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유건의 의견을 묻듯 바라봤다.유건은 목젖을 꿀꺽 삼키며, 아무런 조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시연이가 웃는 얼굴로 말하면, 난 무조건 OK야.’“근데 나도 다 생각해 봤는데, 결혼이 안 되는 관계라면, 깔끔하게 끝내는 게 맞아요. 굳이 원수처럼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시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마치 바람이 이야기하듯 부드럽게 말했다.“앞으로는... 우리, 잘 지내봐요.”그 말 뒤에, 시연은 조용히 유건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엔 아주 미묘한 기대와 확인이 섞여 있었다.‘알겠죠? 난 지금, 당신한테 선을 그은 거예요.’유건은... 확실히 알아들었다. 순간, 전신이 얼어붙은 것처럼 감각이 멈췄다.‘시연이가... 결국 또, 날 거절한 거구나.’직접적인 거절도 아니고, 돌려 말한 것도 아닌 듯한 이 깔끔한 정리.‘잘 지내보자’라는 말, 그게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었다.‘그래. 뭐, 그게 어디야. 나를 아예 무시하던 때보단 훨씬 나아.’생각이 그쯤 미치자, 유건은 오히려 가슴이 트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시 시동을 걸고 차를 도로로 올렸다.“속도 좀 낼게.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네, 나는 괜찮아요.”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유건을 바라보자, 그의 표정은 아주 편안해 보였다.‘다행이다. 내 말에 상처받진 않은 모양이네.’ ‘정말 다행이다...’속으로 안도하며, 시연은 두 손을 배 위에 조심스레 올렸다.‘아가, 널 위해서라도... 엄마는 아빠랑 잘 지낼 거야.’‘나중에 혹시... 아빠가 진실을 알게 되는 날이 와도, 우리가 싸우지 않도록...’‘아니다, 내가 먼저 말할 수도 있겠지. 그 사람이 장소미랑 잘 되면... 그때쯤이면 괜찮겠지?’...차는 시연의 아파트 앞에 멈췄고, 유건은 시연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줬다.“나 먼저 들어갈게요. 잘 가요.”“여보...”유건이 시연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시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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