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는 하나도 없었다.장황한 고백도 없었다.재석의 마음을 담은 딱 한 마디.“사랑합니다.”짧지만, 그 한마디가 세상의 모든 말을 대신했다.그 순간, 하늘 위의 드론들이 서서히 흩어지더니, 다시 모여들었다.빛의 점들이 하나로 모여 문장을 그렸다.[Marry Me, 정은 씨.]해변을 걷던 사람들도 모두 걸음을 멈췄다.목소리들이 파도처럼 번져왔다.“세상에, 저기 사람들 봐! 프로포즈야?”“드론 쇼야? 저거 최소 몇백 대는 돼야 저런 모양 나오지 않나?”“와... 진짜 스케일 미쳤다.”“누가 봐도 재벌 2세 아니야?”“너무 로맨틱하다... 또 누군가 남의 사랑에 울겠네.”“여자 이름이 정은 씨래! 이름도 예쁘다. 진짜 예쁜 사람일 듯!”“...”처음엔 흥분 섞인 목소리들이 뒤섞였고,이내 한 방향으로 모아졌다.“받아줘! 받아줘!”“받아줘! 받아줘!”누군가 시작한 외침이 곧 공터 전체를 메웠다.정은은 눈앞에서 무릎을 꿇은 재석을 바라봤다.가슴이 두근거렸다.‘이 사람... 정말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그 순간, 멀리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정은의 눈이 커졌다.소진헌, 이미숙, 이춘재, 봉수진, 조기봉, 조지언, 조지훈, 변리아, 현우, 현민...한 명, 두 명, 아니 거의 온 가족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아빠?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까지...? 어떻게...”이미숙이 재석을 한번 보고는 미소 지었다.“누가 우리한테 깜짝 놀랄 선물이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묻지 말고 오라더라. 근데 이제 보니, 선물은 우리 게 아니라 너를 위한 거였네.”소진헌이 팔짱을 끼고 코웃음 쳤다.“아이디어 좋았네, 조 교수. 우리 전부 다 깜빡 속았잖아.”‘정말... 얄미워.’조지언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섰다.‘역시 내 동생 지킴이답네.’“먼저 말하지만요, 저 당한 거 아닙니다. 저 이거 다 알고 있었어요. 장소 섭외도 제가 했다고요.”변리아가 바로 끼어들었다.“장소는 지언 씨가 맞는데, 여기 꾸민 건 저랑 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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