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아,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쪽 근황 말이야. 오늘 아침 뉴스에서 보니까...”소진헌은 계속 신나서 말했다.현빈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그는 양쪽 소매의 커프스를 풀고, 몇 번이고 자세를 바꿨다.그러던 순간, 아래층에서 갑자기 고성이 들렸다. 조용한 밤, 좁은 골목에 울려 퍼진 목소리는 더욱 선명했다.“아니, 누구네 마이바흐야! 골목 입구에 주차한 사람 누구야?! 좋은 차 타면 다야? 여기 CCTV도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세워?”“작년엔 포르쉐, 그전엔 페라리더니, 올해는 마이바흐냐! 정말 대단하네, 이 동네 참...”“누구 건지 빨리 빼! 돈 많으면 좀 조용히 살지, 왜 교통 방해하고, 동네 꼴을 망쳐?!”“...”‘어...?’소진헌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문득 깨달은 듯 현빈을 바라봤다.“현빈아, 네 차야?”현빈은 자연스럽게 일어섰다.“죄송해요, 이모부.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아이고, 괜찮아, 어서 가봐, 운전 조심하고.”“네.”현빈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정은이한테 인사만 하고 갈게요...”소진헌은 급하게 손을 저었다.“아, 내가 부를게. 정은아! 네 오빠 간다! 나와서 인사해.”안에서 대답이 들렸다.“네! 금방 나갈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정은이 나왔다.“오빠, 내가 계단 입구까지 배웅할게요.”“그래.”집 앞에 도착하자, 정은이 걸음을 멈췄다.“오빠, 꼭 외할머니께 고맙다고 전해줘요. 그리고 음식 정말 맛있었어요. 포도도 달았고요.”현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포도는 아직 안 먹었잖아?”“크흠! 미리 말하는 거죠. 어차피 달 거니까.”“달지 않았다면, 외할머니가 저한테 가져다주라고 하지 않으셨을 걸요?”“알겠어.”“오빠, 잘 가요. 운전 조심하고요.”정은은 손을 흔들었고, 현빈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현빈은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자, 온몸에 서늘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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