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화기 너머, 봉수진의 목소리가 다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현빈아, 어떤 말은 말이야... 정말 잘 생각하고 해야 해. 한 번 입 밖에 내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어.]“알아요. 그래도, 전 말하고 싶었어요.”잠시, 긴 숨 같은 정적.곧이어 봉수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정은이를 좋아한다고 했지? 그럼, 정은이는? 정은이가 너를... 좋아하긴 하니?]짧은 질문 한 마디.그러나 그 질문은 현빈의 입을 완벽히 막아버렸다.‘할머니답다... 정확한 곳을 찌르시네.’[현빈아, 네가 아무리 고집부리고, 붙잡으려 해도... 아무 의미 없어. 정은이는, 이미 자기 행복을 찾은 애야. 왜 자꾸 그 안에 끼어들려는 거니?]그 말에 현빈은 쓴웃음을 지었다.“할머니가 더 잘 아시잖아요. 세상에 깨지지 않는 관계는 없다는 거. 그리고 변하지 않는 감정도 없다는 거...”[그건 네가 아직 못 봤을 뿐이지, 세상엔 있어. 지켜내는 사랑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 관계가 평생 간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결혼했다고 해도... 그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고요.”봉수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현빈아, 할머니가 오늘 전화한 건, 널 말리려고 그랬어.]“알아요, 할머니.”현빈의 목소리는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단단했다.“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요. 차라리 다 해보고, 그다음에 후회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그럼, 네가 지금 하려는 일이 또 다른 후회가 되면 어쩔 건데? 그땐 다시 되돌릴 수도 없잖아!]“그 책임도, 제가 질게요.”봉수진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안 되겠다. 이 아이는, 지금 설득이 안 되는 상태야.’[됐다, 이젠 내가 뭐라고 해도 안 들을 거 같으니.]봉수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말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했다.[그래도, 딱 하나만 약속해 줘.]“말씀하세요.”[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정은이한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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