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1481 - Chapter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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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1화

“그 조끼남이 또 올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 자식이 다시 찾아와서 아무도 없는 걸 발견하면 아마 이 근처에는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그러니까 요즘에는 우선 동굴을 찾아 이틀 정도 숨어 있다가 그 자식들이 가면 다시 돌아와요.”곽정희가 문득 말했다.“이 근처에 동굴이 있는데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조건이 열악한데... 수호 씨 몸에 상처도 있고...”“괜찮아요. 이러는 게 가장 안전할 거예요.”나는 몸에 난 상처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내 대답에 고가정희가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짐 좀 쌀게요.”우리는 식량과 물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챙긴 뒤 곽정희가 말한 동굴로 향했다.동굴은 곽정희가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 도보로 두 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도착해 보니 밖에는 잡초가 우거진 탓에 동굴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어려웠다.나는 이토록 은밀한 곳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이렇게 은밀한 곳에 동굴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어릴 적 아빠랑 사냥하러 산에 올 때가 있었는데, 가끔 너무 늦어 돌아가기 어려우면 동굴에서 머물곤 했어요. 그 덕에 이 근처에 있는 동굴이란 동굴은 빠삭하거든요. 여긴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은밀한 동굴이기도 해요.”동굴 안을 빙 둘러봤더니, 면적은 꽤 컸고 바닥도 매우 건조했다. 그 덕에 이부자리를 깔면 바로 잘 수 있었다.게다가 동굴의 방향은 내가 떨어진 절벽의 반대 방향이었기에 조끼남 일당은 우리가 이곳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할 게 뻔했다.나는 이곳이 마음에 꼭 들었다.“정희 누나, 누나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그런데 나랑 같이 여기서 며칠 지내야 해서 고생이겠어요.”곽정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그게 뭐 어때서요. 우리처럼 산에서 사는 사람은 동굴이 익숙해요.”곽정희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뚝딱뚝딱 부뚜막을 쌓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곽정희는 참으로 부지런한 여자인 것 같았다. 게다가 야외 생존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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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곽정희는 촉촉한 눈가를 닦으며 흐느꼈다.“괜찮아요. 나도 수호 씨 탓하지 않아요. 단지... 그냥...”“그냥 뭐요?”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곽정희는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그냥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족이라고는 약혼자뿐이었는데, 준휘 씨도 거의 돌아오지 않아 매일 혼자 살았거든요. 그동안 대화할 사람도 없었으니 잘해주는 사람은 더욱 없었고요.”“아까 나한테 화낸 건, 나더러 좀 더 많이 먹으라고 그랬다는 거 알아요. 수호 씨가 이렇게 잘해주니까 마음이 너무 따뜻했어요.”곽정희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게 단지 감동한 탓이라는 사실에 나는 조금 놀랐다.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여자에게는 확실히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곽정희의 약혼자가 아니기에 해줄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다.“누나, 약혼자가 보고 싶으면 찾으러 가요. 아니면 제가 이번에 나갈 때 누나도 같이 데리고 나가 줄게요. 혹시 알아요? 누나 약혼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곽정희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그래도 돼요? 나 정말 준휘 씨 만나러 가도 돼요?”나는 곽정희의 반응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당연하죠. 그분은 누나 약혼자잖아요. 자기 약혼자를 만나러 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곽정희는 웃으며 얼른 눈물을 닦았다. 게다가 기대가 생겨서인지 얼굴도 희망으로 가득 찼다.우리는 식사를 하는 내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곳은 꽤 깊은 산속에 있는 동굴인데도 의외로 운치가 있었다.배불리 먹고 나니 밖에서 어느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갑자기 변한 날씨에 나는 이상해서 중얼거렸다.“방금까지 괜찮더니 왜 갑자기 비가 내리지?”그 말에 곽정희가 대답했다.“산속 날씨는 원래 이렇게 변덕스러워요. 내가 손난로를 챙겨 왔는데 쓸래요?”“누나 참 세심하네요.”‘어쩜 그 사이에 손난로도 챙겨 왔지?’이럴 때 보면 여자들은 참 세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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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그때 내가 문뜩 말했다.“누나, 산속에서 사냥하던 이야기 좀 해줘요.”“그래요.”곽정희는 사냥하면서 겪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화수분처럼 꺼냈다.곽정희의 말에 따르면 산속은 지형이 복잡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재미난 일이 많다고 했다.사냥할 때면 평소 볼 수 없었던 희귀 동물과 약재들도 많이 볼 수 있고, 특히 겨울이 되면 많은 동물들이 동면하여 사냥이 어려워질 때도 있는데, 가끔 동면하는 동물들을 만날 때도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치타, 늑대, 곰 등 동물들도 있었다.그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늑대와 곰도 만났어요? 그렇게 사나운 동물을 만나면 도망이 힘들지 않아요?”“사납긴 하지만 그때 난 아빠 따라간 거였어요. 우리 아빠 사냥 기술이 끝내주거든요. 심지어 분위기 때문인지 동물들도 아빠를 만나면 무서워하고 두려움을 느껴요.”“그렇게 신기해요?”“아빠가 말하길, 산에서 오랫동안 사냥하다 보면 가끔 맹수를 만나는데 그 맹수들보다 더 강한 기운을 풍겨야 맹수들이 겁을 먹는대요.”“그렇게 오래 지속되다 보니 아빠가 산속의 왕 같은 존재가 됐어요. 매번 아빠랑 같이 사냥 갈 때면 곰과 늑대가 오히려 뒤돌아서 도망치더라고요...”동굴 안이 점점 따뜻해지자 나는 점점 노곤해졌다.그러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곽정희의 어깨에 그대로 기대 잠이 들어 버렸다.곽정희는 조심스럽게 나를 이불 위에 눕히고 몸을 웅크린 채 내 옆에 누웠다.말을 많이 해서 피곤했는지 곽정희도 휴식하고 싶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나와 거리를 둘 수 없었기에 서로 바싹 붙은 채 잘 수밖에 없었다.이미 꿈나라로 간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하지만 곽정희는 그 때문에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얼마 전 밤에 느꼈던 이상한 느낌이 또 몰려와 곽정희의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결국 참지 못한 그녀는 뒤돌아 누운 채 내 등을 보면서 자기 약혼자도 이토록 몸이 튼실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곽정희는 약혼자와 아주 어릴 때 혼약을 맺었다. 하지만 항상 도시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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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곽정희가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아침 식사 준비를 마쳤다.“아, 미안해요. 내가 늦잠 잤네요.”곽정희는 늦잠 잔 게 너무 믿기지 않고 실례된다고 생각했는지 너무 미안해 했다.그토록 초조해 하는 곽정희를 보니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괜찮아요. 여기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비웃는 것도 아니고요. 누나가 너무 곤히 자길래 안 깨운 것뿐이에요.”“그래도 난 여자인데. 어떻게 여자가 자고 남자가 밥할 수 있어요?”곽정희는 여전히 불편한 듯 말했다.“그런 사상은 너무 올드해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요. 요즘은 안 그래요.”“도시에서는 요즘 남자가 밥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남자들은 아내를 아껴서 예전처럼 뭐든 여자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곽정희는 눈이 휘둥그레서 나를 바라봤다.“정말요? 도시 여자들은 너무 행복하네요.”나는 국 한 그릇을 곽정희에게 건넸다.“그럼요. 누나 약혼자가 누나를 도시로 데려가면, 누나도 약혼자더러 밥해달라고 해요. 누나도 행복을 누려야죠.”곽정희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그레해서 웃었다.밖에서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쳤고, 공기는 유난히 좋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곽정희는 지루한 듯 동굴 입구에 털썩 앉았다.“하, 우리 집 텃밭은 어떻게 됐나 몰라. 우리 집 병아리와 토끼도 걱정이네...”곽정희는 그동안 동물들과 함께 지내 왔기에 자기가 기르던 동물들과 텃밭을 무척 걱정했다.나는 속으로 괜히 미안해졌다. 나 때문에 곽정희까지 동굴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누나, 우리 여기서 하룻밤만 더 있고 내일 돌아가요. 그 자식들은 아마 저를 찾지 못해서 포기했을 거예요.”“그래요.”곽정희는 돌아간다는 말에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이날 우리는 산속에서 과일을 따 먹었다. 그중 내가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과일도 있었는데, 어떤 건 시고, 어떤 건 달았다.곽정희가 알고 있는 산나물 종류는 엄청 많았는데 거의 모든 산나물의 이름을 꿰고 있었다. 심지어 산속 지형에도 익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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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곽정희는 미처 반응하지 못한 듯 나를 한참 바라봤다.“왜 갑자기 간다는 거예요? 팔도 아직 안 나았잖아요.”“제가 실종된 지 며칠이나 지나서 친구들이 걱정할 거예요. 찰과상도 다 나았고, 넘어지면서 까진 곳도 다 나았어요. 그리고 팔은 힘만 주지 않으면 괜찮고요.”곽정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요?”“누나는 우선 여기 있어요. 제가 도움을 청할 사람을 불러오면 같이 가요.”“그, 그럼 꼭 데리러 와야 해요.”곽정희는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 약혼자를 찾아가고 싶어 했다.그 갈망하는 눈동자를 보니 나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무조건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내가 곽정희를 데리고 떠나지 않은 이유는 가는 길에 조끼남 일당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서였다. 때문에 곽정희의 안전을 위해서 아직은 데려가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곽정희는 나에게 떠나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가니 정말로 산을 나갈 수 있었다.내 차는 이미 사라졌는데, 조끼남이 끌고 간 건지, 다른 사람이 끌고 간 건지 알 수 없었다.산길을 따라 도로로 나간 나는 얼른 손을 들어 차 한 대를 불러 세웠다.“천수당으로 데려가 주세요.”“혹시 길 잃었어요?”화물차 기사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하지만 나는 ‘네’라는 짤막한 대답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늘 경각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화물차 기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이 차는 짐만 나르지 사람은 태우지 않아요. 아까는 꽤 마음이 가서 태워준 거예요. 여기서 도시까지 엄청 멀거든요...”나는 기사의 말속에 숨은 뜻을 이내 캐치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목적지까지 가주시면 돈은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하하하, 그래요. 미리 말해두는데 거기까지 데려가면 20만 원이에요. 괜찮죠?”“네.”20만 원을 요구하면 그만큼 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20만 원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 속했으니까.다행히 가는 내내 무사한 덕에 2시간 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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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언제 납치했다고 그래요?”화물차 기사는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깜짝 놀라 말도 버벅거렸다.나는 20만 원을 꺼내 기사 품에 밀어 넣었다.“진짜 납치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경찰서에 인맥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 잡히고 싶지 않으면 20만 원이라도 챙겨 가요.”내가 협박으로 겁을 주며 말하자 화물차 기사는 본인이 정말 경찰에 잡혀갈까 봐 겁에 질려 곧바로 20만 원만 챙겨 도망쳤다.계속 내 앞에 막아서서 나를 지켜주던 민우와 현성은 화물차 기사가 떠난 뒤 나를 천수당으로 끌어와 이것저것 물었고, 나는 그날 연씨 가문 저택을 떠난 뒤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젠장. 놀랐잖아. 네가 요즘 하도 연락이 안 돼서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현성은 내 가슴을 주먹으로 툭 치며 말했다.이에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니까 아직 신고 안 했다는 거네?”내 말에 민우가 끼어들었다.“우리가 신고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우리 신고를 막은 사람이 있어.”“누군데?”“누굴까? 너도 아는 사람이야.”그걸 내가 어떻게 안다고.“소여정?”“아니.”“연소희?”“연소희가 누군데?”“음... 그럼 윤지은?”“어, 윤지은 씨 맞아.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고 오히려 우리 가게 장사에 영향 끼칠 거랬어. 심지어 그걸 기회 삼아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신고하지 말고 자기가 알아서 할 거라고 하더라.”윤지은이 이 일에 개입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얼마나 세심한지 내 실종이 천수당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것까지 계산했다.다만 윤지은이 마를 찾으려면 강한나를 찾아갈 텐데, 내가 돌아온 지금도 두 사람한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됐어, 생각하기도 귀찮아.’나는 생각을 접고 민우와 현성더러 내 부러진 팔을 치료해달라고 했다.다행히 곽정희가 나를 도와 뼈를 고정해 너무 심하게 다치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나으려면 한동안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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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에 내 차에 관해 물었더니 돌아오는 건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보아하니 이번 이른 제대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이미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인지 나는 길이 매우 익숙했다. 하지만 우리가 곽정희 집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부터 차 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그중 한 대는 경차였다.‘무슨 상황이지?’그 순간 혹시 윤지은과 강한나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곽정희 집에서 윤지은과 강한나를 본 순간, 나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내가 떠나자마자 이곳에 온 건가?’그렇다면 진짜 놀라운 속도였다.곽정희는 나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수호 씨, 일찍 왔네요?”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뻔뻔하게 말했다.“네. 데리고 나가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 지켜야죠.”“와, 정수호 씨 진짜 너무하네요. 누구는 며칠 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면서 수호 씨 찾아 다녔는데, 수호 씨는 깊은 산속에서 미녀와 같이 지냈네요.”강한나는 일부러 나에게 무안을 줬고, 그 말에 이내 윤지은의 나를 째려봤다.하지만 윤지은이 나를 그렇게 걱정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분명 나를 엄청 싫어하고 관심도 없다고 했으면서.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두 사람이 얼마나 애써가며 나를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윤지은은 내가 말하기 전에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떠나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얼른 그 뒤를 따라가 설명했다.“나 정희 누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누나는 그저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나한테 그런 건 왜 설명하는데?”윤지은은 차갑게 되물었다.이에 나는 헤실 웃으며 답했다.“지은 씨가 오해할까 봐 그러죠.”“뭘 오해하는데?”“나랑 정희 누나 사이에 뭐가 있을 거라고 오해할까 봐 그러죠. 정희 누나한테 약혼자도 있어요.”나는 윤지은의 의심을 해소하려고 이런 말을 한 거였는데,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윤지은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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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1488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윤지은이 떠올랐다.이번 계기로 또 한 번 윤지은이 나를 얼마나 관심이 많는지, 내 일이라면 얼마나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지 느껴졌다.이 특별한 감정에 내 마음마저 흔들렸다. 심지어 애초의 욕망에서 이제는 점점 복잡해졌다.하지만 이 복잡한 정도가 얼마인지는 나조차도 말할 수 없었다. 윤지은은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윤지은은 항상 자기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입으로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게다가 무엇에 마음이 쓰이면 쓰일수록 더욱 강하게 부정한다.다만 윤지은에 대해 잘 알고 있냐고 물으면 절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아무튼 그녀에 대한 마음이 복잡한 것만은 확실했다.1시간 뒤, 우리는 한 술집 앞에 도착했다.나는 문득 차를 왜 술집에 멈춰 세우는지 의문이었다.그러자 강한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생명의 은인이 어릴 때부터 산속에서만 지내 이런 세상은 경험해 본 적이 없대요. 산속 음식 외에 다른 음식도 먹어본 적 없다고 하고요.”“그래서 지은이랑 같이 정희 씨 데리고 놀고먹으려고요.”보아하니 오는 내내 세 사람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간 모양이었다. 심지어 사이도 꽤 좋아 보였다.이건 좋은 일이었다.나는 다급히 말했다.“그래요. 그럼 우리도 같이 가요. 제가 살게요.”강한나는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필요 없거든요. 여자 셋이 모이겠다는데 남자들은 왜 껴요? 가서 볼 일들 봐요.”‘이건 뭐 우리 셋을 버리겠다는 건가?’나는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다.세 여자가 함께 술집에 들어가는 걸 우리 셋은 목석처럼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현성과 민우는 내 모습을 보더니 입까지 막고 웃어댔다.나는 결국 현성을 발로 걷어찼다.“뭘 웃어? 그렇게 재밌어?”현성이 말했다.“내가 볼 때 이거 다 윤지은 씨 아이디어인 것 같아. 수호야, 윤지은 씨가 너 안 반기나 봐.”“안 반기면 됐어. 나도 마침 바빠.”나도 자존심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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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그때 고수연이 나에게로 달려왔다.“수호 씨, 오늘 밤 무조건 나랑 같이 집에 가요.”“왜요?”심각한 표정을 한 고수연을 보니 나는 무슨 일이 있나 궁금했다.그러자 고수연이 팔짱을 낀 채 차가운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물어요? 그동안 밖에만 돌아다니느라 우리 언니한테 소홀히 했잖아요.”아...‘그거였군.’확실히 사고가 나기 전 나는 온 신경이 소여정한테 팔려 형수를 찾아가더라도 약간 넋이 나가 있었고 형수한테 많이 소홀했다.“내가 잘못했어요. 오늘 돌아갈게요.”“우선 우리 언니한테 전화나 해요. 요즘 돌아오지 않아서 언니가 많이 걱정해요.”“네, 알았어요.”고수연은 나를 노려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나는 안 속아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하. 남자란. 믿을 게 하나도 없다니까?”‘내가 왜 믿음직스럽지 못한데?’나는 고수연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하지만 형수에게 안부 전화하는 건 잊지 않았다.형수는 무척 걱정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요즘 어디 갔었어요?]나는 형수가 헛된 생각을 할까 봐 요즘 겪은 일을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그 말을 들은 형수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요즘 법치 사회인데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한대요?]“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제 괜찮아요...”형수와 한참 동안 대화를 해보니 형수가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형수는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형수와 만난 뒤로 형수는 한 번도 나를 묶어두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할 뿐, 나와 뭔가를 해보려는 건 아니었으니.당사자는 괜찮다는데 오히려 고수연이 옆에서 조급해할 뿐이었다.형수와 통화를 끝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들이 하나둘 찾아와 나는 헐레벌떡 달려 나가 맞이했다.“아이고, 정 선생, 요즘 어디 갔었나?”“우리가 정 선생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나?”“맞아. 정 선생 말고 믿을 사람이 없어. 정 선생이 괜찮다고 해야 괜찮은 것 같다니까.”“정 선생, 얼른 내 맥 좀 짚어주게.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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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나는 하마터면 손에 든 찻잔을 떨굴 뻔했다.상대가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말투나 행동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연상철의 손녀 연소희 외에 이토록 호들갑 떨 사람이 어디 있겠나?연상철도 뒤이어 들어오셔서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조심해. 정 선생 넘어지겠어.”연소희는 헤실 웃더니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오빠, 괜찮아요? 어? 팔은 왜 이래요?”내가 다친 팔은 왼쪽이었는데 아직도 깁스를 하고 있었다. 다만 환자를 치료할 때는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연소희는 또다시 나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내가 고양이나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나는 얼른 연소희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괜찮아. 소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연소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날 밤 우리 집에서 떠난 뒤 연락도 안 되고, 일부러 나 피한 거죠?”보아하니 연소희와 연상철은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나는 얼른 그날 밤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나 일부러 너 피한 거 아니야. 그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아래에서 며칠 요양하다 오늘 돌아온 거야.”“네?”연소희는 또다시 나에게 달려와 이리저리 살펴봤다.연소희의 손길은 조금도 다정하지 않았다. 순간 그동안 보여 온 귀엽고 다정한 모습이 모두 연기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때 연상철이 급히 끼어들었다.“소희야, 조심해. 정 선생이 무사해도 너 때문에 병나겠어.”“할아버지, 이건 관심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연소희는 뾰로통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중재에 나섰다.“연 화백님, 저는 괜찮아요.”사실 나는 연상철이 연소희를 꾸짖는 게 싫을 뿐이었다. 정말 꾸짖으면 너무 어색해지니까.다만 나도 자꾸만 이리저리 만지는 연소희의 손길을 참을 수 없었다.연소희는 남녀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조금 전만 해도 나를 이리저리 마구 만져 대는데, 만지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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