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은 용기 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뇨... 전 교수님, 그런 건 아니고요...”진욱은 뭔가 제대로 맞은 사람처럼 목소리가 확 작아졌다. “그럼, 네가... 네가 원해서 그런 거야?”“네...”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통탄했다. “정은아, 넌 진짜 좋은 애잖아. 눈 낮출 이유도 없고, 너라면 멀쩡한 남자 충분히 만날 수 있는데... 하필 왜, 왜 재석이냐?!”재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뭐 어때서? 나 좋아하면 안 돼?”“닥쳐! 너한텐 안 물었어! 정은한테 말한 거거든?!”정은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재석 씨, 좋은 사람이에요.”“뭐가 좋다는 건데?!”“다정하고, 배려심 있고, 성숙하고, 안정감 있고, 똑똑하고, 인내심 있고, 말도 예쁘게 하고, 매너도 좋고요...”재석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고, 눈빛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봐, 이런 칭찬 들으면 사람이 미소 안 지을 수 있겠냐고.’진욱은 입 안에 단내가 확 돌았다. “그래, 알겠어. 뭐, 정은이가 오케이 했다면야 내가 할 말 없지...”그러나 잠시 후, 눈이 번쩍 뜨였다. “잠깐, 너희 언제부터야?”재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2주 전.”“와... 야, 너 진짜 너무한다! 내가 널 어떻게 생각했는데! 나한텐 말 한마디도 없이?!”“말했지. 네가 안 믿었을 뿐.”“언제?!”“어제. 너한테 문자 보냈잖아. ‘우리 함께 가기로 했다’고.”“아니 그건... 너네가 과제 같이 하기로 했다는 줄 알았지, 누가 그걸 연애로 이해하냐?!”전욱이 아주 어이가 없었다. 재석은 차분히 말했다. “과제를 핑계 삼아 밤 11시에 여자 집에 가는 사람, 본 적 있냐?”“뭐?!”진욱은 완전히 폭발했다. “야! 그럼 너 정은이네에 가서 과제 안 하고 뭐 했는데?!”순간, 재석은 할 말이 잃었다.‘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나...? 아니,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아니면 말든가.’...조미진은 오후의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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