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졌고, 달빛이 휘영청 밝았다. 만찬은 호텔의 가장 큰 연회장에서 열리며, 참석자들은 잠시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바로 올 수 있게 했다. 레드카펫도, 꽃도, 고급 차도 없고, 열어놓은 술장과 음식 코너만으로 만찬의 분위기가 조금 느껴진다. 대부분 남성들은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간단한 셔츠를 입고 이번 만찬에 참석했다. 상대적으로, 만찬에 참석한 여성들은 좀 더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머리는 깨끗이 감은 데다가 옷차림도 단정했다. 캐주얼한 정장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한복을 입은 사람도 있으며, 일부 교수들은 새로운 한복을 곁들은 패션을 선호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남자 교수는 여자 교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은 자신이 따르는 교수나 연구원을 따라 참석한 이들로, 이번 만찬을 통해 학문적 시야를 넓히고 싶어했다. 정은은 초대장을 들고 재석과 함께 연회장에 들어섰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수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오미선은 먼저 도착했는데,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재석은 여전히 양복을 입었고, 너무 격식을 차린 느낌보다는 약간 캐주얼한 디자인이 가미되어 있어 좀 더 자유롭고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정은은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안색을 위해 립스틱을 발랐고, 카멜색 외투에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단순했지만, 엄청나게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오히려 돋보였다. 너무 젊어서 이런 만찬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 이가 대부분이었고, 또한 정은이 학문과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도 드물었다. 재석은 살짝 기침을 하며 담담한 눈빛을 던졌다. 그 시선에 압박감을 느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정은은 가벼운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오미선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긴장돼?” “조금이요.” “걱정 마, 이따가 내가 사람 소개해줄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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