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재석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왜냐하면, 정은이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 태도는... 상당히 단호했다.“자기야...”재석은 상반신이 드러난 채로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애처로운 목소리로 정은을 불렀다.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정은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재석은 분명히 또 안쓰럽고, 연약한 모습일 거라는 사실을.괜히 마음이 쓰이게 만드는 그 표정.‘마음이 쓰이면, 곧 마음이 약해지는 거지.’‘마음이 약해지면, 또 재석 씨한테 붙잡히는 거고.’그래서... 정은은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보지 않으면, 마음도 약해지지 않는다.재석도 어쩔 수 없었다.‘가끔은 여자 친구가 너무 똑똑해도 문제야...’정은은 손을 뻗어 옷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는 곳엔 입을만한 옷이 없었다.다시 보니, 옷들이 전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옷들.그 옷들을 입기 위해서라면, 하나하나 주워야만 했다. 정은은 순간 굳어버렸다. 이 상태로는...“재석 씨, 옷 좀 주워줄래요?”“응, 물론이지.”재석은 단번에 대답했다.정은은 좀 이상했다.‘이렇게 순순히?’순간, 재석은 이불을 홱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침대 끝에서부터 방문 앞까지 허리를 숙여 옷을 하나씩 주웠다.이후,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정은에게 옷을 건넸다. 정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왜? 뭐 문제 있어?”재석이 물었다.“그냥, 옷이라도 좀 걸치면 안 돼요?”재석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내 옷은 거실 바닥에 있어. 아직 주우러 안 갔잖아.”‘내 남친... 진짜 대단해.'...정은이 옷을 챙겨 입고 몰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7시 55분이었다.소진헌의 방학 생체 리듬은 오전 8시.8시 10분, 소진헌이 방문을 두드렸다.“정은아, 일어났어?”“네, 일어났어요. 씻고 나갈게요.”“그래, 아침은 뭐 먹을래?”“아무거나 좋아요!”“알겠어.”소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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