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원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네 아버지가 각자 살자고 했어.”“그럴 리 없습니다.”재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실 리가 없어요.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어머니가 먼저 꺼냈을 때죠.”재석은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 뱉었다.강서원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그 미묘한 동요를 놓치지 않은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오늘 이 소동, 아버지 들으라고 이러시는 거군요.”강서원은 고개를 돌려 손을 내저었다.“가던 길 가지 그래? 빨리 나가.”재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어머니의 굳은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어머니, 제가 늘 느끼는 거지만, 어머니는 현명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절대 머리가 나쁜 분은 아니에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꽤 영리하시죠.”“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아버지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지 아실 겁니다.”“어머니가 뭘 못 참는지, 어떤 부분에서 자존심이 상했는지도 알아요. 하지만 사람의 인내심과 포용력은 한계가 있습니다.”“이렇게 계속하시다간, 아버지의 인내도, 두 분이 쌓아온 부부의 정까지 다 깎아먹게 됩니다. 얻을 건 아무것도 없어요.”“어머니 스스로 잘 판단하세요.”그렇게 말하고 재석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문앞에 다다른 순간,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덧붙였다.“참, 어머니 바람대로... 저, 정은이랑 헤어졌습니다.”강서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급히 돌아섰는데, 이미 아들은 사라진 뒤였다.“너, 그게 무슨...”텅 빈 병실에 홀로 남은 강서원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정말 끝낸 거야?”그토록 갈라놓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기쁨보다 묘한 공허감이 밀려왔다.강서원의 가슴 한켠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혔다.‘왜... 이렇게 허전하지?’...4월 말,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몇 차례 보슬비가 내린 뒤, 나뭇가지 사이로 은근한 봄기운이 피어오른다.또 한 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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