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도착했을 즈음, 정은과 재석은 마침 아침 식사를 막 끝낸 상태였다.상자를 열어 보니 우비, 장화, 방수 장갑, 삽, 양동이, 각종 눈 집게까지.눈놀이용 장비들이 큼지막한 박스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중에는 정은이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물건들도 몇 가지 섞여 있었다.정은은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이건 뭐야?”대답 대신, 재석은 곧바로 정은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이끌었다.단지를 벗어나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공터는 완만한 내리막과 이어져 있었고, 경사 끝에는 작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지금은 그 공터 전체가 두툼한 눈으로 덮여 있었고, 내리막길 역시 마치 새하얀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보였다.재석은 가방에서 도구를 꺼내 들고, ‘후욱 후욱’ 소리를 내며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눈앞에 커다란 튜브형 눈썰매가 모습을 드러냈다.재석은 그것을 눈 위에 툭 던져 놓고는,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허리를 숙였다.딱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중한 신사 인사였다.“부인, 앉으시죠!”정은은 웃음을 참으며 그의 손에 맞춰 손을 내밀었다.모든 준비가 끝나고, 재석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나, 둘, 셋!”말이 끝나자마자 눈썰매는 경사를 타고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갔다.점점 속도가 붙었다.튜브에 앉은 정은은 눈바람이 얼굴로 세차게 몰아치는 걸 느꼈다.마치 칼날처럼 매서워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지만, 다행히도...재석은 출발 전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챙겨 주었고, 방풍 모자에 털 귀마개까지 완벽하게 갖춰 주었다.덕분에 정은이 느낀 건 바람의 저항과 미끄러지는 쾌감뿐이었다.추위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동상 같은 건 애초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재석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소리쳤다.“정은아! 양쪽 손잡이 꼭 잡아! 방향 잘 잡고!”처음이다 보니 경험이 부족했다.눈썰매가 바닥에 닿는 순간, 관성 때문에 정은의 몸이 살짝 공중으로 뜨더니,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눈 위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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