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수민은 싸늘하게 웃었다.‘예전이라니. 우린 처음부터 서로 몸만 탐했지, 마음은 없었잖아.’하지만 고동건은 이제 그걸로는 부족했고, 훨씬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그런 거... 수민이는 줄 마음도, 여유도 없었다.수민은 자기 일이 좋았고, 자유가 소중했다. 누군가의 간섭을 받는 것도, 아내라거나 엄마라는 등의 타이틀 속에 갇히는 것도 싫었다.‘나는 조수민이야.’‘‘수민 씨’, ‘조 대표님’, ‘수민 언니’라고 불리는 내가 좋아.’‘고동건의 와이프? 사모님? 말도 안 돼.’수민이 처음 고동건과 손잡은 것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의 일환이었다.하지만 지금의 동건은, 수민을 가두려는 새장 그 자체였다.숨기고, 감추고, 가둬두고 싶어 하는 남자.그는 수민을 유리창 안의 금빛 새로 만들고 싶어 했다.두 사람은 애초에 목적이 달랐을뿐더러 지금은 오히려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엇갈리고 있었다.그래서 수민은 동건에게 할 말이 없었고, 게다가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수민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처음 경계심이 생긴 건 그날이었다.회사 앞.동건이 사람을 때리고, 수민의 목을 조르며 미친 듯이 소리를 내뱉던 날.그날 밤, 수민은 끌려가듯 동건의 집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처음 마주한 동건의 진짜 모습은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인데다 뒤틀리고, 지독하게 악랄했다.‘저 인간...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했지?’수민은 소름이 끼쳤다. 진짜 섬뜩했다.다음 날 아침, 그 집을 어렵게 빠져나온 수민은 곧바로 출장 신청서를 냈다.한 달 반.그녀는 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현지에서 핸드폰의 유심을 바꾸고, 동건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연락을 차단한 채, 국내에서 걸려 온 모든 전화는 전부 끊어버렸다.심지어 자신이 도망쳤다고 생각했다.그땐 솔직히 믿고 싶었다.‘고동건 같은 남자야 뭐, 잠깐 신기해서 그랬겠지.’‘시간 좀 지나면, 다시 여자들 품으로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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