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인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넌 말이야...”유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상대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상황.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도 싫었다.“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유건의 눈빛은 너무 강렬해서, 시연의 가슴이 철렁했다.‘나, 사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아.’‘그렇게 되면, 지금의 이 평온한 거리도 무너질 것 같아서.’“여보...”“말하지 마요.”시연은 급히 말을 막았고,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 부탁이에요.”그 순간, 유건이 갑자기 시연의 턱을 잡았다. 미소를 머금은 눈엔 어딘가 억눌린 감정이 얽혀 있었다.“말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넌 다 알고 있잖아.” 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날 피하지도 않고, 내가 하는 건 다 받아주면서 정작 네 입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해. 이런 게 바로 ‘나쁜 여자’ 아니야?”‘나쁜 여자?’시연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뭐야, 설마 억울해?”유건은 손끝으로 시연의 턱선을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은 따뜻하면서도, 약간 거칠었다.“내가 널 좋아해서 쫓아다니고, 너한테 잘해주는 건 내 선택이야. 근데, 나도 말이야...”“이제는 네 입에서 뭔가를 듣고 싶어. 지금 이 순간, 네가 날 인정할 수 있겠어? 내가... 네 남자라는 거.”시연은 그대로 굳었고, 가슴이 세차게 울렸다.‘안 돼... 이런 얘긴 안 되는 거야.’그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우리... 분명 말했잖아요.”“뭘?”유건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다.그는 손을 내려놓으며 한 발짝 물러섰다.“넌 더 이상 순진한 여고생도 아니잖아. 그냥 똑바로 말해봐. 내가 너한테 아무 대가 없이 다 해주길 바란 거야?”유건은 피식 웃으며, 말끝을 날카롭게 세웠다.“친구 사이에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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