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Bab 1071 - Bab 1078

1078 Bab

제1071화

“사모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리가 멀어서 잘 안 보이긴 하는데, 피전 블러드라면 뭐든 예쁠 거예요.”“그 말 들으니까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하네요. 집에 옐로우랑 블루 사파이어는 있는데, 루비는 없거든요.”“나중에 같이 경매장 한 번 가봐요. 마음에 쏙 드는 거, 어쩌면 딱 만날 수도 있잖아요.”“정말요? 좋아요, 꼭 같이 가요!”“...”이후로도 무대에는 여러 스타와 제작진이 오르내렸지만, 강서원의 시선은 쉽게 고정되지 않았다.‘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니 집중이 안 돼...’갑자기 강서원이 벌떡 일어서자, 옆에 앉아 있던 최화자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이미숙은 주 제작진과 함께 다시 객석으로 돌아왔다.자리에 앉은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그녀 옆에 있던 부감독이 스태프에게 불려 나갔다.그리고 그 자리에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앉았다.고개를 돌린 이미숙은,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안녕하세요, 절 기억하시겠어요?”강서원이 먼저 말을 걸었다.이미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기억이 떠올랐다.“여사님! 맞죠?”1년 전, 두 사람은 같은 부티크에서 같은 원피스를 동시에 마음에 들어 했었다.결국 그 원피스는 이미숙이 먼저 구매하게 되었고, 대신 강서원에게 또 다른 추천 아이템을 권했다.강서원은 그 드레스를 입어보고 단번에 반해 버렸다.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아까 무대 위에 계실 땐, 긴가민가했어요. 조금 헷갈리더라고요.” “저도 여사님을 보고 한참 생각했어요. 여긴 혹시 일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그런 셈이죠. 작가님 소설, 너무 재밌게 봤어요. 한 권도 빠짐없이 다 사서 읽었답니다.”“감사해요.”“사실 오늘 오기 전에도, 작가님을 본 적 있어요.”이미숙은 놀라며 물었다.“정말요? 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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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강 대표님이요?”“맞아요. 만성 엔터 최대 투자자잖아요.”부감독이 조용히 대답했다.이미숙은 조금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아는 사이니까 인사하러 온 거겠지. 괜히 깊이 생각할 필요 없어.’부감독이 슬며시 다가오더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 혹시 실검 보셨어요?”“실검? 전 거의 인터넷을 안 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부감독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이미숙을 쳐다봤다.‘이 시대에 인터넷을 안 한다고? 진짜...? 헐...’하지만 그 감정은 단 몇 초 만에 감춰졌다.“선생님, 지금 실검에 올라왔어요! 그것도 좋은 이슈로요!”오늘 밤 주연인 오이영도 실검 두 개에 간신히 올랐는데, 이미숙은 무려 세 개, 그것도 전부 오이영보다 순위가 높았다.부감독은 은근슬쩍 이미숙을 다시 쳐다봤다.‘진짜... 예쁘긴 하셔. 요즘 같은 비주얼 퍼스트 시대에...’‘이렇게 생기셨으면 언제든 주목받지... 완전 그림이야.’“선생님, 오늘 귀걸이가 정말 예쁘네요.”“그래요? 고마워요.”오늘 저녁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만큼 귀걸이 얘기를 들은 이미숙은, 홀로 묵묵히 생각했다. 오늘 저녁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만큼 귀걸이 얘기를 들은 이미숙은, ‘이 귀걸이... 그렇게 눈에 띄는 건가?’...“사모님, 다녀오셨어요!”최화자가 반갑게 인사하자, 강서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강서원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복잡했다.‘뭔가... 이상해. 느낌이 영 찝찝해.’그때, 최화자가 갑자기 일어나며 말했다.“사모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디로 가면 되죠?”강서원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아... 진짜 화장실을 다녀온 건 아니어서,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데...’“어... 저도 잘 몰라요. 스태프분께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럼 그렇게 할게요.”최화자가 자리를 비운 후에도 강서원은 자꾸 마음이 불편했다. ‘이대로 넘어가도 되는 걸까? 그냥 감으로만 판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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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네, 그럼 금방 갈게요.”재석은 짧게 한 마디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재석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잠시 후에 정은이가 날 보면... 깜짝 놀라겠지?’‘...’재석이 컨벤션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영화제 개막식이 막 끝나, 기자들과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그는 서쪽 출입구 쪽에 차를 세우고 내린 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도착했어요.”[아, 재석아! 미안하다. 아까 기사분이 차 수리를 막 마쳤다고 해서 그 차를 타고 출발하던 참이야. 막 너한테 연락하려 했는데, 네가 먼저 전화했네. 괜히 헛걸음하게 해서 미안하네.]“괜찮아요. 집에 가서 푹 쉬세요.”[그래, 우리 아들, 고마워.]전화를 끊은 재석은 곧바로 차에 타지 않았다. 대신 차 옆에 기대어 서서 차 키를 손으로 빙글빙글 돌렸다.그 모습만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누가 봐도 배우 아니야?’ 할 만큼 멋졌다.실제로 재석의 근처 지나던 파파라치 한 명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카메라를 들었다가 이내 내려놓았다.‘일반인이네...? 아깝다.’하지만 재석은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아니면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건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여 핸드폰만 들여다봤다.[자기야, 지금 내가 어디 있을 것 같아?][어딘데요?]정은의 답장도 빠르게 들어왔다. 재석은 행사장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냈고, 곧이어 웃으며 메시지를 덧붙였다. [여긴 갑자기 왜 왔어요?]재석의 메시지를 받은 정은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널 데리러 왔지.]잠시 뒤, 행사장 안에서 소진헌, 이미숙, 그리고 정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정은아! 여기야!”재석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재석을 본 정은의 얼굴엔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 ‘진짜 왔네...’소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 교수 참 성의 있네. 밤늦게 직접 운전해서 데리러 오다니.”이미숙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농담처럼 말했다.“우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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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아무래도 그 귀걸이를 낀 사람이 너무 예뻐서 그런가 봐요! 아이고, 어쨌든 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꼭 하나 사야 속이 풀릴 것 같아요.”최화자가 연신 말을 이었고, 강서원은 짧게 대답했다.“그래요, 잊지 않을게요.”“에휴, 우리 아들도 그런 안목이 있었으면 좀 좋아요? 그렇게 예쁜 루비 귀걸이 한 쌍을 척하고 사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참, 사모님은 복도 많으시죠? 아들 셋이 다 하나같이 잘나가니 엄마 노릇도 안 힘드시겠어요.” “루비가 갖고 싶으면 한마디만 하시면 되잖아요? 설마 사모님이 말씀하시는데 막내가 못 들은 척할 수 있겠어요?”최화자가 아부를 이어가자, 겉으로는 변함없는 표정을 짓던 강서원이 속으로 싸늘하게 웃기 시작했다. ‘말만 하면 줄 거라고? 웃기지 마. 그 귀걸이, 여자 친구 엄마 비위 맞추려고 갖다 바친 거야.’‘옛날엔 아들을 낳느니, 차라리 찐 고기를 낳는 게 낫다는 말을 들으면 웃기만 했는데...’‘지금 보니, 웃긴 건 그 말이 아니라 나였어.’‘차라리 찐 고기는 먹을 수라도 있지, 아들은 대체 뭘 해? 엄마 속만 뒤집지!’...헛웃음만 남긴 채 시커먼 얼굴로 고옥에 도착하자마자, 강서원은 말도 없이 계단을 올랐다.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조기봉이 그걸 보고 눈을 굴리더니 곧 따라 올라가며 말했다.“왜 그래? 누가 속이라도 썩였어?”강서원은 아무 말 없이 계속 걸었다.“오늘 영화제 가서 연예인 본다고 하지 않았어? 연예인 많이 왔더라?”조기봉이 일부러 말을 붙이자, 강서원의 발이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허, 연예인은 못 보고... 당신 아들만 봤어요.”“우리 아들?”조기봉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둘째도 갔어? 걔 지난 달에 그 여자 연예인이랑 끝났다며?”강서원은 또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조기봉은 황급히 덧붙였다.“당신이 연예인들이랑 얽히는 거 싫어하는 거 알아. 둘째도 이젠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했잖아...”“둘째가 아니고...”강서원이 참다못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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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다음 날 아침.재석은 정은이 챙겨준 아침을 먹고 있었다.이미숙은 어젯밤도 정은의 집에 다시 와서 잤다.이 시간쯤이면 이미숙과 소진헌은 아직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정은은 조용히 일어나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었다.“저녁엔 뭐 먹고 싶어요? 나 장 보러 갈 건데요.”정은이 대충 물었다.셔츠 단추를 채우던 재석의 손이 불쑥 멈췄다. 이미 채운 두 개의 단추를 다시 풀어버리더니, 단추도 안 잠근 채로 정은 쪽으로 다가갔다.고개를 든 정은이 딱 마주친 건 남자의 탄탄한 가슴.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뭐 하는 거예요?”“단추 좀 잠궈줘.”재석이 느릿하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리고 한 발짝 더.정은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손은 장식이에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은 이미 남자의 셔츠에 가 있었다.하나씩, 천천히 단추를 끼워 넣으며.“할 줄은 아는데... 그래도 네가 해줬으면 해서.”재석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왜요?”정은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긴...”바로 그때, 남자의 입술이 내려왔다.이마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은 입맞춤.“이렇게 슬쩍 뽀뽀도 할 수 있으니까.”‘이 사람 진짜...’정은은 단추를 끝까지 잠가주고, 옷깃까지 가지런히 정리해주었다.“됐어요.”“오늘 오후엔 본가에 좀 들러야 해서, 저녁은 집에서 안 먹을 거야.”재석이 자연스럽게 말했다.“네.”정은은 이유를 묻지도, 가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다.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운전 조심해요.”두 사람은 연인이었다.평소엔 마치 서로의 일부인 듯, 자연스럽게 기대며 지냈다.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결국은 각자의 삶이 있었다.사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부모도, 형제도, 부부도 마찬가지다.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거리는 필요하다.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면 비로소 서로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 ...재석을 배웅한 뒤, 정은은 다시 본채로 돌아왔다.벌써 일어난 이미숙은 식탁에 앉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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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운이 좋다면,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 함께 걸어가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거나 도중에 헤어진다고 해도, 혼자 걸어갈 준비와 능력은 있어야지.”“네.”정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여자란 말이지, 참 신기한 존재야.”이미숙이 뜬금없이 말문을 열었다.“기댈 어깨가 있으면 잠깐 기대면 되는 거고, 없으면 안 기대면 그만이야.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기대고 안 기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안방에서 나온 소진헌이 웃으며 묻자, 이미숙은 바로 말렸다. “여자들끼리 얘기하는데, 남자는 말 좀 아껴요.”“네네.”소진헌은 손을 들며 순순히 항복 표시를 하고, 입에 ‘지퍼 잠그는’ 제스처까지 해 보였다.그 모습에 정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여보, 점심 뭐 먹고 싶어? 나 장 좀 보러 갈 건데.”소진헌이 물었고, 이미숙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능성어찜이랑, 동그랑땡 좀 해줘요.”“오케이! 바로 실행!”이미숙은 샌드위치를 한 입 먹고 나서, 슬며시 정은을 바라보며 웃었다.“엄마도 입맛이 없거나, 요구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다만,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지.’이미숙에게 있어 정은은 딸이지만, 진짜 ‘무조건 내 편’이자, ‘내 말 들어야 할 사람’은 사실 소진헌이었다.그건 관계의 무게이자, 오래도록 쌓인 신뢰의 차이였다....한편, 재석은 이미 실험실에 들어가 있었다.들어서자마자 바로 책상에 앉아 일에 몰두했다.전진욱이 잠시 연구실을 비운 터라, 그의 몫까지 일감이 쏟아진 상태였다.‘하... 일이 두 배네. 진욱이가 없으니까 진짜 티 난다.’재석은 실험뿐만 아니라 모든 결괏값 정리, 데이터 저장까지 책임져야 했다.이전엔 그 역할을 이수아가 맡았었다.이수아가 그만둔 뒤엔 손태민이 잠시 맡았지만, 손태민은 서비대학교 강의까지 맡고 있어서 매일 실험실 자리를 지키긴 어려웠다.잡일도 은근히 많으니 말이다.재석도 진욱이 두 달 쉰다고 했을 때부터 예감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생각보다 빠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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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재석은 집 대문 앞에서 핸드폰을 넣고, 조용히 본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재석 도련님 오셨네요.”장희순이 반갑게 나와 슬리퍼를 내밀자, 재석은 손사래를 쳤다.“이모님,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아이고!”장희순이 미소를 지었다.‘이젠 익숙하지.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나와보는 거야.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이 녀석은 달라.’조씨 집안 세 아들 중, 자기 슬리퍼는 자기가 챙기겠다고 말하는 건, 재석 하나뿐이었다. 물론 다른 두 아들도 본인이 직접 신기는 하지만, 장희순이 먼저 나서면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석은 항상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아버지, 저 왔습니다.”재석이 슬리퍼를 갈아신고 거실로 들어섰다.조기봉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지만,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전화를 끊었다.“재석아, 왔구나! 앉아, 이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다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차 두 대가 차례로 멈추고, 조지언과 조지훈이 차례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오, 막내도 왔네? 오늘 뭐야, 셋 다 모이다니... 혹시 유산 분배하러 온 거야?”지훈은 자동차 키를 휙 돌리며 들어오더니 장희순이 준비해 둔 슬리퍼를 신고, 거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장난기 가득한 말투, 비죽 웃는 표정.어떻게 봐도 ‘엘리트 변호사’라는 말은 떠오르지 않는 모습.“꺼져, 이 자식아. 아직 내가 죽지도 않았는데 유산 타령이냐?”조기봉이 바로 쿠션을 하나 집어 지훈한테 던졌다.지훈은 원숭이처럼 재빨리 튀어 올라 우스꽝스럽게 몸을 피했다.뛰는 동작마저 유연했다.‘저건 변호사라기보단 거의 개그맨이지.’그에 반해 지언은 훨씬 차분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차 한 잔부터 들이켰다.“보이차?”지언이 컵을 살짝 기울이며 묻자, 조기봉이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알면서 왜 그렇게 벌컥벌컥 마셔? 내 귀한 차를 그냥 물 마시듯 들이켜고 있어.”지언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차란 게 원래 마시라고 있는 거잖아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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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강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지훈은 순간 멍해졌다.“왜? 안 배고파?”강서원이 물었다.“아니요... 진짜 배고프긴 하네요!”지훈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맞장구쳤지만, 속에선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셋 다 불러놓고 밥만 먹자고...? 그럴 리가 없지.’‘이거 뭔가 있어. 분명 뒤에 큰 거 하나 숨겨놨을 거야.’강서원이 2층에서 내려오자, 주방도 자동으로 바빠졌다.금세 음식이 차려졌고, 모두 식탁으로 모였다.조기봉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오늘 너희 셋 다 운전하고 왔으니까 술은 패스. 국물이나 마셔. 반찬 많이 먹고, 밥은 적당히. 자, 먹자.”다섯 식구가 젓가락을 들었다.반찬은 각자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지만, 유심히 보면 재석이 좋아하는 음식이 가장 많았다.사실 조기봉 부부가 막내를 더 아끼는 건, 셋 다 어릴 때부터 눈치채고 있던 일이었다.처음엔 지언과 지훈도 조금 섭섭했던 기억이 있지만, 재석은 어릴 때부터 너무 착했다. 결국 지언과 지훈도 재석한테 더 잘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부모의 그런 편애는 늘 반찬 하나 더 얹어주는 정도의 사소한 차이였고, 정작 중요한 것들... 가업은 지언에게, 자금은 지훈에게, 그리고 사랑과 관심은 재석에게 균형 있게 나뉘어져 있었다.그래서 세 형제는 이런 분배 구조에 익숙했고, 질투도 없었다.덕분에 형제끼리 사이도 늘 좋았다.그런데 오늘 식사 분위기는 뭔가 달랐다.평소 같으면 아들들 접시에 반찬도 덜어주고 먹는 속도까지 챙기던 강서원이, 오늘은 묵묵히 자기 밥만 먹었다.식사가 끝나갈 즈음, 강서원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너희는 천천히 먹어. 난 다 먹었어.”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쪽으로 향했다.지언이 곧바로 말했다.“우리 강 여사님, 평소랑 다르다.”지훈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걸 이제 알았어? 사람이라면 다 느꼈지. 그렇죠, 아버지?”조기봉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걸 나한테 왜 묻냐? 너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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