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없어 보인다고? 그럼 오늘 우리 집에 가서... 천천히 확인해 보자.”재석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순간, 정은은 할 말을 잃었다.‘또 시작이다, 또...’‘이 사람 진짜... 말은 잘해.’두 사람이 실험실로 돌아오자, 멀리서부터 미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찾았다! 찾았어! 세상에! 아멘! 부처님 감사합니다! 정은이 진짜 은인이다! 눈물 난다!”태민도 놀라며 다가왔다.“벌써 찾았어요?!”미진은 흥분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정은이가 데이터 다 정리해 줘서 어디가 문제인지 바로 보이더라고. 그다음은 그냥 퍼즐 맞추기였어. 너는?”“잠깐만요...”태민이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외쳤다.10초 후.“오! 나도 찾았어요!”미진은 쭉 기지개를 켰다.“됐어! 이제 곧 퇴근이다. 어라, 교수님이랑 정은이 돌아왔네?”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은아, 오늘 진짜 고마워. 너 없었으면 오늘 이 데이터랑 밤새 싸워야 했어.”“에이... 별거 아니에요. 잠깐 도운 거잖아요.”미진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진짜... 이 정도 데이터 분석 실력으로 우리 실험실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예전에 정은이가 실험실 잠깐 빌릴 때만 해도... 사실 나, 좀 껄끄러웠어.’‘괜히 거리감도 들고, 경계심도 들었어. 근데... 사람이 이렇게 바뀌네.’‘결국, 실력은 말이 필요 없는 거야. 실력이 있으면, 세상이 먼저 문을 열어준다.’그 생각이 미진의 마음에 또렷하게 남았다....거리엔 가로등이 환히 켜졌고, 달빛도 창백하리만치 밝아져 왔다.정은과 재석은 손을 꼭 잡고, 실험동 측문을 나섰다.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 집으로 향했다.“오늘 저녁 챙겨준 것도 고마운데, 기술적인 난제까지 풀어주고, 지금은 또 이렇게 퇴근 동행까지... 우리 여자 친구, 진짜 완벽한 하루네.”‘여자 친구’라는 네 글자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재석은 마치 구애에 성공한 공작새처럼 어깨를 으쓱했다.‘아, 지금이라도 꽁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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