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사랑이라는 게 다 인연이지. 사람마다 타고난 인연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도겸이가 운이 좋아서 만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은 좋은 아이를 만났어요.”서영숙은 겸손한 척 말을 이었다.지금에 와서야 서영숙은 정은을 ‘쉽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이’, ‘좋은 아이’라고 인정했다.예전의 서영숙은 정은을 수도 없이 못마땅해했다.정은의 집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정은이 소심해 보인다고 헐뜯었고, 학벌이 부족하다고 깎아내렸고, 취향이 별로라고 몰아붙였다.나중에 정은이 서비대에 합격해 석사에서 박사까지 밟고, 이제는 이름난 학자로 자리 잡았는데도 서영숙은 정은을 좋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마치 전 여자친구를 바닥까지 끌어내릴수록, 자기 아들이 사랑에서 잘못한 쪽이 아닌 것처럼 보일 거라고 믿는 듯했다.그런데 오늘 도겸의 결혼식장에서 서영숙은 처음으로 정은의 뛰어남을 인정하고 있었다.서영숙은 뒤늦게 깨달았다. 전 여자친구가 좋은 사람이어야 자기 아들도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는 것을.예전에 서영숙의 입에서 튀어나왔던, 분명 정은을 겨냥한 말들을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해졌다. 그때는 안목이 얕고 비루했다.몇몇 재벌가 사모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다.‘세상에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나?’‘이제는 자기들 앞에서 정은이 욕을 안 하네.’정은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이미 기준이 정해진 일에 대해 계속 말을 비틀어 봤자, 그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결국 서영숙만 우스운 사람이 될 뿐이었다.예전의 서영숙은 그걸 몰랐고, 그래서 사람들은 서영숙을 웃음거리로 삼았다.그런데 오늘의 서영숙은 갑자기 정신이 든 사람처럼, 이제는 정은을 칭찬하고 있었다.이제 웃을 거리도 사라지니, 다들 흥이 식었다.사람들은 두셋씩 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더는 입구에서 서영숙을 붙잡고 인사치레를 하지 않았다.인사치레는 핑계였다.서영숙이 뻔뻔하게 떠드는 걸 듣고, 뒤에서 낄낄대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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