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1511 - Chapter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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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곽정희는 아주 훌륭한 여자다. 그녀는 더 좋은 사람이 어울린다.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곽정희에게 말해야 할지 막막해 한참을 갈등했다.‘됐어. 우선 비밀로 하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으니 우선은 초 치지 말자.’나는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고 연소희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연소희는 손을 휙 젓더니 고민도 없이 로열 세트를 주문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술과 과일 그리고 디저트까지 있었다. 심지어 술들은 모두 밖에서 한 병에 수백만 원씩 하는 비싼 술이었다.연소희는 우리더러 마음대로 먹고 놀라고 하더니 심지어 놀기 싫으면 자도 된다고 했다.“당연히 놀아야지.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돈도 많이 썼는데 낭비하면 안 되지.”강한나는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동안 강한나가 윤지은처럼 시크할 줄만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 충격받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심지어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혼자 그칠 줄 모르고 부르는 유형이었다.연소희 역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강한나와 번갈아 가며 노래했다.이런 상황이 어색한 곽정희는 말없이 과일을 먹거나 해바라기씨만 깠고, 윤지은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차가운 표정이었다.그 모습만 보면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나는 순간 관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관심하면 공격당할까 봐 걱정되고, 관심하지 않자니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결국 한참 고미하던 나는 윤지은에게 다가갔다.“무슨 생각 해요?”윤지은은 나를 째려보더니 짤막한 두 글자를 선물했다.“꺼져.”“그래요.”나는 두말없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곽정희는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이에 내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정희 누나, 그만 웃어요. 안 그래도 괴롭거든요.”곽정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윤지은 씨 사람 참 좋던데, 왜 수호 씨한테는 항상 태도가 안 좋아요?”“제가 어떻게 알겠어요.”“분명 수호 씨가 지은 씨 기분 나쁘게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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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나는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고 문짝에 바싹 기대 다시 한번 확인했다.하지만 그 목소리는 여준휘가 확실했다.나는 여준휘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데다, 여준휘의 목소리는 아주 독특하다.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왠지 천박한 말투가 섞여 있다.여준휘도 이곳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여자와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니.나는 당장이라도 문을 걷어차서 여준휘를 끌어내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소란이 일 거고, 윤지은과 곽정희의 관계가 까발려질 거다.‘안돼. 그렇게 할 수 없어.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을 거야.’하지만 이대로 그만두자니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나는 화장실을 빙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대걸레와 물통을 발견했다.나는 곧바로 물통을 가져와 화장실 문을 막은 뒤, 바가지로 물을 떠 칸막이 화장실 안쪽에 뿌렸다.“아!”“누구야?”안에서 곧바로 여준휘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는 살짝 나이 들어 보였다.‘젠장. 설마 이제는 늙은 여자를 만나 여자 등골 빼먹으려는 건가?’‘그렇다면 더 골탕 먹여야겠는데.’나는 또 물 한 바가지를 떠 안에 뿌렸다.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이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문을 막고 있는 물통 때문에 나올 수 없었다.나는 물이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물을 안에 부었다. 그러다가 이쯤 하면 되겠다 싶을 때 얼른 도망쳐 룸으로 들어갔다.내가 헐떡이는 모습을 본 곽정희가 걱정스레 물었다.“수호 씨, 왜 그래요?”“네? 아무것도 아니에요.”여준휘가 나 때문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걸 생각하니 나는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하지만 나는 한순간 기쁘고 말 생각이 아니었다. 나를 만난 이상, 여준휘가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 둘은 어떻게 됐을까?’보지 않아도 아주 처참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성관계 도중에 물을 맞았으니 아마 기분이 아주 더러웠을 거다.그 상황을 생각하니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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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이봐요. 오늘 대체 왜 그래요?”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지만 윤지은은 나를 무시했다.이에 곽정희에게 왜 이러냐는 눈빛을 보냈더니, 곽정희는 머리를 마구 저었다.“나한테 묻지 마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내 눈빛은 윤지은이 옆에 놓은 핸드폰에 고정되었다. 마침 핸드폰이 반짝거리는 걸 봐서 문자가 도착한 게 틀림없었다. 보아하니 윤지은 기분이 안 좋았던 건 핸드폰 채팅 내용과 연관 있는 모양이었다.솔직히 나는 윤지은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지만 윤지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다.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후 윤지은은 곽정희를 데리고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형수네 집에 갔다.내가 너무 늦게 돌아온 탓에 형수는 이미 잠들었다.이에 나는 형수가 깰까 봐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 형수는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는데, 창밖의 흐릿한 달빛이 드리워져 워낙 아름다운 몸매가 더 부각되었다.나는 이불을 들춘 채 침대에 누웠다. 그랬더니 형수가 바로 돌아눕더니 나를 껴안았다.‘잠깐.’“형수가 아니잖아?’나는 다급히 품에 안긴 사람을 밀어냈다.그랬더니 남주 누나가 ‘키득키득’ 웃었다.“너무 빨리 발견한 거 아니야?’“남주, 누나, 왜 누나가 여기 있어요?”나는 말하면서 다급히 일어나 앉았다. 그랬더니 남주 누나가 나를 다시 잡아당겼다.“오늘 네 형수랑 게임 좀 했는데, 네 형구자 져서 역할 바꾸기로 했거든. 심지어 너한테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어때? 자극적이지? 재밌지?”“무슨 게임 했는데요? 진실게임?”“신경 쓸 거 없어. 그냥 자극적인지 아닌지만 말해.”남주 누나는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솔직히 자극은 못 느꼈지만 놀라긴 무척 놀랐다.심지어 내가 방을 잘못 들어선 줄 알았다.“정수호, 얼른 와. 내가 너 얼마나 기다렸는데...”남주 누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오늘 저녁 너무 피곤했던 나는 바로 거절했다.“됐어요, 오늘 너무 힘들어요.”“힘들긴 뭐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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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윤지은은 곧바로 나에게 긴 문장을 적어 보냈다. 그 대체적인 내용은 이러했다.병원 원장 아들이 윤지은에게 반해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지만, 여러 번 거절당한 뒤로 앙심을 품고 매번 윤지은을 괴롭히다 끝내는 병원에서 쫓아낸 거다.그 문자를 본 나는 곧바로 윤지은에게 답장했다.[그런 쓰레기를 뭐 하러 무서워해요? 지은 씨는 병원에서 스카우트 해 온 사람이잖아요. 잘못한 게 없는데 병원에서 왜 마음대로 해고해요?][그 자식이 병원 규칙과 제도를 너무 잘 안다는 게 문제야. 강제적으로 나를 해고하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아주 비겁한 방법을 사용했거든.][무슨 방법인데요?]윤지은의 대답에 내가 되물었다.그러자 윤지은이 말했다.[내가 받기 싫은 환자를 배정해 주고 내가 거절하니 내가 의사로서의 도덕이 없다며 꼬투리를 잡았어.]‘젠장. 너무 악질이잖아.’의사의 의무는 환자를 구하는 것이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적이든 모두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하지만 내가 아는 윤지은은 환자를 싫어하거나 가리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왜 거절했는지 의문이었다.‘설마 여준휘인가?’나는 곧바로 물었다.[혹시 여준휘예요?][여준휘보다 더 괘씸한 사람이야.]여준휘보다 더 괘씸한 사람?나한테 여준휘는 이미 충분히 괘씸한 상대인데, 그보다 더 괘씸한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제가 알아요?][몰라.]‘그렇다면 알아맞히지도 못하겠네.’의사가 환자를 거절했다는 건 의도적으로 일을 키우기 충분한 사건인 데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상대가 마침 윤지은을 겨냥했다.나도 이제 병원에서 일하는 게 아니니 마음은 굴뚝 같아도 도와줄 방법이 없어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그런 병원은 더 있을 필요도 없어요. 이참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요. 지은 씨 경력과 의술이면 다들 스카우트하지 못해 안달일 텐데, 너무 괴로워할 거 없어요.][내가 괴로운 건 그것 때문이 아니야. 누군가한테 강제로 해고당했다는 게 분해서 그래.]나는 윤지은의 심정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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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새벽 4, 5시쯤 되니 비로소 졸음이 몰려와 나는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10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내가 잠에서 깼을 때 남주 누나는 이미 떠나고 형수가 돌아왔다.형수는 내가 깨자마자 먹을 수 있게 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 향긋하고 구수한 국 냄새는 잠에서 갓 깬 내 후각을 자극했다.“형수, 언제 왔어요?”나는 무거운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앉았다. 그때 형수가 웃으며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두 사람 어제 몇 시까지 했길래 그렇게 피곤해해요?”“형수. 오해예요. 제가 어제 잠을 설쳐서 새벽 5시쯤에 잠들었어요.”나는 얼른 해명했다.이런 일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수는 내가 남주 누나를 사랑하고 자신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거니까.형수는 이내 마음이 아픈 듯 내 옆에 앉았다.“왜 잠을 설쳤어요? 남주가 뭐라고 했어요?”“그건 아니에요. 제 개인적인 문제예요.”“괜찮다니 다행이긴 한데... 하나만 물을게요. 어젯밤 두 사람 몇 번이나 했어요?”형수는 질투 섞인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딱 한 번 했어요. 어제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었는데 남주 누나가 제 사정도 안 봐주고 덮쳤어요.”“정말요?”“진짜예요. 맹세해요!”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형수가 예쁘게 싱긋 웃었다. 나는 이내 소파에서 일어나 빠른 속도로 씻고 밖으로 나왔다.형수가 끓인 국이 어찌나 맛있는지 나는 단숨에 세 그릇을 비웠다.식사를 마친 뒤, 형수는 나더러 수중에 있는 일을 먼저 내려놓고 함께 집 계약하러 가자고 제안했고 나는 고민도 없이 동의했다.현재 살고 있는 집은 구매자가 이미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라 새집을 하루빨리 빨리 알아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살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도저히 형수 집을 내 명의로 사게 할 수 없었다. 애교 누나도 마찬가지고.그 집을 덥석 받으면 내가 뭐가 되나?결국 나는 집을 살 때 나도 돈을 내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집을 사기 전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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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오늘 수호가 처음으로 이렇게 비싼 곳에서 사는 거니까 다들 아끼지 말고 시켜.”남주 누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띄웠다.애교 누나는 여전히 예전처럼 말수가 적었지만 뭐든 잘 협조하고 내내 웃는 얼굴을 유지해 온화하고 우아해 보였다.그리고 형수는 남주 누나와 서로 말다툼하면서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재밌었다.화기애애한 장면을 보니 문득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지막으로 누나들과 함께 모여 웃고 떠든 게 벌써 반년 전 일인데, 눈 깜짝할 새로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비록 변한 게 참 많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다들 잘 지내고 있다는 거다.현재 우리는 모두 각자 원하는 모습대로 계산적이거나 마음의 벽을 쌓지 않고,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도 않는다.나는 잔을 들며 말했다.“자, 우리 같이 건배해요. 점점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애교 누나, 형수 그리고 남주 누나까지 하나둘 잔을 들고 서로 부딪혔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나에게 바짝 다가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푸들. 너 요즘 사는 게 고대의 제왕 같지 않아?”“어... 그래요?”“아니야?”남주 누나가 되물었다.“이것 봐. 도대체 몇 명의 여자한테 다리를 걸쳐놓은 거야? 그런데 사이가 틀어지지도 않고. 너처럼 할 수 있는 남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고대의 제왕은 후궁을 수도 없이 들였잖아. 비록 넌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가 끊이지 않잖아. 그런데 아직도 만족이 안 돼?”‘누나는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지?’나는 갑자기 머쓱해 머리카락을 쓸었다.형수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애교 누나는 그 말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지금껏 애교 누나는 늘 내 여자 명의상의 친구였다.이에 나는 다급히 남주 누나의 말을 잘랐다.“남주 누나, 제가 비록 현재 만나는 여자가 많지만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애교 누나뿐이에요.”“쯧쯧쯧. 내 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거야? 저리 비켜.”남주 어느새 누나는 형수의 팔짱을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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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애교 누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질투 안 해.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해도 질투 안 해. 난 수호 씨만 행복하면 돼.”나는 왠지 애교 누나의 말속에 뼈가 있는 것 같았다.애교 누나가 떠난 뒤 나는 형수를 보며 말했다.“형수, 혹시 애교 누나가 기분 안 좋아 보이지 않아요?”“그런 것 같아요.”“형수도 그렇게 느껴져요?”나는 살짝 놀랐다.내 질문에 형수가 말했다.“애교는 마음을 숨길 줄 모르거든요. 항상 기분이 얼굴에 다 드러나요. 아까도 스스로는 잘 숨겼다고 생각할 테지만 다 눈치챘을걸요.”나는 살짝 걱정되었다.“대체 무슨 일인지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어요. 게다가 엄청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애교가 수호 씨를 더 이상 안 좋아할까 봐 걱정돼요?”형수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애교 누나가 저를 안 좋아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는데 말 안 할까 봐 걱정돼요.”형수는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말했다.“내가 나중에 기회 되면 슬쩍 물어볼게요. 난 오늘 오후에 이사해야 하니까 수호 씨는 볼일 보러 가요.”“아니에요. 같이 해요.”가게 일은 급한 게 아니라 하루 정도 안 간다고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사는 번거로운 일인데 형수 혼자 하게 할 수 없다.결국 그날 오후, 나는 형수와 함께 내내 이삿짐을 정리하고 날랐다. 그렇게 이사를 마치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정리하지 못한 짐이 산더미처럼 모여 있었다.하지만 형수는 정리하는 건 간단한 일이라며 나더러 기어코 신경 쓰지 말라고 막아섰다.이튿날, 나는 평소대로 천수당에 출근했고, 형수는 혼자 남아 짐을 정리했다.그러다 문득 전날 밤 윤지은과 했던 약속이 떠올라,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강북 한의원으로 향했다.나는 조인권을 만나면 한바탕 혼내줘 윤지은 대신 복수할 생각이었다.그러고 보니 소여정과도 연락이 끊긴 지 며칠이 되지만, 소여정은 그동안 나한테 먼저 연락한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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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다. 나 역시 소여정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나와 만나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임천호와 함께 있으면 답답하고 고통스럽고, 임시우한테마저 괴롭힘당해 결국 나를 선택한 게 아니라.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나는 소여정이 나에게 진심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나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물론 나는 소여정에게 이렇게 요구할 수는 없다.소여정은 보통 사람과 달라 사람들 속에서 늘 가장 눈에 띄는 존재다. 때문에 내 생각을 소여정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마음에 들어요.”나는 거짓말로 내 진심을 숨겼다.이윽고 요즘 연시우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임천호가 찾아온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소여정은 웃으며 말했다.[그 둘은 요즘 바빠서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나는 그제야 임천호가 최근 FC그룹 프로젝트 건으로 바삐 보낸다는 게 떠올랐다. 다만 연시우가 뭘 하는지는 모른다.연시우는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카리스마 있는 기업 대표처럼 늘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아니다.“그럼 오후에 만나러 갈게요.”[그래. 요즘 늘 혼자 있어서 심심하거든. 오고 싶으면 와.]약속을 잡은 뒤 우리는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기지개를 켜고 운동 좀 하려고 아래로 내려가던 길에, 나는 고수연과 눈이 딱 마주쳤다.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고수연은 나를 힐긋 째려봤다.“왜 째려봐요?”“내 마음이에요.”고수연은 기차 통을 삶아 먹었는지 말투에 화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태도에 나는 더 어리둥절했다.“내가 뭐 수연 씨 심기 건드린 적 있어요? 왜 그렇게 화를 내요?”고수연은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또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건드린 적 없어요.”“그러니까 더 이상한데요? 내가 건드린 적도 없는데, 태도는 왜 그래요?”“거슬려서요.”나는 너무 화가 나 헛웃음이 흘러나왔다.“혹시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나 수연 씨 사장이에요. 직원이 사장을 거슬린다는 거예요? 확 해고해 버리는 수가 있어요!”나는 고수연에게 겁을 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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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고아연 씨는 어디서 사는데요? 수연 씨도 혹시 같이 살아요?”“아니요. 아연이가 어디서 사는지는 나도 몰라요. 하지만 집도 없으니 이 호텔 저 호텔 전전하겠죠.”“정 안 되면 큰 언니 집에서 지내라고 했는데 기어코 싫다고 해서 나는 수호 씨가 아연이 심기 건드린 줄 알았죠.”나는 다시 한번 맹세헸다.“정말 안 그랬어요. 안 본 지도 오래됐고요. 심지어 말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고아연 씨 심기를 거슬렀겠어요?”고수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어찌 된 영문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듣지 못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무엇보다 나는 고아연과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라, 그녀가 매일 뭐 하는지 모른다.고수연은 매일 번개처럼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며 아주 신비하게 굴곤 하니까.“거짓말이었다가 봐요. 만약 거짓말이면 가만 안 둬요!”고수연은 나를 삿대질하며 경고했다.나는 고수연의 손을 치워냈다.“그럼 수연 씨도 더 이상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하지 마요. 난 수연 씨 사장이에요.”고수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싱긋 웃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사장님, 그럼 부탁 하나만 할게요.”“헐. 대체 무슨 낯으로 부탁까지 해요?”나는 고수연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두 아이의 엄마면서 어쩜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지.고수연은 내 팔짱을 덥석 잡았다.“아이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져서 그래요. 진용진과 이혼한 이후로 그 인간은 한 번도 아이를 신경 쓴 적이 없거든요.”“두 아이가 매일 아버지는 왜 자기들 보러 오지 않냐고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일이 첫째 생일이라 첫째가 진용진이 오기를 무척 바라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 인간이 내 연락처를 차단해서 찾을 수가 없어요.”“나한테 그건 왜 말해요?”나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고수연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고수연이 말했다.“내일 나랑 같이 우리 첫째 생일 축하해줘요.”내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고수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먼저 거절하지 말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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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우연인지 사고인지는 모르겠으니 이게 우연이라면 참 신기한 일이다.유미 사모님이 매번 나를 보는 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마침 눈이 마주칠까?하지만 유미 사모님이 의도적으로 나를 본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현재 사모님은 나를 꼴도 보기 싫어할 텐데, 매번 문 앞에서 내 쪽을 볼 리가 있나?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고개를 들어 봤더니, 유미 사모님은 어느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사모님도 떠났으니 나는 이 모든 게 우연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뒤로한 채 계속 가게 문 앞에서 몸을 움직였다.나는 태극권 체조를 했다.지나가던 어르신들은 꽤 그럴싸하게 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하나둘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얼마 뒤, 나를 따라 배우러 온 어르신이 순식간에 열 명을 훌쩍 넘어버렸다.나는 순간 그 장면에 깜짝 놀랐다.“하하하, 이보게 총각. 태극권을 꽤 그럴싸하게 하는 것 같던데, 기회가 된다면 같이 운동함세.”“하하. 좋아요.”나는 상냥하게 동의했다.모처럼 어르신들의 관심을 받은 터라 나는 기꺼이 그분들을 상대했다. 무엇보다 이런 어르신들을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그도 그럴 게, 이분들 모두 우리 가게의 잠재적인 고객층이니까.나는 사업에 뛰어든 뒤로 머리에 온통 고객을 유입하고 장사하는 생각뿐이다.심지어 강아지가 길을 건너도 나는 몇 번 더 보곤 한다. 요즘 사라들은 동물 사랑이 워낙 크니까.가끔 반려동물을 잘 돌봐 줘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나는 어르신들과 한바탕 웃고 떠든 뒤, 각자 흩어져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그때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이 갑자기 ‘징징’ 울려댔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더니 아주 뜻밖의 인물, 하정현이었다.나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의외네요.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했어요?”“고아연 씨한가 사고를 당했어요.”하정현의 말에 내 마음은 순간 불안해졌다....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누워 있는 고아연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밖에서 기다리는 하정현은 조급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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