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Bab 1191 - Bab 1200

지언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남자아이에게 물었다.“맛있어?”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그래요. 우리 집 과수원에서 직접 키운 사과보단 덜 달아요.”지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마당도 아니고, 너희 집에 과수원이 있어?”“네, 있는데요? 그게 왜요?”‘어디서 굴러들어 온 애길래 저렇게 당당하지...?’지언이 뭐라고 더 물으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조기봉과 강서원이 먼저 들어왔고, 그 뒤를 따라 눈을 굴리며 딱 봐도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조지훈이 들어섰다.마지막으로는 재석과 정은이 함께 들어왔다.양유미는 옆방에 따로 대기 중이었다. 조씨 가문 내부의 문제에 외부 사람을 들일 수는 없으니까.결과가 나오는 대로 양유미에게는 따로 알려줄 예정이었다.정은은 잠시 주춤했다.‘나... 들어가도 되는 건가?’그 순간, 재석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정은은 좀 어색했다.‘신부도 못 들어오는 회의실에... 나는 왜...?’하지만 재석은 단단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넌 내 사람이야.’강서원은 정은의 존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강서원의 모든 시선은 소파에 앉은 아이에게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계속 보면 볼수록 낯이 익다.’‘저 표정... 저 눈매... 설마...?’그 순간, 지언이 다시 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이름이 뭐니?”“아레스요.”“우리가 다 알아듣는 말로 해줄래?”“현우라고 부르면 돼요.”지언은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좋아, 현우.”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낮추고, 표정도 가라앉혔다.“네가 이 유전자 검사지를 들고 왔다는 건, 이미 누가 너의 친부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여긴 다 가족이야.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현우는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당연히 아저씨죠, 아빠.”지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지금 농담할 분위기 아니야.”“저도 농담 아니에요.”“정말로 내가 네 아빠라고 생각해?”“그럼요.”현우의 말투엔 1도 흔들림

지언은 순간 멍해졌다.‘뭐라고?’마치 누군가 리모컨으로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방 안의 시간이 한순간 멈춘 느낌이었다.“크흠!”정적을 깬 건 다름 아닌 조기봉이었다.그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했다.“그 여자분, 이쪽으로 모셔 와요.”잠깐 뜸을 들이더니 덧붙였다.“예의 바르게요.”“네.”지언의 비서는 짧게 대답한 후, 조용히 고개 숙이고 문밖으로 나갔다.지훈은 아직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조차 못 하는 큰형과 벌써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는 부모님, 그 옆에서 팝콘이라고 꺼낼 기세로 구경하는 재석과 정은을 번갈아 쳐다봤다. “크흠...”지훈은 일부러 크게 헛기침하며 말했다.“그러게 난 아니라니까? 진짜 아니라니까? 근데 형, 진짜 대단하다... 말없이 애 하나 키워버렸네? 와, 진짜 대단하다니까...”“됐고, 지훈아. 입 닫고 구석에 앉아 있어. 분위기 더 망치지 말고.”조기봉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지훈이 말문이 막혔다.‘내 인생, 왜 이렇게 대접 못 받냐...’잠시 후, 문 너머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났다.그 소리에 방 안의 모두가 숨을 삼켰다.‘왔어...!’조기봉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들어오세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딸깍’ 열리고, 비서가 문 옆에서 조용히 손짓했다.그다음 한 여자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트렌치코트, 청바지, 낮은 굽의 플랫슈즈.단정하지만 수수한 옷차림.키가 크고, 이목구비는 뚜렷했으며, 무표정한 얼굴에서 묘한 고요함과 단단함이 느껴졌다.눈에 확 들어오는 타입이었다.지훈은 들어오고 있는 여자를 찬찬히 훑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아, 저런 게 형 취향이었구나... 양유미랑은 완전 반대네?’양유미는 전형적인 재벌가 스타일.고급스럽고, 정제돼 있고, 가끔은 사랑스럽게도 굴 줄 아는 여자.누구에게 소개해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맞선 상대’.하지만 지금 이 여자는 편한 옷차림에 표정도 싸늘하고... 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그와 달리, 지언은 여자의 얼굴을 보

리아는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동안 리아는... ‘그 남자’에게 꽤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내가 취했을 때를 노린 거나 다름없었고, 책임도 제대로 안 졌으니까...’하지만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다.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내가 죽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정조를 잃거나.’이왕 그렇게 된 거, 리아는 결국 이를 꽉 물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어차피 굴러들어 온 기회였고, 살아야 했으니까.’‘여자는 결국,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하니까.’그리고 일이 다 끝났을 때도 각오하고 있었다.‘혹시라도 저 사람이 나중에 화내거나 신고하면... 그냥 감옥 몇 년 다녀오지, 뭐.’‘나오면 또 살아가면 되지.’그때 리아는 모든 걸 계산하고 있었다.단 하나,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임신할 줄은 몰랐던 것.그 시기, 리아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M국의 모 도시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었다.처음엔 단순히 체중이 좀 늘었다고 생각했다.스테이크랑 치즈를 너무 많이 먹었고, 외국에 오면 생리가 불순한 것도 흔한 일이니까.그때의 그녀는 정말, 전혀 눈치 못 챘다.그런데... 배가 점점 불러오고, 단단해지고, 어느 날 아침엔 안에서 뭔가 ‘움직였다.’그 순간, 리아는 본능적으로 알았다.‘망했다.’산부인과에서 검진 결과지를 들고 나왔을 땐, 세상이 하얘졌다.임신 24주, 쌍둥이.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리아는 곧 받아들였다.아이들.심지어 두 명.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 세상에 리아에게 유일하게 피를 나눈 존재들이 생긴 것이었다.‘이것도 인연이지... 진짜, 다행이야.’임신 37주. 리아는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하고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출산 준비’라고는 했지만, 두 아이는 정말 순했다.그녀는 입덧도 별로 없었고, 온몸이 붓지도 않았다. 임신 기간 내내 리아를 거의 괴롭히지 않았다.‘뱃속에서도 착한 애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리아는 잘 먹고, 잘 자고, 심지어 공부까지 잘했다. 학교 다니면서 동기랑 같이 창업까지

지언은 순간 발을 헛디뎠다.그걸 본 지훈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로 분위기를 깼다.“와... 형, 진짜 대단하다. 일거양득이야? 헤헤...”하지만 그 웃음은 두 번도 채 가지 못했고, 지언의 싸늘한 눈빛 한 방에 얼어붙어 버렸다.조기봉은 충격에 얼이 빠진 강서원과 큰아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비교적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만, 처리할 땐 신중해야 해. 지언아, 너 알아서 잘해봐.”그렇게 말만 남기고, 조기봉은 강서원의 손을 이끌며 자리를 떴다.“여보, 잠깐만요! 그냥 가면 어쩌자는 거예요? 해결도 안 됐잖아요!”복도에 나서자마자 강서원은 조기봉의 손을 확 뿌리쳤다.“해결?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조기봉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단기간에 해결될 리 없잖아.”“그럼 우린 손 놓고 모른 척하자는 거예요?”“당신이 뭘 어쩌겠다는 건데? 지언이 대신 양유미 씨랑 결혼할 거야, 아니면 손자 책임져 주겠다고 나설 거야?”강서원은 말문이 막혔다.“당신은 원래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 자식 일은 자식이 풀게 둬. 우리야 뭐, 이제 손자까지 생겼으니 된 거 아냐?”그 말을 듣자 강서원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게다가 한 명도 아니고, 둘이에요! 둘! 진짜 신기하지 않아요? 잠깐 같이 있었을 뿐인데 정이 가더라니까요? 그런데 만약 지언이가 제대로 해결 못하면... 우리, 앞으로 애들 얼굴도 못 보는 거 아니에요?”‘그건 좀 싫은데...’“지언이는 지언이고, 우린 우리지.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 애들 보러 간다는데 누가 막겠어?”“진짜 그래도 될까요?”강서원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그런가...?’“당연하지. 내가 보기엔 변리아 씨 꽤 괜찮은 사람이더라. 우리 아들이랑 잤다고 사과까지 하잖아?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 드물어. 애 보는 거야 문제없을 거야.”조기봉은 계속 아내를 설득하려고 했다....재석은 조용히 정은의 손을 잡고, 지언에게 짧은 인사를 눈빛으로 대신한 뒤 조용히

그날 밤.재석과 정은은 세수까지 마치고 나란히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재석은 책을 넘기고 있었고, 정은은 핸드폰을 스크롤 하다가 슬쩍 입을 열었다.“양유미 씨네, 그냥 그렇게 끝난 거예요?”“응. 조건은 그쪽에서 먼저 제시했고, 형도 딱히 깎지도 않고 그대로 다 수락했어.”“허, 양유미 씨 집안, 정말 유연하네요. 근데... 본인의 의견은 어땠대요?”“200억 현금, 그건 양유미 씨 몫이래.”“그 조건, 누가 얘기한 거예요?”재석은 책에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양유미 씨 본인이.”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현명하네요. 지금 자기한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죠.”“결혼하자마자 남의 애 엄마 되고, 앞으론 그 애랑 자기 애가 경쟁해야 하고, 유산 문제도 얽히고... 그런 판에 뛰어드는 건 멍청한 짓이잖아요.”“돈은 챙기고, 결혼은 안 하고, 이미지 손해도 최소화... 앞으로 인연이 없겠어요? 집안도 탄탄하고 사람도 예쁘잖아요. 양유미 씨 입장에선 딱 좋은 퇴장 타이밍이죠.”그 말을 듣던 재석이 정은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양유미 씨 편을 드는 거야?”“편 들기보단... 내가 응원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양유미 씨는 자신한테 유리한 걸 골랐을 뿐이에요.”“그리고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에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실리를 보는 눈, 그거 쉽지 않아요. 손해를 피하고 이득을 취하는 건 인간 본능이잖아요. 그걸 비난하긴 어렵죠.”“그럼,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정은이 고개를 돌려 묘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재석 씨, 지금 혹시... 자기 얘기하는 거예요?”“크흠...”재석은 괜히 기침을 한 번 하며 민망함을 감췄다.“만약 나라면...”정은이 말끝을 길게 끌자, 재석은 본능적으로 귀를 바짝 세웠다.“애초에 결혼을 목적으로 누굴 만나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누굴 망치게 되는 거라면, 더더욱 안 하죠.”“근데... 너는 어떻게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