽겠어!”황현호는 뒤로 물러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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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9화

안세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서서 저택을 떠났다.안세린이 떠난 후, 진서준은 주방으로 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오후 내내 허사연은 황현호와 스파링을 했다.해가 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거실로 돌아왔는데 황현호는 머리에 혹이 잔뜩 나 있고 얼굴은 멍투성이였다.반면 허사연은 딱히 다친 곳도 없이 그저 땀에 흠뻑 젖은 채였다.“황예은 깨우고 올게. 슬슬 밥 먹자.”진서준은 2층으로 올라가 황예은을 깨웠다.“누나...”얼굴에 온통 붕대가 감겨 있는 황예은을 보자 황현호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한편, 황현호의 몰골을 본 황예은은 진서준이 한 짓이라는 걸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내일 당장 돌아가.”황예은이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안 가요. 저 여기 남을 거예요.”황현호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집에 혼자 있으면 같이 연습할 사람도 없잖아요. 여기엔 허사연이 있어 같이 실전도 가능하다고요. 누나, 나 진짜 강해지고 싶어요. 누나를 지켜주고 싶고 당당한 사내가 되고 싶단 말이에요.”황현호의 말에 황예은은 뿌듯함을 느꼈다.철없기만 하던 동생이 드디어 철든 것 같았다.“그냥 여기 있어. 내일 내가 안시 가문으로 데려가서 훈련 붙일게. 혼자서 집에서 끙끙대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들었죠, 누나? 진서준도 내가 남는 거 찬성했어요.”황현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근데 어디서 훈련받는다고?”황현호가 다시 확인했다.“안씨 가문이야. 거긴 고수가 바글바글하니까 네 실력도 쭉쭉 올라갈 거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실력만 늘 수 있다면 칼날 위를 걷든 불 속을 뛰어들든 상관없어.”황현호는 열정이 활활 불타올랐다.“서준아, 나도 같이 가도 돼?”허사연도 잠깐 고민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너도 가. 안세린은 고수니까 너도 배울 게 많을 거야.”진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저녁을 먹고 난 후, 진서준은 도지아에게 저녁을 가져다주기 위해 보온 도시락을 들고 병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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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0화

“응, 이제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초아야.”도지아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하지만 다음에 무슨 일 생기면 꼭 바로 말해야 돼.”동초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야?”도지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때, 한 미모의 귀부인이 병실로 들어왔다.“초아야, 우리 슬슬 가자.”귀부인이 조용히 말했다.“알겠어요, 지아야, 진서준 씨. 우리 이만 갈게.”동초아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진서준은 동초아 옆에 선 귀부인을 슬쩍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사모님, 잠시만요.”“네?”동초아 어머니가 발걸음을 멈췄다.“실례지만 요즘 자주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드시지 않나요?”진서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머?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동초아 어머니는 살짝 놀란 듯 물었다.“제가 의술을 조금 알아서요.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서 짐작이 됩니다.”진서준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엄마, 지아 다리 흉터도 진서준 씨가 치료해 주신 거예요. 진짜 실력 있는 분이에요.”동초아가 옆에서 거들었다.동초아 어머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요즘 식사가 좀 불규칙하긴 해요. 저혈당이 와서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요. 뭐, 별건 아니에요.”그 말에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그건 저혈당이 아닙니다. 제 판단으로는 뇌혈전 증상이에요.”“뭐라고요?”동초아 어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처음 본 사람한테 뇌혈전이란 말을 들었으니 누구라도 화가 날 법했다.“진정하세요, 제 말엔 근거가 있습니다.”진서준은 설명을 이어갔다.“눈에 핏줄이 사라지지 않고 사지 관절이 뻣뻣하며 관자놀이 혈관이 도드라져 있는 건 전형적인 뇌혈전 초기 증상입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동초아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젊은 티 내는 건 알겠는데 입 좀 조심해요. 또 그런 식으로 저주하듯 말하면 나도 가만 안 있어요.”젊은 친구가 잘생기긴 했지만 정말 싸가지가 없는 것 같았다.사람을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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