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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601 - Chapter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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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1화

“시연아.”유건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시연의 팔을 붙잡았다.“당신 왜 나를 말려? 부 대표님은 할 거 다 해 놓고, 책임질 생각은 없는 거 아냐?”시연은 유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지하를 똑바로 노려봤다.눈빛에는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부 대표님, 진아한테 얼마나 잘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전부 자기중심적인 행동이잖아요. 돈 좀 있다고, 사람 마음 마음대로 휘두르는 거, 그게 다라고요!”“허...”지하는 그 말에 얼굴이 굳어 버렸다.턱선이 단단히 굳었지만, 정작 반박할 말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래, 맞아.’‘나는... 이기적이야.’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이 세상에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흥.”시연은 비웃듯 웃었다.“왜 말이 없어요? 제 말이 맞으니까, 할 말이 없는 거겠죠.” 그리고 단호하게 선언했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데려갈 거예요.”“안 됩니다. 그건 절대 안 돼요.”지하도 물러서지 않았다.“정말 안 될 것 같아요?”시연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대로 맞서 섰고, 공기마저 굳어 버린 듯한 정적이 흘렀다.“시연, 지하... 너희들...”유건이 분위기를 수습하려 입을 여는 순간,“조용히 해!”“말하지 마요!”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유건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두 손을 들어 보였다.‘그래, 알았다. 난 빠질게.’그때...“시연아...”다시 말이 나오려는 순간, 시연이 반사적으로 소리치려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췄다.“조용...”유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진아였다.진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조금 긴장한 얼굴로 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만 화내... 사실... 그 사람은 나한테 되게 잘해 줘.”“진아야?”시연의 표정이 굳었다.‘아, 그렇지. 진아는 기억을 잃었어.’지하가 예전에 저질렀던 수많은 일들 역시 전부 잊은 상태였다.‘그래서 더 데려가야 하는 건데...’기억이 없을수록 더 위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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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아.”유건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놀리지는 않았다.“그럴 만하지.”지하는 오히려 유건을 흘겨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너도 술 마시지 마.” “왜?”유건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뭐야, 나까지 처제 때문에 금욕이라도 해야 해?”“가.”지하는 웃으며 욕하듯 말했다.“내 얘기는 그게 아니야, 조이도 이제 꽤 컸잖아. 너랑 시연 씨도 자리 잡았고... 이제 둘째 생각해도 될 때 아니야? 고씨 집안, 원래 사람 적잖아. 서둘러서 하나 더, 아니, 둘쯤 더 낳아.” “아직은 그럴 생각 없어.”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조이가 이만큼 클 때까지, 나는 제대로 곁에 있어 준 적이 거의 없어. 그래서 시연이랑 몇 년은 조이한테만 집중하기로 약속했어.” “조금 더 크면, 그때 동생 만들어 줘도 늦지 않아. 애는 반려동물이 아니잖아.”지하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흔들렸다.진아가 떠올랐다.그리고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아이.‘인연이 아니었던 거지...’“좋은 생각이다.”지하는 담담히 말했다.“너희 판단이 맞아.”유건은 정말로 고생 끝에 안정을 찾은 셈이었다.고씨 가문은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아 있었다....그날 밤, 시연과 진아는 같은 침대에 누웠다.두 사람은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진아야.”시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나랑 같이 돌아가면 안 될까?”“아빠랑 엄마 보고 싶지 않아?”“네가 기억 못 하는 건 알지만... 그분들... 너를 정말 많이 보고 싶어 해.”그 말을 듣고 진아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잠시 후,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기억은 안 나지만... 내 부모님이 날 많이 걱정하고 계실 거란 건 알겠어.”“그렇지.”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근데...”진아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언제 돌아갈지... 그 사람 말 듣고 결정하려고.”“응?”시연은 놀란 눈으로 진아를 봤다.진아는 조금 쑥스러운 듯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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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그날 밤 내내 지하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같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유건은 가사도우미가 끓여준 커피를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마시고 있었다. 지하는 그 커피가 술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번에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었다.“좀 가만히 있어.”유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앞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눈이 아플 지경이야. 뭐가 그렇게 걱정돼? 시연은 의사잖아. 너보다 훨씬 잘 돌볼 걸?”지하는 기가 막혀 웃었다.“내가 그게 걱정인 줄 알아?”“그럼 뭐야?”유건이 비꼬듯 말했다.“시연이 네 험담 좀 해서 진아 씨 데리고 갈까 봐?”그러고는 가차 없이 덧붙였다.“그럼 네가 자업자득이지. 시연 씨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다 사실일 테니까.”“너...”지하는 막 ‘아내 생기더니 친구는 안중에도 없냐’라고 쏘아붙이려던 참이었다.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시연이 진아의 팔을 살짝 끼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진아!”지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갔다.조심스럽게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어젯밤, 잘 잤어?”“응, 잘 잤어.”진아는 눈을 휘며 웃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이었다.“나, 어젯밤엔 안 뒤척였어. 그냥 조금 늦게 잠들어서 지금 막 일어난 거야.” “와, 그렇게 착했다고?”지하는 웃으며 진아의 손을 잡았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조용히 진아의 팔에서 손을 떼고 유건 쪽으로 걸어갔다.유건은 시연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아침 먹고 바로 갈 거야. 진아 씨는... 데려갈 거야?”시연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알면서 물어보는 거야?”“포기한 거야?”유건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니면 역시 남편 말이 제일 잘 먹히는 건가?”“어디서 잘난 척이야.”시연은 웃으며 욕하듯 말하고는 유건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난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무슨 이유?”유건이 물었다.“불쌍해서?”“그것만은 아니야. 아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아니잖아?” 시연의 시선은 미소 지으며 지하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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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쳇.”지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난 진짜 우쭐해지네. 이 얼굴만 살아 있으면, 너도 평생 내 곁에 있는 거잖아.”“응? 응!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네! 하하...”그는 고개를 숙여, 진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맞댔다.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다 알고 있어. 당신은 항상 나한테 잘해 주고, 나를 해칠 사람도 아니잖아.”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그러니까... 내가 당신이랑 조금이라도 더, 둘만 있을 수 있다면, 그만큼은 같이 있고 싶어.”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의 눈가가 확 뜨거워졌다.눈동자 깊숙한 곳이 순식간에 젖었다.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난 너한테 잘할 거야.”목소리가 조금 잠겼다.“영원히. 정말로, 영원히.”“이제 들어가자.”“그래.”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집 쪽으로 걸어갔다.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끊기듯 이어 가며.“근데 당신, 이렇게 계속 일도 안 하고 돌아다니면, 우리 나중에 밥 굶는 거 아니야?” “그럴 일 없어.”지하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부모님도 계시고, 위에 형이 넷이나 있어.”“와... 그럼 그분들이 우리 먹여 살려 주는 거야?”“그렇지.”“그럼 다행이다.”진아가 깔깔 웃었다.“완전히 안심했어.”잠시 후, 진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오늘 날씨 진짜 좋다. 우리 ‘선물’도 데리고 산책 나갈까?”“그래.”지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전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한 달 뒤.진아가 잠든 후, 지하는 유건에게서 전화받았다.[지하.]유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의사 구했어. 진아 씨 데리고, 돌아와.]지하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자연스럽게, 반대쪽 손도 꽉 말려 들어갔다.몇 초가 흐른 뒤, 그는 낮고 묵직하게 말했다.“그래... 고마워.”통화를 끊은 뒤, 지하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꼭 감았다.지금 지하의 마음은 너무도 복잡했다.기쁘면서도 서글펐다.기쁜 이유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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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다음 날.섬에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진아는 평소보다 늦게 잠에서 깼고, 지하는 혼자 판단해 아침과 점심을 겸해서 먹자고 했다.준비한 메뉴는 사골 육수 샤부샤부였다.지금 진아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안 됐고, 날씨도 제법 서늘해져서 이런 음식이 딱이었다.채소와 고기, 버섯까지 넉넉하게 준비돼 있었고, 국물은 전날 일부러 시간을 들여 끓여 둔 것이었다.지하는 냄비 앞에 앉아 재료를 넣고 익히는 역할을 맡았고, 진아는 그저 먹기만 하면 됐다.오늘따라 진아의 입맛도 괜찮았다.“너무 맛있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아마...”지하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내가 만들어서?”“분명히 그 이유야.”진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그의 그릇에 올려줬다.“당신도 먹어.”“알았어.”지하는 대답했지만, 정작 젓가락이 잘 가지 않았다.진아가 어느 정도 먹고 나서야 그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다 먹었어?”“응.”진아는 두 손을 배 위에 얹고 말했다.“봐, 배 좀 나온 거 같지 않아?”지하는 그녀의 여전히 평평한 배를 힐끗 보고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진짜 그렇네.”“당신 오늘 왜 이래?”진아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두 손으로 지하의 얼굴을 감쌌다.“뭔가 이상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응.”지하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진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말해 줄 수 있어?”마치 큰일이라도 들을까 봐...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지하는 진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무서워하지 마. 좋은 일이야.”“좋은 일?”진아의 커다란 눈이 더 크게 떠졌다.“응.”지하가 차분히 말했다.“유건한테 연락이 왔어. 괜찮은 의사 찾았대.”분명히...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소식이었다.그런데 진아는 바로 웃지 못했다.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듯한... 쉽게 읽히지 않는 얼굴이었다.“왜 그래?”지하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기쁘지 않아?”진아는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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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지금에서야 지하는 비로소 깨달았다.진아가 원했던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해 줄 단 한 사람. 그 전부를 다해 사랑해 주는 연인이었을 뿐이었다.해 질 무렵, 진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지하는 방 안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진아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따라 일어나려 했다.“내가 뭐라도 할까?”“거기 앉아 있어.”지하는 웃으며 옆에 놓인 좌식 방석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냥 나를 보고만 있으면 돼. 그러면 내가 힘이 나서 더 잘할 수 있거든.”“그래.”진아는 눈을 가늘게 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방석 위에 얌전히 앉아 턱을 괴고 지하를 바라보았다.가끔 말을 보탰다.“힘내. 당신 진짜 대단해!”지하는 그녀를 흘겨보듯 바라보다가 다가와 가볍게 입을 맞췄다.“충전.”“다 정리됐어?”“응.”지하는 그녀 옆에 앉았다.“가져갈 건 많지 않아. 주로 서류랑 중요한 것들 정도고, 못 가져가는 건 가사도우미분께 남겨 두기로 했어. G시에 가면 필요한 건 다 있어. 우리 엄마가 다 준비해 두셨어.”“어... 당신 어머니?”진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긴장해? 우리 엄마 너를 엄청나게 좋아해. 딸이 없어서 그런지, 나보다 너를 더 예뻐해.”“정말?”진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괜찮을지도 모른다’라는 안도감에 숨을 내쉬었다. 이내 눈꼬리가 휘어지며 웃었다.“역시 나네.”“하하...”지하는 그녀 때문에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다음 날, 지하는 진아와 함께 G시로 향했다.섬을 빠져나와 도심으로 이동한 뒤, 곧바로 직항편에 올랐다.VIP 좌석 안에서 진아는 지하의 손을 꼭 잡았다.“난 안 무서워. 당신도 무서워하지 마.”진아가 말한 것은, 자신의 병에 관한 이야기였다.지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가로 차오르는 습기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며, 진아의 손을 더 꽉 맞잡았다.“응.”이 순간까지도, 진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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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지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채숙희를 바라보았다.채숙희와 임병지는 서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부모라는 존재는 결국 어떤 순간에도 자식의 편이 되는 법이었다.그제야 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진아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말했다.“가자. 집에 가자.”“응, 좋아.”집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밝아 오기 직전이었다.간단히 씻고 정리한 뒤, 모두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쉬었다.진아와 지하는 예전에 진아가 쓰던 방에서 함께 묵었다.지하는 그녀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여긴 네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야. 너는 부모랑 오빠들한테 사랑받으면서 자란 사람이야. 천천히, 다 알게 될 거야.”“응. 나는 당신 말 믿어.”옆방에서는 채숙희의 한숨이 멈추질 않았다.“저렇게 같이 지내게 둬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임병지는 담담하게 그녀를 달랬다.“진아가 좋아하면 된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저 모습 봐. 그동안 설마 따로 방 써 왔다고 생각해?”“하아...”채숙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게다가 지금 진아 상태에 혼자 자게 두면 당신 마음이 놓이겠어?”채숙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제 늦었어. 자자. 당신도 몸 안 좋은데 무리하지 마. 진아 돌보려면 체력 남겨둬야지.”...다음 날 아침.채숙희는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2층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났나?’계단 쪽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역시 진아의 목소리였다.진아는 잠에서 깼지만, 곁에 지하가 보이지 않았다.분명 자기 집이었지만, 지금의 진아에게 이곳은 여전히 낯설기만 했다.“어디... 간 거야?”지하를 부르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다른 사람들 깨우면 안 되니까...’“진아.”채숙희는 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방문 앞에 서서 안을 살피고 있는 진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리둥절하고, 불안해 보이는 딸의 얼굴이었다.채숙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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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의사는 진아를 진료한 뒤, 여러 가지 검사를 한꺼번에 처방했다.지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켰다.검사 결과는 모두 나오기까지 이틀 정도가 더 걸릴 예정이었고, 의사의 권유는 우선 입원이었다.결과가 어떻든, 이후에는 치료를 위해 입원이 불가피했다.지하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모든 입원 절차를 마쳤고, 진아를 병실에 안정적으로 들였다.“당신도 좀 앉아서 쉬어.”진아는 휴지를 꺼내 지하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많이 피곤하지?”한겨울인데도 지하는 땀에 젖어 있었다.“안 피곤해.”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땀은 피로 때문이 아니라, 긴장 때문이었다.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는 아주 선명하게 느꼈다.‘시간이... 거꾸로 세기 시작했구나.’그날 밤, 지하는 진아와 함께 병원에 남았다.VIP 병실의 침대는 아주 넓었고, 아직 어떤 치료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 두 사람은 ‘몰래’ 나란히 누워 있었다.“당신.”“응.”“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나랑 같이 있어 줄 거야?”“당연하지.”“그럼, 간호사가 회진 돌다가 보면 어떡해?”환자와 보호자가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분명 규칙 위반이었다.“괜찮아.”지하는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난 괜찮아. 창피해하지도 않을 거고.”“어?”진아는 잠시 멍해졌다.‘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그녀는 그가 돈이나 권력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며칠 사이, 부씨 가문이 G시에서 어떤 집안인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까.“하하.”진아는 한 박자 늦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다행이네. 나는 얼굴 얇아서 혼나면 안 되거든.”“알겠어.”지하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렇게 되면, 넌 그냥 내 품으로 파고들어. 간호사들이 네 얼굴 못 보게.”“응!”진아는 눈을 반달처럼 휘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왔다.의사의 소견은 명확했다.먼저 항암 치료를 진행해 종양을 안정시킨 뒤, 수술에 들어가자는 것이었다.치료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 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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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그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진아는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얼굴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상태였다.“당신이... 왜 밀어?”“바보야.”지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내가 너랑 같이 밀겠다는 거야.”이번에는 진아도 분명히 알아들었다. 동시에, 반응도 따라왔다.고개가 옆으로 돌아가고, 눈꺼풀이 내려앉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버틸 틈도, 마음을 다잡을 여유도 없었다.다시 그를 바라보았을 때, 눈은 이미 물기로 가득 차 있었다.“멀쩡하게 잘생긴 사람이... 왜 머리를 미는 거야?”진하는 고개를 저었다.“안 그래도 돼. 당신까지 그럴 필요 없어.”“내가 할지 말지는, 내가 정하는 거야.”지하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천천히 문질렀다.“내가 하고 싶은 일을 네가 말려서, 내 기분이 상하면 좋겠어?”“뭐야, 그게...”진아는 코끝을 훌쩍이며 웃음을 억지로 끌어올렸다.“그럼... 내가 마지못해 허락해 줄게.”“고마워.”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잠시 뒤, 지하와 진아는 손을 꼭 잡은 채 미용실을 나섰다.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똑같은 모자의 챙이 나란히 드리워져 있었다.미용실 사람들은 문 앞에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 섞인 목소리를 나눴다.“진짜 사이좋다.”“그러게요. 재벌가도 저런 사랑이 있네요.”“사랑은 언제나 있는 거지, 돈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럴 가치가 있느냐,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의 문제지.”...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고, 그녀가 예전에 좋아하던 밀크티를 사러 갔다.“진짜 내가 좋아하던 거 맞아?”진아는 반신반의하며 컵을 내려다봤다.“내가 기억 못 한다고, 속이는 거 아니지?”“우선 한 모금만 마셔 봐.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벌받을게.”“좋아.”지하는 밀크티를 그녀 손에 쥐여 주며, 빨대를 꽂아 줬다.“마셔 봐.”“음...”진아는 살짝 맛만 보더니,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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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우웩...”지하는 옆에서 곧바로 쓰레기통을 들어 올려 주고 있었다.진아가 토를 마치자, 그는 물을 건네 입을 헹구게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 뒤 주변을 말끔히 정리했다.간병인은 따로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부 대표님, 제가 할게요.”“괜찮습니다.”지하는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여기 정리만 해 주세요. 제 아내는 제가 직접 보겠습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어때?”지하는 차가워진 진아의 뺨을 살짝 만졌다.“많이 힘들어? 너무 힘들면 바로 선생님 부를게. 참지 말고.”“괜찮아.”진아는 기운 없는 웃음을 지었다. 얼굴빛이 창백했다.“토할 때만 좀 힘들고, 지금은 괜찮아.”“자, 입 벌려.”“아.”지하는 그녀의 입에 매실정과 하나를 넣어 주었다.진아는 웃으며 그것을 물었다.“맛있다.”새콤달콤한 맛 중에서도 산미가 더 강해, 지금의 그녀 입맛에 딱 맞았다.입에 머금고 있으니, 메스꺼움과 구토 뒤의 불편함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그때, 시연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시연?”진아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어? 너 또 왔어?”“왜, 나는 오면 안 돼?”시연은 일부러 성난 척하며 그녀를 흘겨봤다.“아니, 그런 건 아닌데.”진아가 의아해한 이유는 있었다.아침에 치료가 시작될 때, 올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한 번씩 다녀갔기 때문이다.시연이 다시 온 걸 보니, 뭔가 있는 것 같았다.“무슨 일 있어?”“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를 가리켰다.“네 남편 보러 왔어.”“어?”진아는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이 사람을... 왜?’“여기.”시연은 들고 있던 쇼핑백을 지하에게 건넸다.“이거 다 진아가 평소에 쓰던 것들이에요. 제가 좀 정리해서 챙겼어요. 이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알겠어요. 고마워요.”지하는 웃으며 받았다.“이렇게 일부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뭘 고마워해요.”시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다 가족인데,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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