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 저벅...발소리가 한 걸음, 두 걸음.하린에게로 점점 가까워졌다.“누구야?!”하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며 날카롭게 외쳤다.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었다. 숨소리 하나 없이,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기척만이 느껴졌다.‘가까워. 바로 앞이야. 겨우 1미터, 아니, 더 가까워.’눈은 가려져 있어도, 그 존재감은 또렷했다.그리고 가슴이 미친 듯 두근거리고, 손끝과 발끝까지 떨렸다.“왜, 왜 날 잡은 거야?! 이거 범죄인 거 몰라?!”“뭐, 뭐가 목적인데?! 돈?! 아니면 협박?!”“대답해! 대답하라고! 벙어리야?!”퍽!순간, 하린의 가슴팍 한복판에 강한 발길질이 꽂혔다.그녀는 숨이 턱 막히며 온몸이 덜덜 떨렸다. 비명 같은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시끄러워.”낯선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이 방에 들어온 뒤, 처음 내뱉은 말.하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 목소리... 이 목소리...!’“너, 너... 설마...!”여자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 순간, 하린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휙 하고 벗겨졌다.강렬한 조명이 눈을 찌르듯 들어오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겨우 시야가 열렸다.그리고 하린의 눈앞에 보인 얼굴.차갑고 단정한 이목구비, 감정 없는 눈빛,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표정.어제 꼭대기 층에서 마주쳤던, 자신을 막아세우던 그 여자.“역시, 너였어!”하린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속삭였다.변리아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그래, 나야. 문제 있니?”하린은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말했잖아. 나, 너 아는 사람 아니라고.”리아는 하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점점 시선이 허공으로 흐려졌다. 마치 눈앞의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하린의 뺨을 쓰다듬었다.하린은 흠칫 몸을 비틀며 고개를 돌리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리아의 손이 번개같이 턱을 움켜쥐었다.“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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