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Bab 1561 - Bab 1570

1590 Bab

제1561화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 임정아는 존재 자체가 천사 같았다.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주변까지 환하게 밝히고 있었으며 온 세상에 임정아만 눈에 보였다.송지원은 사진 속 임정아의 얼굴을 매만지며 애틋한 얼굴로 바라봤다.그러나 임정아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환하게 웃었던 게 언제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아 또 슬퍼졌다.그 사건이 있은 뒤로 임정아는 송지원을 향해 미소 한 번 짓지 않았다.이러한 생각에 송지원의 얼굴이 또 굳어졌으며 나지막하게 이렇게 중얼거렸다.“수아야, 우리가 다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송지원은 한참이나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꺼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장에서 조금 이상한 사진을 발견했다.평범한 가족사진 같지만 아버지 자리에는 오직 군모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이 사진은 다른 사진보다 유독 손때가 많이 느껴졌고 주인이 자주 꺼내 매만진 건지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송지원은 이 사진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임정아의 아버지는 특수 부대에서 근무했고 대외적으로 신분을 공개할 수 없었으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아내와 자녀들과 사진 한 장 남길 수가 없었다.송지원은 사진을 꺼내 손에 들었고 사진 뒷면에 적힌 글을 발견했다.[사랑하는 내 딸 수아야, 아빠가 곁에 없어도 아빠는 수아를 많이 사랑해.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언제나 수아와 함께 할 거야.]그 뒤로 조금은 삐뚤삐뚤한 어린아이의 글씨체가 보였으며 총 세 줄의 문장이 이어졌다.[수아는 아빠 보고 싶어. 아빠 언제 와?]이건 어린 시절의 임정아가 적은 것이 분명했다.[올해 생일 소원은 아빠가 제 졸업식에 오는 거예요! 올 수 있어요?][엄마 아빠가 곁에 없어도 엄마 아빠의 사랑은 영원하다는 걸 알아요.]마지막 문장에 송지원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글은 눈물에 번진 건지 조금 흐려져 있었다.송지원은 그 글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부모를 잃은 임정아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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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임정아는 연홍 마을의 아주 작은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대문 옆으로 몇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임정아를 발견한 한 중년 남성은 버선발로 달려와 임정아를 맞았다.“수아야, 우리 수아 맞아?”임정아도 목이 메었다.“네, 삼촌. 저 수아 맞아요.”그 중년 남성은 임정아의 삼촌 임명식이었다.오랜 세월 만나지 못하고 겨우 만나게 되었으니 다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다가 곁에 선 젊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수아 오랜만에 왔는데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 나누자고요.”임명식은 눈가를 벅벅 닦고 미소를 지었다.“여긴 내 아들 임세만, 기억하지? 그리고 그 옆엔 세만이 와이프 허문영이야.”임정아도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들 집안에 모여 앉았고 임명식과의 대화 속에서 임정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대가 다른 도시로 이주시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그렇게 십수 년을 타지 생활을 하다가 5년 전에 겨우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했다.비록 과거의 집을 되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고향이라는 의미가 남달랐다.임명식은 임정아의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텔레비전에서 널 봤는데 감히 널 찾아갈 수는 없었어. 아가, 평생 널 다시 못 만나는 줄만 알았어.”“다행히 모든 게 다 지나가고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어!”임정아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저희 부모님 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나요?”임명식이 또 눈물을 훔쳤다.“옮겼어. 내일 아침 세만이더러 데려가 주라고 하마. 하지만 묘비는 없어...”임정아는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 안도감이 찾아왔다.부모님은 없어도 아직 남은 가족은 있었다.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임정아는 시내에서 사 온 물건을 한가득 꺼내왔다.그리고 카드 한 장을 꺼내 임명식에게 건넸고 임명식은 결사코 받지 않겠다고 했다.그래도 임정아는 강제로 카드를 손에 쥐여줬다.“이건 제 마음이에요. 세만 오빠가 결혼하는데 제가 참석도 못 했으니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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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술이 들어가자 임명식은 말이 트였는지 송지원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을 물었다.그리고 평소에 하는 일은 어떤지, 입는 복장은 어떤지, 하다 하다 근무하는 직장 대문까지 물어봤다.송지원은 자신의 직책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세세하게 대답했다.임명식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고 송지원을 퍽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공무원,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그 말을 좋아했다. 송지원의 집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회사 규모는 얼마나 큰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송지원은 임정아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임명식 가족이 임정아의 친정과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더 공손하게 대했다.임명식은 조금 취하니 말이 더 많아졌고 임정아의 어린 시절에 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송지원은 열심히 경청하다가 또 가끔 임정아를 살폈다.임정아는 반찬을 집다가 또 말없이 임명식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기도 했다.너무 어린 시절 이야기라 임정아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삼촌인 임명식이 어떻게 생생하게 기억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렇게 한 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이어갔고 양 비서조차 술에 반쯤 취해버렸다.그러나 오직 임세만만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대학에 다니고 견식을 조금 넓힌 임세만은 송지원의 기세와 본새를 보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게다가 마당에 세워진 밴조차 평범해 보이지 않았으며 회사 고위급 간부들이 사용하는 차량처럼 보였다.그래서 몰래 핸드폰을 꺼내 송지원 이름을 검색했다.그러나 웬걸, 검색 한 번에 송지원의 이름이 거론된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임세만은 그 기사에 넋을 잃었다.송지원은 놀랍게도 그 지역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였다.굳이 직급을 따지면, 지금 이 도의 도지사랑 맞먹는 수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지사보다도 훨씬 더 막강한 인물이었다.애초에 그곳은 단순한 도나 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으니 보통의 지방 권력자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영향력이 큰 자리였다.임세만은 자기 눈을 의심하며 기사 사진과 눈앞의 송지원을 몇 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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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송지원은 몸이 굳어버려 고개를 돌려 말없이 임정아를 바라봤다.어두운 불빛 아래, 임정아는 벽을 잡고 속 안의 모든 걸 게워 냈다.어쩌면 정말 아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송지원은 빠르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고 양 비서가 건네준 물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그리고 티 내지 않고 덤덤하게 물었다.“또 위가 불편한 거야?”임정아는 모든 걸 비워내고 나서야 속이 편해졌고 물로 입안을 헹군 뒤 차갑게 말했다.“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원 씨도 사정 다 알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바하니까 영 적응이 안 되네요.”송지원은 임정아가 임신했을지도 모른다는 행복에 취해있다가 단숨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차가워졌다.그래서 임정아의 손을 잡고 제 품으로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삼촌이 아기를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사실이야?”임정아는 속이 뜨끔해 서둘러 송지원을 밀어냈다.“술에 취했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임정아는 임신 소식을 알릴 계획이 없었고 혼자 아이를 키울 생각이라 송지원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렸다.“송지원 씨, 정말 내가 아이를 가졌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우리가 지금 어떤 사이인데, 아이가 가당키나 해요?”어두운 불빛에 임정아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차가운 한기와 적대감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사이가 좋았을 적 임정아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현재가 너무 대조적이라 숨만 쉬어도 고통이 찾아왔다.송지원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수아야, 그런 눈빛으로 날 보지 말아줘.”임정아는 냉소를 터뜨렸다.“내가 뭘 어떤 시선인데요? 그 어리고 여렸던 소녀가 평생 지원 씨만 바라보고 살 줄 알았어요?”임정아는 한 걸음 더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한때는 지원 씨가 좋았어요. 너무 좋아서 나 자신보다도 지원 씨를 더 좋아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별 감정이 들지 않네요.”“과거의 임수아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쳐서 죽어버렸어요. 그리고 지금 눈앞의 사람은 임정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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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임정아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내가 갑자기 운해시로 돌아온 이유 모르죠? 내일 아침, 그 이유 알려줄게요.”임명식은 술을 더 마신 건지 어느새 발음도 부정확해졌다.“수아야, 지원이랑 말다툼한 거야? 너희들 보아하니 사랑싸움한 것 같은데.”“우리 지원이 보기엔 듬직하고 널 많이 아끼는 것 같은데. 부부 사이엔 서로 배려하고 그래야지...”“삼촌, 저희 다툰 거 아니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때, 송지원이 돌아왔고 임정아에게 이미 식은 채소죽을 떠주며 말했다.“삼촌, 저희 아무 문제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임명식이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러면 나도 안심이야. 내 동생이 남긴 자식은 우리 수아뿐인데 내 마음이 오죽하겠어. 동생을 일찍 보내고 멀리 떨어진 우리 수아 그동안 얼굴 한 번 못 봤는데 이렇게 보니까 내가 참 기분이 좋아. 그런데 나도 할 말은 해야겠어!”“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해지려면 아이를 가져야 해.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가 있으면 결혼 생활이 달라져...”임명식은 장황하게 잔소리를 늘였고 임정아와 송지원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른이 좋은 마음으로 해주는 말씀이기에 경청했다.그렇게 새벽이 되고 나서야 그들은 잠자리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임정아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자리에서 일어나니 송지원도 일찍 일어나 임명식이 막 따온 과일을 씻고 있었다.빨갛게 부은 임정아의 두 눈을 보며 송지원은 또 걱정이 앞섰지만 임정아의 표정에 주춤거리며 더 다가갈 수 없었다.그때 임정아를 발견한 임명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어났어?”“어젯밤 잠은 잘 잤고?”임정아는 편히 잠에 들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자꾸 마음에 걸려 오래 울다가 새벽 서너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하지만 임정아는 애써 씩씩한 척했다.“네. 여긴 조용해서 잠이 잘 오더라고요.”송지원은 임정아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읽고 몰래 말했다.“아직 이른 시간이니 더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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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임세만은 임정아와 송지원을 이끌고 산으로 향했다.그렇게 가파른 산을 오르다가 홀로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덤을 발견했다.물건을 내려놓자마자 임정아가 임세만을 향해 말했다.“오빠,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할 게요. 지원 씨랑 따로 할 얘기도 있고, 오빠 먼저 돌아가세요.”임세만은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긴 걸 눈치챘고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임세만이 떠나고 임정아는 무덤 앞에 자리를 잡고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만 봤다.송지원 역시 그 옆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임정아가 지난 슬픔과 상처를 모두 삼킨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제게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행복하길 바랐을 거잖아요.”“지금 제 옆에 있는 남자는 이름이 송지원이고 아직 제 남편이긴 하지만 곧 아니게 될 거예요.”“이혼이 뭐 자랑도 아니고, 두 분께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빨리 결혼 생활을 정리하려고 해요.”“자그마치 7년 동안 기대하고 상처받고 무뎌지기까지, 정말 수만 번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의 상처는 오직 저만 잘 알고 있겠죠.”“저 발버둥도 쳐보고 생각도 많이 해봤어요. 제가 선택한 사람이고 첫눈에 반했던 상대인데 이런 결정을 한 건 누구보다도 제가 제일 슬펐어요.”“그래도 이 결혼 생활을 끝내는 게 더 이상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저 자신을 챙기고 돌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그 말을 끝으로 임정아는 무덤을 향해 절을 올렸고 아주 낮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엄마, 아빠. 나 그동안 너무 불행했어요. 그러니까 제 선택 존중해줄 거죠?”고개를 들어보니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그래서 임정아는 이렇게 말했다.“동의한다면 오늘 비라도 세게 내려줘요. 비가 오면 동의한 걸로 알게요.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면 허락할 때까지 매일 올 거예요.”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마치 드라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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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몇 년 동안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은 게 강연희라면, 강연희가 죽으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올까?’이 모든 생각이 결국 범죄라는 걸 깨닫고 송지원은 바닥 위로 무릎을 털썩 꿇었다.이러다가 정말 이 생각이 현실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이 모든 걸 막고 싶었다.그래서 잠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수아야, 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임정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방금 들었다시피 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지원 씨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예상했고 그러면 이제 법적 절차를 밟아야겠네요.”“경원시로 돌아가고 정식으로 이혼 소송을 할 거예요. 지원 씨가 계속 허락하지 않는다면 난 이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에요. 그러면 전체 경원시가 이 얘기로 시끌벅적해질 테고 지원 씨랑 지원 씨 가족은 그걸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송지원은 주먹을 꽉 쥐었고 핏줄이 터질 것처럼 도드라졌다.그리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당장이라도 임정아를 어디 감금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말했다.“수아야, 내가 원한다면 넌 영원히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러니까 제발 내 이성을 시험하지 말아줘.”“내가 더 험한 일을 하지 않게 제발 멈춰줘.”임정아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얼굴은 표정 하나 없이 차가웠다.두 사람이 서로를 협박하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지원 씨, 우리 부모님은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셨어요. 두 분을 존중해달라 바라지도 않을 테니 부디 이 자리에서만큼은 말을 가려서 해줘요. 두 사람의 희생이 결국 이런 존재를 키운 것으로 생각하면 두 분이 후회할 것 같아서요.”“지원 씨가 얼마든지 날 손아귀에 가둘 수 있는 걸 알아요. 그래도 이 자리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역겨우니까.”송지원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어느새 햇살이 강하게 쏟아져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고 주변 공기도 한층 뜨거워졌다.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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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여름의 소나기는 매섭게 쏟아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창해졌다.임정아가 자리를 옮겼던 나무는 오래된 큰 소나무라 몸이 반쯤 젖었다. 다만 온몸으로 비를 맞은 송지원은 마른 곳이 보이지 않았다.아침 일찍부터 정성을 들여 정리한 머리도 힘없이 이마와 얼굴에 달라붙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몰골에 처량해 보이겠지만 송지원은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그 기세가 강했다.눈가는 빨갛고 시선은 날카로웠으며 젖은 몸 위로 셔츠가 달라붙어 큼지막한 몸집이 그대로 드러났다.송지원은 말없이 임정아를 바라봤고 임정아는 시선으로 제 몸이 뚫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임정아도 이런 송지원은 처음이었다. 마치 평소 침착하고 차분하던 송지원은 가짜고, 지금 이 모습이 가장 본연의 송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산은 두 사람을 제외하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따금 바람과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왔다. 빨개진 송지원의 눈가에 임정아는 절로 소름이 돋았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했다.이어 송지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아까 했던 말은 그냥 홧김에 뱉은 거로 생각할게. 그런데 두 번 다시 꺼낸다면 나도 내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바람이 불어 나뭇잎의 물방울이 임정아의 몸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목 언저리에 떨어진 물방울에 임정아는 서늘함을 느꼈고 이 서늘함이 물방울 탓인지, 저기 서 있는 송지원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는 구별이 되지 않았다.임정아는 이런 송지원이 두려웠다. 그래서 더더욱 함께 지낼 수 없다고 판단되었고 가져온 짐들도 내팽개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어섰다.그러나 몇 발짝 걸지 못하고 송지원에게 손목이 잡혔다.깜짝 놀란 임정아는 송지원이 행여나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덜컥 겁을 먹었지만 송지원은 말없이 임정아를 업고 큰 보폭으로 아래로 내려갔다.임정아는 발버둥 치며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송지원은 임정아의 발목을 꽉 잡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아까 비가 와서 진흙 바닥이 아주 미끄러워. 넘어지면 크게 다쳐.”임정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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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거창할 것 없이 아주 소박한 말이었지만 임정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이 세상에 아직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저희 아무 문제 없어요. 집안 사람들도 잘 해주고요. 안 그러면 어떻게 지원 씨가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왔겠어요?”그러자 임명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드를 두 장 꺼냈다.“네 돈은 필요 없으니 가져가. 그런 집안에서 버티려면 돈 나갈 구멍이 많을 텐데 우리 집안이 기울어진다고 해도 스스로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지. 뭐든 손을 내밀면 오히려 약점이 될 거야.”“그리고 이 카드는 몇 년 전 마을 땅이 매수되면서 네 부모님이랑 네 몫으로 2,000만 원 좀 넘게 들어왔어.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그냥 부모님이 주신 돈이라 생각하고 남겨둬.”임정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따뜻한 정에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 꾹 참으며 카드를 받아쥐었다.“이건 제가 가져갈 게요. 그래도 제가 준 카드는 세만 오빠 결혼 선물이고 제 마음이라 돌려받지 않을 거예요.”임명식은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임정아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임명식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주머니에 챙겼다.점심이 되고, 임명식은 또 한 상 가득 음식을 준비했다.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한 상을 보며 임정아는 이게 임명식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소박한 옷차림이지만 깨끗하게 빤 옷이었고 큰돈이 없어도 가장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한 것만으로도 임정아는 감동이었다.송지원은 점심에도 임명식과 함께 약주를 함께 했다.임명식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지내라며 연신 당부했고 시간이 되면 자주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행여나 부담될까 1년에 한 번이라고 말을 고쳤고 또 시간이 안 되면 굳이 올 필요 없다고 말을 고쳤다.임정아는 북받친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밥을 먹다 말고 방으로 돌아갔다.빨개진 임정아의 눈가를 보며 송지원은 임정아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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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임명식은 말없이 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원아, 네가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 수아가 고집이 세도 네가 좀 많이 봐줘.”“부부가 사랑싸움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라 하지만 나이도 있으니 서둘러 아이 생각부터 하는 게 어때? 아이가 생기면 또 많이 다를 거야.”임명식은 잔소리를 한참이나 했고 송지원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그리고 점심을 마치고 임정아와 송지원은 다시 경원시로 돌아왔다.멀어지는 차량을 보며 임명식은 고개를 저었고 두 카드를 임세만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수아와 지원이가 남기고 간 카드인데 네가 잘 보관하고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 이제 아이가 생기면 우리가 돈을 더 보태서 돌려주자고.”임세만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카드를 살피다가 말했다.“아버지, 둘 다 골드 카드인데 대체 얼마를 받으신 거예요?”“낸들 알아? 지원이 말로는 몇천만은 있다던데 절대 쓰지 말고 잘 보관해 둬.”“아버지 이 카드 절대 평범한 카드 아니에요. 받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제가 한 번 알아는 볼게요.”임세만은 다시 시내로 나갔고 돌아올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허겁지겁 달려왔다.“아버지 제가 뭐라고 했어요! 받지 않는 게 맞다고 했죠!”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제 아들을 보며 임명식이 말했다.“무슨 일인데?”임세만은 두 장의 카드를 꺼내 보였다.“수아가 준 카드에 자그마치 2억이 들어있고 지원 씨가 준 카드에는 10억이 찍혀 있어요!”임명식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한참 뒤에 말을 이었다.“뭐가 그렇게나 많아? 지원이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은 거야?”임세만은 그제야 말을 이었다.“당연히 돈이 많을 수밖에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기사가 수두룩하고 나도 믿을 수가 없어 수아한테 물어보니 그 사람이 맞대요.”임명식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그게 누군데?”“음, 경원시 시장인데 우리 도지사는 같이 술자리도 들어가지 못하는 그런 급이라고요!”임명식은 깜짝 놀라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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