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Bab 1551 - Bab 1560

1587 Bab

제1551화

윤지은의 안내하에 두 사람은 예약해둔 자리에 도착했다. 어준휘는 아직이었다.운지은과 곽정희는 각각 음료 한 잔씩 시켜 조용히 기다렸다.그로부터 몇 분 뒤, 여준휘는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화려한 옷차림을 한 그는 마치 건달 같았다.“윤지은, 오랜만이야. 점점 더 예뻐지네.”윤지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곽정희를 바라봤다.여준휘는 곽정희를 알아보지 못했다.실시간으로 어두워진 곽정희의 안색을 보며 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봐 봐.”여준휘는 껄렁껄렁한 얼굴로 곽정희를 바라봤다.“왜 이렇게 낯이 익지? 하지만 어디서 만났던지 생각이 안 나.”곽정희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리고 윤지은은 버럭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이 사람 곽정희라고 해. 네 약혼녀. 그런데 알아보지 못하네?”그 말을 들은 여준휘의 안색은 단숨에 어두워졌다.‘곽정희! 정말 곽정희잖아?’‘그런데 어떻게 윤지은과 함께 있지?’여준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두 사람, 어떻게 같이 있어?”윤지은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얌전히 앉기나 해.”윤지은은 곽정희를 바라봤다.“정희 언니, 할 말 있으면 지금 해요.”곽정희는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고는 여준휘를 바라봤다.몇 년 만에 만난 여준휘는 변화가 무척 컸다. 너무 커서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동안 곽정희가 여준휘에 대한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그녀는 매일 여준휘가 성공해서 돌아와 자신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결과 돌아온 건 여준휘의 매정한 배신이었다.곽정희는 슬픔을 숨길 수 없었다.“여준휘, 너 정말 나를 버린 거야?”“버린 게 아니라,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나랑 너를 봐 봐. 우리가 어울리기나 해?”여준휘는 귀찮은 듯 말했다.결국 곽정희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다.“그럼 왜 말하지 않은 건데? 미리 말했으면 너한테 매달리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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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여준휘는 뻔뻔하게 말했다.“그 돈은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너희가 자발적으로 준 건데, 내가 왜 갚아?”곽정희는 순간 너무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래졌다.“여준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리 부모님은 네 부모님을 봐서 우리 약혼을 추진한 거야.”“그리고 두 분이 너한테 준 돈은 너더러 유학 가서 공부한 뒤 돌아와 나를 돌봐주라고 준 거야. 그런데 너 나랑 결혼 안 할 거잖아. 난 너한테 매달리지도 않고 네 부모님 돈도 돌려줬어.”“그런데 넌 우리 부모님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너무한 거 아니야?”곽정희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여준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법적으로 볼 때 네 부모님이 나한테 돈을 줄 때 자발적으로 준 것이니, 고소해도 내가 이겨.”곽정희는 결국 ‘엉엉’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나까지 어떻게 모함할 수 있지?’하지만 곽정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윤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여준휘의 뺨을 후려갈겼다.그 뺨 한 대에 여준휘는 물론 곽정희마저 어리둥절해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한데 몰렸다.윤지은은 싸늘한 눈빛으로 여준휘를 노려보며 명령조로 말했다.“여준휘, 감히 내 앞에서 억지를 부려? 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당장 정희 언니한테 빚진 돈 갚아. 안 그러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여준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윤지은을 노려봤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화내고 싶었지만 그럴 배짱도 없었다.곽정희는 마음껏 괴롭혀도 되지만 윤지은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으니까.윤지은을 건드렸다가 그녀가 정말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여준휘한테 지금 돈이 있을 리가?그는 요즘 부잣집 공주님한테 작업 걸고 있는 터라, 그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들인 돈이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신용카드 한도마저 초과한 상태다.여준휘는 결국 주머니에 넣었던 은행 카드를 다시 곽정희에게 돌려주었다.“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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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여준휘는 곽정희가 보는 앞에서 차용증을 쓰고, 심지어는 이자까지 계산해 작성했다.차용증을 다 작성한 뒤, 윤지은은 그걸 곽정희에게 건네며 잘 챙기라고 당부하고는 여준휘에게 말했다.“제때 돈 갚아. 안 그러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됐어. 이제 꺼져. 우리 식사 방해하지 말고.”목적에 달성한 윤지은은 곧바로 여준휘를 내쫓았다.‘내가 도구야? 오리면 오고 가라면 가게?’여준휘는 화가 치밀어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윤지은, 딱 기다려. 내가 나중에 성공하면, 너를 꼭 내 앞에 무릎 꿇릴 거야.’씩씩거리며 떠나가는 여준휘를 윤지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곽정희에게 말했다.“정희 언니, 기분 나쁜 일은 생각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요.”곽정희는 너무 감동하여 결국 또 눈물을 흘렸다.“지은 씨, 고마워요.”“고마워할 거 업어요.”“해야 해요. 우리가 아는 사이도 아닌데, 집에 머물게 해주고, 승마장도 데려가고, 이렇게 비싼 음식도 먹게 해주고. 지은 씨한테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윤지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윤지은이 곽정희를 자기 집에서 지내게 한 건 내가 곽정희와 단둘이 지내는 걸 막으려고 했던 거고.승마장에 가거나 함께 식사를 한 건 그녀에게는 별로 큰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곽정희한테 그건 큰 은혜나 다름없었다.윤지은은 문뜩 부끄러워졌다. 어쨌든 이 모든 걸 자신의 사적인 욕심 때문이었으니.“정희 언니, 얼른 먹어요.”윤지은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그때 곽정희는 차용증을 손에 꼭 쥐었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에는 따뜻한 물결이 일렁였다.돈은 솔직히 중요한 게 아니다. 윤지은의 곁에 있으면서 관심을 느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그리고 이 돈은 곽정희의 부모님이 몇 해 동안 고생해서 모은 돈이다. 그걸 다시 받아온 건,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여준휘한테 낭비하기 싫어서였다.뭐가 됐든, 곽정희는 윤지은한테 고마운 마음뿐이었다....다음 날.곽정희는 기어코 다시 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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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윤지은과 오랫동안 함께 지낸 덕에 나는 어느 정도 그녀의 성격을 파악했다.윤지은은 질투가 많고 쉽게 화를 내지만 달래기도 쉽다.내가 심기를 건드리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윤지은도 억지 부리지 않는다.게다가 나한테 잘해주는 건 사실이다.내 목숨을 세 번이나 구해줬으니까.때문에 나도 매번 이런 여자는 불을 켜고 찾아도 없으니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나에게 당부하곤 한다.아니나 다를까, 윤지은은 내 말에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나는 대뜸 윤지은에게 물었다.“오늘은 병원 출근해요?”“안 가. 꼴 보기 싫은 사람들 만나기 싫어.”“그럼 어디 갈 거예요? 새로운 병원 알아볼 거예요?”“난 좀 휴식하면 안 돼?”윤지은의 한 마디에 나는 무슨 말을 하야할지 몰랐다. 결국 나는 헤실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당연히 되죠. 그런데 내가 환자라 집에 있으면 나를 돌봐줘야 하는데, 너무 귀찮아하지 마요.”윤지은은 나를 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속으로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나를 돌봐주려고 일부러 남는 건가?’‘에이. 아닐 거야. 내가 너무 김칫국부터 마셨어.’윤지은의 마음속에 내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는 아니었다.윤지은더러 내 식사와 생활까지 돌보라고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물론, 나도 이런 추측을 마음속으로만 할 뿐,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집으로 가는 길에 윤지은은 시장에 들러 장을 봤다. 심지어 특별히 계란과 암탉, 그리고 등갈비를 구매했다.그 순간 내 마음속에 있던 대담한 생각이 또다시 꿈틀거렸다.‘이 음식들은 설마 나를 돌봐주려고 산 건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윤지은 뒤를 따랐다.한참 뒤, 드디어 집에 도착하자 나는 왠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 받기만 하자니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저기... 혹시 뭐 도울 거라고 있어요?”나는 윤지은을 도와주려고 주방에 들어왔다.그랬더니 윤지은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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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무엇보다 윤지은한테도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이미 윤지은의 차가운 모습에 익숙해진 나였기에, 갑자기 이렇게 살짝 적응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느낌은 꽤 좋았다. 마치 내가 드디어 윤지은을 정복한 것 같은 성취감이 들었으니까. 이런 건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살 수 없는 거다.나도 윤지은의 그릇에 밥을 떠주고 반찬을 짚어줬다.나는 그동안 한 번도 우리가 이렇게 평온하게 식사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식사를 마친 뒤 윤지은은 술장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 하지만 들고 온 잔은 하나뿐이었다.윤지은은 자기 술만 따르고 나한테 주지는 않았다.그 모습에 나는 너무 의아했다.“나는 안 줘요?”“손목도 안 나았으면서 뭘 마셔?”“그렇다고 보고만 있는 건 재미없잖아요. 그리고 손목은 바르는 약만 잘 바르면 될 뿐, 먹는 약이 없어 괜찮아요. 나도 한 잔 줘요.”나는 스스로 잔 하나를 가져와 술을 따랐다.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잔씩 술을 들이켰다.그러다 약간 취기가 올라오자 그제야 대화가 이어졌다.“지은 씨, 난 우리가 지금처럼 지내는 게 너무 좋아요.”윤지은은 술에 취해 몽롱해진 눈으로 물었다.“뭐가 좋은데?”“마음이 편해요. 더 이상 지은 씨한테 욕먹지 않고, 이렇게 조용히 지낼 수 있게 됐잖아요.”“있잖아요. 아까 같이 식사할 때 우리가 신혼부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 느낌은...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기쁘면서도 놀라웠어요...”윤지은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살짝 째려봤다.“꿈도 야무지네. 여자 몇을 끼고 살면서 동시에 만날 생가이야? 난 결벽증이 있어 절대 너랑 결혼 안 해.”“그럼 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지은 씨하고만 결혼하게다먼요?”내 대담한 질문에 윤지은이 나를 쳐다봤다.“진짜야? 네 형수도 싫고, 애교 누나, 남주 누나도 안 만날 거야?”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애교 누나랑은 연락이 점점 뜸해져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가까이 지내지 않아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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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내 말을 들은 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지은의 반응에 나는 갑자기 술이 확 깨 얼른 웃으며 말했다.“장난이에요. 그러니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요.”윤지은은 술에 취해 몽롱해진 눈을 나를 바라봤다.“장난? 나랑은 전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어. 그런 게 아니에요.”“그럼 뭔데? 말해 봐.”윤지은은 기어코 대답을 들으려 했다.그 말을 들으니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결혼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지은 씨한테 어울리지 않아요.”“그럼 노력해. 노력하면 결혼해 줄게.”윤지은이 나한테 이토록 직설적으로 대답한 것도, 명확한 답을 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노력하면 윤지은과 결혼할 수 있다는 희망에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이건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자한테서 자기도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받은 기분이었다.나는 술잔을 쳐들고 높은 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약속한 거예요.”우리는 서로 잔을 부딪치고 남은 술을 원샷했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제안했다.“우리 러브샷 할래?”“네? 그건 결혼한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요.”나는 윤지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그때 윤지은이 나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마실 거야 말 거야?”“마실게요. 마셔요.”나는 내가 오히려 여자가 되어 윤지은에게 휘둘리는 것 같았다.그렇게 러브샷을 하고 나니 기분이 왠지 묘했다.심지어 이렇게 훌륭한 여자와 러브샷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러브샷이 끝나자 윤지은은 갑자기 내 품에 쓰러졌다.“어? 지은 씨, 왜 그래요?”‘무슨 상황이지?’윤지은은 취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속이 안 좋아. 잘래.”“아. 그럼 자요. 침실까지 부축해 줄게요.”나는 윤지은을 방으로 부축해가려 했지만 윤지은은 몸이 나른해져 맥을 쓰지 못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그녀를 안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윤지은은 그 틈에 내 품에 기대 목을 꽉 끌어안았다.나도 살짝 취기가 올라왔지만 그렇다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는 아니었다.품에 안긴 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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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날이 밝아 오자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떠보니 어느덧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벌떡 일어나 앉아 어제의 일을 되새기니 나는 저도 모르게 겁이 났다. 윤지은이 나와 잔 게 술에 취한 탓인지, 아니면 정말 원해서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만약 전자라면 잠에서 깬 뒤 후회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옷을 입고 밖을 두리번대며 윤지은을 찾았다. 다만 거실은 고요했고, 윤지은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집에 없잖아!’‘다행이다!’‘이참에 도망칠까?’‘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쳤다가 윤지은이 이 일을 까먹을 때쯤 다시 돌아오는 게 낫겠어.’결국 옷을 챙겨 입은 나는 도망치려고 살금살금 문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그때, 뒤에서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이렇게 잡힌다고?’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려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참 뒤, 천천히 몸을 돌려 윤지은은 보며 ‘하하’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밖... 밖에 나가 아침이라도 사 오려고 했어요.”잠옷 차림의 윤지은은 나를 뚫어져라 훑어봤다. “그래? 집에 없는 게 없으니 밖에 나가 사올 필요 없어. 솔직히 말해. 방금 도망치려고 했지?”‘젠장. 들킨 건가?’‘그렇다면 절대 인정할 수 없지. 안 그러면 윤지은이 눈빛에 몇 번 죽을지 몰라.’나는 뻔뻔하게 부정했다. “아니에요. 정말 아침 사러 나가려던 참이었어요.”윤지은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멱살을 자기 쪽으로 잡아끌었다. 나를 꿰뚫을 것 같은 윤지은이 눈빛에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내 눈 봐!”윤지은은 명령조로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윤지은은 바라봤다. 그러자 윤지은이 다시 물었다. “솔직히 말해. 방금 뭐 하려고 했어?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 난 누가 나를 속이는 걸 제일 싫어해.”누가 자신을 속이는 게 싫다는 윤지은이 말은 진심이다.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하지 마. 그러면 좋은 꼴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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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아직 기뻐하긴 일러.”윤지은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문득 의아했다. “왜요?”윤지은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내가 말했지. 난 다른 여자랑 내 남자 공유하는 거 싫다고.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다른 여자들 다 말끔히 끊어내.”윤지은이 말한 건 다름아닌 애교 누나와 형수였다. ‘형수한테 말하는 건 쉽지만, 애교 누나는 어쩌지?’나는 애교 누나와 결혼하기 싫은 게 아니다. 다만 요즘 누나가 나와 너무 거리를 두는 게 문제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평소에는 연락 한 통 없으니까. 그 때문인지 요즘 애교 누나와 서먹서먹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애교 누나를 찾아가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하니 누나와 결혼하겠다던 약속은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은 도무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난감한 상황에 방금까지 느꼈던 기쁨이 말끔히 사라졌다. “맞아요. 그 일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 게 맞긴 하죠.”갑자기 밀려오는 무력감에 나는 윤지은을 놓아주었다.그 순간 윤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왜요? 내가 또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데요?”“너 이애교 씨랑 헤어지기 싫지?”윤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나는 다급히 해명했다.“아니, 애교 누나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요. 설마, 지은 씨와 결혼하고 싶으니 애교 누나랑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해요?”“그러면 애교 누나한테 너무 큰 상처잖아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손톱을 깎았다.그녀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상황에 내가 뭐라고 해?’‘한마디라도 더 하면 내가 오히려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내연녀가 되는 거잖아?’윤지은이 원하는 건 나와 깔끔하게 만나 깔끔하게 결혼하는 거다. 윤지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직접 선택하게 했다.내가 만약 이런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윤지은과 결혼하지 않는 게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이 이야기는 이쯤 해요. 내가 얼른 내려가서 아침 사 올게요.”나는 어떻게 이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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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그러다 문뜩 민우가 얼마 전 휴가를 냈던 게 떠올라 나는 대뜸 물었다.“너 그날 휴가는 왜 냈어? 혹시 뭐 어려운 일이라도 있어?”“별일 아니야. 그냥 설아랑 건강 검진하러 간 거야.”“아. 아무 일 없으면 됐어.”임설아는 워낙 경미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고 있기에, 확실히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대화를 마친 나는 가게 안을 빙 둘러봤다. 그러다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고수연과 마주쳤다.고수연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우리 언니한테는 출장한다고 했잖아요?”“어... 방금 돌아왔어요. 방금.”나는 켕기는 구석이 있어 도저히 고수연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고수연은 그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피식 가볍게 웃고는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섰다.하지만 그 미소를 돌이킬수록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설마 가게에서 나를 만났다는 걸 형수한테 말하는 건 아니겠지?’‘이러다 형수가 나를 탓하기라도 하면 어쩌지?’‘젠장. 왠지 일을 망친 것 같은 느낌인데?’‘형수한테 전화해서 자수할까?’‘하, 나 오늘 대체 왜 이러냐.’징징...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꺼내 확인하니 다름 아닌 연소희의 전화였다.“여보세요?”[배 타러 갈래요?]“그래.”마침 기분이 안 좋았던 나는 고민도 없이 동의했다. 나가서 배라도 타면 기분 전환이 될 테니까.내 대답에 연소희는 나를 데리러 오겠다며 내가 있는 주소를 물었다.나는 얼른 한의관 주소를 알려줬다.그로부터 20분도 안 돼, 연소희의 차가 가게 앞에 나타났다.“타요.”나는 두말없이 조수석에 뛰어올랐다.이 순간 나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뿐.소희는 워낙 노는 걸 좋아하니 분명 나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오빠, 왜 그래요?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요?”“응. 피곤해. 말도 하기 싫어.”“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 휴식해요. 이따 도착하면 말할게요.”“응.”나는 확실히 피곤했던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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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괜찮아요. 오빠가 앉아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런데 잠시 기다려야 해요. 또 오기로 한 사람이 있거든요.”연소희는 평소 노는 걸 좋아하는 데다 여럿이 무리 지어 노는 걸 즐긴다.안 그래도 두 사람이 노는 건 심심하던 차에, 사람이 더 온다면 몇 분 정도 기다려도 상관없었다.나는 얼른 공터를 찾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수려한 풍경을 감상했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 호수와 높은 산을 보고 있으니 기분은 절로 좋아졌다.연소희 역시 나를 따라 옆에 앉았다.“오빠, 왜 누구를 불렀는지 안 물어봐요?”“난 네 친구들을 몰라서 말해도 몰라.”내 솔직한 대답에 연소희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오빠도 알아요. 강민주 일행이거든요.”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자식들은 왜 또 불렀어?”“놀려고 불렀죠.”“너 걔네랑 사이 안 좋잖아.”“내가 걔네를 싫어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같이 안 노는 건 아니에요.”나는 연소희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자 연소희가 헤실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말할게요. 난 걔네가 나한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는 게 재밌거든요.”‘헐. 이건 또 무슨 심리래?’하지만 강민주와 그 일행을 상대하려면 절대 자비로워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시각각 신분을 상기시켜 줘야, 더 자제하고 연소희한테 시비 걸지 않을 거다.“내가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솔직히 나는 연소희 같은 신분과 뒷배가 없어 연소희가 너무 부러웠다.자기를 무시하는 사람을 골탕 먹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아마 누구나 다 똑같은 마음일 거다.문제는 그럴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없는 사람이 있다.나와 연소희는 바로 정반되는 두 가지 사례다.강민주 일행이 시비를 걸어오면 연소희는 체면을 봐주지 않고 되갚아주거나 짓밟아줄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반박하는 것뿐이다. 강민주 일행을 짓밟아주는 건 나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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