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세뱃돈도 나누고, 보석 선물까지 전한 뒤, 조기봉과 강서원은 이미 정은 부모가 J시에 와 있다는 걸 알고 더는 재석과 정은을 붙잡아 두지 않았다.“얼른 들어가 봐라. 가서 사돈께도 안부 전해 드리고.”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나서야, 정은은 트렁크에 큼직한 선물 상자와 봉투들이 한가득 더 실려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눈으로 훑어보니, 먹는 것부터 쓰는 것, 몸에 걸치는 옷까지 없는 게 없었다.큰 것만 봐도 모피, 제비집, 녹용, 인삼이 들어 있었고, 작은 것들로는 어느 명품 브로치며 캐시미어 머플러 같은 것까지 담겨 있었다.재석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서원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엄마가, 이건 가져가서 아버님 어머님께 드리래.”뒤의 ‘아버님 어머님’은 당연히 소진헌과 이미숙을 뜻했다.정은은 혀를 내둘렀다.“이거... 너무 많지 않아?”재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마음이잖아. 그냥 받자.”정은은 더 사양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소진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려와서 짐 좀 같이 들어 달라고 했다.집에 돌아와 이 많은 짐은 강서원이 따로 챙겨 보낸 것이라는 말을 들은 소진헌은 눈을 크게 떴다.“이렇게나 많이?!”반응이 정은과 똑같았다.그래서 어쩔 수 없는 부녀인가 보다.곧 소진헌은 재석을 보며 말했다.“사부인도 너무 마음을 쓰셨네. 우리가 다 먹지도 못하고, 다 쓰지도 못할 텐데. 이거 그냥 자네가 도로 가져가...”소진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숙이 다가왔다.“사부인이 좋게 챙겨 주신 건데, 저희가 감사히 받아야죠. 조 서방, 대신 꼭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소진헌이 ‘받기 민망하다’라는 쪽이었다면, 이미숙은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소진헌은 이미숙을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목소리를 낮췄다.“저거 다 비싼 것들 같은데, 우리 이렇게 그냥 받아도 되는 거야?”이미숙은 소진헌을 보고 말했다.“당신은 학생들 가르치느라 너무 책만 봤나 봐요. 책 속에 든 지식만 남고, 사람 사이 오가는 정은 까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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