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을 나서자, 지훈은 슬아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갑자기 슬아가 멈춰 서더니, 몸을 돌려 지훈을 똑바로 바라봤다.“왜 따라와?”“그냥... 그 변태, 거기서 죽은 거 아니야?”“조 변, 또 겁나는 거야?”“장난치지 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21세기 법치 사회잖아. 술집 안에는 CCTV 없겠지만, 길거리엔 잔뜩 있단 말이야. 그 사장이 진짜 죽으면, 우리도 곤란해져.”“좋네. 조 변이랑 공범이라니, 형량이 좀 줄어들겠지?”“그래도 조 변은 최고의 형사 변호사잖아? 아, 재판 때 자기변호도 할 수 있어?”“민슬아, 너 진짜... 정신 나간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3년 전 어느 밤이었다.지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거실 소파에 슬아가 앉아 있었다.지훈은 아직도 모른다.그녀가 어떻게 들어왔는지...문이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창문도 멀쩡했다.슬아의 옷차림은 단정했고,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처음엔 지훈도 헷갈렸다.‘내가 집을 잘못 찾아온 건가?’하지만 둘러보면 볼수록, 분명 자기 집이었다.“누구세요?”꽤 오래 기다렸던 듯한 슬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샤워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남자 맞아?”서른 살 평생, ‘남자 맞냐’라는 질문을 처음 들었다.그 이유가 샤워 시간이 길어서라니...‘이건 진짜 말하면 아무도 안 믿겠다. 믿는다 해도 웃겨 죽을 일이지.’그런데 지훈이 뭐라 하기 전에, 슬아가 본론을 꺼냈다.“조 변호사님이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라며? 내 사건 좀 맡아 줘. 조건은 조 변호사님은 정해.”순간, 지훈의 눈빛이 달라졌다.그에게 밤중에 찾아오는 사람은 두 부류뿐이었다.살인자, 아니면 피해자 가족.이 시각에 이런 식으로 찾아온 건,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누가 죽었어요?”“우리 할아버지.”“누가 죽였죠? 자세히 말해보세요.”그 순간, 슬아의 눈빛이 바뀌었다.지훈은 분명 느꼈다.슬아의 눈빛에 단단한 벽이 세워지고,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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