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선 교수가 웃음을 터뜨렸다.“이젠 나한테 잔소리까지 하네?”정은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당당했다.“맞아요, 잔소리할 거예요! 제가 잔소리해도 안 들으시잖아요.”“참나, 이 녀석...”오미선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그 얼굴엔 한없이 부드러운 기색이 맴돌았다.“그래도, 난 갈 거야.”“교수님...”“정은아,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정은은 꾹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네, 말씀하세요.”“나는 평생 연구 하나에만 매달리며 살아왔어.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결국 혼자야. 근데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좀 아쉽긴 해도, 후회는 안 해.”“사람이 다 가질 순 없다는 걸, 나는 평생 걸려서 깨달았거든. 5년 전, 처음 그 바이러스가 터졌을 때 이미 해외로 나가서 데이터 모을 계획이었어. 위에서도 허락했고, 관련 전문가들과 특별 연구팀까지 꾸렸었지.”정은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렇게 일찍 준비하신 거예요?”“그렇지.”“근데... 왜 안 가신 거예요?”오미선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정은은 숨을 멈췄다.“저 때문이에요?”순간 머릿속이 번쩍였다.그리고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 보니, 퍼즐이 맞아떨어졌다.“제가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온 해... 그때죠?”“너 같은 학생은, 내가 정말 오래 기다렸던 학생이었거든. 겨우, 정말 겨우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섰는데, 내가 그때 너 버리고 가버리면 안 되겠다 싶더라. 적어도 몇 년은 옆에서 붙어 있어야 마음 놓을 수 있을 것 같았어.”오미선은 그때 리더였다. 리더가 빠지자 전담 팀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근데 이제는 됐어.”오미선의 눈빛이 달라졌다.“너 이젠 혼자서도 잘하잖아. 서준이도, 민지도 잘 이끌고 있고. 그래서 마음이 놓여. 나에게는 지금까지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한테도, 그리고 내 자신한테도, 이제는 내 역할을 다해야 할 때야.”그 말을 마친 오미선은 웃으며 말했다.“가족이 없으면, 학문에 충실하면 되지. 아내, 엄마는 못 되더라도, 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