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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621 - Chapter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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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1화

본가를 나온 뒤, 지하는 직접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주 주말마다 이곳을 찾았다. G시에 없을 때나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식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병원에 오는 일은 지하의 생활이 되어 있었다.진아는 지금 VIP 병동 안쪽에 있는 가장 조용한 병실에 머물고 있었다. 병동 전체가 한산했고, 공기에는 병원 특유의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간호사 스테이션 앞을 지날 때, 간호사들이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지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간호사 스테이션 위에 올려두었다.“드세요.”“감사합니다. 부 대표님.”간호사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오늘은 뭐 가져오셨어요?”“‘레드’에서 나온 디저트요.”“과일도 있네요. 어머! 두리안도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요!”“...”간호사들이 소곤거리며 웃는 사이, 지하는 이미 미소를 지운 채 병동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지난 1년 동안 그는 간호사 스테이션에 수없이 간식과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처음에는 젊고 잘생긴 데다 인심까지 좋은 지하를 보고, 간호사들 역시 쉽게 마음이 흔들렸다. 아내가 병실에 누워 있기는 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앞으로 깨어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대를 가져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오가기도 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호사들은 깨닫게 되었다. 지하가 물건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결코 가벼운 호의나 성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정반대였다. 지하의 아내가 이 병동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는 아내를 잘 돌봐 달라는 뜻으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물론 이곳은 입원비도 비쌌고, VIP 병실의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돌보는 것과 마음을 다해 살피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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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아무래도 머리를 한 번 감기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편이었다.“번거롭지 않아요.”지하는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제가 있잖아요, 힘도 있으니까요. 이따가 제가 진아 안아서 욕실로 옮기고 머리랑 씻는 거 한 번에 다 할게요.”목소리는 무의식적으로 한층 낮아졌다.“진아는 원래 깔끔한 편이었잖아요. 예전에는 매일 샤워했고, 머리는 이틀에 한 번씩 꼭 감았고요.”진아가 멀쩡했을 때는 늘 그랬다. 지금은 아프니까, 그 몫을 지하가 대신하는 것뿐이었다.“아휴...”그 한마디에 채숙희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럼 내가 남아서 좀 도와줄까?”“아니에요.”지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요 며칠 진아가 살이 조금 붙긴 했어도 아직은 충분히 안아 올릴 수 있어요.”그 말에 채숙희와 임병지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게.”채숙희가 웃으며 맞장구쳤다.“진아 볼살이 좀 올라왔더라.”“간호사분들이 잘 돌봐주셔서 그래요.”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조만간 제가 간식이랑 과일 좀 챙겨서 또 드리려고요. 늘 고생 많으시니까요.”“그래.”채숙희는 만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자네 저녁은 먹었나?”원래라면 두 사람은 지하의 저녁까지 챙겨 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하가 오늘은 일이 있다고 했던 탓에 이번에는 준비하지 않았다.“먹었습니다.”지하는 괜히 걱정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사실을 숨겼다. 채숙희와 임병지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 배달을 시켜 먹으면 그만이었다.“그래, 다행이다.”채숙희는 식탁을 정리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먼저 갈게.”“네.”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인과 장모를 배웅했다.“조심히 가세요. 장인어른 운전 조심하시고요. 집에 도착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알았어. 자네도 들어가.”“네.”문이 닫히자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지하는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아 두었다. 온도를 몇 번이나 확인한 뒤, 다시 나와 이불을 걷고 진아를 조심스럽게 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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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지하가 막 진아의 세면과 정리를 끝내고 나왔을 때 시연이 도착했다. 유건도 시연과 함께였다.“왔어?”지하는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연 씨, 마침 잘 왔네요. 시연 씨가 잠깐 진아 좀 봐 주세요. 저는 그사이에 아침 좀 먹을게요.”“네, 알았어요.”시연은 안으로 들어가 진아 곁에 앉았고, 유건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지하와 함께 밖에 남았다. 지하는 간단히 아침을 먹었고, 유건은 커피를 마셨다.“조이는?”지하가 물었다.“집에서 자고 있어.”유건이 말했다.“애들은 잠이 많잖아. 조금 있으면 깰 거야. 오후에 데리고 나가서 놀 생각이고.”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벌써 1년인데, 두 사람 결혼식은 안 할 생각이야?”“나는 하고 싶지. 하지만...”유건은 병실 안쪽을 한 번 흘끗 보며 말했다.“시연 말로는 예전에 했던 결혼식도 너무 힘들었대. 다시 한번 하는 건 너무 지친다고 하더라고.”“그럴 만도 하지.”지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진아도 예전에 결혼식은 정말 힘들다고 했어. 특히 신부는 화장만 해도 몇 시간이잖아.”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려고.”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지난 1년은 진아 씨 일 때문에 시연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병원에 복귀하느라 정신도 없었으니까.”유건은 시연과 이미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식을 다시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다. 지금도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것과 공식적으로 알리는 건 의미가 달랐다.한편 병실 안에서는 시연이 진아 곁을 지키고 있었다.뭔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지하는 정말 빈틈을 남겨 두지 않았다. 진아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말끔했고, 은은한 향까지 남아 있어 굳이 손댈 곳이 없을 정도였다.시연은 귤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껍질을 벗겼다. 껍질이 갈라지자 상큼한 향이 퍼졌다.시연과 진아는 둘 다 귤을 좋아했다.시연은 진아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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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진짜예요?”그 한마디에 지하가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심장이 순식간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숨까지 가빠졌다. 그는 두세 걸음에 진아 앞까지 다가가 손을 들었다가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멈춰 섰다.“지금, 내가 뭘 하면 돼요?”“주철민 교수님을 불러야죠!”시연은 울 듯 웃으며 말했다.“주치의부터 불러요!”“아, 알겠어요!”지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걸음은 빠르고 급했지만, 방향 감각은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지하!”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건이 급히 불렀다.“그쪽 아니야, 거긴 식당이야!”“아, 아!”지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방향을 바꿨고, 겨우 병실 밖으로 나갔다.“정말...”시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다가, 문득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아, 맞다! 진아 부모님께 전화해야겠다!”‘혹시라도 정말로 진아가 깨어난 거라면...’...“어떻게 됐어?” 임병지와 채숙희가 거의 뛰다시피 도착했다. 주말이어서 임태권도 회사에 가지 않고 함께 왔다.“시연!”채숙희는 시연의 손을 꽉 붙잡았다.“진아 깬 거야? 정말이야?”“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시연은 채숙희의 손을 토닥였다.“주철민 교수님이 안에 계세요. 조금만 있으면 나오실 거예요.”“그래, 그래...”채숙희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병실 복도가 조용해졌다. 진아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시간은 느리게 흘렀다.기다리는 매 순간, 초 단위마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때, 안쪽 병실 문이 열렸다.“나오셨어요!”지하는 눈꺼풀을 번쩍 들며 앞으로 나가려다가 이상하게도 발걸음을 멈췄다. 단 한 순간의 망설임 사이, 임병지가 채숙희를 부축하며 이미 주철민 교수 앞에 서 있었다.“교수님, 제 딸은 어떻습니까?”주철민 교수는 마스크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끄덕인 뒤 시연을 한 번 바라보았다.“지 선생님, 판단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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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잠시 후, 모두가 숨소리까지 낮추며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채숙희와 임병지 부부가 가장 앞에 섰고, 침대 곁을 지키고 있던 간병인은 바로 옆으로 물러났다. 침대 머리 쪽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진아는 반쯤 기대 누운 상태였다. 길게 자란 머리는 두 갈래로 나뉘어 느슨한 피쉬본 브레이드로 땋아져 가슴 위에 얌전히 내려와 있었다.부모를 보자 진아는 입술을 조금 열었다.“아빠... 엄마...”아직 몹시 쇠약한 상태라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진아가 말을 꺼내는 순간, 참아 왔던 감정이 터진 듯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랐고, 끝내 소리를 삼키지 못했다.“으응...”“딸아.”채숙희는 서둘러 딸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 역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모녀는 그대로 서로를 붙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자, 그만 울어라.”임병지는 자기 역시 눈가가 붉어져 있으면서도, 아내와 딸이 너무 흥분할까 봐 애써 침착한 척했다.“진아가 깬 건 좋은 일이잖아, 이렇게 계속 울 일은 아니야.”그는 목소리를 더 낮춰 아내를 달랬다.“당신 마음은 알겠는데, 진아 입장도 생각해야지, 아직 몸이 약한데 이렇게 울면 어떡해? 교수님도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맞아요.”그 말을 듣고서야 채숙희는 급히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진아, 이제 울지 말자, 깨어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니? 몸은 천천히 회복하면 돼.”“네.”진아는 힘겹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선을 옮겨 임태권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오빠.”“그래.”임태권은 곧바로 다가가 동생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진아는 다시 눈을 들어 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진아.”이번에는 시연이 앞으로 나와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진아... 정말 대단해, 정말 잘 버텼어.”“히히...”병실 문 가까운 쪽에, 지하는 조용히 서 있었다. 침대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진아는 모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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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그렇긴 하지.”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양하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너를 보면 또 기절할지도 몰라.”“고유건!”지하의 얼굴이 즉각 굳어졌다.“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괜찮아. 진아한테까지 재수 없는 말은 하지 마.”유건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그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왜 도망친 거야? 진아 씨 부모님도 이미 다 용서했잖아.”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살로 되어 있는 법이다.지하가 지난 일 년 넘게 해 온 일들만 봐도, 사람 하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었다. 지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진아가... 나에 관해서 물어본 적은 있어?”유건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역시나... 없었네.’지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들어 올려 목을 젖혀 단숨에 비워냈다.“내가 떠난 건 맞는 선택이었어.”“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유건이 말했다.“진아 씨가 너를 안 찾으면, 평생 안 만날 거야? 정말로 놓을 수 있어?”“못 놔.”지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빛이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적어도 지금은 못 놔. 언제 가능해질지는... 나도 모르겠어.”“참...”유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지. 네가 진아 씨를 위해 한 일들... 네 마음은 결국 진아 씨가 알아야 해.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진아 씨 몫이고.”그 말을 듣고 지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야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릴게. 이제 막 깨어났잖아.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고.”‘내 욕심 때문에 회복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시간은 많아.”지하는 담담하게 말했다.“기다릴 수 있어.”“허...”유건은 그를 힐끗 보며 비웃듯 말했다.“아직은 젊지만, 더 기다리다간... 진짜 평생 솔로 된다?”...일주일 후.퇴근을 마친 시연은 병원으로 진아를 보러 갔다.“시연.”진아는 병실 안을 천천히 걸으며 재활 중이었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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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부 대표’라는 명칭을 듣는 순간, 진아는 잠깐 멍해졌다.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마치 그 사람을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다 이내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아, 맞다. 그 집이랑 고씨 가문, 원래 계속 거래하고 있지 않았어?”“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진아의 표정을 살폈다.혹시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하지만 진아는 그 말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지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곧바로 화제를 돌려 시연에게 물었다.“근데 너랑 고 대표, 둘이 결혼식은 안 해?”시연은 속으로 ‘묘하네’ 하고 생각했다.며칠 전, 똑같은 질문을 지하가 유건에게 했었으니까.“결혼식은 안 하려고.”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적당한 날 잡아서 가까운 사람들만 모아서 한 번 제대로 떠들면 그걸로 충분해.”“와.”진아는 숨김없이 부러워했다.“그럼 나도 끼워 주나?”“당연하지.”시연은 눈을 흘기듯 보며 말했다.“여태까지 미룬 거, 다 너 기다리느라 그런 거잖아.”“하하!”진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웃었다.“그럼 난 완전 네 베프네.”아직 수술이 남아 있어 시연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진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을 나섰다.진아는 막 의식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동안 병문안 온 사람들이 많았다.병실 한쪽에는 꽃다발이며 과일 바구니, 건강식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혼자서는 도저히 다 소비할 수 없어 일부는 간병인에게 나눠 줬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았다.진아는 남은 것들을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나눠 주기로 마음먹었다.저녁 무렵, 병동은 비교적 한산했다.간호사들은 간호 스테이션에 모여 느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다가가자마자,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부 대표님, 요즘은 통 안 오시네.”“그러게. 그분 안 오면 ‘레드’ 디저트도 못 먹는데.”“난 며칠째 두리안 못 먹었어.”동료가 웃으며 놀렸다.“네가 직접 사 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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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진아는 고개를 뒤로 젖혀 컵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하지만 그런 일들은 모두 지나간 이야기였다....일주일 후.진아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와 요양에 들어갔다.당장 해야 할 일도 없었고, 그야말로 한가한 신세였다. 마침 그날은 시연의 휴무일이어서, 진아는 시연에게 연락해 같이 쇼핑도 하고 머리도 하자고 약속했다.두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맞춰 집을 나섰다.그런데 첫 행선지는 뜻밖에도 쇼핑몰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진아는 책을 빌리러 온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전공 서적들이었다.“너 참...”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제 막 깨어났는데, 벌써 이렇게 자신을 굴리면 어떡해?”“굴리긴 뭘.”진아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밤새워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 날 때 조금씩 보는 거야.”그러면서 관자놀이를 가리켰다.“내가 느끼기엔, 여기 안이 다 비어 있는 것 같아. 책도 안 들여다보면 진짜 녹슬 것 같거든.”“그래, 알겠어.”시연은 타이르듯 말했다.“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아직 몸 회복 중이잖아.”“알았어.”도서관을 나온 뒤에야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쇼핑하러 갔다.주로 진아가 이것저것 골랐고, 시연은 딱히 살 게 없어 보였다.“너는 안 사?”진아가 물었다.“계절 바뀌는데, 옷장 정리 안 해도 돼?”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집에 옷이 너무 많아서.”“아...”진아는 금세 알아차린 듯 콧등을 찡긋했다.“알겠다. 고 대표 있으니까, 네가 직접 옷 살 필요가 없는 거지?”틀린 말은 아니었다.시연은 평소에도 일이 바빴고, 그녀의 옷장은 시즌마다 맞춤 숍에서 알아서 채워줬다.남편이 지나치게 부자인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이 들어오지만, 태그도 안 떼고 지나가는 옷들이 수두룩했다.“그럼 나만 사야겠어.”진아는 웃으며 한 원피스를 바라봤다.매장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저 이거 한번 입어보고 싶은데요. 제 사이즈 있을까요?”“잠시만요.”직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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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네.”진아는 발신 번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번호였지만, 분명히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저... 누구세요?”[아, 상황이 이래요. 조금 전에 저희 매장에서 고객님께서 보셨던 그 원피스 있잖아요. 재고가 확보돼서요. 혹시 시간 되실 때 다시 한번 들러 보실 수 있을까요? 원하시면 따로 빼 두는 것도 가능하고요.]“진짜요?”진아는 눈이 커졌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소식이었다.“와,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바빠서요. 조금 있다가 가도 괜찮을까요?”[네, 괜찮아요. 편하실 때 오시면 됩니다.]“네, 감사합니다.”전화를 끊은 진아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시연이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좋은 일 있어?”“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아까 그 원피스 있지? 재고 들어왔대. 내 운 좀 봐.”시연도 덩달아 웃었다.“너 이제 진짜 좋은 일만 남았나 보다.”“나도 그렇게 생각해.”머리를 다 하고 난 뒤, 두 사람은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원피스를 찾았다.진아는 입어 보자마자 눈이 반짝였다.“시연, 나 사진 좀 찍어 줘.”“알겠어.”시연은 진아의 핸드폰을 받아 몇 장 찍어 주었다.“진짜 잘 어울린다.”진아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바로 SNS에 올렸다.[맘에 쏙 드는 원피스 득템! 오늘따라 나 좀 예쁜 듯.]글 뒤에는 하트 하나, 사진은 시연이 찍어 준 그 모습 그대로였다.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지하의 화면에도 그 사진이 떴다.사진 속 진아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문구마저 장난스럽고 생기 넘쳤다.지하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손끝으로 화면 속 진아를 천천히 쓸어내리듯 만지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눈동자 깊숙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그리움과 갈망이 짙게 스며 있었다....이틀 뒤, 주말이었다.진아는 집에서 작은 모임을 열었다.초대한 사람들은 대부분 학교 동기나 오랜 친구들이었다.오랫동안 아팠던 동안, 다들 크고 작게 병문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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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진 대표, 사람들한테는 술을 권하면서 본인은 주스를 마시겠다? 그건 반칙이지!”성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좋아! 얼마든지 와 봐!”“다들 뭐 해요, 어서요!”“진 대표님...”룸 안은 한껏 들떠 있었다.진아는 주스를 꽤 많이 마신 탓에 잠깐 짬을 내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순간,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거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그 순간, 몸이 그대로 굳었다.‘부지하?’진아가 지하를 본 이상, 지하 역시 그녀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오늘 이 자리에서 진아가 모임을 연다는 건 유건에게서 이미 들었다.그리고 지하 역시 오늘 이곳에서 거래처를 만나고 있었다.그래도 이렇게까지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지하는 입안이 바싹 말라 오는 걸 느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히 배어 있었다.그리고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결국 먼저 입을 연 쪽은 진아였다.진아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지하 씨... 아니, 당신 맞지? 너무 오랜만이라서 순간 못 알아볼 뻔했어.”지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응, 나야. 정말... 오랜만이야.”“하하.”진아는 귓가를 정리하듯 손으로 쓸어 넘겼다.“다행이다. 내가 헷갈린 건 아니었네.”지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나... 예전이랑 많이 달라 보이지? 그래서 네가 바로 못 알아본 거고.”“음...”진아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막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또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은 것도 아니고.”그러다 스스로 우스운지 웃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누구인들 안 변하겠어? 나도 1년을 누워 있었는데, 예전이랑 같을 리가 없지.”“아니.”지하는 고개를 저었다.“너는... 예전이랑 똑같아. 하나도 안 변했어.”“응?”진아는 잠깐 멈칫했다.‘기분 탓인가?’지하의 말투에 묘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친근함이 섞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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