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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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와, 조 교수... 복도 많으시네.’부영식은 속으로 감탄했다.그러나 그가 감탄할 틈도 없이, 재석은 이미 그의 옆을 순식간에 스친 후, 화살처럼 빠르게 정은에게 향했다.“어... 어이! 짐은!”부영식이 놀라서 손을 뻗지 않았더라면, 재석의 캐리어는 그대로 굴러가 버렸을 터였다.그가 캐리어를 잡고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다시 한번 놀랐다.‘헉... 뭐야...’재석은 긴 팔을 뻗어 정은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아니, 끌어안았다기보다는 거의 애지중지하다시피 했다.“정은아, 보고 싶었어...”정은은 재석의 따뜻한 가슴에 얼굴을 묻자, 재석의 심장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며칠밖에 안 됐잖아요...” 정은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하지만 재석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루가 삼 년 같더라. 며칠이면 몇 년이었을 것 같아? 계산해 봐.” “푸흣!”정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재석이 묻자,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물리학자인 사람이... 어쩜 그렇게 철저히 감성적일 수가 있어요?”재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래. 논리도 없고, 과학도 아니야.”“이러다 뉴턴 선생님 다시 살아나겠어요.”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두 손은 여전히 정은의 어깨에 가만히 올려져 있었다.“너는? 나 보고 싶었어?”“교수님.”정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전화할 때도 그 질문만 몇 번이나 하셨어요.”그리고... 그 횟수는 생각보다 많았다.재석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어제 물은 건 어제고, 오늘 물은 건 오늘이잖아.”정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잘 들어요. 어제도 보고 싶었고, 오늘도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일은... 그건 내일 생각해 볼게요.”재석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정말... 사람을 딱 그만큼만 설레게 하네.’그때, 뒤에서 누군가 일부러 헛기침하며 다가왔다.“흠흠...”부영식이 캐리어를 끌고 다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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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부 교수님, 따님 생일이라면서요? 빨리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재석의 말에 부영식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서렸다.“아이고! 큰일 났다! 시간 다 됐다! 조 교수, 짐은 여기 있어요! 난 먼저 갈게요! 정은 씨, 다음에 봐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영식은 토끼처럼 빠르게 달려갔다.재석은 남겨진 캐리어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정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서로 얽혀 단단히 맞잡혔다.“가자, 정은아. 우리 집에 가자.”정은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정은이 운전대를 잡고, 재석은 조수석에 앉았다.차가 도로에 올랐는데, 재석은 중간에 잠시 차를 세우고 편의점에 들렀다. 그는 생수 두 병을 사서 차로 돌아왔다. 한 병을 먼저 뚜껑을 열어 정은에게 건넸다.“마셔.”“괜찮은데요? 나 목 안 말라요.”“그래도 조금만 마셔.”정은이 몇 모금 마시자, 재석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물을 받아들였다.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정은은 슬쩍 재석을 힐끗 보았다. 그 미소를 포착하곤,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렇게 웃어요? 물 마시는데 뭐 좋은 일 있어요?”재석은 고개를 젓고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차를 주차하고, 두 사람은 차고에서 평지로 올라섰다. 그리고 도로를 건너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둘은 손을 놓지 않았다. 단 한 번도.현관에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층을 막 올라섰을 때,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오던 소진헌과 마주쳤다.세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재석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안녕하세요.”소진헌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조 교수 출장 다녀온 건가?”소진헌의 시선이 재석이 들고 있는 캐리어에 머물렀다.“내가 들어줄까?”재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발짝 옆으로 비켰다.“아닙니다. 가벼워서 제가 들 수 있어요.”‘어떻게 아버님께 짐을 들게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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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재석의 칭찬 세례에 소진헌은 기분이 좋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하하... 조 교수 말이 참 재미있네!”그때, 재석이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섰다.“그럼, 아버님.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어...?”소진헌은 순간 당황했다. 원래는 재석과 함께 바둑이라도 두고 싶었는데... 하지만 장거리 비행에 피곤할 테니 붙잡아 두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소진헌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늘 피곤할 텐데 푹 쉬게.”“네, 감사합니다.”재석은 정은을 바라보며 말했다.“문 앞까지 바래다줄래?”정은은 그 말에 자연스럽게 소진헌을 바라보았다.소진헌은 잠시 멈칫했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아, 날 쳐다보면 내가 뭐라고 하겠냐? 얼른 갔다 와.”정은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아버지 말씀 잘 들을게요!”소진헌은 살짝 민망해하며 고개를 돌렸다.“에휴... 얼른 다녀와.”정은은 재석을 현관까지 바래다주었다. 재석은 현관문 앞에서 자연스럽게 정은의 손을 놓고, 문을 연 후 들어갔다.정은은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소진헌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벌써 왔어?”정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그래봤자 바로 앞 집인데 얼마나 걸리겠어요?” “그래도... 전에 비하면 너무 빨리 온 거 아니냐?”소진헌은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이내 민망해졌다.“아이, 됐다. 네 맘대로 해. 난 설거지할 테니까.”그렇게 말한 소진헌은 주방으로 향했다. 설거지하면서도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정은이도 이제 다 컸구나.’소진헌은 딸이 좋은 사람을 만나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결정을 내려버릴까 봐 걱정스러웠다.‘하긴... 딸 키우는 아버지 마음이란 게 원래 이런 거겠지...’한숨을 내쉰 소진헌은 다시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밤이 깊었다. 창밖으로는 맑은 달빛이 내려앉았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한여름의 밤, 매미 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지며 더위 속의 고요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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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재석은 여전히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몸에 꼭 맞게 재단된 수트는 그의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긴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진짜, 너무 멋있어.’정은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그의 실루엣을 따라 내려갔다. 군더더기 없는 선명한 라인,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카락, 그 안에서 반짝이는 눈빛.그 순간, 재석이 입을 열었다. 낮고 깊은 목소리가 마치 첼로의 현을 울리는 듯했다.“정은아, 오늘이 우리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이야.”정은은 순간 머릿속에서 날짜를 계산했다. 정말 그랬다.재석은 심지어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서 새벽이 지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그 순간을 노린 것이었다. ‘대단하다. 역시 조재석.’정은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고마워요, 재석 씨.”재석이 준비한 이 낭만적인 분위기.그리고 이 순간, 정은에게 다가오는 그의 발걸음.정은은 살짝 발돋움하며 재석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재석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나지막이 말했다.“100일 축하해요. 우리 앞으로도 또 다른 100일, 그리고 그다음 100일... 그렇게 수많은 100일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어요.”재석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고, 그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였다.‘처음이야. 정은이 입에서 우리의 미래 이야기가 나온 건.’그 순간, 재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정은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손에 쥔 사람처럼.“그럼, 그렇게 하자.”재석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했다.“우리, 앞으로도 계속.”남자의 손이 정은의 뺨으로 부드럽게 올라갔다. 그리고 남자의 눈빛은 깊고도 강렬했다. 그 안에는 애정과 열망이 가득했다.남자의 손길에 정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기억하고 있어요.”재석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럼... 준비됐어?”정은은 재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그 질문, 예전에 이미 대답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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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결국, 재석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왜냐하면, 정은이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 태도는... 상당히 단호했다.“자기야...”재석은 상반신이 드러난 채로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애처로운 목소리로 정은을 불렀다.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정은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재석은 분명히 또 안쓰럽고, 연약한 모습일 거라는 사실을.괜히 마음이 쓰이게 만드는 그 표정.‘마음이 쓰이면, 곧 마음이 약해지는 거지.’‘마음이 약해지면, 또 재석 씨한테 붙잡히는 거고.’그래서... 정은은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보지 않으면, 마음도 약해지지 않는다.재석도 어쩔 수 없었다.‘가끔은 여자 친구가 너무 똑똑해도 문제야...’정은은 손을 뻗어 옷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는 곳엔 입을만한 옷이 없었다.다시 보니, 옷들이 전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옷들.그 옷들을 입기 위해서라면, 하나하나 주워야만 했다. 정은은 순간 굳어버렸다. 이 상태로는...“재석 씨, 옷 좀 주워줄래요?”“응, 물론이지.”재석은 단번에 대답했다.정은은 좀 이상했다.‘이렇게 순순히?’순간, 재석은 이불을 홱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침대 끝에서부터 방문 앞까지 허리를 숙여 옷을 하나씩 주웠다.이후,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정은에게 옷을 건넸다. 정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왜? 뭐 문제 있어?”재석이 물었다.“그냥, 옷이라도 좀 걸치면 안 돼요?”재석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내 옷은 거실 바닥에 있어. 아직 주우러 안 갔잖아.”‘내 남친... 진짜 대단해.'...정은이 옷을 챙겨 입고 몰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7시 55분이었다.소진헌의 방학 생체 리듬은 오전 8시.8시 10분, 소진헌이 방문을 두드렸다.“정은아, 일어났어?”“네, 일어났어요. 씻고 나갈게요.”“그래, 아침은 뭐 먹을래?”“아무거나 좋아요!”“알겠어.”소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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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정은은 땀을 훔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래서요?”소진헌이 이어서 말했다.“너 깨울까 봐 안 들어갔지.”정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내가 방 불 다 켜놓고 모기랑 전쟁을 했지 뭐야. 10분은 넘게 잡았는데, 결국 다 못 잡아서 한참 더 헤맸다니까.”소진헌이 투덜거리며 말을 이었다.그 사이 정은은 이미 현관을 나섰다. 재석의 현관 앞에 도착해 두 번 톡톡 두드리고는 키로 문을 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안쪽에서 벌컥 열렸다.재석이 한 손으로 정은을 확 잡아당겨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을 닫자마자 정은을 벽과 가슴 사이에 가두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니, 도망간다더니, 왜 또 나한테 왔어?”정은은 재석을 흘겨보며 대꾸했다.“누가 당신 보러 왔대요? 우리 아빠가 아침 준비해 놓았다면서 당신을 부르라고 해서 온 거예요.”‘아버님’이라는 말이 나오자, 재석의 얼굴에 잠시 긴장감이 스쳤다.“어젯밤에... 아버님 눈치 못 채셨어?”정은은 되물었다.“만약 눈치챘으면, 내가 지금 당신을 부르러 왔겠어요?”재석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멋쩍게 웃었다.“그렇지... 눈치챘으면 지금쯤 칼 들고 문을 두드리셨겠지.”정은은 피식 웃으며, 재석의 팔 밑으로 고개를 숙여 빠져나왔다. 그리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거울을 보며 목 주변을 살펴보는데...보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보는 순간 눈이 커졌다.오른쪽 목덜미에 두 군데의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색도 짙고, 살짝 부어있기까지 해서 언뜻 보면 모기 물린 것처럼 보였다.“헐... 당신, 어제... 너무해요!”그때, 재석이 뒤에서 슬며시 다가와 정은의 어깨에 턱을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그 두 군데 자국에 키스를 남겼다.“집에 가서 씻었어?”정은은 재석을 밀치며 말했다.“장난치지 마요...”재석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간지럽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그게 당신이 할 소리예요? 당신은 안 씻었어요?” “응”“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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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조 교수 왔네?”소진헌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어서 와, 아침 먹어. 죽은 아까 데워뒀으니까 조심해서 먹어. 뜨거울 거야.”재석은 식탁에 앉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아버님.”“에이, 무슨 그런 말을 해.” 식사를 마친 뒤, 재석은 소진헌과 함께 장기 한판을 두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전화가 연달아 걸려 왔고, 소진헌도 더 붙잡아 둘 수 없었다.“아버님, 죄송해요. 저는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시간 내서 뵈러 올게요.”“그래, 일해야지. 가서 일 봐.”정은은 재석을 현관까지 배웅했다.그때, 재석은 기습적으로 정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동시에 혹시라도 소진헌이 볼까 봐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재석은 키스가 끝나자마자 한 발짝 물러서며, 꿀을 훔친 곰처럼 해맑게 웃었다.그리고 정은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오늘 밤까지 기다려.”그 말을 남기고 재석은 유유히 현관문을 나섰다.정은은 문가에 기대어 재석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혼잣말했다.“꿈 깨셔요!”그렇게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실험실.“교수님, 안녕하세요!”“어, 안녕.”재석은 활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미진은 좀 의아했다.‘아침부터 조 교수님이 저렇게 밝게 웃으신다고?’‘그것도 아주 환하게...’미진은 재석이 그렇게 웃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본 듯했다.“교수님, 전 교수님이 M시로 가셨거든요. 그래서 전 교수님이 맡았던 일은 조 교수님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미진이 실험대 쪽을 가리켰다. 진욱의 자리를 보자, 컴퓨터가 켜져 있었으며, 자료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도 진욱의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못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하지만 재석은 그 말을 듣고도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전 교수가 미진 선생님이랑 태민이랑 같이 진행하던 부분 있지? 그거 먼저 나한테 파일로 보내줘. 내가 한번 쭉 보고 정리한 다음에,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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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태민아, 기억해 둬. 남자가 정시에 퇴근하기 시작하고, 일찍 집에 가려고 하면... 그건 집에 가고 싶다는 뜻이야.”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또 배웠네요. 고마워요, 누나.”“너는 아직 젊으니까 열심히 일부터 해. 인연은 나중에 올 거야.”“네!”...재석은 골목을 빠르게 걸어 아파트 계단으로 향했다.그러고는 단숨에 7층까지 올라가서는 문을 두드렸다. “정은아, 나 왔어!”몇 초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재석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아버님? 저 재석이에요.”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이 시간대면 집에 계셔야 하는데...’재석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런데 막 화면을 켜자마자, 정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집에 도착했어요?][날 찾았어요?][오늘 아빠랑 나 집에 없어요. 밥해놨으니까 들어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요.]재석이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어디 갔는데?]정은이 바로 위치 공유를 보냈다.[국제컨벤션센터요.]재석은 좀 의외였다.[거기서 뭐 해?][오늘 국제영화제 개막식이잖아요.]정은의 답장을 본 후, 재석은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이미숙이 J시에 온 이유는 연수원 교육과 영화제 참석이었다. 정은의 메시지 또 들어왔다.[나랑 아빠, 엄마 레드카펫 보러 왔어요! 이제 곧 시작할 거라서, 나중에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재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집 안에서는 따뜻하게 차려진 식탁이 재석을 맞이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그는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분명히 평소에 좋아하던 반찬들이었는데, 어딘가 허전했다.예전에는 혼자서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일을 하는 게 전혀 외롭지 않았다.그런데 정은이 없으니, 뭘 해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사람이란 참...’‘참 욕심쟁이야.’혼자일 땐 몰랐다. 함께 있다가 혼자가 되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한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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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저 사람 누구야? 배우야?”“에서 나왔던 조연인가?”“분위기 좋은데... 근데 자리 배치가 좀 이상하지 않아? 왜 남주랑 팔짱을 끼고 있지?”“배우는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이 좀 생소한데?”“영화 스태프 중 한 명인가? 감독이랑 대칭으로 서 있으니까 부감독이나 제작자 쪽일지도? 근데 옷차림이나 분위기가 전혀 스태프 같지 않은데...”“그런 건 상관없고, 예쁘면 장땡이지.”“저 귀걸이 봤어? 야오송웨의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 더 빛나더라. 도대체 무슨 재질이야?”“루비 같은데... 그것도 최상급 피젼 블러드인 것 같아...”“...”정은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우리 엄마 진짜 예뻐요!”소진헌은 이미 넋이 나간 채로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는 들었어도 그 표정은 마치 첫사랑을 마주한 소년처럼 설렘이 가득했다.정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아빠, 엄마한테 반했어요?”“아빠!”“어? 뭐라고?”소진헌은 정신이 번쩍 들어 정은을 바라봤다.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침 흘리고 있었어요.”소진헌은 얼른 손으로 입가를 닦았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았다.“야, 이 녀석이...”이때, 스태프 한 명이 다가와 예의 바르게 물었다.“혹시 소진헌 선생님과 소정은 씨 되시나요?”“네? 맞습니다. 혹시 무슨 일로...?”소진헌이 물었다.“다름이 아니라, 팀 감독님께서 두 분을 초청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안에 자리 마련해 두셨습니다.”“우리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요?!”소진헌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네, 물론이죠. 게다가 앞쪽 중앙에 좋은 자리로 준비해 두었습니다.”부녀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고, 자리에 앉았다. 정말로 앞쪽에 위치한 명당자리였다. 시야가 탁 트여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다.이미숙과 주연 배우들이 앉아 있는 자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그때, 마치 부녀의 시선을 느낀 듯, 이미숙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살짝 눈을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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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나진원이 말을 이어갈 때,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와 대형 스크린 카메라는 이미숙을 정확히 비췄다.이미숙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자연스럽게 눈을 맞췄다. 시선 하나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나진원의 말이 끝나자, 이미숙은 차분하게 손뼉을 치며 박수를 보냈다.이미숙의 손짓, 미소, 그리고 여유 있는 표정은 정말로 ‘배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렇게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단지 시나리오 작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현장의 대형 스크린은 이미숙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비췄고, 당연하게도 그녀의 귓불에 달린 두 개의 루비 귀걸이도 화면 가득 잡혔다.1열 좌석 어딘가.“저 피젼 블러드 루비 품질 정말 좋네요. 나도 저 정도 급은 못 껴봤는데... 어느 브랜드 협찬인가요?”옆에 앉아 있던 여성이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녀는 강서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사모님, 워낙 좋은 거 많이 보셨으니까 감이 오시죠? 어디 건지 알겠어요?”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서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대 위의 어느 한 곳을 주시한 채,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사모님?”다시 한번 부르자, 강서원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시선을 돌렸다.“미안해요, 뭐라고 하셨죠?”이런 영화제에서 1열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작품을 이끌어 온 배우들이나 제작진, 혹은 영화에 투자한 자본가들이었다.강서원은 몇 년 전부터 한 영화 제작사에 투자를 시작했다. 드라마와 영화 배급을 전담하는 회사였는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그런 일을 하려면 꽤 백이 필요한 법이라는 걸.그리고 강서원, 아니 조씨 가문은 그 ‘백’이 넘쳐흘렀다. 덕분에 그 회사는 몇 년 만에 고속 성장했고, 심지어 상장까지 이뤄냈다.오늘 강서원은 그 회사의 주요 투자자로서 영화제에 참석한 것이었다.옆자리에서 말을 걸었던 여성은 최화자이며, 평소 강서원과 자주 어울리는 사모님 중 한 명으로, 오늘도 그녀의 인맥 덕에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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