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Bab 1311 - Bab 1320

1353 Bab

제1311화

“아,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소리를 질러? 여긴 사무실이야! 소리 지를 거면 운동장으로 가서 해.”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참자, 딱 한 번만 더 물어보자.’“저기... 혹시 이거 누가 평가한 건지 알 수 있을까요?”직원은 귀찮다는 듯 입꼬리를 삐죽이며 하린 손에 들린 서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거기, 2페이지 넘겨봐. 지도교수 사인 있을 거야.”하린은 재빨리 페이지를 넘겼다.다음 순간, 이를 악물었다.‘역시... 소정은.’하린은 서류를 움켜쥔 채 바람처럼 사무실을 뛰쳐나갔다.“야, 쟤 소정은 찾으러 간 거 아니야?”한 직원이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그런 것 같지? 나도 그때 놀랐잖아. 소정은이 B 줬다는 거 보고. 우리 평가 등급이 몇 개 있다고 해도, 솔직히 관례상 최소 B+는 주거든. 교환학생한테 B 준 지도교수는 없었어. 소정은은 대단해, 미리 말도 안 꺼내고 그냥 B를 박아버리네.”“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교환학생이면 그냥 조용히 왔다 가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빡세게 하나?”“그러게 말야. 더 신기한 건, 학교에서 소정은 같은 학생을 오미선 교수 교환학생 담당 보조로 붙였다는 거지. 아무리 잘나가도 학생은 학생인데, 이해가 안 가잖아.”“이해 안 가긴 뭐가. 윗선에서 소정은 엄청나게 챙기잖아. 전에 한 번 삐끗해서 실험실이랑 연구 성과 다 날렸을 때도 난리였는데, 이제는 잘 끌어안고 가야지. 조심조심.”“에휴, 봐봐. 누구는 석사도 끝나기 전에 박사 코스 예약돼 있고, 총장님까지 나서서 챙기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면전에서 웃으면서 눈치나 보고... 비교해 봤자 열 받고 짜증이나 나지.“그만해라, 그런 애가 몇이나 있겠냐. 결국, 실력이지. 실력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정받아. 부럽다고 따라 하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자, 과자나 좀 먹어. 슬슬 마무리하고 퇴근 준비나 하자.”...하린은 학교를 나오자마자 곧장 교외에 있는 무한 실험실로 달려갔다.“소정은! 나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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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하린은 말문이 턱 막혔다. ‘뭐지, 이 사람...?’정은은 잠깐 하린을 쭉 훑어보더니, 시선을 그녀의 하얗고 예쁜 얼굴에 멈췄다.“근데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음기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너는 뭣 때문에 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다고 생각해?”하린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원한 없으면, 일부러 내 꼬투리 잡는 이유가 뭔데?”“네가 고의라고 생각할 뿐이지. 내 기준에서는, 그냥 사실대로 평가한 거야.”하린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알아봤어. 교환학생 평가에서 최저가 B+, 어떤 애들은 A, A+도 받았어. 당신이 뭐라고 B를 주는데?!”정은은 담담히 답했다.“다른 교수님들이 어떻게 주든 난 몰라. 내 기준에서, 넌 B야.”“교수님? 네 주제에 무슨 교수라고! 너 그냥 학생이잖아! 잠깐 나 맡았다고 뭘 그렇게 으스대?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 한다더니. 눈 감을 건 감고 살아, 몰라?!”정은은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뭘 아는지 모르는지는 네 알 바 아니고. 그런데... 넌 꽤 잘 아네?”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우리나라 말, 어려운 말도 입에서 술술 나오네. H국 사람 아니었어? 왜 나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 같지?”“너, 지금 뭔 헛소리야! 난 지금 평가 얘기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국적 운운하고 앉았어? 지금 이게 웃기냐?!”하린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그래, 세게 나가야 해. 기죽지 마.’하지만, 때론 그런 과한 강조가 곧 숨기려는 속내가 있다는 걸 역설하기도 한다.정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그냥 한번 던져본 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해? 설마... 찔리는 거라도 있어?”“하, 진짜 웃기네. 우리 집안 원래 이 나라 뿌리야!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이 나라 말을 가르치고, 역사랑 문화까지 다 배우며 컸어. 내가 이런 표현 쓰는 게 이상해? 우리 집안사람, 다 그래!”“아, 그렇구나.”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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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그날 밤, 세상은 고요했다. 달빛은 차갑게 내리지만, 한여름 밤 특유의 꿉꿉한 열기가 공기 속에 아직 남아 있었다.방학이 막 시작된 서비대학교 캠퍼스는 이미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절반쯤 학교를 떠나, 드문드문 들리는 매미 소리마저 적막을 더하는 느낌이었다.실학동 1층, 정문 옆에 붙은 경비실. 출입구를 지나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작은 창문만 살짝 열려 있었다.안에서는 에어컨 바람 소리와 함께 코 고는 소리가 오르락내리락 들렸다.그때, 한 줄기 가느다란 그림자가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엘리베이터 소음으로 경비원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 그림자는 계단을 택했다.재석의 실험실은 8층.그 말은, 그 그림자가 꼬박 8층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었다.5층쯤 다다르자, 하린은 숨을 고르며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나 지금 실학동 안으로 들어왔어. 진짜 다 처리한 거 맞지? CCTV, 지문 로그, 다?”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낮고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걱정 마. 난 확신 없는 판은 안 벌여.]“좋아. 약속 잊지 마. 이거 끝나면 바로 나를 H국으로 데려가기로 한 것 잊지 마!”[헬기 대기 중.]하린은 심장이 조금 진정되는 걸 느끼며 전화를 끊었다.‘괜찮아. 계획대로만 하면 돼.’곧 8층에 닿았다.하린은 숨을 고르고, 실험실 앞에 섰다.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특수 장비를 꺼내 지문 인식기에 가볍게 스캔했다.뚜-[인식 완료! 문이 열립니다.]갑작스러운 기계음에 하린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진짜 열렸어.’망설일 틈도 없이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시호가 알려준 대로 중앙 제어기에 다가가, 가방에서 은색 USB를 꺼내 포트에 꽂았다.3초 후.삐삐! 삐삐삐삐삐삐!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하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시스템에 바이러스 침투 감지. 고급 방화벽 모드 가동. 전 출입구 차단.]‘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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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하린은 숨 고를 틈도 없이, 거의 굴러떨어지듯 계단을 내달렸다.‘제발, 제발... 아직은 괜찮아...’하지만 몇 층 내려가지도 못해,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온몸이 굳어졌다.발소리로 보자면 올라오는 사람은 여럿이었다.경비팀이 몰려오고 있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린은 급히 멈춰 서서 주위를 살폈다.‘어디, 어디 숨을 데...’계단 모퉁이, 쓰레기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망설일 겨를도 없이 몸을 구겨 넣었다.좁고 축축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하린은 숨도 크게 못 쉬며 몸을 움츠렸다.쿵쿵쿵쿵-고막을 찌르는 심장 소리가, 비좁은 통 안에서 더 크게 울렸다.‘제발, 제발 그냥 지나가...’복도 너머, 경비원들 목소리가 스치듯 지나갔다.곧 발소리가 멀어졌다.한참을 더 기다린 뒤, 하린은 조심스레 몸을 꺼냈다.손과 옷은 온갖 쓰레기가 묻어 오물투성이가 되었다. 냄새는 역겨웠지만 전혀 신경 쓸 새가 없었다.뒤를 확인하고, 다시 계단을 향해 뛰었다.1층에 거의 도착했을 때, 문쪽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벌써 딴 데로 빠져나간 거 아니야?”“아냐, 모든 출입구 다 막혔어. 아직 못 나갔어!”심장이 또 한 번 바닥으로 툭 꺼졌다.‘인제 어쩌지...’그대로 1층으로 뛰쳐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하린은 이를 악물고 2층 계단으로 되돌아가,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떨리는 손으로 다시 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2층에서 막혔어. 출구 전부 막혔대. 이제 어떡해...?”잠시의 정적.그리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실학동 뒤쪽에 비상 출구가 있어. 평소에는 잠겨 있는데, 그쪽으로 돌아서 나가.]하린은 급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계단 옆, 벽에 ‘비상 출구’라 쓰인 표식이 희미하게 보였다.‘저기다!’그 길로 달려가, 문 앞에 섰다.문은 큼지막한 철제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하린은 손에 쥔 렌치를 다시 움켜잡았다.쿵! 쿵!‘부서져라, 제발...!’몇 번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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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새벽 4시, 교외.하얀 혼다 한 대가 어두운 도로를 미친 듯 달리고 있었다.하린은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서쪽 교외로 차를 몰았다.머릿속에 떠오른 지도 한 귀퉁이, 그곳에는 분명 넓은 공터가 있었다.헬기의 이착륙이 용이한 장소.그때, 전화벨이 울렸다.시호였다.[지금 어디야?]“몰라! 내비게이션 따라가고 있어!”하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떨렸다.[좋아.]상대방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는 것 같았다.창문으로 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하린은 전화기 속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아 소리쳤다.“뭐라고?! 뭐라 그랬어?!”[계획은 실패했어. 오늘 밤, 네가 출국하지 못하면 H국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대신 기다리고 있는 건 간첩죄야. 너, 간첩죄가 뭔지 알아? 거의 무기징역까지 간다는 거, 알겠어?]하린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손이 떨려 핸들을 잘못 꺾는 바람에 차가 옆 가드레일에 충돌할 뻔했다.“간첩? 무기징역?! 지금 무슨 소리야, 대체 뭔 소리 하는 건데?!”[너 조재석 실험실이 1급 기밀 다루는 곳인 거, 몰랐어? 그 안에 있는 자료들 전부 국방, 군사 작전과 직결돼. 초전도체가 국방에서 무슨 의미인지, 그 정도는 알지?]하린의 머리가 새하얘졌다.그리고 생각이 미치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그녀는 이를 덜덜 부딪치며 소리쳤다.“너야! 이거 나한테 시킨 거 전부 다 너잖아! 자료 챙겨서 연락책에 넘기고, 해외로 빼돌리라고 한 거, 전부 다 네 계획이었잖아! 넌 배후야!”목이 터지라 외치며, 하린은 점점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래... 최소한, 나도 이 카드가 있어.’“나 혼자 이렇게 무너지지 않아. 너도 끌어들일 거야. 최소한 같이 죽자는 거지, 안 그래?”잠깐의 정적.그리고 이를 악무는 듯한 낮고 씁쓸한 웃음소리.[하하하... 너 멍청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널 과소평가했나 보네.]하린은 심호흡했다.손끝까지 떨리던 감각이, 아주 조금 진정되었다.‘그래, 너도 이 상황을 예견했으니까 플랜 B를 준비해 뒀겠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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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정은과 재석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고 지점은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쳐져 있었다.“조재석 교수님.”이번 특별 수사팀을 맡은 경찰이 둘을 안으로 들였다.“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재석이 낮게 물었다.“차량이 절벽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우리 쪽 인원이 내려가 확인했는데, 현장에서 운전자 1명 사망 확인됐습니다.”재석은 잠시 말이 없었고, 곧 정은과 눈을 맞췄다.“신원은요?”“사망자 얼굴은 온전합니다. 외관상으로 일치하고, 저희도 따로 국과수에 DNA 채취 요청해 검증할 겁니다.”정은이 천천히 물었다.“사고 원인은 대략적으로라도 나왔나요?”“현장 조사한 결과, 다른 차량이 관여된 걸로 보입니다. 타이어 자국을 분석한 결과, 대형 트럭으로 추정됩니다.”“다른 단서는요?”“있습니다.”경찰은 둘을 데리고 사고 지점 인근, 표시된 자리로 안내했다.“여기서 소각 흔적이 발견됐습니다.”정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뭘 태운 거지?’재석이 먼저 입을 열어 경찰에게 고개 숙여 말했다.“오늘 밤 고생 많으셨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 결과 나오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부탁드립니다.”현장을 빠져나온 뒤, 정은은 차 안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지독할 정도로 침묵했다.운전대를 잡은 재석이 옆을 슬쩍 보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정은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산길과 황량한 벌판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입꼬리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유하린이 왜 서쪽 교외로 갔을까요? 공항과는 반대 방향인 데다, 산길에 절벽까지. 숨기엔 좋겠지만...”“숨을 성격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 안 벌였겠지.”재석은 짧게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정은은 눈을 좁히며 창밖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혹시... 강제로 끌려간 거 아닐까요?”재석은 시야에서 도로를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이미 눈치챘잖아. 누군가 뒤에서 이 모든 걸 계획한 설계자가 있다는 거.”정은은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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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노크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들어와.”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허리를 낮추고, 눈을 숙인 채 조심스러운 발걸음.“일은 어떻게 됐지?”시호는 와인잔을 들이켜며 낮게 물었다.그 목소리는 차갑고, 칼날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모든 게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유하린, 결국 죽었습니다. 현장 정리도 끝났고, 경찰이 건질 만한 건 없을 겁니다. 다만... 일부러 흔적을 조금 남겨뒀습니다. 계획하신 대로입니다.”남자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모를 표정.“흔적 정도는 남겨야지. 그래야 재미가 있잖아.”“그럼, 다음 수는 어떻게 할까요?”시호는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몸을 돌렸다.샹들리에 불빛이 얼굴선을 스쳤고, 날카롭게 각진 턱과 깊게 파인 눈매, 한기 어린 두 눈이 어둠을 베어냈다.“일단은 멈춰. 재석 쪽이 경계 태세야. 섣불리 움직였다가 다 된 판 깰 필요 없어.”“네, 알겠습니다.”“유씨 가문 쪽 반응은?”“조용합니다. 애초에 유하린이 가짜라는 거, 그쪽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희만 건드리지 않으면, 관심 없어 보입니다.”진짜든 가짜든, 유씨 집안에서 유하린은 언제나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다.하나쯤 없어졌다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곳.보고를 마친 주명결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말해.”“우리가 그렇게 공들여서 서연희를 만들어냈잖습니까. 얼굴을 갈아 끼우고, 신분도 바꾸고... 원래대로라면 큰 판에 쓸 수 있는 카드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시호는 잠깐 두 눈을 가늘게 떴다.속을 읽을 수 없는, 마치 가면 같은 표정.“그렇지. 아깝지.”직접 만든 조커 카드, 직접 손으로 부숴버렸다.하지만 서연희는, 결코 무고한 패가 아니었다.“내가 국제학술대회에 서연희를 내보냈을 때가, 소정은에게 얼굴을 비추게 하려던 첫 단계였어.”“그 뒤엔 교환학생 신분으로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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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주명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숨이 목에 걸린 듯,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대, 대표님... 저, 저...”시호는 와인잔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낮게 웃었다.“변명은 필요 없어. 남자가 바지 지퍼 못 잠그는 거야 흔한 일이니까.”잔을 살짝 돌리던 손이 멈췄다.“근데, 나 몰래 내가 치우려던 애를 지켜주려고 했다?”한 글자 한 글자, 목소리가 살을 베듯 낮아졌다.“주.명.결. 너, 룰을 깼어.”“죄송합니다!”두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주명결은 이마를 땅에 박으며 몸을 떨었다.“제가, 제가 미쳤습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제발!”시호의 눈동자에 짧게 스친 한 줄기 냉기.그것은 상대의 심장을 한순간 얼릴 만큼 맹렬했다.그러나 곧, 눈꺼풀 아래로 감추듯 눌렸다.“이번만이다. 꺼져.”“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주명결은 거의 기어가듯 방에서 빠져나갔다.텁-문이 소리를 내며 닫기는 순간, 주명결의 다리는 그만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그리고 등은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유하린 사망사건’ 발생 21일째 되던 날.재석은 경찰로부터 공식 조사 보고서를 받았다.보고서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유하린, 가명. 실제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해외 첩보 조직 연계 가능성 농후.]그리고 실험실에 급히 남겨진 USB는 ‘기밀 자료 탈취 프로그램’이었다.모든 증거는 한결같이 같은 곳을 가리켰다.가짜 유하린은 간첩이었다.그렇다면 그녀가 교환학생 신분으로 서비대학교에 온 이유, 재석과 정은에게 집요하게 접근했던 이유, 모든 게 설명됐다.“그 트럭은요? 찾았어요?”조용히 보고서를 읽어내리던 정은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은 고개를 저었다.“아직.”둘 사이 적막이 내려앉았다.정은은 낮게 말했다.“직감인데, 이 사건... 이걸로 안 끝나요.”재석이 정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생각 있어?”정은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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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시간이 흐르자, 유하린의 일은 마치 넘어간 책의 한 페이지처럼 서서히 잊혀갔다.아무리 숨 막히고 긴박했던 사건도, 계속 흘러가는 시간 앞에선 결국 기억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삶은 여전히 흘러가고, 여름방학도 한창이었다.8월 초, 무한 실험실은 스미스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마무리했고,보름 지나서는 PO-X 바이러스 변이 아종의 지역 분포에 관한 논문까지 완성했다.그렇게 정은, 민지, 서준 이 세 사람은 드디어 진짜 방학 모드에 돌입했다.“정은 언니, 언니는 조재석 교수님과 계획 있어요?”민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계획? 어떤?”“여행이든, 휴양이든, 뭐든!”“음... 아직 없는데. 너희는?”민지와 서준은 잠깐 눈빛을 주고받았다.“우린 LM국 갔다가 JX국 들를 거예요. 거기서 보름쯤 머물면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Q시에 이틀 정도 묵어요. 국경 넘어서 G시에 들러서 부모님도 뵙고 오려고 해요.”대충 한 달 코스.듣기만 해도 꽉 찬 여름이었다.“언제 출발해?”“내일이요.”역시 민지와 서준은 뭐든지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밤.실험실에서 돌아온 재석에게, 정은은 민지와 서준의 계획을 들려주었다.재석은 눈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으며 듣더니, 문득 물었다.“너도 어디 가고 싶어?”정은은 잠깐 멈칫하다가, 피식 웃으며 솔직히 말했다.“응. 당신도 시간 돼요?”“돼.”정은의 눈이 반짝였다.“5일 정도, 괜찮아?”“충분해요.”“어디 가고 싶어?”“바다 보고 싶어요.”“좋아.”그날 밤, 두 사람은 바로 항공권을 예약했다.그리고 다음 날 점심 무렵에 바로 출발했다.말 그대로... 말만 하면, 곧장 떠나는 여행이었다.진욱은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여행이래. 재석이, 그냥 여행 간다고 통보했어?’‘아무 핑계 하나 없이? 진짜로?!’진욱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태민아, 잠깐 와봐...”이름이 불린 손태민은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전 교수님...?”“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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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2인3각 달리기’ 이후, 리아와 지언은 다른 두 경기에도 연달아 참가했다.첫 경기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덕분일까, 그다음부터는 경기 참여가 눈에 띄게 수월해졌다.한 시간도 채 안 돼서 다섯 개의 스탬프를 다 모았다.리아는 가득 찬 스탬프 카드를 아들에게 건넸다.“자, 가서 선물이랑 바꿔와.”“예이!”현우는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우며 신나게 달려갔다.현민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오늘따라 예쁜 원피스를 입고, 어깨 위로 양 갈래 땋은 머리가 살짝살짝 흔들렸다.마치 예쁜 어린 숙녀 같았지만, 표정은 분명 불만이 가득했다.“엄마...”“응?”“나도... 있잖아요...”‘쌍둥이는 뭐든 두 배.’산부인과 진료비도 두 배, 선물도 당연히 두 배.리아는 그제야 헛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아이고, 맞다 맞다! 금방 다녀올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지언의 팔을 덥석 잡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진했다.“좀 더 꽉 안아요.”“네.”“더, 꽉이요.”“네...”“...”행사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저녁 햇살은 부드럽게 지고 있었다.유치원 정문 앞, 선생님이 서서 부모들과 아이들을 배웅했다.“현우 어머님! 오늘 즐거우셨어요?”리아는 환히 웃으며 답했다.“네, 아주 잘 놀다 갑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라? 이분은 현우 아버님이시죠? 처음 뵙는 것 같아요.”리아가 자연스레 둘을 소개했다.지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선생님.”“현우가 그러더라고요. 아빠는 많이 바빠서 매일 데리러 오지는 못하신다고. 그래도 이렇게 착하고 속 깊은 아드님 두셨으니, 앞으로는 조금만 더 시간 내주셔서 유치원 생활에도 함께해 주시면 좋겠어요.”지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유치원 정문을 나서자, 두 꼬마는 손에 든 인형을 차에 던져 넣었다.지언은 아이들 둘을 데리고 곧장 쇼핑몰로 향했다.“현우, 현민, 뭐 먹고 싶어? 오늘 아빠가 쏜다.”지언이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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