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재석과 정은, 리아와 지언, 그리고 쌍둥이까지 모두 본가에 묵게 되었다.“지훈이는?”지언이 물었다.“나? 나 집에 가.”‘안 자. 절대 안 자.’내일 아침 식탁에서 오늘 밤 겪은 일을 또 한 번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진짜 안 자고 가?”지언이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지훈은 이미 현관을 나서 있었고, 뒷모습은 밤공기 속으로 사라졌다.이내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설 전날 밤의 거리.불빛은 밝았지만, 사람 그림자는 드물었다.지훈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대로 아파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운전대를 잡고 가다 보니, 어느새 차는 자연스럽게 정향로로 향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골목 입구였다.시계는 새벽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안개처럼 내려앉은 밤공기 속, 노란 가로등 아래의 좁은 골목은 유난히 고요하고 차분해 보였다.지훈은 차창을 내렸다.차가운 바람이 한꺼번에 훅 밀려 들어왔다.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담뱃갑을 찾았지만, 손에 잡힌 건 공기뿐이었다.아마도 아까 아이들하고 놀다 바닥에 흘린 모양이었다.주머니에는 덩그러니 라이터 하나만 남아 있었다.지훈은 라이터를 손안에서 굴리며 만지작거렸다.시선은 허공을 떠돌았고, 생각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지훈은 갑자기 라이터를 꽉 쥐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 차에서 내려,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민슬아는 조금 취해 있었다.‘괜히 분위기 탄다고 와인을 딴 게 아니었는데.’‘거기다 취기 오른 김에 너무 마셨고.’“‘은리’, 너까지 왜 이래? 뱀이 술을 마시면 어떡해.”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는 ‘은리’는 힘없이 뱀 혀를 내밀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효과음이라도 있다면, 온몸이 분홍빛일 게 분명했다.‘화리’는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간식 통을 엎질러 버린 탓에지금은 배가 불러서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쾅쾅쾅!민슬아는 자기 뺨을 두어 번 톡톡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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