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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651 - Chapter 1660

1660 Chapters

제1651화

진아는 눈을 꼭 감은 상태였다. 귀 옆으로는 바람이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만 가득했다.그러다 점점 바람 소리가 잦아들었다.쿵- 쿵- 쿵-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 지하의 심장 박동이었다. 그의 가슴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감각도 그대로 전해졌다.지하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아, 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진아가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지하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였다.지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조급해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달랬다.“눈 떠 봐. 우리 멈췄어.”진아는 반신반의하며 남자의 옷깃을 꼭 붙잡은 채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처음엔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햇빛이 눈꺼풀 위로 내려앉아 따끔거렸고, 본능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가 아주 조금만 떠 보았다.그러고서야 천천히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지금 지하의 말은 완전히 멈춘 채 잔디 위에 서 있었다.“그렇지?”지하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한층 더 낮고 부드러웠다.“이제 정말 괜찮아.”“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심장이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어떤 자세로 있는지를 깨달았다.진아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이 굳었다. 갑자기 손발 둘 데를 모르겠다는 듯, 허둥거리며 말했다.“저, 저기... 미안해...”“움직이지 마.”지하는 진아의 등을 받치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지금 이 상태에서 떨어지면, 내가 널 구한 게 아무 의미 없어져.”진아는 더더욱 민망해졌다.“아니, 내가 막 움직이려던 건 아니고... 그냥...”말끝을 흐리며 겨우 물었다.“나... 내려가도 될까?”지하가 되물었다.“혼자 내려갈 수 있어?”진아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코치에게서 내리는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는 자세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괜찮아.”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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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이렇게 물어보면, 괜히 오해할 게 뻔하지 않나?“내가 뭘 함부로 했다는 거야?”시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부 대표가 너를 꽤 신경 쓰는 것 같더라. 내 눈에는 아직도 너를 완전히 못 놓은 것 같아.”“말 함부로 하지 마.”진아는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나랑 그 사람은 이미 다 정리했어. 앞으로는 각자 갈 길 가는 거고, 다시 만나도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래?”시연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그래도 말이야... 친구를 구하려다 그런 거라면... 이해는 안 되지 않나?”“그게 뭐 어때서?!”“알겠어, 알겠어.”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다 네 말대로 할게. 나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금세 나왔다.문제가 된 말의 발굽 아래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발견됐고, 그 유리 때문에 말이 통증을 느껴 흥분하며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이었다.이는 명백한 마장의 관리 소홀이었고, 당시 마장 매니저가 직접 진아에게 찾아와 사과하며 위로와 보상을 약속했다.이번 일로 마장은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고 전면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말을 더 탈 수 없게 되자, 시연이 물고기잡이를 제안했다.“좋아요!”조이는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었다.아이란, 놀 게 있기만 하면 뭐든 즐거운 법이었다.모두는 간단히 정리를 하고 물고기를 잡으러 이동했다.몸 상태 때문에 진아는 강에 내려가지 않았다.대신 강가에서 짐을 지키고, 화로에 불을 피우는 역할을 맡았다.조금 있다가 물고기를 잡아 오면, 구워 먹든지 매운탕을 끓여 먹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불 피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한참을 애써도 연기만 피어오를 뿐, 불은 붙을 기미가 없었다.“콜록, 콜록콜록!”진아는 자욱해진 연기 때문에 입과 코를 막고 연신 기침했다.“내가 할게.”연기 속에서 길쭉한 그림자가 그녀 옆에 앉더니, 손짓하며 말했다.“넌 저쪽으로 좀 가. 공기 좋은 데서 숨 좀 쉬고.”진아가 고개를 돌리자, 지하였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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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지하는 양동이를 들고 몸을 돌려 진아를 보며 말했다.“이거부터 처리하자.”“어떻게 처리하는데?”진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요리도 할 줄 알고, 시연보다 훨씬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생선을 잡거나 닭을 잡는 건 해본 적도 없고, 솔직히 말해 겁도 났다.지하는 진아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여기엔 직접 손질해 주는 사람이 있어. 대신 물고기를 우리가 들고 가야 해.”“아...”진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자, 같이.”어차피 할 일도 없고, 놀러 온 김에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자.”도착해 보니 줄을 서야 했다.지하는 양동이 안의 물고기를 가리키며 진아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잠깐 있다가 네가 물고기 잡는 거 좀 도와야 해.”“어?”진아는 깜짝 놀랐다. 그런 절차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알겠어.”물고기를 잡아본 적은 없었지만, 죽이는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 싶었다.이윽고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지하가 턱짓했다.“한 마리씩 꺼내.”“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한 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두 손을 양동이 안으로 넣었다.처음에는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손바닥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미끈한 촉감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게다가 물고기는 살아 있어서 가만히 손안에 있을 리가 없었다.사람이 힘을 줘서 막 잡아 올리려는 순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어?”진아는 오기가 생겼다.“아니, 이게 왜 이렇게 안 잡혀?”볼을 잔뜩 부풀리고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신 뒤 팔을 깊이 넣었다.“내가 너 하나 못 잡을까 봐?”동작이 커지자 물속의 물고기들이 놀라 더욱 날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아...!”진아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물고기는 잡지 못했고, 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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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돌아온 뒤, 지하는 잡아 온 물고기를 내려놓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진아를 보며 물었다.“이 물고기들, 어떻게 먹을래? 구이로 할까, 아니면 매운탕으로 할까?”“어...”진아는 어딘가 정신이 빠진 얼굴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둘 다 괜찮아.”“그럼...”지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가 알아서 조절해서 할게.”“나도 도울게.”진아는 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 채 먹기만 하기가 영 마음에 걸려, 그녀 역시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다가왔다.“좋지.”지하는 진아를 한 번 흘끗 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눴다. 구울 물고기에는 양념하고, 매운탕은 미리 냄비에 올려 끓이기 시작했다.김이 오르는 사이, 옆에서 작은 채소들도 함께 구워냈다.“와...”잠시 후 시연 가족이 올라왔을 때, 정자 안에는 이미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가득 퍼져 있었다.조이는 눈을 반짝이며 진아에게 달려와 안겼다.“이모, 냄새 너무 좋아요!”진아는 아이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얼른 손부터 씻고 와, 조금만 있으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네!”조이는 신나게 대답하고는 씻으러 가면서도 지하를 잊지 않았다.“이모부, 고생했어요! 조이 오늘 진짜 많이 먹을 거예요!”“그래.”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아는 순간 멈칫했다.‘이모부...’조이는 여전히 이 호칭을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뭐, 애가 부르기 익숙한 걸 어쩌겠어?’곧 모두 손을 씻고 화로 주변에 둘러앉았다.유건은 아내와 아이를 챙기느라 여전히 바빴고, 두 사람은 전혀 사양하는 법도 없었다.“진아.”지하는 진아를 보며 말을 꺼냈다.“이거...”남자의 손에는 잘 구워진 생선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진아에게 건네려던 순간...“지하 오빠!”맑고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지하의 ‘여자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팔을 흔들고 있었다. 이쪽을 향해 경쾌하게 달려오는 중이었다.진아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말없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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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진아!]채숙희의 다급한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네 아빠가... 아빠가 위에서 굴러떨어졌어!]‘뭐라고?’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고, 손발 끝까지 차갑게 식었다.“엄마, 천천히 말해요. 아빠 지금 어떠세요?”[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네 아빠가 위에서 내려오다가 갑자기 발을 헛디뎌서 그대로 굴러떨어졌어!]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진아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럼 아빠는 지금...”[애 겁주지 마!]전화기 너머로 임병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전화 줘, 내가 말할게.]“아, 알겠어요...”잠시 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진아야, 너무 겁먹지 마라. 네 엄마가 놀라서 그런 거지,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내가 좀 넘어지긴 했는데 다리 좀 다친 거고, 큰일은 아니다...]말투는 최대한 태연해지려 애쓰는 듯했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미세하게 새는 소리가 들렸다. 통증을 참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이게 어떻게 큰일이 아니에요?]채숙희는 바로 받아쳤다.[당신 지금 다리도 못 움직이잖아요!]진아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했다.“엄마, 아빠 다리를 다치신 거죠?”[그래!]채숙희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다리가 아예 안 움직여. 조금도 못 움직여. 골절인지도 모르겠고, 이걸 어쩌면 좋아... 하필 네 오빠는 또 없고...]태권은 며칠 전 해외 출장을 떠난 상태였다. 전화한다고 해도 당장 돌아올 수는 없었다.그래서 채숙희는 진아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엄마.”진아는 숨을 고르며 최대한 침착해지려 했다.“지금 제가 119 먼저 부를게요. 구급차 타고 병원으로 가세요. 저도 바로 올라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아, 그래... 그래...]전화를 끊자마자 진아는 119에 전화를 걸었고, 동시에 옷방으로 뛰어 들어가 옷과 필요한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캐리어에 쓸어 담았다.그러고는 지퍼를 닫고 그대로 캐리어를 끌고 방을 나섰다.진아는 로비로 급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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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한 시간 남짓 달려 시내로 들어섰다.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임병지가 이송된 병원으로 곧장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임병지는 아직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채숙희는 접수창구 앞에서 서류를 들고 수납하려는 참이었다.“엄마!”“진아!”채숙희는 진아를 보자마자 한숨 돌린 듯했다. 이제야 기댈 곳이 생긴 얼굴이었다.그제야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지하까지 함께 와 있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지금은 따질 여유가 없었다.“장모님.”설명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지하는 짧게 인사만 하고 채숙희 손에 들린 서류를 받아 들었다.“제가 할게요. 납부부터 하고 오겠습니다.”“아... 그래, 그래...”지하는 병원 안을 오가며 수납을 마치고, 검사 접수까지 모두 처리했다.“됐습니다, 장모님. 이제 장인어른 검사 들어가실 수 있어요.”그는 이렇게 말하며 휠체어를 밀어 검사실 쪽으로 향했다.검사실 안에서는 임병지가 휠체어에서 내려 검사 기계 위로 옮겨져야 했다.지하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임병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기계 위에 눕혔다.이를 지켜보던 담당 의사가 말했다.“아드님이 참 효자시네요.”임병지는 잠시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하하... 하하...”지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검사 끝나면 다시 들어오겠습니다.”“수고가 많네.”“별말씀을요.”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숙희와 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채숙희는 진아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몇 번 가볍게 두드렸다.“에휴...”그저 짧은 한숨뿐이었다.검사가 이어지는 내내 지하는 말 그대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결과는 골절이 아니었지만, 미세한 골열이었다.의사는 다친 다리에 깁스하며 말했다.“뼈에 금이 갔습니다. 흔히 말하는 골열이에요. 최소 석 달은 조심히 지내셔야 합니다. 근육 타박도 있어서 며칠은 수액 치료가 필요합니다. 입원까지는 아니고, 매일 외래로 오셔서 관찰실에서 맞으시면 됩니다. 오늘은 먼저 한 번 맞고 가세요.”“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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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병원에는 간병인이 있어. 그분들이 도와주실 수 있잖아.”“그럼 집에 돌아가서는?”지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짐작한 듯했다.“간병인 구할 거라고? 하지만 말처럼 바로 적당한 분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장인어른 상태는 그냥 출입할 때 옆에서 좀 거들어드리면 되는 정도인데, 상주 간병인까지 둘 필요는 없어.” 진아는 잠시 말이 막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채숙희가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그러고는 지하를 향해 조금 미안한 듯 말했다.“부 서방... 진아 아버지가 화장실 좀 가고 싶어 하셔서...”“네.”지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제가 바로 들어갈게요.”“아이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괜찮습니다.”지하는 그대로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에 남은 채숙희와 진아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채숙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위는 반쯤 아들이라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니구나.”“엄마!”진아는 원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 말을 듣자 더 조급해졌다.“저 사람 엄마 사위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다고요!” “너 말이야.”채숙희는 늘 딸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뻔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혹시라도 네가 못 느꼈을까 봐 하는 말인데, 부 서방은 너한테 아직 마음이 있어... 지난 1년 동안 거의 너만 보고 살았잖아.” 그러고는 딸을 향해 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진아야, 부 서방이 잘못한 건 맞지만, 죄지은 사람한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법이야. 기회를 줄 생각이 정말 눈곱만큼도 없는 거야?”“엄마, 엄마는 몰라요.”진아는 고개를 돌린 채 더 말하지 않았다.그런 딸의 모습을 본 채숙희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네 선택이지, 결국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니까.”그날 밤, 임병지가 수액을 다 맞고 난 뒤, 지하는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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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아닙니다.”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슬쩍 진아를 훔쳐봤다.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었다.‘화난 건가?’진아는 분명 약간 화가 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당혹감이었다.잠에서 깨어난 사이, 부모님의 지하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까지 완전히 달라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장인어른, 제가 먼저 차까지 업어 드릴게요.”“아, 그래. 고맙다.”지하는 임병지를 업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채숙희는 그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본 뒤, 딸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진아야, 부 서방은 참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아팠던 지난 1년 동안 부 서방이 너 어떻게 돌봤는지 생각해 봐라. 요즘 세상에 이혼한 전처를 위해서 똥오줌까지 다 받아내는 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엄마!”진아는 얼굴이 단번에 붉어졌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무슨 말이긴, 사실을 말하는 거지.”채숙희는 딸을 가볍게 흘겨봤다.“1년 내내 그렇게 너를 돌본 사람, 이 세상에 나랑 네 아빠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네 오빠도 그렇게는 못 했을 거다.”그러곤 마당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봐라, 네가 그렇게 거절했는데도 집에 일 생기니까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이 누구야? 저 사람은 아직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엄마...”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지하의 장점만을 짚고 있었다. 진아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속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엄마는 모른다니까요...”“뭘 모르는데?”채숙희는 고개를 저었다.“설마 네가 말하려는 게... 그냥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거냐? 그럼 다른 집 부모한테도 무슨 일 생기면 저렇게 앞장서서 다 도와줄까?”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한 끝에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이건... 지하와 직접 이야기해야 할 문제였다.곧이어 가족은 병원으로 이동했다.임병지는 관찰실에서 수액을 맞고 있었고, 채숙희는 침대 옆에 앉아 지키고 있었다.지하는 회사 일도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진아.”채숙희가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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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다르다고?”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뭐가 다른데? 내가 아파서 당신이 1년이나 돌봐줬던 거?”“하지만 현실이 그랬잖아. 나는 1년 동안 아팠지만, 오설아는 아니었어. 그 사람이 아팠어도, 당신은 똑같이 놓지 못했을 거야. 그때 당신은... 그 사람 일이면 뭐든 다 해줬잖아. 부탁만 하면 다 해줬었다고.” “그 사람이 아팠어도 그랬을 거라고?”지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억울하다는 표정이 됐다.“아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가정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진아는 말문이 막혀 잠시 멍해졌다.잠깐 생각한 뒤,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미안해, 가정한 건 내가 잘못했어. 그건 인정할게. 그렇다고 해도, 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다른 사람?”지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누구를 말하는 거야?”“누구냐고?”진아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당신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 당신 여자친구 말이야.”지하는 되물었다.“누구?”진아는 그대로 눈을 부릅떴다.“당신이랑 ‘CLOUD’에 같이 갔던 그 여자애 말이야.”심지어 호칭까지 예전 설아를 부르던 방식과 똑같았다!“아...”지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지수 말하는 거지?”‘지수? 이름 부르는 것도 꽤 다정하네.’진아는 눈썹을 다시 한번 올렸다.“이제 생각났어? 내가 한 번 겪었던 상처를, 다른 사람한테 다시 주고 싶지 않아...”“내가 그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지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진아를 바라봤다. 표정이 꽤 황당해 보였다.“도대체 왜 지수를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한 거야?”‘아니...?’진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아닌가?’“지수가 왜 내 여자친구야?”지하는 웃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지수가 나랑 좀 닮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닮았다고?’진아는 지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지수의 얼굴을 떠올려봤다.이렇게 말하니까... 아주 조금은 닮은 것도 같았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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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이 사람은 애초부터 나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게 아니었잖아.’진아는 속으로 생각했고, 지하는 아주 옅게 웃었다.“그 질문에는 이미 몇 번이고 설명했잖아. 내 취향이 딱 너 같은 얼굴이야.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그런 너를 만나버린 거고.”‘정말 그럴까?’진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반신반의했다.“그런데 말이야.”지하는 그녀가 아직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너희 둘은 사실 전혀 안 닮았어. 성격이랑 분위기가 사람 외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나랑 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가본 사이야. 내가 어떻게 너희가 안 닮았다는 걸 모를 수 있겠어?”오늘 이미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는 더 숨기지 않기로 한 듯했다. “진아,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해. 그것도... 예전보다 훨씬 더...”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진아의 머리 위에 올리고, 아주 가볍게 한 번 쓰다듬듯 두드렸다.“해야 할 말은 다 했어. 난 이제 가볼게.”지하는 그렇게 떠났다.하지만 진아는 여전히 벤치에 앉은 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즈음, 채숙희가 진아에게 말했다.“점심 좀 시켜라. 네 아빠 수액 다 끝나려면 한두 시는 돼야겠다.”“네, 알겠어요.”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지하였다.“장인어른, 장모님.”그는 빈손이 아니었다. 양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고, 거기에는 ‘영복루’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우리 부 서방이 왔구나.”채숙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았다.“이건... 점심이니?”“네.”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지나가다 ‘영복루’가 보여서 포장해 왔어요.”‘흥...’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지나가다? 부씨 가문 회사랑 영복루는 방향부터가 다른데.’채숙희는 종이봉투를 받아 들고 연신 감탄했다.“내 자식 둘을 둬도, 우리 부 서방의 반쪽만큼도 못 하네, 못해.”‘반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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