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에 있는 자는 언제나 하위의 마음을 쉽게 흔든다.지위로만 따지면, 연애 관계 안에서야말로 정은이 상위자였다.재석의 웃음과 눈물, 재석의 감정선 전체를 정은이 쥐고 흔들 수 있었다.즉, 그렇게 똑똑하고 당당하던 재석이, 정은 앞에서는 늘 한발 물러서 있고,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려 한다.만약 정은의 사랑도 그만큼 뜨겁고 진심이었더라면, 강서원의 마음도 좀 더 평온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히, 정은은 아니었다.정은은 너무도 명확하고 이성적이었다.감정에 함몰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보는 사람.미련한 사랑 따위는 하지 않는, 계산과 통제가 몸에 밴 여자였다.‘끝까지 전부를 내주는 건, 내 멍청한 아들 조재석뿐이었지.’강서원은 정은을 뚫어지게 보며 입을 열었다.“정은아. 여자로서 말하자면, 난 네 그 이성적인 면이 솔직히 부러워. 감정을 주도하고, 남자를 움직일 줄 아는 여자? 그건 능력이야.”“솔직히 말해서, 나라도 그랬을 거야. 누구나 원하잖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남자, 내 감정에 전부를 맞춰주는 사람.”“그러니까 너도 틀린 건 아니야.”“하지만...”강서원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나는 재석이 엄마야. 내 아이가 그렇게 가슴을 열고, 모든 걸 다 주고 있는데, 그만큼의 이해나 양보도 받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나도, 틀린 건 아니야.”정은은 그 말을 듣고도 한참 말이 없었다. 잠시 조용한 침묵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요.”정은은 고개를 저었다.“맞는 건 맞고, 틀린 건 틀린 거예요. 왜냐면 진실은 하나니까요.”정은의 눈동자가 강서원을 정면으로 응시했다.그녀의 말은 조용했지만, 그 안엔 흔들림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제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서, 재석 씨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또, 커리어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보장도 없고요.”“어머님도 잘 아시잖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얼마나 쉽게 변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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