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861 - Chapter 870

1082 Chapters

제861화

여자아이는 문을 쾅 닫았고, 발소리를 들으니 상황을 살펴보러 달려간 것 같았다.민지는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우리를 이렇게 경계하다니.”서준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금방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집 문어귀에 서서 그들 일행을 살펴보았는데, 세 사람이 남진일의 집을 향해 걸어가자, 사람들의 눈빛은 순식간에 이상해졌다.심지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멀리 떨어져 있던 서준은 비록 알아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 수 있었다.의심, 의아함으로 가득 찬 따가운 시선...곧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에 문을 연 사람은 진일이었다.그는 주방에서 동창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정은 그들을 떠올렸다.너무 놀란 진일은 그릇 하나까지 깼다.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은 일행이 서 있었다.“너희들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진일의 눈에는 놀라움이 번쩍였지만, 곧 경악해졌고, 또 걱정을 내비쳤다.J시에서 마을까지 오려면 진일은 중간에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서 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정은 그들이 찾아오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내가 대체 뭐라고...’“괜찮아요?” 정은은 위아래로 진일을 훑어보았다.팔다리는 멀쩡했고, 정신도 나름 괜찮아 보였지만...추운 날, 진일은 뜻밖에도 얇은 외투밖에 입지 않았다. 실험을 하고, 기자재를 들고, 키보드를 두드려야 할 손이 빨갛게 얼었다.목은 심지어 목도리조차 두르지 않았다.민지는 눈을 부릅뜨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춥지도 않은 거예요?!”진일은 머리를 긁적였다.“습관이 되어서 안 추워.”말을 마치자 진일은 그제야 정은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진일은 불을 켰다.어쩐지 안이 어두컴컴하나 했더라니, 불을 켜지 않았던 것이다.정은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주 낡은 기와집, 거실 한 칸, 침실 세 칸, 그리고 뒤뜰이 주방과 연결되어 있었다.위층은 널빤지로 한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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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언뜻 들으면 기분이 상하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진일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너희들 번호를 기억하지 못해서...”“그럼 재운이는 어떻게 된 거예요? 선배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이 망가진 거예요?”재운을 언급하자, 진일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재운이는 지금 병원에 있어.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서 전화할 수가 없었어...”“혼수상태요?!”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랐다.정은이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요?”“말하자면 우리 두 집과 관련이 있는데...”갑자기 기침 소리가 침실에서 들려왔고, 진일은 무언가 생각난 듯 바로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갔다.걸으면서 고개를 돌려 세 사람에게 말했다.“미안해, 너희들 먼저 앉아 있어. 이현아, 언니 오빠에게 물 좀 따라줘.”이현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더니, 낡은 그릇 세 개를 가져와 보온병으로 뜨거운 물을 따랐다.민지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야, 이현아! 난 목마르지 않아!”이현은 듣지 않고 세 사람에게 한 그릇씩 물을 따랐다.정은이 말했다.“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우리 오빠 친구들이잖아요.”말하고는 구석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앉으세요, 전 들어가서 살펴볼게요...”말을 마치고 이현은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정은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한약 냄새를 맡았다.솥은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진일은 수건으로 싸서 두 손을 들더니, 뜨거운 약을 세 그릇에 부었다.이것이 바로 진일 어머니가 하루 먹어야 할 양이었다.한꺼번에 달여서 세 끼니로 나눈 다음, 나머지 두 끼는 직접 데워 마시면 된다. 그럼 땔감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이어서 진일은 또 약찌꺼기를 쏟아낸 다음 솥을 깨끗이 씻었다.마지막으로 약 한 그릇을 들고 거실을 지나 그 중 한 침실로 들어갔다.“어머니, 약 다 되었으니 일어나서 마셔요.”“그래.”민지는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그래도 입구에서 멈추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침대에 한 어르신이 누워 있었다. 몸이 매우 마른 데다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으며,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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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진일 어머니의 상태는 확실히 좋지 않았지만, 입맛이 없고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설날 전후에 일이 좀 생겨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진일 집안의 조상은 줄곧 농사를 지었는데, 5년전, 진일의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뜻밖에 부상을 입고 절름발이가 되었기에, 외지에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남봉수는 아예 마을에 남아 밭을 심었고 또 뒤의 산을 개간하여 과수를 심었다.처음 몇 년은 아직 초보라서 남봉수는 나무를 너무 많이 심지 못했다.뒤에 점점 경험을 쌓자, 그도 해마다 재배 면적을 넓혔다.재작년에는 더욱 대풍년을 맞이했고, 시세가 좋아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그때 마을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또한 진일네는 평소에 같은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 모두들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작년에 날씨가 좋지 않아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과일의 질도 좋지 않았다.계속된 폭우로 많은 과수의 뿌리가 물에 잠겨 전부 썩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다행히 진일은 지예를 대신해서 논문을 냈기에 송지혜에게서 돈을 받았고, 걱분에 집안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그 후 진일은 몰래 밖의 실험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꽤 많이 모았다. 그는 이 돈을 이자까지 붙여 송지혜에게 돌려주었다.뿐만 아니라 집에 돈을 좀 남겨두면서, 남봉수에게 좀 좋은 과일모종을 사게 했다.그렇게 작년에 심은 앵두나무가 올해 열매를 맺었다.남봉수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앵두 열매는 크고 달았으며, 올해 초 수입국의 앵두 재배원은 대면적의 해충으로 앵두 가격이 보편적으로 올랐다.남봉수는 이 기회를 틈타 외지의 한 딜러와 수매계약을 맺었는데, 상대방은 모든 앵두를 도급맡았을 뿐만 아니라, 내년의 앵두까지 직접 예약했다.남봉수는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섣달 그믐날 때, 온 가족은 기쁨에 넘쳐 마침내 살림이 좋아졌다며 미래에 희망을 품었다.그러나 이튿날 바로 사고가 날 줄이야...“오빠! 물 좀 마셔요, 제가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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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그러나 꾹 참은 진일 부자는 평화 대신 더욱 심해지는 모욕을 맞이했다.서씨 형제는 분풀이를 위해 한밤중에 진일 집에 몰래 들어가, 우리에 있는 닭을 훔쳤고 문을 지키는 개까지 죽였다.그리고 또 돈으로 사람을 찾아 진일 집 벽에 똥을 뿌렸다.정월 대보름날에는 더욱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진일 집에 쳐들어와 그의 부모님을 두들겨 팼다.그래서 진일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음식을 넘기기조차 어려웠고, 도시에 가서 진찰을 받을 수도 없었다.서씨 집안은 또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며, 집에 차가 있는 사람들이 전부 진일을 돕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진일의 핸드폰도 실랑이 때문에 고의로 짓밟혀 망가졌다.충돌이 발생한 날, 재운도 진일 집에 있었는데, 밀치락달치락하다가 머리를 다쳐 당시 피를 줄줄 흘렸다.서씨 형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일은 구급차를 부르려다가 서지강에 의해 팔이 꺾여 땅에 엎드린 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결국 재운의 부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서씨 형제의 용서를 받아 아들을 데리고 떠날 수 있었다.그날 저녁, 재운은 마을 병원에 호송되었는데, 의사는 치료할 수 없다며 밤새 시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재운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이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무덤을 옮기려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돈을 벌 수 있는 앵두나무가 탐났던 거예요. 그래서 산을 강점하려는 거라고요!”민지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이 있지? 이, 이거 강도와 다름이 없잖아?”민지는 진일을 바라보았다.“처음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요, 왜 맞았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예요? 재운이는 그렇게 심하게 다쳤잖아요?!”진일은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경찰에 신고했어요! 경찰도 왔지만 소용없었어요...”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진일은 문을 열자, 입을 떼며 말했다.“아버지.”문이 열리자, 몸을 구부리고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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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노란 머리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 맞은편에서 턱을 치켜들고는 날뛰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귀 먹었어?!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 빨리 나오라고...”참을 수 없었던 민지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돌진했다.정은과 서준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뭐 하려는 거예요?” 민지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끼며 노란 머리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서지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야, 어디서 이런 돼지가 찾아왔지? 왜? 진씨 집안을 위해 나서려는 거야?”‘돼지’라는 두 글자를 들은 민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쪽은 살이 찌지 않아서 좋겠어요! 대나무처럼 마른 게! 영양실조인 거예요? 설마 마약하는 거 아니죠!”서지강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때, 흰 머리 사나이가 튀어나왔다.“저 여편네 좀 봐! 주둥아리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감?! 사는 게 이제 지겨운갑제!”민지는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게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노란 머리와 흰 머리는 이목구비가 비슷했고, 몸매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민지는 사실 꾹 참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원숭이처럼 말랐고, 다크서클에 입술 색깔이 진해서 보기 엄청 싫었다.눈 흰자위도 혼탁하며 광대뼈가 튀어나와 지금 흉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싸했다.“절름발이는? 눈치가 있다면 빨리 계약서에 사인을 해. 그렇지 않으면...”노란 머리는 냉소를 지으며 은근히 협박을 했다.“그렇지 않으면요? 억지로 사인하게 하려고요?!”노란 머리는 음흉하게 민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흰 머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뚱뚱한 여편네는 정말 겁이 없는 것 같은데?”흰 머리는 손에 든 막대기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그러기만 해봐요!” 민지는 고개를 들더니 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슴을 쫙 폈다.“법도 모르는 거예요? 손을 대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경찰?” 노란 머리는 마치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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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뭐? 네 후배라고? 그럼 J시에서 왔겠구나? 어쩐지 표준어를 쓰더라니. 지금 너 같은 거지를 위해 나서는 거야? 쯧쯧쯧,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서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준아,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공격해!”“알았어, 형!”이때 남봉수도 절뚝거리며 안에서 나왔는데, 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다.“이 아이들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다 죽여버릴 거야!” 남봉수는 분노에 얼굴이 빨개졌고, 목에 핏줄까지 불끈 솟아 마치 궁지에 몰린 야수와 같았다.그들처럼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또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참고 반항하지 않던 얌전한 사람이 갑자기 식칼을 들고 나오더니, 서씨 형제와 함께 죽을 기세를 보였다.두 형제는 깜짝 놀랐다.정신을 차리며 눈을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아냈다.서지강이 말했다.“오, 오늘 일단 가만두겠어. 내일 난 계약서를 들고 다시 올 거야. 그때 가서 넌 사인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돼!”말을 마치자, 그는 서지준을 데리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미친, 이 절름발이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두 사람이 떠난 후.쿵-땡-남봉수가 든 식칼과 진일이 든 삽은 앞뒤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남봉수는 두 다리가 나른해졌고, 진일은 얼른 가서 그를 부축했다.옆에 서 있던 서준은 진일의 이마에 땀이 맺힌 것을 발견했다. 지금 땀이 목을 따라 옷깃으로 떨어져 옷을 적셨다....그날 저녁, 정은 일행은 진일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남봉수는 음식을 다 차려 놓은 다음, 세 사람을 자리에 앉혔다.밥은 즉석에서 쪄낸 것이고, 음식도 즉석에서 볶은 것이었다.고기며 채소며 국까지.“너희들 먹어, 사양하지 말고!”“고마워요, 아저씨.”민지는 정말 배가 고팠는데, 단숨에 밥 두 그릇을 해치웠다.서준도 의외로 많이 먹었다.정은은 남봉수와 진일이 고기를 거의 먹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사람들이 아직 밥을 먹고 있을 때, 남봉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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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진일은 머뭇거렸다.“그런데... 그 아저씨 동의하실까요?”“정은이 그들은 우리 집 사람이 아니잖아. 이 일은 서지강과 서지준의 미움을 사지 않을 거야. 돈을 버는 일이니 유 씨도 뭐라 하지 않을 거고.”“네.”정은, 민지와 서준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주머니, 저희는 갈 생각이 없어요.”“안돼!” 이번에 남종수가 입을 열었다.말을 마치고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좀 컸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꼭 돌아가야 해. 내일 서지강과 서지준이 또 올 거야. 그 두 형제는 미친놈이라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단 말이지!”정은 그들은 꼭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날이 밝기도 전에 얼른 출발해야 했다.진일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너무 위험하니까 너희들 빨리 J시로 돌아가. 재운이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 난 너희들까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정은 그들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이현의 방에서.진일은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진영매는 궤짝에서 깨끗한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가져와 진일에게 바꾸라고 했다.“다 됐어. 얼른 자. 내일 아침 부를게.”정은과 민지는 침대에 누웠다.깊은 밤, 주위는 적막했다.어둠속에서 민지는 이미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정은 언니...” 마침내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응? 왜 그래?”“언니, 안 추워요?”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조금.”민지는 이미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추울 수가 있죠?”그녀는 심지어 어제 그 작은 호텔이 아주 좋다고 느꼈다.정은은 민지의 손을 잡고 비볐다.“금방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그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민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따뜻하지 않잖아요...”정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은은하게 말소리가 들렸다.진영매였다.“이현이, 이리와... 이 이불 두 채를 방 안에 있는 언니들에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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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재석은 원래 정은에게 주려고 했다.그러나 오후에 돌아온 재석은 정은의 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그는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놓은 다음,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10시가 되었다.‘이제 정은이도 돌아왔겠지?’재석은 자료를 들고 나가서 정은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정은아? 집에 있어? 나야.”하지만 대답이 없었다.재석은 걱정이 되어 핸드폰으로 정은에게 전화하려고 했다.뜻밖에도 정은이 먼저 전화를 했다.“여보세요, 정은아?! 너 집에 있어?! 마침 너에게 줄 자료가 좀 있는데,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서.”[선배, 나 집에 없어요. 지금 Y시... 진일...]재석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정은이 진일을 언급하자,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다고?”그러나 통화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잡음까지 동반해 전혀 들리지 않았다.[상황이... 긴급해요... 내일...]“여보세요? Y시라고? 너 거기 신호가 안 좋은 거니? 여보세요? 정은아?!”재석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전화가 이미 끊겼다.그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고, 즉시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재석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여전히 연결이 되지 않았다.다른 한쪽에서, 이불 속에 있던 정은은 자동으로 끊긴 전화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이곳은 왜 신호가 이렇게 나쁜 거지?”“내 핸드폰도 신호가 없어요. 오늘 뭐 좀 찍긴 했는데, 인터넷에 올리려 해도 신호가 안 좋아서...”민지는 엎드려 있었고, 두 손으로 베개를 안으며 머리는 팔꿈치에 기댔다.그녀는 방금 시험해 보았는데, 대문 밖의 공터로 나가면 신호가 좀 좋아졌고, 실내라면 전화를 할 수 있는 것조차 다행이었다.“정은 언니, 내가 밖에서 전화할까요?”“시간도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민지는 나른하게 응답하더니, 너무 졸려서 눈조차 뜰 수 없었다.두 눈이 완전히 감길 무렵, 민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정은 언니,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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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맞은편 교수님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재석이 다시 묻자,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소, 소정은 학생은... 어제 휴가를 냈어요.]“며칠 휴가를 냈죠? 이유는 말했나요?”[그저 볼일 있다고만 했고, 구체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요. 정은에게 별일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많이 물어보지 않았어요.][평소에 실험실에 있거나 논문을 썼잖아요. 어차피 전공 과목도 성적이 좋은 데다가 전에도 몇 번 휴가를 낸 적이 있고요...][무슨 일 생긴 건가요?]교수님이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재석은 한동안 침묵했다.“다른 특별한 상황은 없나요? 남진일 학생은 어디에 있는 거죠?”[3학년의 남진일 학생을 말씀하시는 거예요?]“네.”[전 그 학생을 책임지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 교수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대신 좀 알아볼 수 있어요.]“네,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아니에요.]5분 후, 교수님이 전화를 했다.[조 교수님, 남진일 학생에게 확실히 좀 특수한 일이 생겼어요.]“무슨 일이죠?”[개학 후 지금까지 학교에 오지 않았어요. 담당 교수님이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요. 참, 제가 깜박했네요.]“뭔데요?”[정은이 휴가 낸 날, 민지와 서준 학생도 와서 휴가를 냈어요.]“남진일의 집 주소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그 교수님의 말을 들어보니, 남긴 주소가 완전하지 않고, 단지 Y시 사람이라는 것밖에 모른다고 했어요.]‘Y시... 바로 이거야!’통화를 마치고 재석은 다시 대학원 학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이미 잠들었고, 전화를 받은 후 그 교수님 못지않게 놀랐다.[남진일이 남긴 주소를 알려달라고요?!]“맞아요.”[하지만 이 시간에 교수님들은 다 퇴근했으니 내일 다시...]“내일은 안 돼요, 지금 바로 알아내야 해요.”[이건...]상대방은 좀 난처했다.재석은 담담하게 말했다.“학장님은 사람을 배치하기만 하면 돼요. 만약 총장님이 묻는다면 사실대로 말씀드리시고, 뒤에는 제가 설명할게요.”[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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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이와 동시, 재석의 핸드폰도 울리기 시작했다.학장이었는데, 진일의 구체적인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이다.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고 동시에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알아냈어요!”재석은 계속 말했다.“방금 알아봤는데, Y시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은 오늘 새벽 1시예요. 고속열차는 내일 아침에 떠나는 것밖에 없고요.”“그럼 비행기를 타야죠! Y시 쪽에 내가 미리 사람을 배치하여 마을로 가는 차를 대기시킬게요. 그러나 남진일이 있는 하백 마을은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도착한 후에 다른 교통방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어요.”“좋아요.”두 사람은 간단히 정리하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사실 챙길 것도 없었다. 재석은 작은 여행가방을 멨고, 현빈은 더욱 간편하게 핸드폰 하나, 충전기 하나 그리고 몸에 지니고 있던 지갑을 챙겼다. 그 지갑에는 몇 장의 은행카드가 있었다.그걸로 충분했다.새벽 3시, 비행기가 Y시 공항에 착륙했다.현빈이 배치한 사람은 이미 차 열쇠를 들고 공항 밖에서 기다렸는데, 현빈은 열쇠를 받은 뒤 재석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두 구간의 고속도로와 약 20킬로미터의 산길을 거친 후, 두 사람은 새벽 5시 40분에 대동리에 도착했다.이때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가로등은 이미 꺼졌다.조용한 마을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재석은 조수석에 앉아 가방에서 빵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자신에게, 다른 하나는 현빈에게 건네주었다.“배 좀 채워요.”현빈은 간단하게 맛보았다.“정말 맛없네요. 왜 이렇게 딱딱한 거죠?”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현빈은 결국 그 빵을 다 먹었다.바로 이때, 재석의 핸드폰에서 톡 제시음이 울렸다. 그는 바로 확인했다.“정은이에요!”현빈은 얼른 다가왔다.“뭐래요?”“지금 민지, 서준과 함께 진일의 집에 있다고 했어요. 핸드폰 신호가 아주 안 좋다네요...”“진일의 집에 문제가 생겼고, 어제 두 사람이 찾아와 하마터면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니. 오늘 또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도움이 필요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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