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빈손으로 찾아뵙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재석은 못 이기는 척 한숨을 쉬고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함께 마트로 들어갔다....오전 10시, 두 사람은 조씨 본가에 도착했다.현관에 들어서자, 가사도우미가 재빨리 다가와 슬리퍼를 내밀었다.정은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제가 할게요.”가사도우미는 살짝 놀란 듯, 그러면서도 어딘가 감탄한 얼굴로 정은을 바라봤다.‘저런 점이 닮았구나.’재석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본인이 직접 신발을 챙기고,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괜히 재석 도련님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네.’‘딱, 비슷한 사람이니까.’거실로 들어서자, 정은이 먼저 입을 열어 인사했다.“회장님, 사모님. 안녕하세요.”“응.”강서원은 가볍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 표정은 늘 그렇듯 냉랭했다.반면, 조기봉은 활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아니, 정은아! 너 왜 아직도 ‘회장님, 사모님’이라고 불러? 이제 좀 편하게 부르랬잖아.”정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부르는 게 더 마음 편합니다. 회장님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하하... 그래, 그래...”조기봉은 잠깐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결국 멋쩍게 웃으며 손을 긁적였다.“그래, 잘 왔다! 마침, 내가 방금 우려낸 차가 있는데, 맛 좀 볼래?”“네, 감사합니다.”조기봉의 푸근하고 소탈한 말투에 정은은 마음 한켠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조기봉은 직접 찻잔을 들고 와 정은 앞에 건넸다.“어때?”정은은 두어 모금 더 음미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처음엔 약간 쌉싸름한데, 곧 입안에서 단맛이 돌기 시작하네요. 차 맛이 부드럽고, 신선한데 풋내도 없고, 삼킬 땐 목 넘김도 깔끔해요.”“그리고 마지막에 약간... 청량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혹시 상급 녹차인가요?”조기봉은 무릎을 탁 쳤다.“이야, 대단하다! 또 맞혔네!”그는 요즘 정은과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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