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교외.하얀 혼다 한 대가 어두운 도로를 미친 듯 달리고 있었다.하린은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서쪽 교외로 차를 몰았다.머릿속에 떠오른 지도 한 귀퉁이, 그곳에는 분명 넓은 공터가 있었다.헬기의 이착륙이 용이한 장소.그때, 전화벨이 울렸다.시호였다.[지금 어디야?]“몰라! 내비게이션 따라가고 있어!”하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떨렸다.[좋아.]상대방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는 것 같았다.창문으로 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하린은 전화기 속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아 소리쳤다.“뭐라고?! 뭐라 그랬어?!”[계획은 실패했어. 오늘 밤, 네가 출국하지 못하면 H국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대신 기다리고 있는 건 간첩죄야. 너, 간첩죄가 뭔지 알아? 거의 무기징역까지 간다는 거, 알겠어?]하린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손이 떨려 핸들을 잘못 꺾는 바람에 차가 옆 가드레일에 충돌할 뻔했다.“간첩? 무기징역?! 지금 무슨 소리야, 대체 뭔 소리 하는 건데?!”[너 조재석 실험실이 1급 기밀 다루는 곳인 거, 몰랐어? 그 안에 있는 자료들 전부 국방, 군사 작전과 직결돼. 초전도체가 국방에서 무슨 의미인지, 그 정도는 알지?]하린의 머리가 새하얘졌다.그리고 생각이 미치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그녀는 이를 덜덜 부딪치며 소리쳤다.“너야! 이거 나한테 시킨 거 전부 다 너잖아! 자료 챙겨서 연락책에 넘기고, 해외로 빼돌리라고 한 거, 전부 다 네 계획이었잖아! 넌 배후야!”목이 터지라 외치며, 하린은 점점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래... 최소한, 나도 이 카드가 있어.’“나 혼자 이렇게 무너지지 않아. 너도 끌어들일 거야. 최소한 같이 죽자는 거지, 안 그래?”잠깐의 정적.그리고 이를 악무는 듯한 낮고 씁쓸한 웃음소리.[하하하... 너 멍청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널 과소평가했나 보네.]하린은 심호흡했다.손끝까지 떨리던 감각이, 아주 조금 진정되었다.‘그래, 너도 이 상황을 예견했으니까 플랜 B를 준비해 뒀겠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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