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슬아 이 여자, 진짜 쿨하긴 하네.’‘칼처럼 끊겠다 하고는 바로 끊어내고, 전화도 안 받아?’지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더 뒤틀렸다.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전화 안 받는 건 슬아의 자유니까.하지만...‘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연인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면, 친구도 못 해?’‘친구 아니어도... 전화 한 통쯤은 받아줄 수 있잖아?’‘내 눈으로 봤거든. 통신사에서 요금제 할인해 준다고 전화했을 때도 받더라!’‘나... 통신사보다 못한 취급 받는 거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훈은 자리에 붙어 있을 수 없었다.외투를 집어 들고, 휴대폰과 차 키를 쥐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밖에서 야근하던 직원들은 지훈이 나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퇴근이다’ 하고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빠르게 짐을 챙겨 사라졌다....지사로, 골목 입구.지훈은 이미 5분 전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하지만 내려야 할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었다.운전대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렇게 집 앞까지 찾아오는 거... 오바인가?’‘큰소리치던 사람은 나였는데 내가 먼저 찾아오네. 하...’‘나는 진짜 자존심도 없구나.’그때,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멀었지만, 그중 하나는 단번에 알아봤다.민슬아.슬아는 오늘 새하얀 양털 코트를 입고, 베이지색 롱부츠와 같은 톤의 베레모까지 썼다.긴 머리는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은은한 메이크업이 전체 분위기를 살렸다.하얀 코트에 슬아의 차갑고 맑은 피부.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했다.완전한 겨울의 여신, 혹은 눈의 요정 같은 모습.그리고 슬아 옆,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슬아보다 한 뼘은 더 큰 키, 올블랙 롱코트, 검은 모자, 말랐지만 단단한 체형, 멀리서도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슬아는 팔을 그 ‘남자’ 팔꿈치에 자연스럽게 걸친 채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갑자기 웃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은은하게 웃는 슬아의 얼굴.부드럽고, 여리여리하고, 도저히 평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