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시연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걸 보니,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자기가 시연을 괴롭힌 사람처럼 느껴졌다.유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또 ‘그렇군요’라고? 너는 정말...”시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야, 갑자기?’“임태권, 내가 빼줄 거야.”유건은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았다.담담한 어조에, 피곤함 반, 허용 반이 묻어 있었다.“근데 그 전에, 네가 하나만 알았으면 좋겠어.”“내가 이 일 하는 거, 다른 사람보다 쉬워 보일 수 있어도... 들어가는 에너지는 절대 적지 않다는 거.”“내가 힘 남아돌아서 이런 일 하는 게 아냐. 그냥, 너니까... 네 부탁이니까 하는 거야. 알겠어?”‘이제...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는 거면, 그건 바보거나, 일부러 모른 척하거나 둘 중 하나야.’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눈빛에 진심이 담겼다.“알아요. 내가 너무 민폐인 거 알아요. 그래도...”말을 잇지 못한 채, 입술을 꾹 다문다.‘진아가... 그렇게 울면서 말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었어.’‘태권 오빠가 정말 감옥 가게 되면, 진아는 얼마나 무너질까...’잠시 말이 끊기자, 유건이 시연을 내려다보며 웃듯 말했다.“그래, 민폐 맞아. 그러니까 꼭 기억해. 이번 일은 ‘너니까’ 하는 거야.”“네...”시연이 유건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녀의 눈동자 안에 유건이 또렷이 비쳤다. ‘이 사람... 정말 따뜻하네.’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기억할게요. 이번 일에 대한 결과가 어떻든... 난 당신한테 큰 신세 진 거예요.”“그래, 그거면 됐어.”유건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밥이나 먹어. 자꾸 남 걱정만 하지 말고. 지금 네가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건너랑 네 배 속 애야.”“네...”...다음 날.시연은 병원에서 우주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진아’였다.“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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