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어느덧 해가 기울고, 창밖엔 어슴푸레한 저녁노을이 내려앉았다.정은은 얇은 잠옷을 걸치고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커튼을 젖히는 순간.한순간, 낯선 현실감에 머릿속이 멍해졌다.이 모든 게, 조금 전까진 꿈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해가 지네.”정은이 창밖을 바라보다, 조용히 침대 쪽을 돌아봤다.재석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남자의 잠옷은 정은이 입고 있어서, 재석은 덩그러니 상반신만 드러낸 상태.말없이 다가온 재석은 정은의 뒤에서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따뜻한 팔이 허리로, 어깨로 닿아왔다.둘은 그렇게 함께, 말없이 저녁 하늘을 바라봤다.붉게 물든 노을과, 조금씩 어두워지는 도시의 윤곽.“진짜... 예쁘다.”정은이 속삭였다.“응, 정말 예뻐.”하지만 재석은 하늘을 보지 않았다.시선은 오직, 정은만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이 시간이 멈춰도 괜찮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은 절대 멈춰주지 않는다.아름다운 순간은 늘, 기억 속으로만 남는다.정은이 슬쩍 배를 문질렀다.“배고파요...”점심도 안 먹고 끌려와 이 ‘난리’를 겪는다면, 웬만한 철인도 쓰러질 상황이었다.재석은 민망한 듯 코를 만지며 말했다.“내가 뭐 좀 해줄까?”“하지 마요. 그냥 나가서 먹자고요.”“그래, 나가자.”대충 정리한 둘은 함께 집을 나섰다.근처에 있는 쇼핑몰까지는 걸어서도 금방이었기에, 둘은 차를 두고 나왔다.“뭐 먹고 싶어?”재석이 묻자, 정은은 바로 대답했다.“샤부샤부요.”“역시.”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정은의 입맛은 누구보다 재석이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단골 샤부샤부집으로 향했다.별도의 룸 없이 홀만 있는 구조지만, 늘 사람이 바글바글했다.테이블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그야말로 ‘진짜 삶’이 담긴 풍경이 펼쳐졌다.재석은 익숙하게 메뉴판을 받아 들었다.“새우, 완자, 그리고 한우 소고기...”정은이 좋아하는 것들로 깔끔하게 골라낸 조합.고기 위주에, 신선한 버섯과 야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