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낮게 말을 이었다.“그다지 좋지 않아요.”조직 검사 결과, 종양은 악성이었다. 다행히도 초기 단계였으며, 원격 전이나 주변 주요 장기 침범은 확인되지 않았다.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한 경우, 통계상 5년 생존율은 약 70%에서 85%까지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조직 검사 결과에서 고위험 인자가 발견되었다.절제 조직의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이에 따라 국소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추후 항암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백지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순간, 자신도 무슨 감정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수십 년 동안 강서원과 백지영은 ‘형님’과 ‘동서’ 사이로서 사사건건 부딪치며 지냈다.두 사람이 젊었을 땐 사소한 일에도 매번 말싸움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서로를 곱게 보지 않았다.그렇지만 집안에 큰일이 닥치면 둘은 언제나 한편이었고, 필요하다면 짧게나마 손발을 맞출 수 있었다.사람들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서로를 감싸주었지만, 막상 둘만 마주 앉으면 다시 날 선 말이 오갔다.“수민이 병실을 비울 수 없으니, 내가 직접 네 어머니께 가보진 못할 것 같아. 그러니 대신 전해줘.”“네, 말씀하세요.”“네 어머니한테... 의사 말 잘 듣고, 치료 잘 받으시라고. 한평생 강하게 살아온 사람이, 이런 작은 병마 앞에 무너져선 안 된다고. 무너지면, 그건 강서원이 아니라고.”“네, 꼭 전하겠습니다.”...정은은 수민이 식사를 마친 뒤, 함께 연애 예능을 두 편 더 봤다.수민이 하품을 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지자, 그제야 병실을 나섰다.복도에서, 백지영이 정은의 손을 잡았다.“얘야, 네 마음 참 고맙다. 수민이는 네 같은 친구가 있어서 복 받은 거야. 어제...”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지만, 백지영은 감정을 꾹 눌렀다.“어제 네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랑 수민 아버지가 그렇게 빨리 올 수 없었을 거고... 아마 일이 겉잡을 수 없게 됐을지도 몰라. 정말 고맙다, 정은아.”“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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