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아... 너,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정은은 비웃음을 흘리며 재석을 한 번 보고, 다시 강서원을 바라봤다.그 눈빛엔 전에 없던 차가움과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그게 사모님이 원하던 그림 아닌가요? 아들 앞에서 제가 얼마나 독하고, 거칠고, 비이성적인 여자인지 똑똑히 보여주려고. 축하해요. 목표 달성하셨네요.”강서원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사모님이 한 말 중에 맞는 게 하나 있었어요.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위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을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그래서 미안하지만, 저도 그렇게 하려고요.”강서원과 재석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정은은 갑자기, 상황을 살피러 나온 조기봉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정... 정은아?”예상치 못한 행동에 조기봉이 당황했다.“이게 무슨 일이야?”“잘 들으세요. 한 번만 말합니다. 제 지도교수님, 오미선 교수님은 24시간밖에 안 남았어요.”“회장님, 호주로 가서 교수님의 마지막 모습을 뵐 건지, 말 건지, 지금 결정하세요. 드릴 시간은 30초입니다.”조기봉은 그대로 굳어졌다.“24시간밖에 안 남았다니? 마지막 모습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명 좀 해!”“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안 믿으셔도 돼요. 남은 시간, 15초...”조기봉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아내를 한 번, 아무것도 모른 채 눈만 굴리는 막내아들을 한 번, 그리고 소란을 듣고 안에서 몰려나온 손님들을 한 번 훑어봤다.그 순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가자.”정은은 곧장 현관 쪽으로 발을 옮겼고, 조기봉이 그 뒤를 바로 따랐다.강서원의 눈에는 여전히 연기의 잔향이 남아 있었지만, 남편이 정은과 단 몇 마디 나누고는 홀린 듯 따라나서는 모습에, 그 감정은 금세 의문과 당혹으로 바뀌었다.“여보?! 어디 가는 거예요?!”조기봉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정은의 말만 맴돌았다.‘제 지도교수님, 오미선 교수님... 24시간밖에 안 남았어요.’‘24시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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