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도 스스로 이상하게 느꼈다.이조화 교수에 대해서는 자료 속 증명사진을 한 번 훑어본 게 전부인데, 꿈속에서 본 얼굴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고 생생했다.‘도대체 왜 이렇게 또렷하게 남은 거지...’정은은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새집의 안방은 화장실, 욕조, 드레스룸까지 딸린 널찍한 구조였다.창밖으로 보이는 건 고요한 단지의 중정.아침 일찍 청소하는 관리인을 빼면 인적은 거의 없었다.멀리 동쪽 하늘에서는 해가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따스한 주황빛 햇살이 구름 가장자리를 타고 번지며 하늘을 물들였다.“내가... 괜히 잘못 생각한 걸까?”정은은 눈앞의 아침 햇살을 응시하며 낮게 중얼거렸다....오전 9시, 무한 실험실.문을 열고 들어선 민지는 무심결에 1번 실험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어? 오늘은 내가 정은 언니보다 먼저 왔네? 헤헤.”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을 가리켰다.그곳에서, 흰색 실험가운을 걸친 정은이 묵직한 효소 분석기를 양손에 들고나오고 있었다.민지는 민망하게 혀를 내밀었다.‘에이, 괜히 기뻐했네...’...점심때, 몇 명이 모여 함께 식사했다.민지는 정은이 도시락을 꺼내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정은 언니, 요즘은 집에서 직접 밥해 먹어요?”“응, 가스 연결됐거든.”“와, 드디어! 근데 언니, 우리 6월이면 졸업이잖아요. 졸업 여행 계획 있어요?”정은은 잠시 멍해졌다.“여행...?”“네! 졸업 여행이요.”정은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어. 너희는?”민지는 옆에 앉은 서준을 흘끗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달콤한 기색이 가득했다.“우리는 호주로 반 달쯤 다녀오려고요. 시드니에서 멜번까지, 해안 도로 따라서 자동차로 여행할 거예요.”“호주...?”정은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무심한 척, 가볍게 물었다.“경로는 다 짰어?”“물론이죠!” 민지의 두 눈이 반짝였다.“일단 시드니에 도착해서 3,4일 정도 머물다가, 시드니에서 출발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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