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Bab 1431 - Bab 1440

1725 Bab

제1431화

[대표님.]“뭘 알아냈나? 바로 말하게.”[이조화 교수님이 오미선 교수님이 두 번째로 입원하시기 전날, 요양 빌라에서 나와 맥스 군도로 돌아갔습니다.]현빈의 눈썹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누가 처리한 건가? 왜 난 아무 소식도 못 들었지?”[이조화 교수님의 귀환에는 저희 쪽 인력이나 선박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어떻게 돌아간 거지?’ 현빈은 속으로 낮게 중얼거렸다.[연구팀이 탄 배가 마침 물자 조달 때문에 육지에 들렀습니다. 그 배가 요양 빌라에서 불과 2킬로 남짓 떨어진 웨이브 부두에 정박해 있었는데, 돌아갈 때 교수님을 태우고 함께 귀환한 것 같습니다.]“그 외에 다른 건?”보고하던 이가 잠시 머뭇거렸다.[이조화 교수님 귀환 사실은... 오미선 교수님께서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현빈은 정은과 눈을 마주쳤다.“‘모르셨던 것 같다’는 건 무슨 뜻이지? 좀 더 확실하게 말하게.”[아까 에이브램슨 교수님께 직접 여쭤봤습니다. 오미선 교수님은 입원 하루 전날 오후 정기 검진 때, 이조화 교수님 회복 상태를 묻기도 했고, 다음 날 오전에 같이 재활 프로그램을 하자고 보조 직원 캐서린에게 예약까지 잡으셨습니다.] [예약 기록에도 명확히 기재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미선 교수님은 이조화 교수님이 이미 섬으로 돌아간 걸 모르셨다고 판단됩니다.]현빈은 눈빛으로 정은에게 물었다. ‘더 물을 게 있나?’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 후에 이조화 교수님이 요양 빌라 쪽에 연락한 적은 없었나?”보고하는 쪽에서 짧은 정적이 흘렀다.[제가 확인한 바로는 없습니다.]“정말 섬으로 돌아간 게 확실한가?”[그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오미선 교수님이 돌아가신 이후, 섬에 남아 있던 저희 쪽 사람들은 이미 순차적으로 철수했으니까요...]현빈의 눈빛이 스쳐 지나가듯 흔들렸다.[게다가 맥스 군도는 육지에서 거리가 멀고, 통신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차단되기 쉽죠.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섬 소식을 제때 알기란 어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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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정은이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현빈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정은아.”“네?”“잠깐 같이 걸을래?”“좋아요.”두 사람은 인도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양옆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와 은백양 나무가 새잎을 틔운 지 오래되지 않은 듯, 연초록 잎사귀들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바닥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바람이 스치며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현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다음 주 화요일에 호주로 돌아가려고 해.”오미선 교수의 유골을 함께 호주에서 모셔 온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다. 그동안 본사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가 걸려왔다. 빨리 돌아오라는 독촉뿐이었다.‘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는 버틸 수 없겠군.’ 현빈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삼켰다.정은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그렇게 급해요?”“응. 지사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인력 보충도 안 된 상황이야. 대소사 하나하나 내 결재가 필요하니 오래 비울 수가 없어.”“오미선 교수님 건은 걱정 마. 내가 계속 조사에서 손을 놓지 않을 거니까, 무슨 소식이든 새롭게 알게 되면 바로 전달할게.”“고마워요.”현빈이 옅게 웃었다.“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 좀 어색하지 않아?”“이 일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있어요.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죠.”“다른 거?” 현빈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정은은 현빈을 곁눈질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전에 섬에 사람 보냈었죠?”순간, 현빈의 눈빛이 흔들렸다.‘역시 들었구나...’ 그가 속으로 짧게 탄식했다.“정은아, 난...”“알아요.” 정은이 그의 말을 끊었다.“섬에 사업이 있었으니까 오빠가 사람을 남겨둔 거죠? 그래서 항상 그쪽 상황을 확인하게 한 거잖아요.”현빈은 짧게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그 섬에서 대체 무슨 사업을 하길래 그렇게 공을 들이는 거예요?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돈 되는 거 맞아요?”“돈이 안 되는 일에 심 대표님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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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정은이 발걸음을 멈췄다.현빈이 앞으로 다가서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어떻게 대답할지 어떻게 알아? 행동하지 않으면, 그게 불가능한 일인지 또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시도조차 못 해본 삶...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그런 게 아니에요.”정은이 손을 내저었다.“시도와 손절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시도할 수는 있죠.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알게 되면, 그땐 미련 두지 말고 돌아서야 해요.”현빈의 입꼬리가 묘하게 휘어 올랐다.“근데 어떻게 확신해?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정은은 말이 막혀 잠시 대꾸하지 못했다.현빈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이번엔 자신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걸음을 떼면서 고개를 돌려 정은을 향해 말을 던졌다.“가장 단순한 예로, 너 말이야. 처음부터 강서원 여사가 너랑 조 교수 사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버텼잖아.”정은의 입술이 가늘게 다물렸다.“하지만 결국 반박됐죠. 그런 식으로 버티는 건 결과를 바꾸지 못했어요.”“그래도 적어도 넌 시도는 했잖아.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후회되지는 않잖아.”정은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후회는 없지만, 상처는 남았지.’현빈이 낮게, 한 글자씩 힘을 실었다.“정은아, 나도... 후회하고 싶지 않아.”...현빈이 호주로 돌아가던 날, 정은은 배웅을 나가지 않았다.이미 전날, 외조부모 댁에서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했으니까.이춘재와 봉수진이 L시에서 일부러 올라와 현빈을 위해 정성껏 한 상 차려주었다.식사 후, 정은은 봉수진을 따라 화단과 과수원을 돌보았고, 현빈은 이춘재 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바둑판을 마주했다.이미숙을 통해 정은이 재석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듯, 그날 저녁 두 노인은 끝내 재석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일주일 뒤 어느 밤, 정은은 논문 정리를 끝내고 막 누우려던 참이었다.핸드폰이 진동했다.“여보세요...”[정은아. 내가 보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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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정은도 스스로 이상하게 느꼈다.이조화 교수에 대해서는 자료 속 증명사진을 한 번 훑어본 게 전부인데, 꿈속에서 본 얼굴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고 생생했다.‘도대체 왜 이렇게 또렷하게 남은 거지...’정은은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새집의 안방은 화장실, 욕조, 드레스룸까지 딸린 널찍한 구조였다.창밖으로 보이는 건 고요한 단지의 중정.아침 일찍 청소하는 관리인을 빼면 인적은 거의 없었다.멀리 동쪽 하늘에서는 해가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따스한 주황빛 햇살이 구름 가장자리를 타고 번지며 하늘을 물들였다.“내가... 괜히 잘못 생각한 걸까?”정은은 눈앞의 아침 햇살을 응시하며 낮게 중얼거렸다....오전 9시, 무한 실험실.문을 열고 들어선 민지는 무심결에 1번 실험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어? 오늘은 내가 정은 언니보다 먼저 왔네? 헤헤.”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을 가리켰다.그곳에서, 흰색 실험가운을 걸친 정은이 묵직한 효소 분석기를 양손에 들고나오고 있었다.민지는 민망하게 혀를 내밀었다.‘에이, 괜히 기뻐했네...’...점심때, 몇 명이 모여 함께 식사했다.민지는 정은이 도시락을 꺼내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정은 언니, 요즘은 집에서 직접 밥해 먹어요?”“응, 가스 연결됐거든.”“와, 드디어! 근데 언니, 우리 6월이면 졸업이잖아요. 졸업 여행 계획 있어요?”정은은 잠시 멍해졌다.“여행...?”“네! 졸업 여행이요.”정은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어. 너희는?”민지는 옆에 앉은 서준을 흘끗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달콤한 기색이 가득했다.“우리는 호주로 반 달쯤 다녀오려고요. 시드니에서 멜번까지, 해안 도로 따라서 자동차로 여행할 거예요.”“호주...?”정은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무심한 척, 가볍게 물었다.“경로는 다 짰어?”“물론이죠!” 민지의 두 눈이 반짝였다.“일단 시드니에 도착해서 3,4일 정도 머물다가, 시드니에서 출발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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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어느새 달력이 넘어가, 5월이 되었다.햇살은 따뜻했지만 뜨겁지 않았고, 가끔 내리는 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다.물과 열이 적당히 어우러지자 풀과 나무가 마음껏 자라나며 세상을 푸르게 덮어갔다.온통 생기 가득한 계절이었다.곧 열릴 연례 물리학 학술 세미나의 초청장이 택배를 통해 재석의 손에 들어왔다.“올해는 누가 가요?”전진욱이 물었다.그러자 조미진과 손태민이 동시에 진욱을 쳐다봤다.“아니... 왜 다 나만 보는데? 작년도 내가 갔잖아. 설마 올해도 또 나더러 가라고?”진욱이 손사래를 쳤다.태민이 헛기침을 했다.“능력 있는 사람이 고생 좀 더 하는 거니까요.”사실 태민도 가고 싶었지만, 당장 마무리해야 할 논문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미진은 집에 아이가 있어, 이런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는 타지 출장은 늘 피하려 했고, 그런 이유로 자연스레 진욱 쪽으로 일이 떠밀렸다.재석 역시 진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요 며칠 새 부쩍 살이 빠진 재석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날카로워 보였다. 그 검고 깊은 눈이 마주 닿는 순간, 진욱은 알 수 없는 싸늘함에 소름이 돋았다.‘오늘 그렇게 더운 날씨인데... 왜 이렇게 서늘하지?’‘에휴... ‘이별’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망가뜨릴 줄이야.’‘멀쩡하게 잘생긴 우리 재석이가 이렇게 초췌해져 버리다니.’재석은 요즘 하루에 열여덟 시간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집엔 거의 발길도 끊었고, 끼니도 대충 때웠다.그러다 어느 날, 진욱은 재석이 점심 무렵 휴게실에서 전화받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병원에서 지내고 싶으면 지내시라고 하세요. 난 안 갈 거예요. 가도 반가워하시지도 않을 테고...”“앞으로 병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가족 연락하지 마세요. 괜히 가봤자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됐습니다. 환자 바꿔주셔도... 안 받으면 어쩔 수 없죠. 다 본인 마음이니까요.”“네, 여기까지 하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끊어진 통화 뒤, 진욱은 가슴이 묵직해졌다.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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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보통 사람이라면 절망 속에서도 억지로 희망을 찾아내고, ‘아직 기회가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며 다시 도전했을 것이다.하지만 재석은... 이미 절망의 본질이 ‘되돌릴 수 없음’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아버렸다.‘애써 눈을 가리고 속이고 싶어도,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구나...’“재석아, 너... 몸 좀 챙겨라.”수많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진욱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한마디뿐이었다....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재석의 눈길이 스치자, 진욱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절대 안 돼! 나 그때 일정 있어. 알아서 해!”그 말만 남기고는, 괜히 잡혀 끌려갈까 봐 허겁지겁 자리를 피했다.태민과 미진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분위기가 묘하다는 걸 깨닫고 슬그머니 따라나갔다.남은 건 변리아뿐이었다.리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재석 앞에 섰다.“초청장,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재석이 조용히 내밀었다.리아가 그것을 펼쳐 읽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경남도?”“네. 올해는 경남도 물리학회가 주관하고, AK그룹이 후원하거든요. 그래서 장소가 K시로 정해졌어요.”리아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AK그룹...?”“맞아요.”“R국 기업이잖아요...”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초청장을 집어 들었다.“다들 가기 싫다니까, 그럼 제가 가죠 뭐...”재석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래요. 잘 다녀오세요.”리아가 연구실에 합류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다.그리고 실력은 이미 입증됐고, 이제는 외부 무대에서 얼굴을 비출 때가 됐다....밤, 리아의 집. 안방.“경남도라고요?”“응.”리아는 거울 앞에 앉아 크림을 바르며 대답했다. 화장대 거울 너머로 침대에 기대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남자를 흘끗 바라봤다.조지언이 손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런 학술 세미나는 매번 재석이 본인이 직접 가거나, 아니면 전진욱 교수를 보내지 않았나요? 근데 올해는 당신이 간다고요?”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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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오, 드디어 일주일이나 있었다는 걸 본인도 아네요?”리아가 비죽 웃으며 말했다.“리아 씨...”“그리고 말인데, 말은 똑바로 합시다. 내가 내쫓는 게 아니라 지언 씨가 원래 여기에 살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왜 자꾸 주인인 척해요?”‘아... 이건 직격타네.’‘내 여자친구의 말이 칼날처럼 직설적...’지언이 헛기침했다.“거, 본가 사정은 리아 씨도 알잖아요. 부모님은 벌써 며칠째 냉전하시다가, 우리 엄마는 결국 병원에 들어가 계셔요.”“아버진 모른 척하며 연락도 안 하고... 나를 다시 그 얼음 창고 같은 집으로 밀어 넣을 수 있어요?”리아는 고개를 젖히며 한숨을 뱉었다.“지언 씨, 살살 표현해도 알아들어요.”“아니 리아씨가 봐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애들도 챙기고,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리아 씨 야근하면 밤참도 해주잖아요.”“게다가... 이불도 데워주고, 같이 잠도 자고... 제일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공짜라는 거! 이런 남자 또 어디서 구해요?”리아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약간 일리가 있네요.”지언은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오케이! 그럼 이걸로 결정.”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참, 그 학술 세미나는 며칠 일정이야?”“3일이에요.”“좋아요, 그럼 난 여기서 기다릴게요.”리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지언을 유심히 바라봤다.“뭔가 느낌이...”“느낌? 왜요? 이제 점점 나한테 끌린다는 말이에요?”지언이 능글맞게 웃었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뭐요?”리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었다.“지언 씨는 점점 집안일 도맡는 집사 같아 보여요.”‘집사...? 난 분명 남자친군데...’...출발 당일,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지언은 직접 차를 몰아 리아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시간을 딱 맞춰 유치원 앞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이젠 아이들 등하원은 거의 지언의 몫이 되었다.덕분에 지언의 생활 패턴은 완전히 뒤죽박죽됐다.아침엔 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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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의 엄마가 누구냐’라는 억측이 끊이지 않았다.“아빠, 왜 사람들이 우리만 봐요?”현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아마 우리 현우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가 보지.”지언이 태연하게 대꾸했다.현우의 귀까지 빨개졌다.옆에서 듣던 현민은 곧장 아빠를 째려보며 말했다.“아빠는 일부러 그러는 거죠?”지언은 웃는 눈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현민이, 눈치가 빠르네.”현민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그렇게 지언은 마치 리아 집에 뿌리를 단단히 내린 사람처럼, 아무리 내쫓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덕분에 리아는 안심하고 경남도로 향할 수 있었다.그리고 학술 세미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세미나는 3일간 이어졌다.첫날 오전 개막식에 이어, 인사말과 환영사가 줄줄이 이어졌다.오후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발표와 교류가 시작됐다.리아는 꼼꼼히 경청하면서도 틈틈이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아직... 전화가 안 오네.’마치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했다.둘째 날은 세미나 포럼이 진행됐다.리아는 아침 일찍 입장해 자리를 잡고 발표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돌아가면 보고해야 할 내용이 산더미였으니까.중간 휴식 시간.화장실에 다녀온 리아는 우연히 지나가던 스태프를 붙잡았다.“저기요, 혹시 AK그룹 담당자 어디 계세요?”“네?”스태프가 잠시 멍해졌다.“AK그룹이라면, 이번 후원사 말씀하시는 건가요?”“네, 맞아요.”스태프는 난감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AK그룹은 현장에 상주 인력을 보내지 않았는데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 건가요? 말씀해 주시면 제가 주최 측에 전달하겠습니다. 저는 주최 측 스태프거든요.”“그런가요...”리아의 눈빛에 스치듯 한 줄기 빛이 번졌다.“그럼 제가 직접 주최 측 사무실로 가는 게 낫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아, 별말씀을요!”리아가 자리로 돌아와 막 앉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눈빛이 번쩍 살아나며 화면을 확인한 리아는, 뜬 이름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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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세미나 폐막식 당일.리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서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고, 사람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왔고, 흩날린 곱슬머리가 제멋대로 춤을 췄다.리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가면서 핸드폰을 꺼냈다.“어때?”[잡았어.]수환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졌다.리아의 눈빛이 번쩍였다.“주소 보내줘.”...약 40분 후, 오래전 폐허가 된 창고.수환이 직접 녹슨 철문을 밀어 올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리아는 올블랙 차림으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사람은 어딨어?”“따라와.”창고 안쪽 깊숙이 들어가자, 정중앙에 놓인 낡은 의자 위에 한 남자가 묶여 있었다.머리엔 검은 천으로 된 가리개가 씌워져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수환이 턱짓했다.“여기 있어.”리아는 곁눈질로 양쪽 벽면에 늘어서 긴장한 채 대기 중인 검은 옷의 사내들을 훑었다.그러고는 수환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수고했어.”그 한마디에 수환의 입꼬리가 바로 올라갔다.“에이, 별거 아니야. 이 정도야 뭐.”리아는 곧장 의자 앞으로 다가가 묶여 있는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기절했네?”“응. 협조 안 해서... 약 좀 먹였어.”수환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리아는 망설임 없이 검은 천을 벗겨냈다.그러고는 차갑게 명령했다.“깨워.”수환이 순간 눈을 굴리며 주위를 둘러봤다.“저기... 물이 없네. 밖에서 떠오라고 시킬까?”“그럴 필요 없지.”리아는 창고 구석의 네모난 탁자로 향했다.그 위엔 아무렇게나 쌓인 과일 껍질과 먹다 버린 컵라면 용기가 널려 있었다.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흔들자, 용기 안에 남은 찌꺼기 국물이 철썩이며 움직였다.리아의 입가에 싸늘한 곡선이 번졌다.“여기 있잖아.”리아는 말끝을 흐리며 수환의 난감한 표정과 검은 옷 무리의 얼떨떨한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그러고는 망설임도 없이 컵라면에 남아 있던 국물을 죄다 묶인 남자의 머리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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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리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시켜 팔짱을 낀 채,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유순구를 내려다봤다.“돈이 목적이 아냐? 그, 그럼 원하는 게 도대체 뭐야?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유순구의 목소리엔 다급함이 묻어났다.“아니면... 네가 대장이 아닌 건가? 누가 보낸 거지? 스즈키 레온? 아니면 타카하시 아오토? ...혹은 야마모토 쇼렌?”리아가 천천히 몸을 숙여 유순구의 눈높이까지 다가갔다.“보아하니, 적이 제법 많은 모양이네?”유순구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 그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리아 손에 들린 몽둥이에 꽂혔다.‘제발, 제발 다시 휘두르지만 마라...’그 두려움이 고스란히 눈빛에 배어 있었다.“대체 뭘 원하는 거냐고!”유순구의 목소리가 점점 갈라졌다.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그제야 리아가 코웃음을 쳤다.“이 얼굴... 다시 잘 봐. 아무 기억 안 나?”유순구는 멍하니 리아를 바라봤다.2초, 5초...그러다 유순구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 눈이 커지며 경악으로 일그러졌다.리아의 입꼬리는 여전히 올려져 있었다.“생각났어?”“너... 너는...”유순구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얼굴 근육까지 경직됐다.“18년 전, 비 오던 밤. 보육원 앞. 기억나?”유순구의 온몸이 굳었다.“너는... 진짜... 유리아...!”찰싹!리아의 손이 번개처럼 올라가 그의 뺨을 갈겼다.“내 아버지 이름은 진균하야. 나는 ‘진’ 씨야. 네 성은 내 이름 앞에 붙일 자격조차 없어.”“리아! 진짜 네가 맞구나! 이렇게 어른이 되었을 줄은... 내가...”찰싹!또 한 번의 따귀가 유순구의 고개를 옆으로 확 꺾었다.“‘리아’라는 이름이 당신 입에서 나와? 당신이 감히 누구라고 생각해?”유순구의 얼굴은 금세 벌겋게 부어올라 두 개의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다.그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내가... 그래도 2년 동안은 널 키웠잖아... 넌 그때 분명 날 ‘아빠’라고 불렀어...”팍! 팍!리아는 두어 번 연달아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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