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담당의가 회진을 왔다.“상태는 꽤 괜찮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좋아요.”“이번 치료 과정이 끝나면 한 번 검사를 해봅시다. 결과를 보고 괜찮으면, 그때 수술 여부를 결정해도 될 것 같고요.”“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사가 나간 뒤, 진아가 치료받으러 간 사이를 틈타 지하는 따로 의사에게 불려 사무실로 들어갔다.“앞으로 사모님께서 몇 가지 증상을 겪으실 수도 있어서요. 미리 대표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도록요...”지하는 순간 몸이 굳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세요.”...며칠째 이어지는 항암 치료. 그 사이 채숙희는 지하 대신 이틀 정도 병원에 와서 돌보겠다고 했지만, 지하는 매번 거절했다.채숙희는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진아를 돌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자네도 사람이잖아. 쇠로 만든 것도 아니고, 진아를 위해서라도 몸 챙겨야지.” “장모님, 저도 알아요.”지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아직 괜찮아요, 장모님... 그냥 제가 진아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그래요. 이 정도는 허락해 주세요. 정말 힘들어지면, 그땐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그 말에 채숙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예전에는 지하에게 분명 불만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채숙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다. 대신 힘들면 꼭 말해.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야.”환자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이미 딸과는 이혼한 사이였지만, 지하는 여전히 ‘장모님’이라고 불렀고, 채숙희도 더는 그 호칭을 바로잡지 않았다.다음 날 이른 아침, 채숙희는 딸과 전 사위를 위해 음식을 챙겨 병원에 왔다.“장모님.”지하는 안쪽 병실에서 나와,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채숙희는 바로 알아듣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진아 아직 안 깼니?”“네.”지하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