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J시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내려 도착 게이트 앞에서 잠깐 멈춘 사람들은 짧게 인사만 나누고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모여 있을 땐 한 덩어리 불꽃 같았고, 헤어지고 나니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졌다.모두 무사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가장 아름다운 결말이었다.정은은 입국장을 빠져나와 멈춰 섰다.멀리 보이는 빌딩 숲과 가까이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그제야 ‘이제야 정말 돌아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드디어... 집이다.’그때, 정은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재석 씨, 우리 같이 가야 할 데가 있어요.”마침 한 대의 검은색 벤츠가 두 사람 앞에 멈췄다.“좋아. 타.”재석이 정은을 위해 뒷좌석 문을 열었다.정은이 고개를 숙여 차에 타고, 그 뒤를 재석이 따랐다.“출발해.”“예.”검은 벤츠는 곧 도심의 차들 사이로 섞였다.차창 밖의 풍경이 조용히 뒤로 흘러갔다.잠시 후, 정은이 옆을 보며 물었다.“어디 가는지 안 물어봐요?”재석은 웃었다.“물어볼 필요 없지. 알아.”약 사십 분 뒤, 차는 순국선열 묘역 앞에 멈췄다.검은 차체와 대문 양옆의 흑색 비석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정은과 재석은 오미선 교수의 묘 앞에 섰다.재석이 몸을 굽혀 꽃 두 다발을 놓았다.“교수님, 저랑 정은이 왔어요.”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부드럽고 따뜻한, 마치 좋은 어른의 손길 같은 바람이었다.정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교수님, 저 약속 지켰어요. 그때 떠나기 전에 교수님 앞에서 했던 말들, 다 해냈습니다.”“이조화랑 만춘미, 두 사람도 다 대가를 치렀고, 비밀 훈련소도 완전히 폐쇄됐어요. 연구팀도 과제 마무리 잘했고, 모두 무사히 돌아왔어요.”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교수님. 우리 정은이 대단하죠. 교수님 해친 사람들 전부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솔직히... 저보다 훨씬 낫죠.”그는 잠시 웃었다가, 묘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전에 정은이를 몰랐을 때요, 교수님이 자주 그 이름을 꺼냈잖아요. 그때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